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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나 이야기다.


누나한테 직접 듣거나 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리 누나는 영감이 있는 것 같다.


이건 내가 중학교 때 일이다.




그날 학교가 끝난 후, 친구 A랑 B가 우리 집에 놀러왔었다.


2층의 내 방에서 평범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


해가 저물 무렵, 슬슬 친구들이 돌아가려 하는데, 꽝하고 엄청난 기세로 방문이 열렸다.




다들 깜짝 놀라 얼어있었다.


문밖에는 우리 누나가 서 있었다.


누나는 B를 가만히 째려보더니 한마디 툭 뱉었다.




[...고양이 13마리. 이 쓰레기야. 너 어떻게 한거야, 걔들한테. 이제 곧 모습을 드러낼거야.]


순간 방안이 어슴푸레해졌다.


불은 그대로 켜져 있는 상태였는데도.




그와 동시에 털이 흠뻑 젖은 개한테서 날 법한 비릿한 냄새가 방안에 가득 찼다.


구역질을 느껴 입을 막고 몸을 숙이자, B의 발목이 보였다.


내장까지 전부 뜯겨나가 피투성이가 된, 갈기갈기 찢어진 동물의 시체가 보였다.




삼색털, 검은털, 갈색털 죄다.


정말 끔찍했다.


피거품까지 일고 있었으니.




[너, 두번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마.]


누나는 그렇게 말하고, 방문을 닫고 가버렸다.


이상하게 누나가 나가자 곧 내 방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얼굴이 창백해져서 A와 마주 보고 있는데, B가 바닥에 주저앉아 말했다.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어... 왠지 말이야, 달라붙어 오는 고양이를 잔혹한 방법으로 죽이면 죽일수록 시원했거든...]


서 있는 내게 B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등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평소 B란 녀석은, 성실하기 그지 없고 상냥한 친구였다.


그런 짓을 할 거라곤 꿈에도 상상 못했으니.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던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후 나와 B는 점차 소원해졌다.


서서히 B의 모습도 이상해져갔다.




혼자말을 중얼중얼 되뇌이기도 하고, 벽을 보며 사과하기도 하고.


얼굴도 초췌해져서, 원래 나이보다도 훨씬 더 늙어보일 정도가 됐다.


B는 그 다음해 봄에 전학을 갔기에, 그 이후 소식은 나도 모른다.




최근에 들어, 나는 누나에게 문득 그 때 일이 떠올라 물어봤었다.


[혹시 그 때 B 녀석, 어떻게 도와줄 방법은 없었을까, 누나?]


누나는 또 한마디 툭 던질 뿐이었다.




[어떻게든 찾아보면 방법은 있었겠지. 근데 귀찮잖아.]


나는 B나 고양이들의 원한보다, 우리 누나가 더 무섭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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