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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47th]예쁜 머리카락

괴담 번역 2014. 6. 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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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1층 끄트머리에 있는 방입니다.


입지 조건도 좋고, 햇볕도 잘 들어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사를 하게 된 날, 도와준 친구들과 함께 밤새도록 술을 마셨습니다.


다음날 오후, 친구들이 술에서 깨 돌아간 후 샤워를 했습니다.


친구 중에는 흡연자도 있었기에, 머리에 냄새가 밴 것이 무척 기분 나빴기 떄문입니다.




나는 내 머리카락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파마나 염색도 한 적 없는 길고 예쁜 생머리입니다.


언제나 머리카락 손질도 빠트리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그 날 역시 샴푸, 트리트먼트, 린스를 모두 한 후 산뜻한 기분으로 욕실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샤워를 마치고 나와보니 방은 난장판이었습니다.


어젯밤에 먹고 굴러다니는 술병에, 안주로 뜯었던 과자 봉지를 내다버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문득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저기에 긴 머리카락이 잔뜩 떨어져 있었습니다.


딱 내 머리 정도의 길이였지만, 내 머리카락과는 모발의 질이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어제 온 친구 중에 머리카락이 긴 사람도 없었습니다.




새로 지은데다 이사한지도 얼마 안 된 집인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내 머리카락일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오늘은 이삿날에 못 왔던 친구가 놀러 오기로 했습니다.




친구에게 근처 역까지 왔다는 전화를 받고, 나는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 친구는 주변에서 영감이 강한 것으로 유명했지만, 딱히 머리카락이 떨어진 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냥 별 상관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아파트로 왔습니다.


어...?




방바닥에 또 긴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마 아까 청소하면서 깜빡 빠트린 거겠죠.


나는 재빨리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친구는 멀리서 찾아온 것이었기에, 당연히 하룻밤 묵고 갈 예정이었습니다.


[먼저 샤워 좀 할게.]


친구는 욕실로 향했고, 곧이어 샤워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도꼭지를 잠그는 소리가 들리더니, 친구가 당황한 얼굴로 욕실에서 뛰쳐나왔습니다.


[모, 목욕탕에...]


친구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우선 친구를 안정시킨 후 무슨 일인지 영문을 물었습니다.


[목욕탕에 머리가 긴 여자가 있었어!]


하지만 여기는 얼마 전에 지은 새 아파트입니다.




귀신이 나올 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친구는 돌아가겠다며 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난 여기서 도저히 못 있겠어. 어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도 가서 밤 샐 테니까 너도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해.]




그렇게 말하고 친구는 집에서 나가버렸습니다.


혼자 남겨지고 나니, 낮에 봤던 머리카락 일도 있어서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을거야.




여기는 새로 지은 아파트니까.


친구에게 말했던 것을, 나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시 되뇌이며 나는 샤워를 하기로 했습니다.


영감이 강하다는 것도 참 기분 나쁜 일이네.




남이 새로 이사 온 집에 이게 무슨 실례람.


마음 속으로 친구에게 온갖 욕을 퍼부으며 머리를 감고 있는데...


웬지 머리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두피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손톱이 아니라 손 끝으로 마시지 하듯...


평소와 똑같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웬지 이상합니다.




나는 머리를 감던 손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머리에 대고 있던 두 손을 눈 앞으로 가져왔습니다.


손톱이 아니라 손 끝으로 마시지 하듯.




또 하나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감고 있었습니다.


[누구야!]


뒤를 돌아보니 얼굴이 새까맣게 탄 여자가 내 머리 위에 한 손을 얹고 있었습니다.




[...예...쁜... 머리... 카락이네...]


바닥에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에, 겨우 나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샴푸 거품을 씻어내지도 못한 채 기절했기에 머리카락이 빳빳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재빨리 거품을 씻어내고, 옷만 걸친 뒤 아파트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공중전화로 친구에게 전화를 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났습니다.




[역시 내일 부동산 아저씨한테 찾아가 보자. 나도 같이 가 줄게.]


다음날 부동산 아저씨에게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파트가 생기기 전, 내 방이 있던 자리에는 꽃집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그 꽃집 딸은 긴 머리카락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미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 화재가 난 것입니다.


목욕탕에 있던 가스 보일러가 폭발했다고 합니다.




마침 샤워를 하고 있던 딸은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고, 소중하게 여기던 머리카락도 대부분 타 버렸다고 합니다.


그녀는 남자친구에게도 버림 받고, 혼자 방 안에만 박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금 남은 머리카락만은, 그것만은 무척 소중히 다뤘습니다.




샴푸, 트리트먼트, 린스를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반복했다고 합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으며 계속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내 머리카락, 예뻐?]




몇 번이고 반복하며, 계속 어머니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몇 안 되는 머리카락마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지나친 관리에서 오는 자극 탓이었는지, 하나씩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딸은 목욕탕에서 손목을 그어 자살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사다줬던 새 린스를 한 통 가득 한 번에 머리에 들이붓고.


[딱 아가씨처럼 머리카락이 예쁜 아이였소.]


부동산 아저씨는 나를 그리운 듯 바라보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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