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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28th]미제 일렉기타

괴담 번역 2015. 1. 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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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된 옛날 일이다.


갑작스레 사정이 좀 생겨, 남편과 함께 친정에서 신세를 졌던 적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밴드를 하다가 만났고, 지금도 남편은 취미삼아 계속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사를 하자니, 당연히 짐을 옮겨 놓으니 남편의 기타, 베이스, 온갖 자재로 방이 가득 차 버렸다.


어떻게 어떻게 정리를 해서, 다른 악기들은 모두 케이스에 넣어서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다만 남편이 아끼는 기타 하나만은, 남편이 허겁지겁 케이스에서 꺼내서 스탠드에 기대 세워놓았다.




아무래도 미제다 보니, 일본처럼 습기 찬 기후에서는 케이스에 보관해 놓으면 악기가 완전히 뒤틀린다는 것이었다.


일단 거기까지 정리해 놓으니 대충 이사도 마무리되었고, 한여름에 이사를 하느라 완전히 녹초가 된 우리 부부는 옆방에 들어가 그대로 죽은 듯이 잠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어머니가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얘, 전기기타라는 건 대단한 거구나.]


무슨 소린가 싶어 되물었다.




[어제 한밤중에, 그 기타가 연주가 되더라니까.]


엥...?


남편이 한밤중에 일어나 연주라도 한 건가?




하지만 남편은 자신도 모른다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그게 아니야. 한밤중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데, 그 방에서 딩딩 소리가 나더라고. 안에를 보니까 글쎄 아무도 없는데 기타가 자동으로 연주를 하지 뭐니.]


자동으로...?




남편과 나는 당황해서 서로 마주보다 말을 잃었다.


온갖 상자와 악키 케이스 사이, 한밤 중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연주하는 기타...


도대체 누가 연주하고 있던 걸까...




하지만 어머니는 신나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역시 전기기타는 다르네! 미제랬지? 대단하네, 정말. 딩딩딩하고, 자동으로 연주까지 하다니!]


아무리 미제라도, 아무리 일렉기타라도 혼자서 연주하지는 않아요...




그 후로 우리는 몇 번 더 이사를 했고, 그 때마다 그 기타는 스탠드에 기대 세워놨다.


하지만 기타가 혼자 연주됐던 것은 그날 밤 하루 뿐이었다.


아마 우리 친정에 뭔가 있는게 아닌가 싶지만, 아직도 우리 어머니는 일렉기타는 자동으로 연주되는 악기라고 알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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