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N이 어느날 엄청난 이미지 체인지를 하고 나타났다.
나처럼 수수하기 짝이 없던 N은, 그때까지 화장이나 멋부리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아이였다.
맨날 쌩얼인데다 염색 한번 한 적 없었고, 머리도 허리 정도 길이에 옷도 수수한 것만 입고 다니곤 했다.
그런 N이, 갑자기 화장을 떡칠하고 옷과 악세사리도 화려하게 꾸며입고 나타났다.
머리카락도 과감히 잘라 단발머리에, 파마까지 해서 그야말로 대변신이었다.
나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은 다들 입을 떡 벌리고 놀랄 뿐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N을 못 알아봤다.
인조 속눈썹 잔뜩 붙이고 가슴팍이 트인 캐미솔과 숏팬치를 입은, 과감하다기보다는 망측한 꼴이라 도저히 이미지가 겹치질 않았으니.
당연히 친구들은 모두 무슨 일이냐고 나무라거나, 뭔가 패션에 눈이라도 뜬 거냐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하지만 N은 언제나 대충 얼버무리고 말 뿐이었다.
원래 N은 얌전한 성격이라 친구들도 비슷한 아이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점차 아이들은 N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N은 과격한 패션을 그만두질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 N은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나쁜 애인한테 속아 사랑의 도피를 했대.], [물장사에 뛰어들었다나봐.], [빚이 생겨서 야반도주했다던데?]
온갖 잡소문이 나돌았지만, N이 퇴학처리되자 그 소문도 금새 사라졌다.
그리고 몇년 후, 나는 우연히 N과 인연이 닿아 우리 집에서 같이 술 한잔하게 된 적이 있다.
여전히 N은 과격한 패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성형도 좀 했는지 얼굴도 내가 알던 모습에서 좀 변해 있었다.
과거 얌전했던 N은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N에게, 왜 그런 이미지 체인지를 한 거냐고 물었다.
N은 또 이리저리 얼버무리려 했다.
하지만 술이 좀 들어가자, [너한테는 이야기해줘도 될 것 같다.] 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느 깊은 밤, N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도중이었다고 한다.
집 근처 작은 산, N은 이상한 사람과 마주쳤다고 한다.
흰 기모노를 입은 중년 남자였다.
한손에는 인형 같은 걸 들고, 다른 한손에는 쇠망치를 든채 산속 길을 헤메고 있었다고 한다.
흰옷 입은 남자는 N을 보자, 전력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N은 죽어라 자전가 페달을 밟아 도망쳤다.
그때만 해도 N은 그 남자가 그냥 이상한 사람이라고, 병원에서 도망친 정신병자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N은 한동안 줄창 페달만 밟았지만, 오르막길이고 해서 체력이 다하고 말았다.
뒤를 보니 남자도 없어서, N은 잠시 멈춰 쉬기로 했다.
한숨 돌리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저 앞에 사람이 보였다.
그 남자였다.
남자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산속을 헤쳐 N을 앞질러 간 것이었다.
N은 다시 미친듯 페달을 밟아 도망쳐, 그날은 아르바이트 하던 가게 근처 카페에서 밤을 샜다고 한다.
그 남자는 이른바 "축시의 참배"를 하고 있었고, N은 그걸 목격해버린 것 같다.
축시의 참배는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저주가 역류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하기 때문에, 만약 들키면 그걸 본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기 얼굴을 그 남자가 알고 있다는 것에 겁에 질린 N은, 바로 카페 옆 미용실이 문을 열자마자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화장을 한 것이었다.
옷도 근처 가게에서 완전 반대되는 이미지의 것으로 사 입고, 자전거는 버려버렸다.
하지만 그러고도 N은 남자가 자기를 죽이러 올까 두려워 지금까지도 과격한 패션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N이 그 이야기를 너무나도 진지하게 해서, 술에 취한 나는 무심코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게, 어떻게 봐도 피해망상인데다 걱정이 너무 심하니까.
그렇게 말하자, N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기 하나 없이 말을 이었다.
[그 남자는 아직도 그 마을을 배회하고 있어. 나를 찾아서 죽이려고. 너도 조심해야 해. 지금 너, 그 때 나랑 좀 비슷한 이미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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