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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

[번역괴담][2ch괴담][465th]고양이 죽이기

괴담 번역 2014. 8. 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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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집에서 가까운 사립 여학교에 진학했던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같은 초등학교에서 온 아이가 없었을 뿐더러, 입학하자마자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지면서 나는 완전히 왕따가 되어 버렸습니다.


소문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산 채로 뜯어 먹고 있더라.] 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중학교에 갓 들어간 여자아이들이라고는 해도 저런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지는 않았겠지요.


아마 다들 그냥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왕따를 한 명 만들어 두자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건 4월 말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그 때까지 약간 친해졌던 아이들도 말을 걸지 않고, 한 달여를 혼자 외로워했습니다.


6월이 된 어느날, 옆 반의 아이가 불러 빈 교실에서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정말 네가 고양이를 죽였어?] 라고 물었습니다.




내가 아니라고 하자, 이상한 부탁을 해왔습니다.


아무래도 그녀, 카가와의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사라진 모양인데, 최근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걸 내가 죽인 것으로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 거절했지만, 카가와는 집요하게 부탁하며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계속 거절하자, 끝내는 내 얼굴까지 때렸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무렵 점점 더해가는 스트레스 때문에 몸 상태도 영 좋지 않았던데다, 키도 작았기에 전혀 저항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카가와는 귀신 들린 것 마냥 무서운 분위기였기에, 나는 겁에 질려 결국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또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더욱 학대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무척 기쁜 듯 내 손을 잡더니, [그럼, "내가 미이를 죽였습니다. 카가와가 아니라, 내가 미이를 죽였습니다." 라고 말해.] 라며 시켰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그 말을 하지 않으면 돌려보내주지 않을 것 같았기에 결국 그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카가와는 내 손을 놓더니 몇 번이고 고맙다고 되뇌이고는 나를 보내주었습니다.




다음날, 어제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나는 학교에 나갔습니다.


다행히 새로 이상한 소문이 돌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계속 무시당할 뿐.




그대로 일주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어느날 쉬는 시간, [누가 널 부르고 있어.] 라며 같은 반 아이가 말을 걸어줬습니다.


일부러 나에게 그런 걸 알려주다니, 이 아이는 내 편인가 싶어 기뻤지만, 문득 주변을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느새인가 반 전원이 입을 다물고, 나와 교실문 쪽을 번갈아 보고 있었습니다.


교실문으로 시선을 돌리니, 거기에는 카가와가 있었습니다.


[잠깐 이리로 와 줘.]




하지만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카가와는 양 팔을 붕대로 칭칭 감고, 양 뺨에는 커다란 파스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학교 안인데도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에게 뭐라고 한 소리 듣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의 차림이었습니다.


카가와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방과 후에 학교 근처에 좀 와줬으면 해.] 라고 말한 뒤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날 학원에 가야만 했기에, 다시 그녀의 반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반 선생님은 [카가와는 요새 사흘째 학교에 안 오고 있어.] 라고 알려줬습니다.


나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저 나를 불러내기 위해 학교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그녀가 부른 것 자체가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학원에 가야한다는 핑계로 자신을 타이르고, 약속을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하루를 보낸 후, 나는 몹시 지친채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누군가가 길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밤 10시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그것은 카가와였습니다.


내가 깜짝 놀라 말을 걸자, 그녀는 [다행이다, 와 줬구나.] 라며 울며 기뻐했습니다.


그제야 눈치챘습니다.




그 곳은 낮에 카가와가 와 달라고 했던 장소라는 걸요.


혹시나 그 때부터 쭉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싶어서, 카가와에게 미안했습니다.


카가와는 여전히 붕대와 파스, 모자로 잔뜩 자신을 가린 채였습니다.




우선 공원까지 둘이서 걸어가 벤치에 앉자, 카가와가 울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고양이에게 작은 일로 화가 치밀어서, 2주 전에 죽여버렸다고 고백했습니다.


내가 죽인 걸로 해달라던 그 고양이는, 사실 카가와 본인이 목 졸라 죽였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후 연달아 무서운 일을 겪게 되어, 그게 고양이의 원한 때문이라고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소문이 있던 내게 부탁해, 고양이의 영혼을 억누르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쁜 짓을 해서 미안해. 같이 불제에 와 줬으면 해서...] 라며 부탁했습니다.




자신이 받아야 할 저주를 내가 받으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나는 신경이 쓰여서, [무서운 일이라니 그게 뭐야?] 라고 물었습니다.


카가와는 겁에 질린 듯 내게 달라붙었습니다.




[미이의 목이, 계속 다리에 부딪혀... 걷던 중에 뭔가 걷어 차인 것 같아 내려다 보면, 그게 미이의 머리야. 앞만 보고 계속 걸어봐도,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게 부딪히는거야... 그러다 밟기도 하고, 계속 그 모습이 변해가는 게 느껴져.]


카가와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자고 있으면 뭔가 따뜻한 게 이불 안으로 들어와. 아, 미이구나, 하고 꼭 껴안는데, 어라? 미이는 내가 죽였을텐데... 하고 눈치채는거야. 그럼 갑자기 그게 차가워지면서 뻣뻣해져. 놀라서 일어나면 없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 나까지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지만 내겐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나는 그런 일 전혀 없었어. 카가와한테는 아직도 그러는 거야?]




그녀는 [팔에 털이 자랐어!] 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양이의 털이야. 점점 늘어나. 게다가, 수염도 자랐어. 어제부터는 귀도 자라났다구! 봐, 이 귀를! 보라구!]


카가와가 흥분해 모자를 벗어 던졌기에, 나는 반신반의하며 일어나 그녀의 머리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귀 따윈 당연히 없었습니다.


[없잖아.] 라고 말하자, 그녀는 화가 난 듯 [있을거야, 있을거야!]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는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럼 수염도 보여줘 봐.] 라면서 파스를 떼려고 하자, 카가와는 갑자기 마음이 약해진 듯, [부탁이니까 그건 하지 말아줘.] 라며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보고 나는 카가와가 정신이 이상해졌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밤도 늦었으니까 어서 돌아가자.] 라고 권했습니다.




카가와가 불제에 함께 와 줬으면 한다고 재차 부탁했기에, [그래, 같이 가자.] 하고 달래줬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카가와가 뺨에 입맞춤을 하더니, 눈가를 핥았습니다.


솔직히 정말 기분이 나빴지만, 이미 나도 지쳐버렸기에 그냥 뿌리치기만 하고 둘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카가와는 다시 모자를 푹 눌러쓴 채였습니다.


한동안 걷고 있는데, 갑자기 카가와가 멈춰섰습니다.


앞서나가고 있던 내가 몇 미터 앞으로 나갔는데도 따라오지 않고, 뒤돌아서 이름을 불러도 가만히 고개만 숙인 채입니다.




그리고는 꼼지락꼼지락 제자리에서 다리만 움직입니다.


[저리 가!] 하고, 갑작스레 카가와가 소리를 쳤습니다.


아래를 바라본 채.




나는 혹시 내가 기분에 거슬릴 말을 했나 싶어, 그녀에게 사과하려 했습니다.


[미이! 저리 가라구!]


미이라니, 카가와의 고양이 이름이었을텐데...




카가와는 끊임없이 [미이, 저리 가.] 라고 외치며 다리를 작게 움직입니다.


그게 무언가를 밀어내는 듯한 모습이라는 걸 깨닫자, 혹시 지금 카가와씨에게는 미이의 머리가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땅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카가와, 거기엔 아무 것도 없잖아.] 라고 말을 건넸지만, 카가와는 잔뜩 흥분한 채였습니다.


결국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라고 소리를 지르며 크게 다리를 털더니, 그 '무언가'를 발로 차는 듯한 동작을 했습니다.


통!




그 순간, 무엇인가가 내 다리에 날아와 부딪혔습니다.


기분 탓이 아니라, 분명한 감촉이었습니다.


약간 작은 공 같은 것이 부딪히고, 저 멀리로 튀어 나간 것이 느껴졌습니다.




카가와는 고개를 들더니, 내 다리에 맞고 날아간 그것이 떨어졌을 법한 곳을 눈으로 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벙벙하는 사이, 카가와는 깜짝 놀란 듯 나를 보더니, [미안해!] 라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참을 수 없이 무서워져, 그녀를 두고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집에서는 가족들이 늦게 귀가한 나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안색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바로 목욕탕에 들어가, 혼자서 뜨거운 물로 씻은 후 거울에 비춰보니 아까 차였던 정강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겁에 질려 잠을 청했지만, 밤새 열이 올라 가족들이 간병을 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열은 금새 내렸지만,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학교에 연락을 하고 이틀간 학교를 쉬었습니다.


월요일에 학교에 가자, 같은 반 아이 중 두세명이 갑자기 사과를 했습니다.




다들 별 생각 없이 나를 무시하고 있었지만, 내가 학교까지 쉰 것은 처음이었기에 다들 잘못했다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시작으로, 결국 우리 반 아이들 거의 전부가 나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그 날 카가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2주 가량 카가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는 채였구요.


그 사이 점차 내겐 친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불제를 같이 드리자는 이야기도 잊은지 오래였습니다.


다만 다리에 생겼던 푸른 멍은 그 후로도 2년 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나는 미이의 이야기가 생각나 기분이 나빠지곤 했습니다.




그나마 중학교 졸업할 때쯤에는 멍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녀에게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기에 그 후 카가와가 어떻게 됐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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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적 이야기다.


친구 A네 집 맞은편은, 오랫동안 공터였기에 풀이 빽빽하게 자라있었다.


어느날, 친구 여럿과 함께 거기서 탐험 놀이를 하고 있던 도중, 고양이의 시체를 발견했다.




차에 치인 것인지 끔찍한 꼴이었다.


A의 말에 따르면 옆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죽음에 흥미를 가진다.




무섭고 기분 나쁜데도, 왜인지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5분 정도 관찰하다, 다들 A의 집으로 돌아가 같이 게임을 했다.


고양이에 관해선 비밀로 하고, 우리끼리만 알고 있기로 했다.




특별히 숨길 이유도 없었고, 옆집 사람을 골탕 먹이려는 것도 아니었다.


왜 그랬던 것인지는,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A의 집에 놀러 갈 때마다 고양이의 시체를 확인했다.




동물이 시체를 뜯어먹었는지, 얼마나 부패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곤 했다.


고양이 시체는 언제나 변함없이 거기에 있었다.


보름 정도 지난 어느날, A와 함께 하교하다가 그대로 A네 집에 놀러가게 되었다.




A의 집 앞에 도착하고, 놀기 전에 고양이를 보고 오기로 했다.


어느새 그건 우리들의 습관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A는 [더 이상 고양이는 없을거야.] 라고 말한다.




A는 자기 전에 30분 정도, 방 창문으로 공터를 내려다보곤 했다고 한다.


혹시 족제비나 들개가 고양이를 먹으로 오지나 않을까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날 밤 나타난 것은 자전거를 탄 낯선 아줌마였다.




밤 10시쯤 나타난 아줌마는 공터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뒤 나왔을 때는, 손에 봉투를 들고 있었다.


A는 왠지 그 봉투 안에 고양이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실제로 친구들과 확인해보니, 고양이의 시체는 사라져 버린 후였다.


그 아줌마는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고양이의 시체를 가져간 걸까.


지금도 한밤 중에 공터에 들어가, 고양이의 시체를 봉투 안에 넣는 아줌마를 상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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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63rd]잔류사념

괴담 번역 2014. 8. 2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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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제비뽑기에 져서 미화 위원회에 들어갔다.


미화 위원은 아침 6시부터 미화 운동이라는 이름의 교내 청소에 동원되는 허울만 좋은 자리다.


위원회는 3개 조로 나뉘어, 각 조가 한 주에 이틀씩 청소를 맡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촌스럽기 그지 없는 네이밍 센스지만, 나는 제 3 미화팀이었다.


1조는 월요일과 목요일, 2조는 화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우리 3팀은 수요일만 청소를 했다.




토요일엔 학교를 안 나가니까.


한 조는 각각 10명 정도로, 학년이나 성별은 모두 제각각이다.


어차피 아침에 청소하는 것 뿐이니 딱히 불만은 없었지만, 그 중 같은 3학년에 다니는 어두운 이미지로 알려진 이이지마란 놈이 있었다.




키가 작아 언제나 교실에서 책만 읽고 있는 녀석이다.


나는 [우와, 재미없는 녀석이랑 한 조가 됐네.] 싶었다.


다른 조가 더 재미있어 보여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개학 후 첫 수요일, 6시에 모인 우리 3팀은, 선생님의 지시를 받아 청소를 시작했다.


교정의 쓰레기를 줍는 쪽이 있는가 하면, 신발장을 걸레로 닦는 녀석도 있다.


그렇게 다들 각각 흩어져서 맡은 청소구역을 열심히 치우고 있었다.




그 중 나는 이이지마와 둘이, 체육관을 기름걸레로 닦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7시부터는 아침 동아리 활동이 있기에, 그 전에 쓱싹 해치우라는 거였다.


결국 나는 말 한 번 섞은 적 없는 이이지마와 둘이서, 체육관을 걸레로 밀기 시작했다.




아침 댓바람의 체육관은 딱히 기분 나쁠 것도 없고, 그저 시원하기만 했다.


이 참에 이이지마랑 뭔 얘기라도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냥 걸레질이나 했다.


솔직히 어색해 죽을 것 같았다.




엄청나게 조용한 체육관에서 하나도 안 친한 남자 녀석 둘이 말 한마디 없이 아침부터 걸레질이라니, 영 내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등 뒤에서 끽끽하고 소리가 난다.


농구 시합 도중 농구화가 바닥에 쓸릴 때 나는 그 소리다.




나는 바로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다.


주변을 돌아보자 이이지마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담담하게 걸레질을 하고 있다.


기분 탓인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저 멀리서 콩콩콩하고 소리가 난다.




공을 바닥에 튀기는 소리다.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아무 것도 없다.


내가 두리번거리고 있자, 등 뒤에서 [너도 들었지?] 라고 말소리가 날아온다.




깜짝 놀라 뒤를 보자, 어느샌가 이이지마가 다가와 있었다.


[너도 들었지? 지금 그거.] 라며 싱글싱글 웃고 있다.


어두운 웃음이 기분 나쁘긴 했지만, 이이지마가 먼저 말을 걸은 건 좀 의외였다.




나는 [지금 그거 무슨 소리야?] 라고 물었다.


[잔류사념.]


이이지마는 기름걸레 자루에 턱을 괴고 대답했다.




[사람의 생각이 어느 장소에 머문다는 건 자주 있는 이야기잖아. 생각해 봐. 예를 들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생전 애용하던 의자엔 왠지 아버지가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잖아. 이런 게 가장 흔한 잔류사념이야.]


나는 이이지마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유령 같은 거야?] 라고 물었다.




[그거야, 잔류사념이 원한이나 미련 같은 강렬한 거라면 자박령이 될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게 흔한 건 아니야.]


[그럼 뭐라는 건데?] 라며 나는 투덜거렸다.


[살아 있는 사람의 잔류사념이란 것도 있다구. 교장실에 있는 소파에는 앉기 좀 거북하지? 그것도 일종의 잔류사념이야. 교장 선생님의 생각이 머물러 있다는거지.]




헤에, 하고 나는 대충 대답했다.


하지만 내심 기분 나쁜 소리를 하는 녀석이구나 싶었다.


[아마 농구부에 있는 녀석의 잔류사념이겠지. 뜨거운 느낌이 들어. 꽤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의 생령 같은 거 같아.]




아아, 하고 나는 대답했다.


나는 이이지마는 생긴 것 마냥 괴짜구나 하고 생각하며 걸레질을 마쳤다.


열심히 걸레질만 한 덕인지, 다 끝났는데도 6시 30분이었다.




이이지마와 둘이서 체육관에서 나가려는데, 또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끽끽.


[야, 근데 생령이 연습을 하고 있어. 이 사람 누군지는 몰라도 진짜 농구를 좋아하는 거 같아.] 라고 이이지마가 말했다.




그러더니 체육관의 무거운 문이 열렸다.


농구부 주장 우치노였다.


[이야, 너희 아침부터 청소하고 있냐? 제비뽑기 한 번 잘못해서 고생이 많구만!]




나는 [아침 연습치고는 좀 이르지 않냐? 7시부터잖아?] 라고 물었다.


우치노는 씩 웃고 대답했다.


[현 대회가 코 앞이라구. 나한텐 마지막 대회인데다, 올해는 왠지 잘 될 것만 같아.]




나와 이이지마는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이지마는 살짝 브이자를 그려보인다.


우치노에게 [힘내라.] 라고 말하고, 우리는 체육관을 나섰다.




그 후, 청소를 너무 빨리 끝내서 대충 한 거 아니냐고 선생님한테 살짝 혼났다.


결국 남은 30분 동안 교정에서 쓰레기를 줍게 되었다.


7시가 되어 슬슬 다들 등교하기 시작하고, 나와 이이지마도 서로의 교실로 돌아갔다.




이상한 아침이었다 싶었지만, 조금 마음이 따뜻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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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는 예로부터 불곰으로 인한 문제가 잦은 것으로 유명하다.


외지 사람들에게는 딱히 감이 오지 않겠지만, 홋카이도 사람들 사이에선 산을 다닐 땐 방울을 차고 다니는 게 필수다.


곰 스프레이 또한 필수품이다.




불곰은 왠지 북미나 러시아 같은 곳에나 살 것 같은 이미지지만, 사실 전 세계 어디에도 홋카이도만큼 불곰이 밀집해 있는 곳은 없다.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제 자료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그런 홋카이도에서 대학을 다니며 아웃도어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내가 친구에게 들은 것이다.




어느 여름, 토카치 산맥 종주에 도전한 등산 동호회가 있었다.


구성원은 A, B, C, D, E로 총 5명.


A가 회장이고, B가 부회장이었다.




그들 중 A, B, C, D는 산에 자주 다니던 중급자였고, E는 그 해 갓 산에 다니기 시작한 초급자였다.


동호회 중 거개는 일찌기 불곰과 산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큰 마찰 없이 지나갔었다.


여기부터는 A가 수첩에 적고 있던 일기를 정리한 것이다.




산에 들어온 첫날째다.


딱히 사고도 없고, 계획대로 가고 있다.


다들 경치를 즐기며 열심이다.




이틀째.


이미 능선 상의 루트를 나아가고 있지만, 어젯밤 일기 예보에서 오늘 날씨가 영 좋지 않다기에 일단 머무르기로 했다.


예보대로 비바람이 점차 강해져, 텐트 안에서 식사를 했다.


트럼프를 하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때운다.


일기 예보를 확인하고, 내일 아침 비가 잦아들면 출발하기로 했다.


이틀째도 딱히 별 일 없이 끝났다.




사흘째.


아침에 가장 먼저 일어난 C가 바깥 날씨를 확인하려 텐트에서 나갔다.


돌아온 C에게 어떤지 물었다.


[조금 안개가 심해. 이대로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몰라.]


텐트 입구를 열고 바깥을 보니, 주변은 안개가 짙어 새하얗다.


우선 출발을 늦추리고 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텐트 밖으로 나왔지만, 안개가 갤 기미는 전혀 없다.


다들 어제 하루 쉰 것도 있어 가능하면 출발하고 싶어하지만, 사고가 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신중한 게 낫다.


그렇게 의견을 나누고, 오늘도 여기서 머물기로 했다.


낮이 되자 안개가 오히려 더 짙어진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걸어다니는 것은 위험하기에 텐트 밖으로 나가는 걸 금했다.


밤에 작은 사고가 있었다.


E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식사를 하고 냄비를 텐트 바깥에 내버려뒀다.


밤이 되면 야행성 동물들이 돌아다니기에 음식 냄새를 풍기는 것은 위험하다.


냄비는 금새 들여놓았지만, 잠시 뒤 동물의 가벼운 발소리가 텐트 주변에서 탐색이라도 하는 것처럼 걷는 것이 들린다.


여우다.


텐트에서 나와 멀리 쫓아냈다.


방금 그 냄비 때문에 온 걸까.


이 주변에는 불곰이 나온다.


낮에 만난 적은 몇 번 있지만, 밤에는 훨씬 위험하다.


어쨌거나 셋째날도 이렇게 지나간다.




나흘째.


아침에 바깥 정황을 살폈지만, 2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하다.


원래 일정은 이 날이 되도록 날씨가 풀리지 않으면 계획을 중지하고 다른 루트로 산을 내려올 작정이었지만, 안개가 너무 짙어서 걷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따로 의논할 것도 없이 이 날도 텐트에서 머물기로 했다.


오후에 조금이라도 안개가 걷히면 하산하려 했지만, 안개는 더욱 더 짙어질 뿐, 낮이 되어도 어슴푸레할 뿐이다.


트럼프 치는 것도 질리기 시작하고, 슬슬 이야깃거리도 떨어져 간다.


날이 저물자 빨리 불을 끄고 일찍 잠을 청했다.


텐트 안이 안개 때문에 축축해져, 텐트 안의 강한 습기 때문에 불쾌감만 높아진다.


잠자리에 누운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눈치 챈 B가 옆에서 자던 나를 깨웠다.


[아까 전부터 발소리가 들려. 여우가 아닌 거 같아...]


다들 깨어 있던 것인지, 다들 몸을 일으켜 귀를 기울인다.


무겁고 느릿느릿한 발소리가 들린다.


저벅.


저벅.


때때로 습기 찬 콧김 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숨을 죽인 채, 말 없이 바깥 모습을 상상만 하고 있다.


불곰인가...


텐트 주변을 따라 빙글빙글 발소리가 돈다.


아무래도 한 마리 뿐인 듯 하다.


심한 짐승 냄새가 코를 찌른다.


다들 누구부터랄 것 없이 텐트 가운데에 모여, 서로 몸을 붙인다.


그 사이 곰은 텐트에 코를 붙이고 열심히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냄새를 맡고는 텐트 주변을 돌고, 또 다시 냄새를 맡는다.


다들 공포에 질려 숨죽여 덜덜 떨면서, 서로 몸을 의지하고 옴짝달싹 않는다.


하지만 잠시 뒤, 전원이 몸을 크게 움직여야 했다.


곰이 쿵쿵 텐트에 온 몸을 던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텐트 천이 안으로 크게 밀려들어오며, 곰의 형태를 만든다.


어떻게든 거기 닿지 않으려 몸을 움츠린다.


곰이 마음만 먹으면 텐트 따윈 종이조각만도 못하다.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어떻게든 참으며, 마구 흔들리는 텐트 안에서 견딘다.


곰은 5분 정도 계속 텐트에 부딪히더니, 또 한동안 텐트 주변을 빙글빙글 걷는다.


다시 부딪히고, 걷는다.


E는 이미 울고 있었다.


나도 울 것만 같았다.


새벽녘까지 그것이 반복되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다들 잠시 잠을 청했다.




닷새째.


새가 우는 소리에 눈을 떴지만, 아직 안개는 개이지 않았는데 어슴푸레하다.


불곰의 냄새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어디선가, 아니, 텐트 바로 옆에서 살펴보고 있는 걸까.


다들 잠자코 앉아 있을 뿐이다.


몇시간이고 침묵만 이어진다.


오후가 되자 다시 발소리가 들려온다.


한동안 걸어다니더니 다시 사라진다.


저녁 무렵, D가 용기를 내 텐트 문을 살짝 열어 바깥 모습을 살핀다.


[안개가 개기 시작했어.]


희미하게 햇볕이 들어, 안개가 갤 조짐이 보였다.


바로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는 의견과, 내일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나뉘었다.


하지만 아직 곰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는데다, 지금부터 하산을 시작하면 걷는 사이 밤이 되어 버린다.


제대로 쉴 수도 없는, 등산로 중간에서 노숙을 해야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완전히 안개가 걷힌 것도 아니다.


악천후에 밤이라는 악조건까지 겹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사고의 지름길일 뿐이다.


회장으로서 도저히 하산을 허가할 수 없었다.


물론 나조차 공포에 질려 있었으니, 냉정한 판단이었을지는...


여하튼, 그렇게 해가 졌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단순한 공포 때문만이 아니라, 아까 서로의 생각이 대립했던 것이 원인이겠지.


그날 밤도 곰은 텐트 주변을 빙빙 돌다가, 종종 몸을 던져 부딪혀 왔다.


아무도 잠을 자지 않는다.




엿새째.


어제 오후 잠깐 안개가 갰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 마냥, 안개가 짙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다들 아무 말이 없다.


혹여나 냄새 때문에 곰을 자극할까봐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주변이 무척 조용하다.


곰의 냄새도 옅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몇시간 뒤, C가 [밖에 나갈래.] 라고 말했다.


다들 반대했지만, [바깥 상황을 확인만 할게. 곰도 지금은 주변에 없는 것 같잖아.] 라며 C는 끈질기게 허가를 요구했다.


금방 돌아오는 것을 조건으로, 나는 그것을 허락했다.


C가 안개 속으로 들어간 후, B는 나를 비난했지만,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잠시 뒤 발소리가 들린다.


C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우리는 텐트 문을 열려 했지만, 바로 손을 멈췄다.


짐승 냄새가 난다...


D가 가냘픈 목소리로 [C는?] 하고 묻는다.


곰의 콧김이 어제부터 훨씬 격하다.


곧바로 몸을 부딪혀 온다.


우리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서로 몸을 의지한다.


한동안 텐트 주변을 맴돌다, 곰이 주저 앉았는지 발소리는 사라졌지만 냄새는 변함 없이 지독하다.


그 날 내내 곰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고,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C는 돌아오지 않는다.


습격당한걸까.




...여기서부터 조금씩, 일기의 필적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한자도 쉬운 것을 빼면 점차 히라가나의 비중이 커진다.




레째.


오늘도 안개가 진하다.


배라도 채우러 간 건지, 곰의 낌새가 사라졌다.


한동안 다들 말이 없었지만, E가 [산에서 내려갈래.] 라고 말했다.


수면 부족 때문에 눈에는 핏발이 섰고, 목소리는 히스테리에 가득 차 있다.


설득을 해봤지만, 듣지도 않고, E는 [내려가면 구조를 요청할게. 기다리고 있어.] 라고 말하고 짐을 가지고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다섯 명이서 출발했는데, 이젠 나와 B, D 셋 뿐이다.


곰이 나타나지 않는 사이 냄새가 나지 않는 칼로리 메이트로 배를 채운다.


대화는 없다.


시간이 흐른다.


오후가 되어 밖을 봤지만 안개는 그대로다.


저녁 무렵, 곰이 왔다.


중앙에 모여 앉아, 곰의 충돌을 어떻게든 견딘다.


습도가 높아 붙어있는 사이 땀이 엄청나게 흐르지만, 다들 벌벌 떨며 그저 소리를 내지 않으려만 했다.


E는 산을 내려갔을까.




여드레째.


안개는 그대로다.


아침이 되자 곰의 낌새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도 [하산하자.] 는 말은 꺼내지 않는다.


그간 밀려 있던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달랜다.


이 일기를 가지고 무사히 돌아가고 싶다.


오후 2시경, B가 미쳤다.


처음에는 웃기 시작하더니, 새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는 웃으며 빈 손으로 텐트를 뛰쳐나갔다.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잡지 못한 채, 한동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금새 사라져간다.


D가 천천히 텐트 입구를 닫고, [가 버렸네.] 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D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밤도 곰이 왔다.


우리는 둘이서 몸을 맞대고,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흐레째.


오늘도, 안개가 짙다.


곰은 한동안 주변에 있는 것 같았지만 낮이 되자 어딘가로 가버렸다.


텐트 중앙에 붙어서, 잠시 눈을 붙인다.


몹시 조용하다.


저녁에 곰의 발소리 때문에 깼다.


곰이 부딪힐 때마다 울고 싶지만, 어떻게든 참았다.


집에 가고 싶다.


곰은 왜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걸까.




열흘째.


오늘도안개가짙다


오후에,D가일어나조용히밖으로나갔다


말리지않았다


안개가걷히지않는다


곰은 밤 늦게 왔다.


미쳐버릴것같다




열하루째.


오늘도


안개가


짙다


곰은


있다




열이틀째.


오늘도 안개가 진하다.




이들은 사전에 등산 계획을 경찰에 제출했었기에, 이상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은 곧 알려졌다.


하지만 보기 드문 악천후 때문에 경찰의 수색도 차일피일 미뤄질 뿐이었다.


안개가 걷히고 발견된 것은 아무도 없는 텐트와 마구 흐트러진 짐, 그리고 일기.




맨 처음 텐트에서 나왔던 C는, 텐트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목에 치명상을 입어서 즉사한 듯 했다.


그 다음으로 텐트를 나섰던 E는, 등산로 도중의 벼랑에서 실족해 떨어져 사체로 발견되었다.




B는 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곰에서 잡아 먹힌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D는 등산 루트 도중에 있던 벼랑 밑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A는 아직도 행방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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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짜리 딸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던 도중, 신사에 들러 제비를 뽑았다.


그런데 3번 연속 흉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일도 있나 싶어 놀라서 집에 돌아갔다.




그런데 돌아온 나와 딸을 보더니 아내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거, 뭐야?]


의아해서 돌아보니, 딸이 언제나 가지고 다니던 강아지 인형 대신 신사에 있는 작은 장식 사자 석상 한 쌍을 껴안고 있었다.




딸에게 묻자, 신사에 있을 때 신주 같아 보이는 남자가 나타나 갑자기 딸의 팔을 잡고 어딘가로 데려가려 했다는 것이다.


그 때 안고 있던 강아지 인형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마구 물어뜯더니, 그대로 남자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신사에서 내내 딸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당연히 그런 남자를 본 적도 없었다.




바로 신사에 전화해 물어봤지만, 딸이 본 것 같은 차림의 신주는 없다고 했다.


다음날 사자 석상을 신사에 돌려주러 갔는데, 거기서 만난 신주가 이상한 말을 했다.


[이 사자 석상은 가지고 계십시오. 앞으로 2번, 반드시 따님을 지켜줄 것입니다.]




나는 앞으로 2번이라니 무슨 소리인지, 누가 딸을 노린다는 건지 물었다.


[따님은 신의 공물로서 선택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제비를 뽑은만큼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그것만 말하고 신주는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은 무슨 질문을 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 날 밤, 첫 이변이 발생했다.


집 불간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 가 보니, 5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앉아서 경을 외고 있었다.




어머니는 딸을 데리러 왔다고 했다.


나는 제발 멈춰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생전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광분한 얼굴로, [시끄럽다!] 라고 외치고 일어서더니 딸이 있는 곳으로 가려 했다.




바로 그 때, 땅울림 같은 소리가 들렸다 싶더니, 갑자기 거대한 흰 개가 나타나 어머니를 한 입에 물고 불단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서둘러 딸에게 가보니, 딸은 자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맡에 두었던 사자 석상 한 쌍 중 한 마리가 사라진 채였다.




신주는 사자 석상 한 쌍이 딸을 지킨다고 했는데, 이젠 한 마리 밖에 없다.


나는 이튿날 아침, 바로 신사를 찾아가 그 일을 놓고 상의했다.


신주는 [사자 석상 한 쌍은 일심동체입니다.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다른 형태를 빌어 따님 곁에 있을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딸 주변에 혹여나 비슷한 것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여기저기를 찾아봤지만, 비스무리한 것은 좀체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번째 이변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다음날 낮, 내가 일을 하러 간 사이 누군가가 현관 초인종을 눌렀다.




아내가 문을 열자, 거기에는 키가 2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강아지 인형이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평소 딸아이가 안고 다니던 인형과 닮은 그것은, 비릿한 악취가 났다.


아내는 깜짝 놀라 문을 닫으려 했지만, 인형의 힘이 엄청나 막무가내로 집 안에 밀고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부엌에 있던 딸의 손을 잡고 어딘가에 데려가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 출근했던 내가 어디선가 네 발로 미친 듯 뛰어오더니 인형에게 돌진해, 이빨로 인형을 마구 씹어 토막을 내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




그 이후 아직까지 세번째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신사에서 제비를 뽑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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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우리 집은 아오모리 해안의 시골 마을에 있었다.


바다가 근처였기에 나는 어릴 적부터 자주 바닷가에서 놀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마을은, 연말 한 주간은 저녁에 바닷가에서 노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이던 해 섣달 그믐날, 나는 그 규칙을 깨고 말았다.


연말이라 부모님은 여기저기 모임에 불려다니느라 바쁘다.


혼자 지루했던 나는, 친구와 둘이 바닷가에 가 규칙을 어기고 밤 늦도록 놀고 있었다.




해안에는 바위가 깎여 작은 동굴처럼 만들어진 곳이 있었는데, 우리는 언제나 거기를 아지트로 삼고 모닥불을 피우거나 만화책을 읽곤 했다.


그리고 그 날도 그 동굴 안에서 놀고 있었는데, 거기서 이상한 것을 만난 것이었다.


그것은 작은 사람이었다.




첫번째로 나타난 녀석을 필두로, 여러 녀석들이 따라 나왔다.


하지만 첫번째로 나타난 녀석과는 달리, 나머지 것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비슷한 형태의 애완동물 같은 느낌이었다.


작게 울음소리를 내며, 이성이 없는 듯 그저 돌아다닌 뿐이다.




그러나 맨 처음 나타난 첫번째 녀석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예쁜 돌을 내밀었다.


왠지 무서운 느낌은 전혀 없고, 나도 친구도 [대단하다! 신기한 걸 찾았어!] 라며 잔뜩 흥분하고 있었다.


내가 작은 사람에게 돌을 받자, 어느새 그것들은 사라져 버렸다.




깜짝 놀라 동굴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디에도 작은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와 친구는 포기하고, 작은 사람에게 받은 돌을 누가 가질지를 놓고 다퉜다.


하지만 돌을 보여달라며 받아갔던 친구가 돌려주지 않은 탓에, 돌은 그대로 친구 차지가 되었다.




나는 몹시 분해서, [내가 받은건데! 다음에 만나면 꼭 돌려받을거야!] 라고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친구는 그 날 밤 죽었다.


밤 사이 고열이 오르며 앓더니, 아침이 되자 이미 숨을 거뒀다고 한다.




부모님은 우리가 그 날 바닷가에 갔던 것을 모른다.


하지만 내게 있어 친구의 죽음은 작은 사람에게 받았던 그 돌 때문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만약 그 날 내가 그 돌을 가지고 돌아갔더라면, 죽은 것은 내가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하노라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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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9th]젖병 무는 인형

괴담 번역 2014. 8. 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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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겪었던 기묘한 이야기다.


우리 아버지는 거지근성 같은 게 있어서, 근처 쓰레기장에서 언제나 다 망가진 가전용품이나 잡동사니를 찾아 [아깝게 이런 걸 버렸대.] 라며 집에 가지고 오곤 하셨다.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언제나 [부끄러우니까 그만 두세요.] 라고 부탁했지만, 그렇다고 말을 들을 아버지가 아니었다.




결국 다들 포기하고 아버지가 좋을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게 되었다.


아버지가 주워 오는 것은 별의별 종류가 다 있었지만, 그 중에는 도대체 왜 이런 걸 가져왔나 싶은 기묘한 것도 적잖았다.


그 중 하나가, 그 인형이었다.




어느날 집에 돌아왔더니, 나와 여동생이 같이 쓰는 방에 낯선 인형이 놓여 있었다.


어차피 또 아버지가 주워온 거겠지.


나는 [왜 이런 더러운 인형을 주워온거야...] 라며 투덜대며, 그 인형을 째려봤다.




아이들이 팔에 자주 껴안고 다니는, 흔한 젖병을 무는 인형이다.


긴 속눈썹에, 동글동글한 갈색 눈동자.


젖병을 물기 위해 살짝 열린 입술은, 당장이라도 뭐라도 속삭일 것만 같이 생겼다.




새 것이었다면 분명 사랑스러운 인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소유자가 인형을 꽤 거칠게 다뤘는지, 흰 뺨 한 쪽에 찍 검은 매직으로 낙서가 되어 있다.


그 뿐 아니라 눕히면 깜빡 감길 눈꺼풀도, 한 쪽만, 그것도 반밖에 안 닫혀서 마치 한 쪽 눈이 짓눌린 것 같은 험악한 꼴이 되어 버린다.




빈 말로도 귀엽다고는 못할 그런 인형을, 왜 아버지가 가지고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도 여동생도 원래 어릴 적부터 인형놀이를 좋아했기에, 방 안에는 미미 인형이나 케이스에 들어있는 프랑스 인형, 봉제 인형 등 수많은 인형들이 쫙 늘어서 있었다.


그 사이에 아버지가 주워온 이 인형이, 이질감을 발현하며 섞여 있던 것이다.




다른 인형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 놀았던 것들이니만큼 애착도 있고, 거기에 있다는 걸 부자연스럽게 여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 젖병 무는 인형만은 달랐다.


그 인형은 침대에서 자는 나를, 말 없이 그 눈동자만으로 매일 저녁마다 가만히 응시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꽤 기분 나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기껏 주워온 것을 함부로 버릴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방에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나는 기묘한 일들을 겪기 시작했다.




침대 위에서 여느 때처럼 누워 자고 있는데, 문득 귓가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 온다.


아이일까?


내 귓가, 그것도 무척 가까운 곳에서 갑자기 아이가 웃었다.




킥킥.


마치 못된 장난을 치고 나서 신이 난 듯한 웃음 소리였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웃음이었다.




하지만 점차 잔물결이 퍼져나가듯 와글와글 다른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2, 3명 정도일까.


전부 어린 아이가 웃는 것 같은 순진한 웃음소리였다.




그러더니 소근소근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바깥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나 싶었지만, 이런 한밤 중에 놀고 다닐 아이들이 있을리 없다.


게다가 소리는 바로 내 귓가에서 나고 있었고.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조금씩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자는거야? 자는거야?]


눈을 감고 있음에도, 위에서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누군가의 기척이 확실히 느껴졌다.




게다가 혼자가 아닌 여럿의 시선이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은, 내가 자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듯 했다.


그러다 그 중 한 명이 [자고 있는지 아닌지 시험해 보자.] 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내 몸은 벌벌 떨리기 시작하고,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공포에 온 몸이 굳었다.


결코 눈을 떠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그것들을 보면 분명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을 절대로 보면 안된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며, 나는 마음 속으로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하고 필사적으로 빌었다.




변함없이 머리맡에서는 아이들이 내 얼굴을 바라보며 소근소근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후로 의식이 사라지고, 정신을 차리자 아미 아침이었다.


눈을 뜨고 그저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며, 나는 아침이 되었다는 것에 가슴 깊이 안심했다.




하지만 그 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날부터 나는 같은 꿈을 몇번이고 계속 꾸게 되었던 것이다.


침대 위에서 내가 자고 있으면, 어디에선가 아이의 웃음소리나 이야기 소리가 들려 온다.




처음에는 이야기 소리 뿐이었지만, 점차 그 중 머리맡을 누군가가 타박타박 떠들썩하게 뛰어다니기도 했다.


2, 3명 뿐이었던 목소리도 점점 늘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이야기를 하고 즐겁다는 듯 뛰어다니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끊임없이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상태가 계속 이어져, 나는 몹시 무서웠다.




모두 어린아이의 목소리다.


순진하게 웃는 소리, 까불며 떠드는 소리.


그리고 개중에는, 명확하게 내게 악의를 가진 목소리도 있었다.




그들은 내 귓가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즐거운 듯 [자는거야? 자는거야?] 라며 말을 걸어온다.


대답하면 안 돼.


눈을 뜨면 절대 안 돼.




몸은 가위에 눌린 것 마냥 굳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나는 부들부들 떨며 공포와 싸우며, 꿈에서 깨기만을 그저 간절히 빌 뿐이었다.




또 누군가 내 옆에서 달리고 있다.


타박타박 복수의 작은 발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나는 2층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그들은 발소리를 내면서, 공중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렇게 무서운 꿈을 매일 같이 꾸니, 나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이 인형 때문이라고 느낀 것은, 어느날, 낮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반쯤 잠에 빠져 정신이 흐릿한 와중에, 나는 또다시 그 꿈을 꾸었다.


[자는거야? 자는거야? 슬슬 그런걸까? 슬슬 그런걸까?] 라며 떠드는 아이의 기척을 느끼고, 나는 왠지 이건 그 인형이구나 하고 느꼈던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명할 수도 없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는 직감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




내 얼굴을 바라보고, 집요하게 내가 자는 것인지를 확인하려는 그 녀석은, 그 젖병을 무는 인형이 아니라 젖병을 무는 인형 속에 숨어 있는 무엇인가라고, 나는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는 없었다.


정신이 나간 거라고 생각할 게 틀림 없었기에 나는 혼자 끙끙 앓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아래층 침대에서 자는 여동생도 무언가 이생한 낌새를 느끼지 않았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물었지만, 여동생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그런 소리 못 들었어.] 라고 평상시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젖병 무는 인형이 무섭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고,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이인 내가 알 도리가 없었다.




솔직히 나 자신이 정말 미친 것은 아닌가 싶어, 너무나 무서웠다.


어째서 나에게만 소리가 들리는 것인지, 어째서 내 주위에만 그들이 찾아오는 것인지.


옛날, 희미하게 여자 귀신을 본 적이 있었다.




혹시 영감이라는 게 그 때 내게 생겨 났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무언가의 낌새를 눈치채 버린 건 아닐까.


며칠 지난 어느밤, 또 그들이 찾아와 내 귓가에서 와글와글 이야기를 시작한다.




눈을 감고 있었기에 실제로 본 것은 아니지만, 20명 정도는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방 안은 사람 말소리로 가득하고,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 중 5명은 분명히 내 머리맡에서 [자는거야? 저는거야?] 하고 말을 걸어 온다.




내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은 역시 그 인형일 터였다.


그 녀석은 아이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깨어 있어. 깨어 있을거야.]




그러자 주변 목소리들도 그에 반응해 [깨어 있어, 깨어 있구나.] 라며 일제히 말하기 시작한다.


순진함 속에 감춰진 악의라는 송곳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느껴졌다.


[슬슬 괜찮겠지, 이제 들어가도 괜찮겠지?]




[들어가도 괜찮을거야. 들어가 볼까? 들어가 볼까?]


[들어가자, 들어가자.]


그 때, 나는 그 목소리들에게 몸을 빼앗길 것이라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변함 없이 몸은 가위에 눌려서, 그저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처음으로 알고 있는 경문이란 경문은 다 끌어모아 머릿 속으로 외기 시작했다.


아이였기에 제대로 된 경문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알고 있는 말은 뭐든 필사적으로 외웠다.




정신을 차리자 아침이었다.


지금도 그것이 꿈이었는지 아닌지 생각하다 보면 멍해진다.


아니,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살고 있던 전세집이 재건축을 하게 되어, 우리 집은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인형은 이사 도중 사라져 버렸다.


이사 도중 어머니가 더러워서 버렸을지도 모르고, 혹여나 지금도 집 벽장 안에 조용히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후부터, 나는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어린 날의 괴이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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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8th]전염되는 감정

괴담 번역 2014. 8. 2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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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자살한 사람의 사체를 본 적이 있습니까?


나는 지금까지 2명의 사체를 발견했습니다.


두 번 모두, 우연히, 정말 우연히 옆을 지나가다 발견한 것이었습니다만, 기묘하게도 두 번 모두 사체를 발견하기 전 똑같은 현상을 겪었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무척 두렵지만,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첫번째는 언제나처럼 우리 집 강아지를 데리고 근처 숲에서 산책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체에서는 냄새가 납니다.




개가 끙끙거리기 시작해서 무슨 일인가 싶어 근처를 두리번거릴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어떻게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어떻게 해서든 죽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취직에 실패했을 때라던가, 아버지와 엄청나게 싸웠던 때라던가, 이미 다 지난 일임에도 기분 나쁜 추억만 머릿 속에 떠오릅니다...


이런 세상에서 더는 살고 싶지 않다, 편해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무척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금새 나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인지 의아해하며 그대로 숲으로 나아가다, 발견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배낭과 구두.


그리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부패해가는 남성의 시체를요.




나는 겁에 질려 집으로 도망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 뒤, 나는 또 하나의 사체를 발견했습니다.


두번째는 여자였습니다.




여자친구와 함께 드라이브를 나왔을 때였습니다.


그 날은 어느 산 꼭대기에 올라 전망을 보려고 나왔던 터였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로 천천히 올라가던 도중, 또 갑작스레 그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죽고 싶다.


이대로 핸들을 꺾어버리면, 둘이 같이 죽을 수 있겠지.


죽으면 이 곳에 붙어서, 여기를 지나가는 차마다 닥치는대로 덮치고 싶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갑자기 내 머릿 속에서 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머릿 속에는 여자친구와 싸워서 한동안 연락을 안 하던 때나, 지금까지 여자친구에게 들었던 기분 나쁜 말 등,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잔뜩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금새 나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지난번과 똑같은 현상이라는 것을요.


혹시나 싶었지만, 너무 지나친 생각은 아닐까 한동안 고심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에, 나는 찾으러 나서기로 했습니다.


산길이다 보니 후진이 힘들어, 나는 차에서 내려 아까 그 현상을 겪었던 곳까지 100m 정도를 걸어갔습니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역시나 있었습니다.




꽤 아래쪽 경사면에 있는 나무 기슭에, 감색 옷을 입은 여자가 누워 있었습니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나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우는 여자친구와 함께 차 안에서 벌벌 떨었습니다.




혹여나 나말고도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이제 무서워서 숲이나 산에는 가까이 가질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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