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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

[번역괴담][2ch괴담][488th]사채 수금업자

괴담 번역 2014. 9. 3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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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중 옛날 사채업자 밑에서 수금하는 일을 하던 놈이 있다.


그 녀석 자체도 꽤 양아치 기질이 있어서, 처음에는 천직이라며 신나게 일을 했었다.


하지만 역시 뱀을 풀어서 빚쟁이를 협박하기도 하고, 빚쟁이가 기르던 개한테 습격당하는 등 현실은 꽤 가혹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회사 사장은 야쿠자였던데다, 상사도 "사채꾼 우시지마" 같은 양반이어서 차마 그만 두겠다는 말도 못 꺼냈다.


그러던 어느날, 사무소로 빚을 진 양반이 전화를 해서 [돈을 갚겠어.] 라고 말했다.


그래서 친구는 상사와 함께 그 사람의 집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 아저씨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나오질 않는다.


결국 문이 열려 있어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한다.


사채에 손을 댈 정도니, 방 안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쓰레기더미로 가득 찬 집 안을 헤쳐나가, 안 쪽 방에 들어가니 거기 아저씨가 있었다.


줄로 목을 매고, 공중에 떠서 흔들리는 모습으로...


아무리 양아치라지만, 친구도 죽은 사람은 처음 보는 것이기에 완전히 넋이 나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사는 그런 것도 익숙한 것인지, [이런 거지 같은 새끼가... 뒤질라면 돈은 갚고 뒤져야 할 거 아니야!] 라며 시체에게까지 욕을 퍼부었다.


결국 경찰에 신고하고 그 날은 그대로 돌아왔다.


그런데 며칠 후부터 상사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출근도 안하고, 집에 틀어박혀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게다가 원래 마약에 손을 대고 있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약 구매량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수상하다 싶어 회사 사람들이 다같이 그가 살던 아파트로 찾아갔다.




하지만 주인에게 열쇠를 받아 문을 열자, 상사는 목욕탕 안에서 죽은 채였다.


검시 결과, 사인은 약물의 대량 섭취로 인한 중독사였다.


그러나 확연히 이상한 점이 있었기에, 확실히 단정지을 수 없었다.




사인은 아니지만, 그의 목에는 줄로 목을 맨 듯한 시퍼런 멍이 남아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실내에는 줄이나 로프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문도 잠겨 있었으니 완전한 밀실이었다.


결국 어째서 그런 자국이 남은 것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 두려워진 친구는 회사를 그만 두고 손을 씻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회사는 이후 사장과 여러 사람이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 결국 망했다고 한다.


친구는 지금도 그 이야기만 나오면 벌벌 떤다.




아직도 그는 아저씨의 기일만 되면 근처 절에 찾아가 참배하고 명복을 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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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87th]결핍감

괴담 번역 2014. 9.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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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부모님이 일 때문에 해외로 출장을 가 며칠간 삼촌네 집에 맡겨진 적이 있었다.


숙모와 중학교 3학년이었던 사촌동생도 반갑게 맞아주었고, 집도 넓어서 사촌동생이랑 같이 게임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첫날 저녁 시간, 일손을 돕느라 젓가락이나 컵을 사람 수에 맞게 늘어놓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 형. 컵이 하나 많은데?]


그래서 식탁 위를 찬찬히 보니, 젓가락이나 접시도 4개 있으면 될 것을 5개씩 놓아둔 것이었다.


바보 같은 짓을 했네 -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와 삼촌네 집 현관에 들어왔는데,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삼촌과 숙모, 사촌동생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왠지 누구 신발 하나가 모자란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 신발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벗어서 나란히 옆에 둬 봤지만 그래도 결핍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게다가 그 날뿐 아니라 그 다음날 아침과 저녁 때마저, 나는 전날처럼 식기를 하나씩 더 놓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뭔가 착각을 했나 싶었지만, 이쯤 되면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삼촌집에서 묵은지 나흘째 되는 날, 자다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잠이 깼다.




옆 침대에서 사촌동생이 자고 있었기에, 동생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복도를 지나 화장실 문을 보니, 틈새로 어렴풋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누가 안에 있나 싶어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도 노크로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마 삼촌이나 숙모가 안에 있겠지.


그렇게 한동안 기다리고 있노라니, 복도 저 편에서 삼촌이 왔다.




[아, 안에 숙모가 계신 거 같아요.] 라고 말했더니, 삼촌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내는 지금 방에서 자고 있는데?]


[네? 하지만 지금 안에 있었는데...]




당황해서 화장실 문을 보니, 틈새에서 새어나오던 빛이 사라져 있었다.


소름이 돋아 손잡이를 돌려보니, 문은 가볍게 열렸다.


안에는 변기 밖에 없었다.




정말로 누가 있었다고 삼촌에게 항변했지만, 삼촌은 어이없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았다.


[동아리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내일은 좀 일찍 자라.]


전혀 납득하지 못한 채 그 날은 지나갔지만, 그 후에도 한 달 남짓 되는 식객살이 동안, 구두나 옷, 식기 같은 데서 나는 계속 결핍감을 느꼈다.




그 후, 집에 돌아온 후 설날에 삼촌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던 와중, 어쩌다 옛날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삼촌의 말에 따르면, 옛날 숙모가 사촌동생을 낳기 전, 임신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그 아이는 유산됐고, 그 후로 사촌동생을 임신할 때까지, 숙모는 정신적 충격 때문에 그 아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 결핍감은 아마 그 아이 때문이었겠거니 싶어 묘하게 무서웠다.


차마 삼촌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그 아이는 아직도 삼촌네 집에서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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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86th]차 안의 오빠

괴담 번역 2014. 9. 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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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세 살 되던 해, 중고로 대형차를 샀습니다.


나도 딸도 신이 나서, 커다란 차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주 정도 지날 무렵, 딸이 차에 타려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래?] 라고 물었더니, [저 오빠가 화가 났어.] 라고 대답합니다.


[어디에 오빠가 있다는거야?]


[저기에 오빠가 앉아서 째려보고 있잖아.] 라며, 딸은 아무도 없는 맨뒷좌석을 가리켰습니다.




등골이 오싹했지만, 다시 한 번 딸을 껴안아 차에 태우며, [괜찮아.]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딸은 [응. 이제 화 안 내.]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후로도 딸은 몇번이고 차에 타는 걸 거부하곤 했습니다.




그 오빠는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있고, 있어도 웃고 있을 때와 화가 나 있을 때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갑자기 딸이 [오지 마!] 라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래?] 하고 묻자, [차에 있는 오빠가 집으로 온대.]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나도 무서워졌지만, 딸을 달래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는 집이니까 괜찮아.]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딸은 [벌써 현관까지 왔다구! 무서워! 화내고 있어! 들어오려고 하고 있어!] 라며 마구 날뛰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나도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그래도 현관 쪽으로 가서 [얘! 그만 둬! 들어오면 안 돼!] 라고 소리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무서워서 반쯤 울고 있었습니다.


굳게 닫힌 현관을 보며 펑펑 울고 있는 딸을 꼭 껴안고, [괜찮아! 엄마가 지켜줄거야!] 라고 말하며 같이 떨고 있었습니다.


원래 어릴적부터 [천장 구석에 할머니가 있어.] 라던가 [오늘은 할아버지가 왔네?] 라며 이상한 걸 보는 딸이었지만, 그 '오빠'처럼 두려워 했던 존재는 없었습니다.




나는 집에 있던 소금을 현관에 뿌리며, 위협하듯 큰 목소리로 [들어오지 마! 우리 딸 겁주지마!] 라고 계속 외쳤습니다.


그리고 현관에서 가장 먼 방에 들어가 딸과 둘이 꼭 껴안고,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1시간 정도 그렇게 있자, [이제 간 거 같아.] 라고 딸이 말했습니다.




겨우 마음이 놓여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후 친척의 소개를 받아, 영능력자와 상담을 했습니다.


그 차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나이의 남자 아이 영이 달라 붙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영혼이, 딸과 같이 놀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매일 함께 놀고 싶은데, 딸이 차를 타지 않아 화가 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영이 집까지 찾아오는 건 위험한 일이니 집 근처에 소금을 뿌려두고, 차 안에 귀여운 인형이라도 둬서 영을 달래주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그 말대로 하고 1달쯤 지난 후부터는 딸도 문제 없이 차에 타고, '오빠'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차는 지금도 타고 있고, '오빠'가 타고 있다던 맨뒷자리에는 딸과 아들이 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봤던 것에 대해 물어도, 전혀 기억을 못합니다.




성장에 따라 영능력도 점차 사라지는 것일까요.


집 앞까지 그것이 나타난 적은 한 번 뿐이었지만, 나에게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두려운 체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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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정도 전의 일이다.


자동차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렀다.


피곤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 평소라면 잘 안 하는 전면 주차로 차를 댔다.




식사를 한 뒤, 패밀리 레스토랑을 떠나려고 차에 타서 시동을 건다.


기어를 후진으로 놓자 갑자기 삑삑거리는 경고음이 울리더니 후면 카메라 모니터가 켜진다.


거기에는 작은 사내 아이가 비치고 있었다.




아이는 주저 앉은 채 땅에 무언가를 쓰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테일 라이트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차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벌써 새벽인데다 주변에 집도 많아서, 클랙션을 울리기에는 신경이 쓰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기어를 중립으로 돌리고, 차에서 내려 차 뒤로 갔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내가 내리는 걸 보고 장난 치려 도망친 건가 싶어 차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혹여나 싶어 차 아래까지 들여다 봤지만 거기도 없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재빨리 다른 차 뒤로 숨었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차에 올라, 기어를 후진으로 넣었다.




그리고 아까와 완전히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차 안에는 삑삑거리는 경고음이 울려퍼지고, 모니터에는 아이가 비친다.


조금 당황했지만, 장난꾸러기 아이에게 조금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기어를 중립으로 돌리고, 차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그제야 나는 그 아이가 혹시 인간이 아닌 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보면 이런 새벽에, 부모도 안 보이는데 저런 꼬마아이가 패밀리 레스토랑 주차장에 있는 것도 기이하다.


결국 레스토랑 직원에게 차 밖에서 뒤를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기어를 후진으로 넣었다.


다시 경고음이 울리고, 아이의 모습이 비친다.




하지만 직원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후진하라고 소리를 친다.


한동안 망설이다가, 나는 큰맘 먹고 후진을 시작했다.


차마 모니터를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차가 지나간 순간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차는 아무런 문제 없이, 그 아이가 있던 곳을 지나 주차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주차장을 뒤로 하면서, 나는 왠지 신경이 쓰여 백미러를 보았다.


거기에는 아까랑 똑같이 바닥에 무언가를 쓰고 있는 남자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혹여나 그 아이가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닐까 두려워 서둘러 시선을 피한 후, 나는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어째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보면, 혹시 그 아이도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가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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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랄까, 저주에 관한 이야기라 그닥 현실적인 공포는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관심을 가질 사람은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친가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친가는 깊은 산 속에 있어서, 핸드폰도 안 터지는 곳이다.


어릴 적에는 TV도 없고 게임기도 없으니, 산에서 놀 수 밖에 없었다.


해가 질 때까지 산에서 벌레를 잡으로 돌아다니거나, 기지를 만들어 전쟁놀이를 하거나 하면서.




당연히 산 속이니 여러 동물과 만나는 일도 잦았다.


뱀, 너구리, 그리고 원숭이.


특히 원숭이는 그 무렵부터 보호종으로 지정된 탓에 점점 수가 늘어나, 우리가 산에서 시끄럽게 놀고 있어도 곧잘 주변에 나타나거나 울음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그 당시 마을에서는 원숭이가 애물단지였다.


기껏 가꾼 밭을 망쳐놓거나, 집에 들어와 아이들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어른들은 정부가 원숭이 수렵을 금지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몰래몰래 직접 원숭이를 사냥하고 있었다.




잡은 원숭이는 모두 어느 할아버지네 집으로 보내졌다. 


그 할아버지가 마을 촌장 비슷한, 원로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원숭이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지만, 종종 원숭이의 사체를 들고 그 할아버지네 집으로 향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본 적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갑자기 그 할아버지네 집에서 나를 찾았다.


그 무렵에는 나도 머리가 커서, 얼마나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가를 절감하고 있었기에, 마을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그 할아버지는 정말 싫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부모님이 나서서 필사적으로 [다녀오거라.] 라고 보챘기에,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할아버지네 집에 가자, 소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정좌를 하고 있었다.


[올해 몇 살이느냐?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느냐?]


뭐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인사치레 후, 할아버지는 집 안, 다다미 20장 정도 크기의 방으로 나를 데려갔다.


방 한가운데에는 기분 나쁜 시체가 널려 있었다.


얼굴과 크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사냥한 원숭이인 듯 싶었다.




하지만 생긴 게 이상했다.


원숭이는 온 몸의 가죽이 벗겨진 채, 작은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언뜻 보면 송곳니가 난 채 가죽이 벗겨진, 작은 사내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시체 주변에는 다른 마을 노인들이 쭉 둘러앉아, 무언가 소근소근 말을 나누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아직 17살이지?] 라며 몇번이고 물었다.


갑작스레 펼쳐진 광경에 당황해 있는 내게, 노인들은 소복을 건네며 갈아입으라 했다.




둘러앉아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웠기에, 나는 순순히 그 말을 따랐다.


옷을 갈아입자 노인들은 시체를 방에서 뜰로 옮겨, 뜰에 있는 작은 대에 올려놨다.


[온마시라의 의식이니, A의 장남, B로다.]




할아버지가 거창하게 운을 띄우자, 주변 노인들은 끝도 없이 이름을 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한동안 듣고 있자니 그건 우리 집안 선조들의 이름이었다.


천천히 부르는 이름이 대를 이어 내려와, 내 이름까지 내려오자, 할아버지는 관솔불로 대에 불을 붙였다.




대는 불타기 쉽게 짚과 헝겊 같은 것이 깔려 있었다.


원숭이 시체가 기모노채로 불태워져간다.


주변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자욱해지고, 그 사이 노인들은 경 같은 것을 외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원숭이가 충분히 구워졌다고 생각한 것인지, 노인들은 원숭이를 불 속에서 끌어냈다.


그 후 구운 원숭이를 가지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어느새 잔치상이 차려져 있었다.




잔치상 중앙에는 공물을 올려 놓는 받침대 같은 게 있어, 거기에 구운 원숭이가 올려졌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받침대 주위를 한 바퀴 돌자, 노인 중 한 명이 원숭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똑같이 한 바퀴 돌도록 강요한 후, 해체한 원숭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내가 조심스레 한 바퀴를 돌자, 할아버지는 내게도 원숭이를 먹으라고 했다.


나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지만, 아주 살짝만 갉아 먹었다.


탄 부분을 입에 넣어, 씁쓸했던 것만 기억난다.




할아버지는 내가 조금만 먹은 게 불만이었던지 더 먹으라고 강요했지만, 그 쯤 되자 나도 이런 케케묵고 이상한 풍습을 따르는 게 화가 나서 그대로 뛰쳐나오고 말았다.


그 후 노인들이 나를 다시 찾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주변에서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른 지방의 대학으로 진학했다.




부모님은 자취방에 자주 찾아오셨지만, 내가 친가로 돌아간 적은 없었다.


부모님도 은근히 오지 마라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랬던 부모님에게 [집에 오거라.] 라는 연락이 온 것은, 취직하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였다.




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집에 돌아갔더니, 집을 나설 때와 달라진 것 하나 없는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라는 이야기를 집에 돌아온 첫날, 부모님께 들었다.


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죽기 직전에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고, 무사히 살아 있는지 걱정했다고 한다.


그제서야 나는 부모님께 [온마시라의 의식]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물어보았다.


부모님 말에 따르면, 먼 옛날 이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산신령이 아끼던 원숭이를 죽여버려, 그 이후 마을 전체에 원숭이의 저주가 걸렸다는 것이었다.




특히 그 할아버지네 집에는 기형아가 태어나는 저주가 걸려, 저주를 풀기 위해 온마시라의 의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가 17살이 된 해, 원숭이의 저주를 막기 위해 원숭이 고기를 먹인다는 의식으로, 부모님도 17살 때 다 원숭이 고기를 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네에 걸린 저주는 강했기에, 연령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원숭이를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의식 당시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려 했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털이 많고 불그스름해서, 몹시 원숭이와 닮은 모습이었다.


원숭이를 먹는 건 저주를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주를 더 강하게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이야기를 부모님께 말하자, 두 분은 한숨을 쉬며 말하셨다.


[다들 그런 생각은 했었지. 하지만 그 할아버지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었어. 몇 대 전부터 계속 그 믿음을 이어온 분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원숭이 고기를 좋아했었거든.]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나는 원숭이 고기의 맛을 떠올리려 했지만, 금새 그만 뒀다.


만약 맛있었다는 기억이 떠오른다면, 할아버지처럼 계속 원숭이 고기를 먹으려 들지도 모른다.




그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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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 무렵 이야기다.


당시 나는 집에서 대학까지 먼 거리를 통학하며 다니고 있었다.


당연히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 녀석 방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묵곤 했다.




방 주인인 친구 녀석도 사람이 워낙 좋아서, 방은 더러웠지만 늘 즐거웠다.


다만 아래층 사는 사람이 영 별로였다.


한밤 중이 되면 꼭 혼잣말을 해대는 것이었다.




아래층에서 중얼거리는 게 위층까지 들릴 정도니, 꽤 큰 목소리일 것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도췌 알아 먹을 수가 없지만, 왠지 모르게 뭔가 불평을 하는 건지, 화가 난 듯 영 좋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우리도 가끔씩 방에 모여 술을 먹으며 시끄럽게 떠들 때도 있으니, 딱히 불평할 처지는 아니었다.




어느날, 평소처럼 그 녀석의 집에서 술을 퍼마시고 있는데, 한 친구가 여자친구랑 함께 나타났다.


당연히 우리는 신이 나서 술을 더 꺼냈지만, 여자 쪽이 영 분위기가 안 좋다.


남자친구 뒤에 숨는 것처럼 앉아서, [빨리 돌아가자.] 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차를 타고 온 것이었기에, 차마 음주운전을 할 수는 없어서 그대로 하루 묵고 가게 되었다.


그렇게 다들 골아 떨어졌다.


새벽 4시 무렵이었을 것이다.




문득 눈이 떠져서 주변을 봤더니, 친구놈들은 다들 술에 뻗어 있었다.


아래층에서는 변함없이 중얼중얼 혼잣말이 들려온다.


나는 배가 좀 고파서, 술도 깰 겸 근처 편의점을 찾아 나섰다.




아파트 주차장을 지나가려는데, 친구의 차 안에 친구 여자친구가 타 있었다.


깨어 있는 것 같아 나는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왜 이런 데 있어? 잠이 안 와?]




[...저런 곳에 어떻게 있으라는거야...]


[뭐, 남자 혼자 사는 방이니까 좀 더러워도 어쩔 수 없지 뭘.]


하지만 그녀는 [그게 아니야.] 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 혼잣말 소리가 거슬리는 걸까 싶었다.


[아, 그 소리 때문에 그래? 진짜 거슬리지, 그거.]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했는데, 정작 그녀는 몹시 놀란 모습이었다.




[너, 그 소리가 들리는거야? 그런데도 그 방에 있을 수 있다고?!]


솔직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몰랐다.


그런데 문득 뒤를 돌아보니 친구네 방 아래층은 불이 꺼진 채였다.




어둠 속에서 혼잣말을 반복하는 아저씨라니...


상상해보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 후, 그녀의 말이 마음에 걸려서, 나는 방 주인인 친구나 그 방에 놀러왔던 친구들에게 혼잣말에 관해 물어봤다.




하지만 아무도 그 혼잣말을 들었다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그 여자친구가 영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나는 왠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집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서, 그 친구네 집에 가는 일도 적어졌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나 두려움도 옅어질 무렵, 나는 친구네 집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니 무척 즐거워, 나는 과음하고 말았다.


새벽 3시를 넘어가니 정신이 가물가물해져, 슬슬 다들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무렵 하던 아르바이트가 새벽 시간대였기에, 취기는 돌았지만 영 잠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다시 혼잣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일어날 기색은 없었다.




역시 귀신의 목소리인가 싶어 잔뜩 겁에 질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두운 방 안에, 희뿌연 덩어리가 보였다.


숨을 죽인 채 자세히 보니, 50대 무렵의 아저씨가 정좌를 한 채 방 주인인 친구 곁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몸을 숙여 친구 귓가에 입을 대고, 경을 외듯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친구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서워서 몸이 움직이지 않을 뿐더러, 시선을 돌릴 수조차 없었다.


그저 빨리 아침이 와 달라고 마음 속에서 비는 것 뿐이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으리라.


그 아저씨는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큰일 났다는 생각에 황급히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지만, 귓가로 아저씨의 목소리는 들려 온다.




점차 소리가 커지면서, 뭐라고 말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괴로워괴로워괴로워괴로워힘들어힘들어힘들어힘들어


아파아파아파아파미끄러워미끄러워미끄러워미끄러워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추워추워추워추워


내가내가내가내가너도너도너도너도




말로 다 전하기 힘들지만, 그런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그냥 들어도 무서운 말인데, 억양도 없이 그저 계속 그 말만을 반복하고 있으니 까무러칠 정도로 무서웠다.


기를 쓰고 참고 있는데도, 신경이 쓰여 실눈을 떠보니, 아저씨는 바로 내 옆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편의점까지 도망친 후 거기서 밤을 샜다.


그리고 첫차를 타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의리 없이 혼자 도망쳤냐는 불평을 들었지만,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가 있던 걸 잊었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그 날 어둠 속에서 봤던 아저씨의 얼굴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마치 흑백 사진 같지만, 무척 선명해서 모공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였다.


중얼중얼 말하고 있는데도 입은 꾹 닫힌 채인데, 눈이 없어서 그 자리에는 텅 빈 것처럼 검은 구멍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방 주인 녀석한테는 혹시 이전에 그 아파트에서 무슨 사건이 있지 않았냐고 물어봤지만, 몇 년 전에 행방불명된 학생이 있다느니, 이상한 종교에 빠져 자퇴한 녀석이 있었다느니 하는 딱히 상관 없어보이는 일 뿐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 일 아닌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정말 두려워서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친구는 그 후 졸업할 때까지 그 방에서 살았고, 지금은 다른 도시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이 동네에 살지만, 친구네 방이 있던 아파트 쪽으로는 발도 들여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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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82nd]미닫이 문

괴담 번역 2014. 9. 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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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내 방은 다다미가 깔리고 문풍지 바른 미닫이 문이 있는 일본식 방으로, 이불을 깔고 잤었다.


어느날 밤, 열이 심하게 올라 방에 드러누워 있던 나는, 문득 한밤 중에 깨어났다.




하루 종일 열 때문에 자고 있었으니, 한밤 중에 깨어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당연히 불은 다 꺼져있고 미닫이 문도 닫혀 있으니, 방 안은 칠흑 같았다.


하지만 어두운 와중에서도 눈이 조금씩 익숙해져가면서, 방 안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 상태로 멍하니 미닫이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방 안 모습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보고, 살고 있는 내 방인데도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눈치챘다.


내 방 미닫이 문에는, 내가 손가락으로 장난 삼아 문풍지를 뚫은 구멍이 몇 곳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게 평소보다 훨씬 많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상하네, 원래 이렇게 구멍이 많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구멍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열은 여전히 높은 채, 막 일어나 멍한 머리로.




분명히 평소 뚫려 있던 구멍보다 많다.


3개 정도 있었을 구멍이, 7개로 늘어나 있었다.


역시 이상하다 싶어 다시금 세고 있는데, '부욱' 하고 문풍지가 찢어지며 구멍이 뚫렸다.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미닫이 문 바깥쪽은 유리창이다.


그리고 내가 열에 시달린 탓에, 당연히 유리창은 완전히 닫혀 있었다.




밖에서 누군가 구멍을 뚫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뭘 어쩌지도 못하고 미닫이 문을 보고 있자, 또 '부욱' 하고 다른 곳에 구멍이 뚫린다.


무서워서 일어나려 했지만, 고열 때문에 몸이 나른한건지, 생각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문 쪽을 보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등을 보이는 것도 두려웠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찌익' 하고 찢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구멍이 5개나 나 버렸다.


마치 누군가 다섯 손가락을 펴서, 그대로 문풍지를 찢어 버린 것처럼.




그리고 다섯 곳의 구멍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밀어 넣은 다섯 손가락으로 문풍지를 찢어버리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려오다보면 으레 그렇듯, 중간에 삐뚤거리게 찢어지며 미닫이 문은 볼품 없어져 간다.




나는 겁에 질려 반쯤 울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미닫이 문에서 눈을 돌릴수가 없었다.


그리고 문풍지가 찢어져 생긴 큰 틈 사이로, 새까맣고 긴 머리카락이 방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이제 귀신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리카락은 자꾸자꾸 방 안으로 들어와, 어느새 방바닥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였다.


...거기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아침이었다.




무사히 아침을 맞을 수 있음에 안도하며, 나는 어젯밤 일이 떠올라 미닫이 문을 바라봤다.


문은 구멍 없이 멀쩡했다.


나는 일단 안심했지만, 또 위화감을 느꼈다.




기묘하게도, 미닫이 문의 문풍지는 구멍 하나 없이 깨끗했다.


평소 내가 직접 뚫었던 구멍마저 사라지고, 완전히 종이를 새로 바른 것 같은 모양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종이를 잘 살펴봤지만, 오래전에 붙여 색이 누런 종이였다.




하지만 구멍만은 완전히 메워져 있었다.


문을 열고 난 후, 나는 다시금 소름 끼치는 것을 발견했다.


문 밖, 닫혀 있는 유리창에, 손자국 2개와 긴 머리카락 10개 가량이 붙어 있었다.




부모님에게 이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애초에 문에 구멍이 없었을 거라는 말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내가 직접 뚫었던 구멍은 존재했었다.




이후 집을 리모델링하게 될 때까지, 나는 문에 등을 돌리고 잠을 자는 버릇이 생겼다.


다행히 그 날 이후로 이상한 일을 겪은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도 자꾸자꾸 미닫이 문 문풍지에 구멍이 하나둘 늘어가던 그 광경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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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81st]장소 지정

괴담 번역 2014. 9. 2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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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싸움 끝에 관계가 악화되어, 이별을 앞두고 있는 커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으니까 나와주면 좋겠어.]

 

 

 

오랫동안 사귀며 서로 선물도 엄청 줬었기에, 여자는 남자가 추억이 어린 물건이라도 보여주며 이별을 미루려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관계를 끝맺기 위해 밤중에 남자가 사는 아파트까지 갔다.

 

아파트 근처까지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남자친구의 전화였다.

 

[뭔데? 나 도착했어.]

 

[야아, 여기야, 여기.]

 

 

 

무슨 소린가 싶어 50m 정도 떨어진 아파트 입구릏 보니, 어두워서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

 

일부러 아래까지 마중 나왔나 싶어 맥이 빠진다.

 

 

 

[뭐? 거기 있는거야?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네.] 라고 말한 뒤 입구로 향하던 참이었다.

 

[아, 미안해. 놓고 온 게 있네. 잠깐만 기다려줘.] 라고 남자가 말한다.

 

[됐어.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니까 나도 갈게.] 라고 말했지만, [괜찮으니까 거기서 기다려, 거기서.]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금방 돌아올게.] 라며 입구에서 사라졌다.

 

어째서인지 그 사이에도 전화는 연결된 채다.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고, 괜히 전화를 끊었다 화라도 내면 더 귀찮아질 터였다.

 

 

 

[나 바쁘단 말이야. 아르바이트 끝나고 바로 온 거란 말이야. 좀 있으면 막차도 끊긴다고.]

 

[미안, 미안해. 이제 곧이야, 곧이니까.]

 

덜컥, 철컹, 쾅쾅쾅쾅하고 방 안에서 들리는 것 같은 소리가 한바탕 들려온다.

 

 

 

곧이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땡"하는 소리가 들려서, 드디어 왔구나 싶었다.

 

무거운 문을 여는 것 같은 소리가 휴대폰에서 들려왔기에, 입구 쪽을 바라봤지만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뒷문 쪽으로 오는걸까?

 

 

 

[야, 너 어디야?]

 

[기다... 지...]

 

[응? 지지직거려서 잘 안 들려. 뭐라고?]

 

 

 

[...다렸...지...]

 

[뭐?]

 

[기다렸지.]

 

 

 

그 순간, 몇 미터 떨어진 뒤에서 쾅하고 굉음이 울려퍼졌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봤더니, 역시 남자친구였다.

 

가로등에 비춰진 그는,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피를, 끝없이 머리에서 내뿜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런 의견을 말했다.

 

[일부러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장소를 지정했던 건, 아마 뛰어내리면서 여자친구가 휘말리지 않게 하려는 거였을 겁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가로등 아래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자신이 죽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죠.]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말하고 갔으리라 여겨지는 옥상에는, 유서가 남아 있었다.

 

 

 

세상에 미련은 전혀 없으며, 그저 자신이 얼마나 여자친구를 사랑했는지만이, 끝없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여자는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 일도 그만 두고 현재까지 홀로 지내고 있다.

 

휴대폰도 그 이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때 콘크리트에 떨어져 전화기가 박살나던 그 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려퍼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도저히 전화기를 귓가에 가져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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