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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뭐가 있었던 건 아니라 어디다 털어놓기도 그래서 여기 올려본다.


자전거를 타다가 겪은 일이다.


앞에서 자전거 한 대가 달려오더라.




자전거를 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앞에서 누가 오면 서로 길 옆으로 붙어서 먼저 가라고 양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앞에서 오는 자전거를 보자마자 길 옆에 딱 달라 붙어 지나가곤 했다.


그 날 역시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상대방을 발견하고, 길 구석에 붙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심보인지, 맞은편 자전거도 나랑 똑같은 쪽 구석에 붙어서 달려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다 싶어 내가 반대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곧 그 자전거도 마찬가지로 반대편으로 달라붙었다.


나는 조금 초조해졌다.




멍하니 달리고 있었기에, 정신을 바짝 잡고 상대방을 보고 제대로 피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이상한 걸 눈치챘다.


상대방과의 거리가 전혀 좁혀지질 않고 있었다.




어라? 하고 당황해서 자세히 보니, 앞에 있는 자전거는 나와 똑같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거기서 그냥 마음을 놓고 다시 멍하니 페달을 밟았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또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겁에 질려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앞에 달려가고 있는 자전거에 탄 사람은, 내게 얼굴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새까만 원피스를 입은채, 분명히 내게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저녁 무렵이라 빛이 얼마 없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얼굴이었다.


모자도, 가면도 아니었다.


그렇게 나를 바라보며, 그 녀석은 앞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자세히 바라봤지만 자전거가 앞을 향하고 있다는 것만 보였고, 몸이 어느 쪽으로 돌아서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검은 원피스 옷자락이 다리까지 내려왔거든.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옆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빙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 없이 집에 돌아왔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도 무서운 일이다.


그 녀석은 내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똑같이 옆으로 따라붙었었다.




계속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내 앞에서 달리고 있었던 걸까?


그 날 이후 그 녀석을 만난 적은 없지만, 아직도 앞에 자전거가 보이면 순간 소름이 끼치곤 한다.




도대체 정체가 뭐였을까.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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