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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송의 동생이자 명나라의 제독이었던 이여매의 후손 아무개는 힘이 장사였고 검술이 뛰어났다.


일찍이 전라도 완산 진영에 부임되어 가게 되었는데, 금강에서 한 부인과 같은 배를 타고 건너가게 되었다.


강 중류에 이를 무렵 어떤 중이 강둑에 도착하여 뱃사공을 부르며 말했다.




[어서 이리와 배를 대시오.]


뱃사공이 중을 태우기 위해 배를 돌리려고 하자, 아무개는 화를 내며 뱃사공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중이 하늘로 뛰어 오르더니 공중을 날아 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부인의 가마가 있는 것을 보고는 안을 들여다보며 말하였다.


[제법 예쁜데?]


중이라는 사람이 부인을 희롱하며 온갖 방자한 말을 늘어놓는 꼴을 보자 아무개는 한 주먹에 중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금방 중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본 터라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어 내심 참고 있었다.


이윽고 배에서 내려 육지에 도착하자, 아무개는 중을 꾸짖으며 말했다.


[네가 비록 하찮은 중이지만, 엄연히 중과 속인이 다르고 남녀가 유별하다. 그런데 어찌 감히 부인을 희롱하느냐!]




그리고 아무개가 가지고 있던 철편으로 온 힘을 다해 때리자 중이 그 자리에서 죽어 나자빠졌다.


아무개는 중의 시체를 강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개는 전주에 도착해 감사를 알현하고, 금강에서 있었던 일을 말한 뒤 영내에 머물렀다.




몇개월이 지나자 성문 밖이 떠들썩하는데 그 소리가 그칠 줄을 몰랐다.


감사가 의아해하며 그 까닭을 묻자, 문지기가 들어와 아뢰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어떤 중이 들어와 사또를 뵙자고 합니다. 저는 말리려고 했지만 제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드옵니다.]




이윽고 중이 들어오더니 마루 위로 올라와 감사에게 인사했다.


감사가 말했다.


[너는 어디 사는 중이며,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왔느냐?]




중이 말했다.


[소승은 강진 사람인데, 비장 이아무개가 지금 이 곳에 있습니까?]


감사가 말했다.




[어찌하여 그것을 묻느냐?]


[이비장이 때려 죽인 스님은 바로 소승의 스승님입니다. 그렇기에 소승은 원수를 갚으러 왔습니다.]


[이비장은 지금 서울에 갔다네.]




[언제 돌아옵니까?]


[한 달을 기간으로 잡고 갔으니, 다음달 10일쯤에는 돌아오겠지.]


[소승은 그 때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그가 재주를 부려 도망칠지라도 제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테니, 도망칠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러더니 중은 즉시 작별 인사를 하고 갔다.


감사는 이비장을 불러 중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대는 그 중과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




이비장이 말했다.


[소인은 집안이 가난하여 고기를 먹는 일이 매우 드물었습니다. 그 탓에 기력이 허합니다. 만약 하루에 큰 소 한 마리씩 한 달간 30마리만 먹을 수 있다면 저 중 따위가 어찌 두렵겠습니까?]


감사가 말했다.




[그거라면 천금 정도의 돈만 쓰면 될텐데 어려운 일도 아니구나!]


감사는 즉시 고기를 관리하는 아전에게 분부하여 날마다 이비장에게 소 한마리어치 고기를 주게 했다.


이비장은 또 황색 비단으로 좁은 소매를 댄 자주색 비단 전투복을 만들어 줄 것을 청하니, 감사가 그렇게 해 주었다.




이비장은 또 대장간에 찾아가 쌍검을 만들게 했는데, 백번이나 단련해서 만든 검이었기에 쇠도 자를 정도로 예리하고 단단했다.


이비장이 10일 동안 열마리 소를 먹자 살이 엄청 찌더니, 20일 동안 20마리의 소를 먹자 몸이 다시 수척해졌다.


그리고 한 달 동안 30마리의 소를 먹자 살이 찌지도, 마르지도 않아 보통 사람과 똑같았다.




이비장이 힘을 기르며 기다리니, 중이 약속한 날짜에 다시 와서 감사를 알현하고 말했다.


[이비장이 왔습니까?]


[이제 막 돌아왔네.]




이비장은 마침 옆에 서 있다가 중을 꾸짖으며 말했다.


[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네놈이 어찌 그리 당돌하냐!]


곧바로 중이 말했다.




[여러 말 할 것 없다. 오늘 나와 어디 누가 죽나 겨루어보자!]


중은 뜰로 내려가더니 바랑 속에 말아 넣어 두었던 검을 꺼내 손으로 그것을 폈는데, 그 검이 바로 상장검(霜長劒)인 듯 했다.


이비장 역시 뜰로 내려가 전투복을 입고, 손에는 한 쌍의 백련검(百鍊劒)을 든 채 송곳 신발을 신었다.




서로 상대하여 싸우기를 몸을 뒤척였다가 춤을 추기도 하고, 서로 물러났다 다시 달라 붙었다.


이윽고 검광이 번쩍번쩍 하다가 마침내는 은 항아리 모습을 이루더니, 두 사람이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뜰에 모여 앉았던 구경꾼들은 모두 혀를 차며 승패가 갈리기만을 기다렸다.




날이 저물자 하늘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더니, 곧이어 중의 몸뚱이가 선화당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성문 밖에 중의 머리가 떨어졌다.


사람들은 모두 이비장이 이겼다는 것을 알았으나, 날이 어두워지도록 이비장은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의심하게 괴이하게 여겼다.


이비장은 저녁 늦게서야 검을 짚고 내려왔다.


감사가 일의 연유를 물으니 이비장이 대답했다.




[다행히 사또 어르신의 은혜를 입어 고기를 먹어 원기를 보충하고, 전투복을 입어 중의 눈을 어지럽힐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끝장 났을 것입니다.]


감사가 물었다.


[중의 머리가 땅에 떨어진지 오래 되었는데 그대는 왜 이리 늦게 왔는고?]




이비장이 말했다.


[소인이 검을 쓰며 싸우다 보니 기분이 들떴습니다. 문득 조상님들이 계신 고국산천이 그리워져 농서성의 선영에 가서 한바탕 통곡하고 왔습니다.]





원문 및 번역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32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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