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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철이 들 무렵부터 배를 타 온, 진짜 어부 중의 어부다.


오랜 세월 바다 위에서 살아온 할아버지는, 바다의 대단함과 두려움에 관해 자주 잠자리에서 말해주시곤 하셨다.




개중에는 [집채만한 상어랑 7일 밤낮을 내리 싸웠다고!] 라던가 [회오리에 배가 말려 올라가 하늘까지 다녀왔단말이지.] 하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 내게는 술에 거나하게 취해 새빨간 얼굴로 말도 안 되는 무용담을 읊어대는 할아버지가 만화 주인공보다 몇배는 근사하게 느껴졌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느날, 평소와는 다른 진지하고 무서운 얼굴로 해주신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동료들과 고기잡이를 나섰다가, 갑자기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무언가에 올라타는 바람에 좌초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해도에는 그 근처에 암초나 섬이 있다는 정보는 없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배 밑 상태를 확인하려 동료 한 명이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고작 허리 정도까지만 물에 잠기고 발이 바닥에 닿았다.


시험삼아 할아버지도 뛰어들자, 수심 1m 정도 깊이에서 발이 바닥에 닿았다고 한다.


거기서 주변을 좀 걸어다니며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감을 잡으려 했지만, 20m 가량 주변을 걸어봐도 계속 바닥이 보였다고 한다.




동료 중 한 명이 물속으로 잠수했다 올라와서는, 적갈색의 울퉁불퉁한 바닥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발견되지 않았던 암초인가 싶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암초가 이렇게 난데없이 튀어나와 있을리가 없다.


고래나 무슨 다른 동물의 시체인가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치기에는 커도 너무 컸다.




여러 의견을 나누던 도중, 동료 중 한 명이 불쑥 중얼거렸다.


[이거 혹시 우미보즈(海坊主, うみぼうず)라는 거 아닌가...?]


'우미보즈'.




먼 옛날부터 전설로 내려오는, 어부들에겐 공포의 대상인 바다 괴물의 이름이다.


평상시라면 웃어넘길 소리지만, 눈앞의 모습을 보고는 그렇게 태연히 있을 수가 없다.


할아버지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사이, 처음 말을 꺼낸 동료가 뱃머리에 주저앉더니 온 정신을 다해 경을 외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를 포함해 나머지 동료들도 뒤따라 배에 올라타고서는, [나무아미타불...] 하고 외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마음 속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어! 살아 돌아가고 싶어!] 라고 계속 바랐다고 한다.




그 염불이 효과가 있었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잠시 뒤 우지끈하고 큰 진동이 배를 뒤흔들었다.


그리고는 곧 배가 올라타있던 '무언가' 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공포에 질린 할아버지와 동료들은 고기잡이를 내팽개치고 서둘러 항구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들이 보고 온 것을 이야기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할아버지는 여러번 같은 곳에서 고기잡이를 했지만, 그 '무언가' 를 만난 건 그 때 한 번뿐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게 뭐였는지 알고 싶던 시절도 있었다만... 결국엔 단념했다. 그건 분명 인간이 관계해서는 안 되는 것일게야.]


지금도 현역인 할아버지는, 고기잡이에 나설 때면 반드시 불단 앞에서 손을 모아 빈다고 한다.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풍어가 되기를, 그리고 두 번 다시는 그것과 만나지 않기를.]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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