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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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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나는 문제아였다.


다만 문제아라고는 해도 수업을 빼먹는다던가, 다른 학교 애들과 싸우고 다닌다던가, 여자들과 술 먹고 놀러다니는 것 같이 그럴싸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귀찮아서 숙제를 안 해 간다던가, 점심시간에 학교 밖에 나가서 놀고 온다던가 하는 자잘한 교칙 위반이나 하는 조무래기였다.




하지만 당시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호랑이라서, 숙제를 안 해오면 클럽 활동이 끝나는 9시까지 사람을 잡아놓고 숙제를 마치게 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허구한날 숙제를 안 하던 나는 허구한날 학교에 남아 밀린 숙제를 하곤 했다.


그리고 입학하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평소마냥 학교에 남아 묵묵히 담임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의 숙제를 하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7시 반을 넘긴 터였다.


겨우 숙제를 마치고 교무실로 향해, 문을 열고 선생님을 찾았다.


[실례하겠습니다. A 선생님 안 계십니까?]




교무실에는 2, 3명의 선생님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중 담임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 있던 여자 선생님이 나를 보고 말했다.




[A 선생님? 아까 집안에 일이 있다고 먼저 퇴근하셨는데... 그거 책상에 놓고 어서 집에 가렴.]


나는 그런 줄 알았으면 진작 집에 갈 걸 그랬다고 투덜거리며, 담임 선생님 책상 위에 숙제를 올려놓고 교무실을 나섰다.


[아, 엘리베이터는 작동이 끝났으니까 계단으로 가야한다!]




뒤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학교는 7시가 넘으면 엘리베이터 전원이 나간다.


그 탓에 7시가 넘어서도 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죄다 계단으로 오르내려야만 했다.




계단은 각층 복도 오른쪽 끝에 붙어있다.


나는 우선 교실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계단으로 향했다.


내가 있는 1학년 8반에서 시작해, 7반, 6반을 계속 지나간다.




그리고 계단이 보일 무렵, 불이 켜져 있는 반이 있다는 게 새삼 눈에 들어왔다.


왜 지금까지 그걸 못 알아봤을까.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 그 반 안을 살짝 엿봤다.




그 안에는 여자아이 5명이 모여 앉아, 창문 밖을 보며 웃고 있었다.


웃고 있다는 것 자체는 별로 이상할 것이 없었다.


살짝 기분 나쁘기는 했지만.




하지만 뭐라 말하기 힘든 위화감이 있었다.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모두가 일제히 똑같은 얼굴로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웬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여기는... 음, 금방 전에 5반을 지나왔으니까 4반이겠지?


4반 여자애들은 이상하구나.


그렇게만 생각하고, 나는 계단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나는 동아리에서 4반에 있는 친구를 만나 이 이야기를 했다.


그 녀석은 [정말 우리반 맞아?] 라며 의심을 했다.


자기네 반에는 딱히 활발한 여자애도 없고, 이상하다고 느껴질만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 4반 애도 아닌데 4반에 들어가서 웃고 있었다는거야?]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웬지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우스갯소리로 대충 얼버무리려고 다른 말을 꺼냈다.




[야, 그래도 4반은 계단에서 가까워서 좋겠다. 불이라도 나면 금방 도망칠 수 있잖아. 우리 반은 맨 끝에 박혀 있어서 답이 없다니깐.]


[뭔 소리 하는거야. 우리 반도 맨 끝이어서 너네랑 똑같잖아.]


[엥? 너네 반이 계단에서 가장 가깝고 그 다음이 5반, 6반, 7반이잖아.]




[야, 너는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났는데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냐? 4층에는 계단 옆에 1반부터 시작해서 가장 안 쪽에 4반까지 있고, 5층에는 계단 쪽에 5반부터 있고 가장 안 쪽에 8반이잖아. 이 바보 자식아.]


그렇다면 도대체 내가 봤던 계단 옆의 교실은 어디였던 것일까...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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