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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150th]불에 탄 집

괴담 번역 2011. 2. 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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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근처에는 이사 왔을 때부터 다 타버린 집이 한 채 있다.

내가 이 곳으로 이사 오기 훨씬 전에 타 버렸다고 한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탄 냄새조차 나지 않지만, 그 비참한 모습만은 변함 없이 남겨져 있다.



근처 사람들은 말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그 집에서 일어난 화재로 여자 아이가 1명 죽었다고 한다.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여자 아이가 불에 타 죽었다는 것이다.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아버지의 담뱃불이었다.

한밤 중이었던 탓에 발견조차 늦었다고 한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아버지는 무사했다.

비몽사몽간에 불이 난 것을 알아 차리고, 창문으로 뛰쳐 나가 구조되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딸을 잊고 있었다.



그가 그것을 알아 차린 것은 집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후였다.

아내는 이미 죽은 뒤였고, 이렇다 할 친척 한 명 없었다.

혼자 남은 아버지는 슬픔에 휩싸인채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도 그 집은 불에 탄 흔적만을 남긴채 남아 있다.

그 집을 인수할 친척도 없는 탓에 쭉 그대로다.



어느 날 밤 중, 나는 그 집 앞을 지나가게 됐다.

가로등 불빛을 받은 탓일까, 다 타버린 집이 유령처럼 비치고 있었다.

모두 타 버렸다고 해도 집의 형태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훨씬 전에 시에서 철거해버렸을 것이다.

무너지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집 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직 타 버린 잔해들이 남아 있는 것일까?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남아 있을까?

아버지가 있던 흔적은 남아 있을까?

두 사람의 추억은 남아 있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나는 집을 올려다 봤다.

가로등에 비친 창가에, 오렌지 빛의 형체가 떠올랐다.



창문 근처에, 작은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검고 붉은 얼룩이 여기저기 보인다.

여자 아이는 금이 가고 불에 녹아 눌어 붙어 피가 흐르는 입술로 말했다.



[아빠, 뜨거워...]



...지금도 아이의 아버지는 행방불명이라고 한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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