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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97th]되풀이하는 가족

괴담 번역 2014. 10. 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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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초등학교 3학년인 내 동생이 겪은 일이다.


동생은 그 날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다가, 친한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 놀러 나갔었다.


저녁이 될 무렵,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엄마, 아빠랑 나까지, 가족 전원이 그 공원으로 마중을 나왔다.




그게 동생에게는 꽤 기분 좋은 일이었던지, 숨바꼭질을 중간에 그만 두고 친구들에게 먼저 가겠다고 소리를 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동생이 숙제를 시작하자, 왠일인지 내가 동생의 숙제를 봐 주러 왔다.


숙제를 하는 동안에도, 이런저런 게임 이야기 같은 걸 하며 잔뜩 신이 나 있었다고 한다.




꽤 기분이 좋았던지, 나는 계속 동생의 곁에 있었다.


이윽고 저녁 시간이 되서, 엄마가 1층 거실에서 우리를 불렀다.


방은 2층이기에, 큰 소리로 대답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아무 날도 아닌데, 저녁 식사는 진수성찬이었다.


동생이 좋아하는 햄버그 스테이크도 잔뜩이었다.


평소에는 과묵한 아빠도, 금새 자기 몫을 먹어치운 동생에게 [아빠 거 반 줄까?] 라며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 맨날 챙겨보던 만화영화 할 시간이 되어서 TV를 켰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화면은 지지직거리기만 할 뿐.


채널을 돌려봤지만 다른 곳도 똑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엄마가 리모콘을 손에 쥐더니, TV를 껐다.


싱글벙글 웃고 있었기에, 조금 기분 나빴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역시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가족들이 말을 걸어온다.




엄마는 [케이크가 있어.] 라고, 아빠는 [같이 목욕할까?] 라고, 나는 [새로 게임 샀는데 같이 하자.] 라고 각자 무척 매력적인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자, 동생은 약간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친절을 받으면 되려 심술을 부리고 싶어지는, 아이다운 성격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화장실에 간다고 말한 뒤 어디 숨어 돌아오지 않는 장난을 치기로 했다.


우리집 화장실은 문을 잠그면 손잡이가 아예 돌아가지 않는 구조라,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면 왠만해서는 열 수가 없다.


동생은 매번 화장실에서 그런 장난을 해대서, 나는 언제나 10엔짜리 동전으로 열쇠 구멍을 비틀어 겨우 문을 열곤 했다.




이번에도 동생은 평소처럼 화장실 문을 잠그고, 화장실 맞은편 탈의실에 있는 지하 창고에 숨어 가족들을 골탕먹이려 했다...고 한다.


말투가 확실치 않은 것은, 사실 동생이 공원에서 친구들과 헤어진 후, 행방불명이었기 때문이다.


동생은 숨바꼭질 도중 갑자기 [먼저 집에 갈게!] 라고 소리를 지르고 가버렸기에, 누가 데리러 왔는지 본 사람이 없었다.




동생은 해가 지고서도 집에 돌아오질 않았고, 우리는 걱정한 나머지 경찰에 신고를 하고, 동네 마을회관에 가서 스피커로 방송까지 했다.


아버지는 동생 친구들 집에 다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까지 당황해 이성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은, 태어나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완전히 기력을 잃고 쓰러져 울고 있었다.


나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남동생이 놀았던 공원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캐묻고 있었다.


솔직히 그 무렵에는 정말 큰일이 나버렸다는 생각 뿐이었다.




한편 동생은, 지하 창고에 숨어있던 와중에 자신을 찾는 동네 방송을 들었다고 한다.


깜짝 놀라 당황하고 있는데, 갑자기 거실 문이 드르륵 열리고, 3명이 우르르 화장실 앞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리고 아까 전처럼, [케이크가 있어.], [같이 목욕할까?], [새로 게임 샀는데 같이 하자.] 라며 말을 걸었다고 한다.




그 목소리가 아까와 완전히 같았다.


동생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문틈으로 몰래 그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그러자 그 세 사람은 다시 입을 열었다.




[케이크가 있어.]


[같이 목욕할까?]


[새로 게임 샀는데 같이 하자.]




그렇게 말하면서, 화장실 문 손잡이를 미친 듯 흔들며, 문을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치 문을 때려부술 것 같은 기세로,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생은 들키면 죽을 거라는 생각에, 겁에 질려 벌벌 떨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부서지고, 기분 나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그 가족 같은 무언가들은, 다시 입을 열었다.


[케이크가 있어.]




[같이 목욕할까?]


[새로 게임 샀는데 같이 하자.]


그것을 반복하며,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는 것이다.




동생은 그 틈을 타 뛰쳐나와, 신발도 신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고 한다.


정신 없이 그저 도망만 치다가 고개를 드니, 아까 숨바꼭질을 하던 공원이었다.


공원에는 경찰차가 수색차 나와있었기에, 동생은 울면서 경찰관에게 매달렸다고 한다.




그 경찰에게 연락을 받고 근처에 있던 내가 달려갔고, 무사히 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동생은 당시에도 경찰관에게 이 이야기를 했지만, 당연히 믿어주질 않았다.


일단 남동생은 발견된데다 건강에 문제도 없으니, 단순한 가출로 처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겨우 집에 돌아온 후, 진지한 얼굴로 TV 채널 하나하나를 다 확인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자, 도저히 장난이었다는 생각이 들질 않았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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