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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1

[번역괴담][2ch괴담][503rd]아브씨

괴담 번역 2014. 11. 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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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상한 체험을 했던 적이 있다.


나는 붓쿄대학 출신인데, 학교에 다닐 당시 말리에서 온 아브씨라는 아프리카 유학생이 있었다.


당시 3학년이었던 나는, 젬베라는 아프리카 타악기 동호회 멤버였다.




그래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동호회 홍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왠 흑형이 다가와서는 [나도 할래.] 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말리에서 온 유학생이고, 이름이 압딜라인가 압둘인가 그랬기에 우리는 대충 아브씨로 부르기로 했다.


그는 젬베를 무척 잘 쳤을 뿐 아니라, 24살로 당시 동호회에서 최연장자였다.




당연히 우리는 그를 경의의 눈길로 바라보게 되었고, 평소에 이야기할 때도 그냥 아브가 아니라 아브씨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여름밤, 같은 동호회 소속의 N에게 전화가 왔다.


[4학년이 되면 다들 취업 때문에 바빠서 놀지도 못하잖아. 오늘 다들 모여서 아라이씨 집에 가보자.]




나는 대답했다.


[아라이씨가 누군데? 뭐? 심령 스폿으로 유명한 흉가라고? 담력시험? 그래, 알았어. 아브씨는 같이 안 가? 그럼 내가 전화해서 말할게.]


나는 심령 스폿 같은 곳에 가면 아브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기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 A인데, 아브씨, 우리랑 같이 놀러가지 않을래?]


[음... 리포트 써야 하지만... 그래도 좋아! 갈게. 어디로?]


[고스트 하우스! 아, 메종 드 팬텀이라고 해야하나?]




[그건 무서운 거다. 노는 거 아니야. 싫어. 나 바빠.]


[안돼, 아브씨가 꼭 있어야 해! 아브씨도 같이 가자!]


내가 필사적으로 권하자, 아브씨는 마지못해 같이 가리고 했다.




우리는 N의 차를 타고, 아라이씨 집으로 갔다.


모인 멤버는 N과 나, 아브씨와 K, 그리고 1년 후배인 I까지 남자만 다섯이었다.


아브씨가 [다들 젬베 가지고 와.] 라고 했기에, 우리는 각자의 젬베를 가져왔었다.




하지만 아브씨 본인은 젬베가 아니라 뭔가 꾀죄죄한 색의 천으로 된 포단을 가져왔다.


다들 아브씨에게 [심령 스폿에서 연주회라도 하는거야?] 라고 물었지만, 아브씨는 [아니야. 팬텀 위험해. 멀리 보낼거야.] 라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잘은 모르겠지만 귀신이 무서우니 제령하겠다는 것 같았다.




그 후 아브씨가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 해줬다.


꽤 기묘한 계획이었다.


우선 아브씨는 근처 숲에 혼자 들어가고, 우리는 폐허 앞에서 젬베를 두드린다.




그러면 숲에서 남자가 나온다.


이 남자는 아브씨가 아니라, "은토모"라는 정령이라고 한다.


즉, 아브씨처럼 보이더라도 아브씨가 아니라 "은토모"라고 불러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령이 귀신을 쫓아내고, 다시 숲에 돌아갈 때까지 우리는 계속 젬베를 두드린다.


이게 아브씨의 계획이었다.


아브씨는 이슬람교도로, 술도 안 먹고 돼지고기도 입에 대지 않는 독실한 신자였다.




그래서 우리는 [아브씨, 너 이슬람교도인데 무슨 정령이 된다는 거야.] 라느 웃었지만, 아브씨 왈, 자신은 말리 바마나 부족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유럽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해 크게 성공했지만, 원래는 주술사 집안이라 현지 비밀 서클에도 가입되어 있으니 괜찮다며, 알 수 없는 설명을 늘어놓았다.


어쨌거나 아브씨는 숲 속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젬베를 마구 두드렸다.




잠시 후, 숲에서 이상한 모습의 남자가 나왔다.


그 녀석은 빗으로 모양을 내고 눈과 코를 붙인 것 같이 생긴 가면을 쓰고, 테이블보 크기의 꾀죄죄한 옷감을 머리 위로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가 몸을 크게 좌우로 흔들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은토모다!], [은토모가 왔다!], [은토모!] 라고 외치면서 젬베를 계속 두드렸다.


은토모는 집 앞에 서더니, 변함없이 좌우로 몸을 흔들며 어눌한 일본어로 귀신에게 분노를 토했다.


[나 은토모다! 은토모 화났다! 당신들은 죽었다! 여기 있으면 안 된다! 나쁜 짓이다!]




그러더니 곧이어 아까 자신이 나왔던 숲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자, 당신들! 은토모랑 같이 죽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자! 은토모랑 같이 돌아가자!]


이렇게 말하고는, 숲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들어갔다.




우리는 젬베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불안한 마음으로 아브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곧 숲에서 성큼성큼 꾀죄죄한 옷감을 든 아브씨가 나왔다.


[이제 괜찮아! 여기 있던 죽은 사람들, 은토모랑 같이 돌아갔어.]




우리는 안심했다.


그 후 다같이 아라이씨네 집을 탐험했지만, 그런 모습을 본 후여서 어쩐지 김 빠진 콜라를 마신 것 같은 밍숭밍숭한 느낌이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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