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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랄까, 저주에 관한 이야기라 그닥 현실적인 공포는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관심을 가질 사람은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친가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친가는 깊은 산 속에 있어서, 핸드폰도 안 터지는 곳이다.


어릴 적에는 TV도 없고 게임기도 없으니, 산에서 놀 수 밖에 없었다.


해가 질 때까지 산에서 벌레를 잡으로 돌아다니거나, 기지를 만들어 전쟁놀이를 하거나 하면서.




당연히 산 속이니 여러 동물과 만나는 일도 잦았다.


뱀, 너구리, 그리고 원숭이.


특히 원숭이는 그 무렵부터 보호종으로 지정된 탓에 점점 수가 늘어나, 우리가 산에서 시끄럽게 놀고 있어도 곧잘 주변에 나타나거나 울음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그 당시 마을에서는 원숭이가 애물단지였다.


기껏 가꾼 밭을 망쳐놓거나, 집에 들어와 아이들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어른들은 정부가 원숭이 수렵을 금지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몰래몰래 직접 원숭이를 사냥하고 있었다.




잡은 원숭이는 모두 어느 할아버지네 집으로 보내졌다. 


그 할아버지가 마을 촌장 비슷한, 원로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원숭이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지만, 종종 원숭이의 사체를 들고 그 할아버지네 집으로 향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본 적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갑자기 그 할아버지네 집에서 나를 찾았다.


그 무렵에는 나도 머리가 커서, 얼마나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가를 절감하고 있었기에, 마을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그 할아버지는 정말 싫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부모님이 나서서 필사적으로 [다녀오거라.] 라고 보챘기에,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할아버지네 집에 가자, 소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정좌를 하고 있었다.


[올해 몇 살이느냐?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느냐?]


뭐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인사치레 후, 할아버지는 집 안, 다다미 20장 정도 크기의 방으로 나를 데려갔다.


방 한가운데에는 기분 나쁜 시체가 널려 있었다.


얼굴과 크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사냥한 원숭이인 듯 싶었다.




하지만 생긴 게 이상했다.


원숭이는 온 몸의 가죽이 벗겨진 채, 작은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언뜻 보면 송곳니가 난 채 가죽이 벗겨진, 작은 사내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시체 주변에는 다른 마을 노인들이 쭉 둘러앉아, 무언가 소근소근 말을 나누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아직 17살이지?] 라며 몇번이고 물었다.


갑작스레 펼쳐진 광경에 당황해 있는 내게, 노인들은 소복을 건네며 갈아입으라 했다.




둘러앉아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웠기에, 나는 순순히 그 말을 따랐다.


옷을 갈아입자 노인들은 시체를 방에서 뜰로 옮겨, 뜰에 있는 작은 대에 올려놨다.


[온마시라의 의식이니, A의 장남, B로다.]




할아버지가 거창하게 운을 띄우자, 주변 노인들은 끝도 없이 이름을 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한동안 듣고 있자니 그건 우리 집안 선조들의 이름이었다.


천천히 부르는 이름이 대를 이어 내려와, 내 이름까지 내려오자, 할아버지는 관솔불로 대에 불을 붙였다.




대는 불타기 쉽게 짚과 헝겊 같은 것이 깔려 있었다.


원숭이 시체가 기모노채로 불태워져간다.


주변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자욱해지고, 그 사이 노인들은 경 같은 것을 외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원숭이가 충분히 구워졌다고 생각한 것인지, 노인들은 원숭이를 불 속에서 끌어냈다.


그 후 구운 원숭이를 가지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어느새 잔치상이 차려져 있었다.




잔치상 중앙에는 공물을 올려 놓는 받침대 같은 게 있어, 거기에 구운 원숭이가 올려졌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받침대 주위를 한 바퀴 돌자, 노인 중 한 명이 원숭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똑같이 한 바퀴 돌도록 강요한 후, 해체한 원숭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내가 조심스레 한 바퀴를 돌자, 할아버지는 내게도 원숭이를 먹으라고 했다.


나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지만, 아주 살짝만 갉아 먹었다.


탄 부분을 입에 넣어, 씁쓸했던 것만 기억난다.




할아버지는 내가 조금만 먹은 게 불만이었던지 더 먹으라고 강요했지만, 그 쯤 되자 나도 이런 케케묵고 이상한 풍습을 따르는 게 화가 나서 그대로 뛰쳐나오고 말았다.


그 후 노인들이 나를 다시 찾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주변에서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른 지방의 대학으로 진학했다.




부모님은 자취방에 자주 찾아오셨지만, 내가 친가로 돌아간 적은 없었다.


부모님도 은근히 오지 마라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랬던 부모님에게 [집에 오거라.] 라는 연락이 온 것은, 취직하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였다.




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집에 돌아갔더니, 집을 나설 때와 달라진 것 하나 없는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라는 이야기를 집에 돌아온 첫날, 부모님께 들었다.


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죽기 직전에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고, 무사히 살아 있는지 걱정했다고 한다.


그제서야 나는 부모님께 [온마시라의 의식]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물어보았다.


부모님 말에 따르면, 먼 옛날 이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산신령이 아끼던 원숭이를 죽여버려, 그 이후 마을 전체에 원숭이의 저주가 걸렸다는 것이었다.




특히 그 할아버지네 집에는 기형아가 태어나는 저주가 걸려, 저주를 풀기 위해 온마시라의 의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가 17살이 된 해, 원숭이의 저주를 막기 위해 원숭이 고기를 먹인다는 의식으로, 부모님도 17살 때 다 원숭이 고기를 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네에 걸린 저주는 강했기에, 연령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원숭이를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의식 당시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려 했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털이 많고 불그스름해서, 몹시 원숭이와 닮은 모습이었다.


원숭이를 먹는 건 저주를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주를 더 강하게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이야기를 부모님께 말하자, 두 분은 한숨을 쉬며 말하셨다.


[다들 그런 생각은 했었지. 하지만 그 할아버지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었어. 몇 대 전부터 계속 그 믿음을 이어온 분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원숭이 고기를 좋아했었거든.]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나는 원숭이 고기의 맛을 떠올리려 했지만, 금새 그만 뒀다.


만약 맛있었다는 기억이 떠오른다면, 할아버지처럼 계속 원숭이 고기를 먹으려 들지도 모른다.




그게 두려웠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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