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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33rd]할머니의 일기

괴담 번역 2014. 4. 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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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를 무척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늘 할머니에게 응석을 부리곤 했다.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내가 어릴 때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할아버지마저 먼저 보내셨던 할머니는, 유일한 혈육인 나를 무척 사랑해 주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할머니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지, 할머니 댁에 갈 때면 언제나 나 혼자 갈 뿐 어머니는 함께 오지 않았다.

나는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할머니와 함께 신사에 참배를 가곤 했다.

할머니는 몹시 신앙이 깊었기에, 비가 오는 날이라도 참배는 반드시 가셨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매주 일요일마다 신사를 찾았다고 한다.

할머니의 따뜻한 손을 잡는 것이 무척 기분 좋아서, 나는 참배 가는 것을 좋아했었다.

신사에 도착하면 할머니는 언제나 손을 모으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대단히 오랫동안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나는 언제나 단순한 소원만을 빌고, 할머니의 진지한 옆얼굴을 바라보곤 했다.

할머니의 기도가 끝나면 [할머니, 뭘 빌었어?] 라고 물었지만, 할머니는 싱긋 웃을 뿐 한 번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가 사 주시던 아이스크림을 기대하며,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며 돌아오곤 했다.

그러는 한편, 나는 어릴 적부터 영능력이 강하다고 할까, 계속해서 나쁜 영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



매일 가위에 눌리다보니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불면증에 시달리곤 했다.

자고 있는 와중에도 누군가 다리를 만지는 것이 느껴지거나, 뱃 속에서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등 점점 괴롭힘도 심해져 갔다.

어머니와 함께 영능력자라는 사람을 몇 번 만나보기도 했지만, 무슨 일을 해도 소용이 없는데다 돈도 엄청나게 들어서 나도 체념하고 그저 괴로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될 무렵에는 그 정도가 점차 심해져, 교통사고도 여러번 당하고 매일 밤마다 가위에 눌리곤 했다.

거기에 귀신 때문인지 환각마저 보이기 시작해, 학교에도 못 나갈 지경이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집에 혼자 있는 내가 걱정되셨는지, 어머니가 회사에 가면 언제나 집에 와서 내 손을 꼭 잡아 주셨다.



그나마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만이 내게는 유일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일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게 늦어서, 그다지 이야기도 잘 나누지 못했다.

그 사이 나는 거식증에 걸려 매일 구토를 하다가 반대로 과식증에 걸리기도 하는 등, 몸 상태와 정신이 모두 불안정한 상태였다.



자살 시도도 몇 번이나 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실패해서, 사는 게 너무나도 괴로운데 정작 죽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그 탓에 언제나 할머니와 함께 하던 참배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엇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펑펑 울었다.

한동안 할머니 방에 틀어박혀서 할머니의 옷이나 이불을 꼭 끌어안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머니는 평소처럼 태연하게 회사에 출근을 했다.

솔직히 어머니 덕분에 먹고 살고는 있지만, 그런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2주 정도 지났을까.



점차 내 주변에서 나쁜 영에 의한 괴롭힘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게 딱 4명만 있던 친구 중 한 명은 전화로 [네가 가지고 있던 아픔들을 할머니가 모두 가지고 천국으로 가신 걸거야.] 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1년 정도 지나자 나는 완전히 괴롭힘에서 해방되었다.

제대로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할머니가 사시던 집을 팔게 되었다.



짐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오랜만에 할머니 댁을 찾았다.

이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고, 매일 무덤을 찾아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무렵이었다.

서랍 안을 정리하고 있는데, 보자기에 싸인 할머니의 낡은 일기장이 몇 권 나왔다.



그것은 매주 일요일마다 쓴 것이었다.

일기를 읽고나서, 나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처음으로 일기가 써진 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그 때까지 나는 아버지의 죽음이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은 자살이었다고 일기에 적혀 있었다.

원인은 어머니의 바람이었다고 한다.

충격이었고,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다음 페이지를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거기에는 나를 향한 할머니의 증오가 고스란히 담겨 있던 것이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였다.



나는 어머니가 바람 피운 상대의 딸이라는 문장부터 시작해, 죽이고 싶다던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등 내가 알고 있던 할머니와 같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다.

언제나 신사에 갈 때면 내가 괴로워하며 죽기만을 신사에서 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긴 세월 동안, 매주마다, 천천히.



바로 옆에 있는 어린 내가 저주 받아 죽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의 염원이 통했던 것인지, 나는 무척 괴로웠다.

그리고 할머니도 괴로워하며 세상을 떠났다.



일기는 그 자리에서 태워버렸다.

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차마 잊을 수 없는 일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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