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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인다, 이제 보여! 종이와 붓을 가지고 오너라!]
우리 할아버지가 임종 직전 남긴 말이다.
아직도 친척들 사이에서는 왜 할아버지가 그런 말은 했는지 갑론을박이다.
나는 그 말을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상상하자니 너무 무섭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나는 유품 정리를 도우러 할머니를 따라갔었다.
오래된 사진이 잔뜩 나왔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기분 나쁜 사진이 나와 점점 무서워졌다.
흑백 기념 사진인데, 30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온천마을을 배경으로 자세를 취한 사진이었다.
그 사진이 여러 장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할아버지가 서 있는 위치가 사진 중심이 아니었다.
슬쩍 보기에는 보통 사진 같지만, 중심에 서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빠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할아버지 곁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고, 거기 기대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귀신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심령사진이 아닌가 싶어 오싹했다.
그 사진을 조심스레 꺼내 들고 할머니에게 여쭤봤지만, 당시 할머니는 묘하게 치매 기운이 오기 시작할 때였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으셨던 기억만 난다.
집에 돌아와, 나는 아버지에게 사진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영감 같은 게 강하셨나요?] 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묘하게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바보냐, 너. 그 사진을 찍은 건 할머니잖아.]
아무래도 귀신이 보이는 건 할머니 쪽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하신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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