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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살이 될 때까지, 밤에는 할머니댁에 맡겨지곤 했다.


밤에는 할머니와 나란히 잤는데, 그 방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불단이 있었다.


이상하게 그 방에서 자다 깨면, 꼭 가위에 눌렸다.




그때마다 매번 불단 문이 조금 열려 있어, 안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문에 손을 대고, 흰 얼굴을 반쯤 내민 채 쳐다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할머니가 불단을 향해 [할아버지...] 라고 부르던 걸 봤었으니까.


하지만 그 얼굴은 자세히 보니 아이 같았다.


내 쪽을 보며, 희미하게 웃고 있는 흰 아이 얼굴.




그런 것을 보면서도, 나는 별 생각 없이 4살 때까지 그 방에서 잠을 잤었다.


할머니는 내가 11살일 무렵 돌아가셨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슨 병이 원인이었다.




반년 정도 입원해 계셨는데, 병문안 때는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셨었다.


하지만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더니 이틀을 넘기치 못하고 숨을 거두셨다.


그럼에도 스스로 임종을 맞이하는 건 느끼셨던 걸까.




죽기 직전에 [겨우 할아버지에게 돌아갈 수 있겠구나...] 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이 무척 곤혹스러워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상태가 나빠짐과 동시에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친척들은 교대로 병실을 지켰지만, 마지막 순간 간호하고 있던 건 우리 어머니였다.




그런데 어머니 말로는, 그때 할머니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병실 침대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쩐지 누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할머니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혼수상태일 터인 할머니가 눈을 뜨고 있었다.


눈도 깜빡 않고,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고 계시더란다.


어머니가 말을 걸려는 순간, 할머니의 입이 움직였다.




[너, 할아버지를 어디에 보낸거냐.]


평생 할머니를 보아온 어머니도 그제껏 들은 적 없는, 낮고 한서린 목소리였다.


어안이벙벙해 있던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자, 할머니는 이미 눈을 감고 계셨다.




그리고 반나절 뒤, 할머니는 저세상으로 향하셨다.


할머니는 천장이 아니라 그 흰 얼굴을 계속 보고 계셨던게 아닐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느낌이 들어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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