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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합니다, 혹시 이 주변에 양옥집이 어딨는지 아시는지요?]


쇼핑 도중, 누군가 어머니를 불러세웠다.


돌아보니 웬 노신사가 서 있었다.




이 주변에 있는 양옥집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양옥집은 "추억의 마니"[각주:1]에 나오는 습지저택 같은 느낌의 집인 듯 했다.


누가 봐도 한눈에 양옥집이라는 걸 알 수 있는 훌륭한 집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집 주변에 그런 건물은 없다.


어머니는 미안하지만 모르겠다고 노신사에게 말했다.


노신사는 유감스러워하며 어딘가로 가버렸다고 한다.




나는 도쿄 세타가와구에 산다.


주변에는 확실히 고급 주택가도 있다.


하지만 그건 세이죠 등 일부 지역이고, 우리 집은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아버지는 이 곳 토박이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집에서만 살고 계시기에, 어머니는 일찌기 근처에 양옥집이 있었는지 아버지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반세기 이상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역시 금시초문이었다.


과거 세타가야는 밭이나 양돈장 뿐인 시골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동네에서 오래된 집들은 다 일본식 단독주택이다.


양옥집하고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것이다.


나는 주변에 연배가 있으신 어르신들께 여쭤봤지만, 역시 아무도 몰랐다.




다만 잡화상을 운영하는 아저씨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전에 그런 걸 물어본 아저씨가 있었는데 말이야.]


잡화상 아저씨도 양옥집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우리 어머니처럼 모르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분명 이 근처인데...]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는 것이었다.


웬지 그 양옥집이 신경쓰여서, 나는 산책하는 김에 그 건물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집 주변을 샅샅이 돌아다녀도 그런 건물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도중, 학교에 갔다 주변에서 하숙을 하는 친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번에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나왔는데 그만 길을 잃었지 뭐냐. 너네 집 주변은 꼭 미로 같더라. 똑같이 생긴 주택가에 비슷한 집들 투성이라 몇시간 넘게 헤맸다니까.]


그건 그렇다.




우리 집 주변 뿐 아니라, 세타가야라는 동네 자체가 그런 곳이다.


길에 익은 사람이 아니면 쉽게 헤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길도 꽤 복잡한데다, 주변을 둘러봐도 닮은 곳 뿐이다.




몇십년 넘게 살아온 사람도, 자기 집 주변을 벗어나면 길을 잃기 십상인 것이다.


[음, 그건 그렇고 엄청 고급스러운 집을 봤어. 역시 세타가야에는 부자들이 많이 사는구만.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양옥집이 있더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곧바로 친구에게 그 양옥집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다.


갑작스런 내 부탁에 친구는 조금 놀란 듯 했지만, 양옥집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돌로 된 담으로 둘러싸여있고, 철책으로 된 문이 엄청 멋있더라. 문패 같은 건 잘 기억이 안 나네. 어두워서 뜰은 잘 안 보였지만, 나무가 몇 그루 있었던 거 같아. 건물 곳곳에는 담쟁이덩굴이 얽혀서, 한눈에 봐도 고풍스러운 느낌이었어. 석양의 오렌지색 빛이 창문에 반사되서, 무척 아름다운 집이었지. 사람 모습은 못 봤지만 웬지 빈 집이 아니라 누가 사는 집 같더라.]




노신사가 어머니에게 물어봤던 집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양옥집의 위치를 물었지만, 친구도 길을 잃고 헤매며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었기에 정확한 장소는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하필 그 무렵 친구는 지방에서 막 상경했던 터라 길이 눈에 익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우리 집 근처 대로로 나왔었으니, 우리 집 근처일 것이라고 친구는 덧붙였다.


우리 가족이나 이웃들은 그런 집을 본 적이 없는데, 지방에서 막 올라온 친구는 보았던 것이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나는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아직 세타가야의 고향집에서 계속 살고 있다.


아직까지 그 양옥집은 본 적이 없다.


그 외에도 양옥집을 본 사람이 있을까?




찾아낸 사람은 안에 들어가 봤을까?


만약 안에 들어갔다면, 집 주인과 만났을까?


안에는 무엇이 있는걸까?




그리고 누가 살고 있는걸까?


신경은 쓰이지만 알 도리가 없다.


지금까지 양옥집을 본 사람은 모두 외지인이었다.




혹시 지역주민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하고보니 전혀 있을 것 같지 않는 소리지만...


혹여나 당신도 세타가야에서 길을 잃은 후, 훌륭한 양옥집을 발견한다면 그 집일지도 모르겠네.





 

"추억의 마니"에 나오는 습지저택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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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브리 스튜디오의 2014년작 장편 애니메이션. 지브리 스튜디오 최후의 작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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