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내가 직접 체험한 일입니다.
지난해 여름, 어느 휴일이었습니다.
한밤 중에 편의점에 가려고 매일 같이 지나다니는 길을 걷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 1m 정도 크기의 틈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곳에 틈새가 있었나 싶었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나가려던 터였습니다.
뒤에서 빠른 걸음으로 또각또각하는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꽤 서두르는 듯 했기에, 나는 길 가장자리 쪽으로 걸음을 옮겨 추월해 지나갈 자리를 마련해줬습니다.
하지만 바로 뒤까지 들려왔던 발소리가, 갑자기 우뚝 멈춰섰습니다.
도중에 어디 빠질 길도 없고, 그렇다고 집 한 채 없는 빌딩 숲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뒤를 슥 돌아봤더니,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아까 그 틈새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뭘까 싶었지만, 그냥 저 사람도 틈새 안이 신경 쓰이나 보다 하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하려던 터였습니다.
그 여자는 어떤 주저도 없이, 틈새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갑작스런 모습이, 나는 새삼 그 틈새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혹시 지름길이라도 있는건가 싶은 생각에, 다시 돌아가 틈새 안을 봤습니다.
하지만 안은 그저 깜깜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멀리까지 칠흑 같은 어둠만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금방 전 여기로 들어섰던 여자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나중에 날이 밝으면 한 번 다시 와보자 하는 생각만 하고 그대로 가던 길을 갔습니다.
다음날.
친구와 만날 약속이 있던 나는, 기왕 가는 길이라 역으로 향하던 와중에 어제 그 틈새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젯밤의 기억을 의지해 찾아보니, 분명히 어제와 똑같은 곳에 틈새가 있었습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일단 그 틈새 안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틈새 안은 입구에서 고작 2m 떨어진 곳에 콘크리트 벽이 있어서, 앞으로 지나갈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벽에 혹시 문이라도 붙어 있나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건 없었습니다.
나는 내가 착각한 거라고 생각하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고 있자니, 저 앞 쪽에 10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벽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시간은 막차가 끊길락말락 할 때였으니, 새벽 1시를 넘을 무렵이었을 겁니다.
이런 시간에 왠 아이인가 싶었지만, 어차피 생각 없는 부모가 데리고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가 벽 속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들어간 것은, 오늘 낮에 봤던 그 틈새였던 것입니다.
서둘러 아이가 있던 곳까지 달려가자, 역시나 낮에 봤던 그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셔터가 내려진 양 쪽 건물과 주변 분위기로, 전날 여자가 들어갔던 곳도 틀림없이 여기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분명 낮에 확인했을 때 이 틈새는 들어가자마자 벽이 나오는, 막다른 골목이었을텐데...
딱히 다른 통로 하나 없는 곳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생각에 나는 틈새를 들여다 봤습니다.
역시나 그 안은 깜깜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두려웠기에, 나는 근처에 있던 작은 돌을 틈새에 던져 봤습니다.
안에 벽이 있다면, 보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돌이 벽에 맞는 소리는 들릴 테니까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돌이 벽에 맞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뿐 아니라 아예 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 확인을 위해 다시 한 번 돌을 던지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닥에 있는 돌을 줍기 위해 막 허리를 굽혔을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았습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어두운 틈새 안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내 팔을 잡고 있었습니다.
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 [우아아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치며 손을 뿌리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손은 믿을 수 없이 아귀 힘이 강해서,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손은 나를 틈새 안으로 질질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손에 저항하며, 다리를 빌딩 벽에 걸치고 드러누워 버텼습니다.
하지만 손의 힘은 너무나 강해 조금씩 안으로 질질 끌려들어갑니다.
문득 반대쪽 빌딩을 보니, 근처에 철제 간판 같은 게 있었습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 간판을 잡고, 그대로 그 간판으로 손을 후려쳤습니다.
팔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일이었지만, 눈 앞에 일어난 것은 전혀 예상 외의 일이었습니다.
간판이 얇고 날카로웠던 탓에, 간판에 맞은 팔이 그대로 잘려나간 것입니다.
갑자기 끌어당기는 힘이 사라진 탓에, 나는 그대로 도로 반대편까지 데굴데굴 굴러갔습니다.
하지만 팔에서 잘려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손은 여전히 강한 힘으로 내 팔을 잡고 있었습니다.
나는 미친 듯이 옆에 있는 가로등에, 나를 잡고 있는 손을 마구 내리쳤습니다.
내 팔도 부딪혀서 아팠지만, 그런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열 번 정도 부딪혔을 무렵, 우드득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손이 떨어져 저 멀리 날아갔습니다.
나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기서 도망쳤습니다.
나중이 되어 냉정히 생각해 보고서야 느낀 것이었지만,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내 팔에서 떨어진 손을 그대로 두고 도망쳤는데도, 사람의 손이 떨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팔에서 손이 잘려나갔을 때도, 피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나는 밤 중에는 그 길을 다니지 않습니다.
낮이라면 괜찮지만, 더 이상 밤 중에 그 길을 지나갈 용기가 없습니다.
결국 그 틈새는 무엇이었는지, 여자와 아이는 어떻게 된 것인지, 나는 전혀 모릅니다.
뭐 하나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작년에 실제로 겪은 일이었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괴담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역괴담][2ch괴담][498th]물고기 꿈 (7) | 2014.10.18 |
---|---|
[번역괴담][2ch괴담][497th]되풀이하는 가족 (11) | 2014.10.15 |
[번역괴담][2ch괴담][495th]도깨비가 만나러 왔다 (12) | 2014.10.13 |
[번역괴담][2ch괴담][494th]지장보살의 얼굴 (13) | 2014.10.10 |
[번역괴담][2ch괴담][493rd]아기 울음소리 (17) | 2014.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