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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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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나는 퇴근길에 집 근처 쇼핑몰에 들렀습니다.


시간은 오후 8시를 넘을 무렵이었습니다.


그 쇼핑몰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과는 비교도 안 될 작은 지역 쇼핑몰입니다만, 평소 옷 같은 걸 살 때는 무척 편리해서 자주 이용하는 곳이었습니다.




6층짜리 건물 중 5층과 6층은 주차장이고, 쇼핑몰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5개층입니다.


하지만 그 무렵 지하 1층은 리모델링 중이라 출입 금지 상태였습니다.


쇼핑몰의 폐점 시간은 오후 9시.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8시 30분 가량이었기에, 이미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나는 4층에서 쇼핑을 하고,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 구석진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향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1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 엘리베이터는 몇 번인가 탔던 적이 있었지만, 창문이 없어 갑갑한데다, 조명도 어둡습니다.


속도도 느리고 소음도 큰데다, 뒤에는 쓸데없이 커다란 거울이 붙어 있어 탈 때마다 영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한 후 문득 버튼을 봤습니다.




그런데 내가 눌렀을 지상 1층이 아니라, 그 한 칸 아래의 지하 1층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잘못 눌렀나 싶어 다시 1층 버튼을 눌렀지만, 불이 들어오질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무거운 소리를 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대로 공사중이라 출입 금지 상태일 지하 1층에 도착해, 천천히 문이 열립니다.


공사 중이라 그런지 지하 1층에는 불도 안 켜져 있어 깜깜한데, 오직 유도등의 녹색 등불만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리모델링 중이라 가게 하나 안 들어와 있으니, 그저 텅 빈 공간만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닫힘 버튼을 눌러 다시 1층으로 올라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문이 닫히려는 그 순간,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습니다.


어두운 곳에 눈이 익지 않아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닫히려고 하는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달려오는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열림 버튼을 누르고, 그 사람을 기다려 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다시 그 사람을 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 사람의 그림자는, 적어도 2m는 될 만큼 큰 키에, 이상하게 머리가 작은데다 몹시 야위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두운 바닥을 양손을 뒤로 돌려 깍지를 낀 채, 몸을 구불구불 흔들어 넘어질 것 같은 모습으로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겁에 질린 나는 서둘러 닫힘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걸 알아차린 것인지, 그것은 더욱 몸을 비틀어가며 이리로 달려왔습니다.




나는 너무나 무서워 계속 닫힘 버튼을 눌렀습니다.


간신히 천천히 문이 닫히기 시작하던 그 때, 유도등의 빛에 비쳐 그 사람의 모습이 살짝 보였습니다.


머리에는 머리카락 하나 없었고,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발 역시 맨발이었습니다.




겨우 문이 닫힌 후에도, 나는 바보처럼 계속 닫힘 버튼만 누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층 버튼을 누르는 것도 잊고 있었기에, 한동안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멈춰있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당황해서 1층 버튼을 눌렀는데,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문에서 쾅! 하고 누군가 힘껏 친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나는 또다시 겁에 질려 1층 버튼을 마구 눌러, 1층에 도착하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 도망쳤습니다.


그 이후로 그 쇼핑몰을 찾는 게 두려워집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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