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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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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을 다닐 때니,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다.

친구가 승합차를 산 기념으로, 친한 여자아이들을 꼬셔서 같이 단풍놀이를 갔다.

산 속에 호수가 있어 그 주변으로 등산을 할 수 있는,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통나무로 계단과 난간을 만든 잘 정비된 길이 있어 걷기 편한데다, 날씨도 쾌청하고 선선해서 정말 딱 좋았다.

한동안 그렇게 산길을 걷고 있는데, 노란색 줄이 쳐져 통행금지하고 써져 있는 구역이 보였다.

코스 상으로는 그 곳도 지나갈 수 있지만, 줄을 쳐서 지나가지 못하게 해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운동신경이 좀 있으면 줄이 쳐져 있는 나무를 넘어서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이 생긴 터였다.

슬슬 단풍 구경만 하는 것도 질리기 시작한 터라, 나는 그 곳을 넘어가 보기로 했다.

나름대로 운동신경에는 자신이 있었고, 같이 온 여자아이들에게도 뭔가 과시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말리는 것을 뒤로 하고, 괜찮다고 웃어 넘기며 나는 줄을 넘었다.

의외로 줄 너머는 바로 낭떠러지였다.

떨어지면 3, 40 미터는 족히 떨어져 호수에 추락할 높이였다.



확실히 줄로 막을만큼 위험하구나 싶어서 주변을 쓱 돌아보는데, 벼랑 근처 나무뿌리에 사진 액자가 벼랑 쪽을 향해 놓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주워보니 보통 가족 사진이다.

웃는 얼굴의 부모와 남자아이가 찍혀 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펴봤지만, 꽃이나 향을 피운 흔적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달리 사진 액자만 거기 버려져 있을 이유도 없었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금새 친구들 곁으로 돌아왔다.



다들 뭐가 있었냐고 물었기에, 나는 조금 부풀려서 [벼랑이 있었고, 사진 액자가 있었는데 그 옆에 꽃이 있었어.] 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전히 역효과였다.

여자아이들은 저주 받는 거 아니냐며 울상이 되어 무서워했던 것이다.



당황한 나는 그냥 별 거 없었다고 얼버무린 다음, 나머지 코스를 걷고 타로 돌아왔다.

그런데 가장 먼저 차에 올라탄 여자아이가 절규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차 안을 보니, 뒷좌석에 사진 액자가 놓여 있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아까 벼랑에서 봤던 그 액자다...

곧 그것을 본 다른 여자아이들도 비명을 질러, 차 안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남자 녀석들도 망연자실한 채 겁에 질려 있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 일단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차 주인이었던 친구가 [야, 미안하다. 이거 우리 친척 사진인데 여기 있었네.] 라고 말하며 용감하게 사진을 집어 트렁크에 던져버렸다.

결국 그걸로 겨우 그 자리는 진정이 되었고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그 녀석과 다시 만났지만, 전날 있었던 일에 관해서는 전혀 말이 없었다.

액자가 신경 쓰였기에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지만, 트렁크는 커녕 차 안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 날 그 녀석이 일회용 카메라로 마구 찍었던 사진 중 한 장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 녀석은 뭔가 더 무서운 것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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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역했습니다!

공지사항 2014. 5. 2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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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5월 20일에 전역했지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오늘이라서 열심히 공부하느라 글을 못 올렸어요 ^^;
그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몸 건강히 아무 문제 없이 사회로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
이전보다 꾸준히 이야기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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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43rd]아이의 손바닥

괴담 번역 2014. 5. 2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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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상을 떠난 우리 삼촌에 관한 이야기다.

독신이었던 삼촌은, 누나의 아들이었던 나를 친자식처럼 귀여워 해 주셨다.

나도 삼촌을 무척 좋아했기에, 나는 사회인이 된 후에도 삼촌 집에서 생활했고, 삼촌이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살았다.



그런데 삼촌에게는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삼촌은 아이들의 손바닥을 무척 무서워했던 것이다.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적의 내가 양 손을 쫙 펴고 손을 들면 금새 전속력으로 달려 도망칠 정도였다.



어릴 때 나는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자주 손을 삼촌에게 내밀고 삼촌을 따라 달려가곤 했다.

하지만 짓궂게 손을 내밀고 달리던 내가 까딱 잘못해 넘어지기라도 하면, 삼촌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애써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 주시곤 했다.

그런 마음씨 따뜻한 분이셨다.



사회인이 되고 몇 해 지났을 무렵, 나는 삼촌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며 TV를 보고 있었다.

그 날은 드물게 우리 둘 다 과음을 해서, 잔뜩 신을 내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릴 적 이야기까지 꺼내게 되었다.



삼촌은 어느해 설날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종종 TV에서 나오곤 하던 강시 영화를 본 내가, 잔뜩 겁에 질려 밤에 화장실도 못 가고 혼자 울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즐겁게 꺼내 놓았다.

삼촌 등에 꼭 매달려 숨은 채, 조심조심 화장실로 가던 내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면서.



삼촌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크게 웃었다.

어릴 적 부끄러운 이야기에 조금 화가 난 나는, 삼촌을 놀릴 겸 어린 시절 내 손바닥을 무서워하던 삼촌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동안 나는 삼촌이 얼마나 한심한 꼴로 내 손바닥을 무서워하며 도망쳐 다녔는지, 심술궂게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삼촌의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랄만큼 정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삼촌이 화가 났나 싶어 당황해 사과부터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삼촌이 평소에 말하지 못했던,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삼촌이 이야기 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삼촌은 좀체 입을 열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한 내가 뭐라 한 마디 하려는 순간, 삼촌은 느릿느릿 이야기를 시작했다.



젊은 시절, 삼촌은 트럭 운전사의 조수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트럭 운전사의 조수라고는 해도, 삼촌은 아직 면허도 못 따고 학원에 다닐 무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와 계약한 운전사 옆에 앉아, 길도 익히고 운전도 배우면서, 짐이나 나르는 것이 다였다.



젊은 시절이었기에 짐을 나르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목적지까지 향하는 길 중간에는 딱히 할 일도 없어 삼촌은 그저 창 밖 경치만 바라보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드물게 꽤 먼 곳까지 가게 되었다.

운전사랑 이야기 할 거리도 다 떨어진 삼촌은, 평소처럼 고속도로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지방은 며칠 전 눈이 내렸던 듯, 고속도로 길 여기저기나 벼랑 가장자리에는 희미하게 반쯤 녹은 눈이 남아 있었다.

잠시 경치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삼촌은 옆에 달리는 차 안에 작은 여자아이가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멍하니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여자아이도 삼촌을 바라본 것인지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다가 차차 웃는 얼굴로 삼촌을 바라봤다고 한다.



삼촌도 미소를 지어주며, 가족끼리 여행이라도 왔나보다 싶어서 부러운 마음에 계속 여자아이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아이는 신이 난 듯, 웃으며 유리창에 딱 달라붙어 삼촌을 향해 그 작은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기분이 좋아진 삼촌도 손을 흔들어 주려는 순간이었다.



[큰일났다!]

운전을 하고 있던 트럭 기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삼촌도 깜짝 놀라 앞을 보니, 거기에는 눈 때문에 타이어가 미끄러져서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내려오고 있는 대형 트럭이 보였다.



삼촌네 트럭도 갑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은 탓인지, 천천히 차체가 옆으로 기울고 있었다.

서서히 앞 유리창에 다가오는 아스팔트를 보며, 삼촌은 트럭이 옆으로 쓰러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황해서 안전벨트를 꽉 붙잡고 충격에 대비하는 삼촌의 눈 앞에, 똑같이 눈 때문에 미끄러져 옆으로 기울고 있는 여자아이의 차가 보였다.



여자아이는 옆으로 떨어지는 차 유리창에 딱 눌러붙어 있었다.

사랑스러운 얼굴이 유리창에 꽉 눌러붙어 완전히 찌그러져 있다.

이윽고 옆으로 기울다 못해 차는 아스팔트에 내던져지듯 굴러떨어진다.



빙글 돌면서 여자아이가 붙어있는 유리창 쪽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얼굴이 찢어지고 부서져 피가 흩날린다.

삼촌의 눈에는 그 모든 광경이 고속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천천히 비치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결국 삼촌이 탄 트럭도 그대로 전복했고, 삼촌은 그 충격 때문에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삼촌은 병원 침대 위에 있었다고 한다.

입원 도중 병문안을 왔던 상사의 말에 따르면 그 여자아이는 교통사고 충격 때문에 시신마저 제대로 수습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후 삼촌은 회사를 그만 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그리고 결혼한 뒤 아이를 얻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여자아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해도 공포감에 시달리게 되어 결국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삼촌은 아이의 손바닥을 보면 그 때 그 광경이 되살아나, 두려움을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피투성이가 되어서 새빨갛게 물든 채, 차가 회전할 때마다 아이의 형체가 무너져 가는데, 거기 달라 붙은 작은 손바닥만 하얗더라...]



그렇게 말하고 얼음이 녹아 옅어진 소주를 단숨에 들이킨 후, 빈 손으로 마구 머리를 긁던 삼촌의 모습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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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42nd]자수한 이유

괴담 번역 2014. 5. 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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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척 중에 교도관으로 일했던 사람이 있다.

다만 평범하게 간수로서 일한 것이 아니라, 교도소 내부에서 재소자들의 심리 상담이나 사회 복귀를 위한 상담 같은 것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친척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재소자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주로 그들이 지은 죄에 그에 대한 반성, 그리고 자수한 사람의 경우에는 자수하게 된 경위 등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중 A라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섬뜩해서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A는 원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하지만 현재 살인죄로 복역 중이다.

그가 죽인 것은 그의 아내였다.

일단 죽이기는 했지만, 살해 후 사체의 처리를 고민하던 A는 집 냉장고에 아내의 사체를 토막내 보관했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냉장고에서 토막난 사체를 조금씩 꺼내, 살을 잘게 다지고 뼈는 믹서로 갈아 가루를 낸 뒤, 화장실에서 흘려보냈다고 한다.

그것을 며칠 동안 반복하자 사체의 대부분을 없앨 수 있었다.

결국 머리만 남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얼굴을 갈아버릴 각오가 안 서서, 며칠 동안 머리만 냉장고 안에 그대로 넣어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A는 꿈을 꾸었다.

죽은 부인이 테이블 위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고개를 깊숙히 숙이고 있어서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테이블을 잡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좌우로 떨리고 있다.

점차 그 흔들림은 격해져서, 손톱이, 그리고 손가락이 테이블 주위에 흩어져 날아가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팔꿈치까지 날아가 사라진 팔에서는 새빨간 피가 흩뿌려지고, 뼈가 덜그럭대며 테이블을 두드린다.

거기서 잠에 깨어난 A는, 한동안 땀에 흠뻑 젖은 채 충격에 사로잡혀 움직이지도 못했다고 한다.

겨우 안정을 되찾고 거실로 향한다.



그런데 냉장고가 조금 열려 있고, 그 사이로 목만 남은 아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A는 냉장고를 닫고, 문을 청테이프로 막았다.

이 때까지는 겁에 질려 있을지언정 아직 자수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날, 냉장고에 넣어 둔 머리를 처리하기가 껄끄러웠던 A는 결국 새 냉장고를 사기로 했다.

1인용 소형 냉장고라 따로 배달을 부탁하지 않고 직접 가지고 돌아왔기에, 다른 사람의 눈에 청테이프로 감은 냉장고가 들킬 일은 없었다.

그리고 A는 그 날도 꿈을 꿨다.



어제와 똑같이 테이블 위에 아내가 앉아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제 끝났던 시점에서 꿈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뿐.

테이블 위에 있는 아내의 팔에서는 새빨간 피가 방울져 떨어진다.



이번에는 다리로 바닥을 차고 있다.

그 움직임이 점점 격렬해짐에 따라 바닥을 차는 소리도 쾅, 쾅, 쾅쾅쾅쾅쾅쾅쾅쾅쾅하고 점점 커져 간다.

점차 바닥에 피가 고이기 시작하고, 다리의 살점이 날아간다.



테이블 위에는 팔이 마구 흔들리며 피를 사방에 흩날리고 있다.

A의 뺨에도 살점과 피가 날아오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머릿속에서는 빨리 깨어나야 한다는 생각 뿐이지만, 꿈은 좀체 끝나지 않는다.



방 안 가득 흩날린 피가 기분 나쁘게 빛난다.

갑자기 아내는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서서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린다.



축 늘어져 있던 앞머리가 뺨에 달라 붙는다.

머리카락 틈새로 치켜뜬 눈이 A를 향한다.

그리고 얼굴을 완전히 들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내! 몸을! 돌려줘어어어어어!]

절규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를 듣고서야 A는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



이번에도 온 몸은 땀투성이였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머리를 처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A는 침대에서 뛰쳐나와 냉장고로 향했다.



그리고 그 각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토록 단단하게 붙여놨던 청테이프가 모두 끊어져 있고, 부인의 머리는 냉장고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 시선은 A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시선에서 결코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한 A는 그 길로 자수를 택했다고 한다.

[살해당한 사람의 원한은 언제까지고 남아 있는 모양이야.]

이야기 말미에 친척이 덧붙인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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