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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번역괴담][2ch괴담][524th]내 편과 적

괴담 번역 2014. 12. 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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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에서 알게 된 사람 중, 쵸씨라는 이가 있다.


19살 무렵, 2달간 어학 연수를 위해 LA에 가서 현지 대학 ESL 수업을 듣게 되었었다.


하지만 일본인이라곤 나말고 다른 한 명 뿐이고, 그 외에는 거의 중국 사람들 뿐이었다.




내가 속한 반은 아래에서 세번째 등급에 들어가는 반이었기에, 솔직히 영어 실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껏 어학 연수까지 왔는데, 뭐라도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서툰 영어를 총동원해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려 애썼다.


그러는 사이 친해진 것이 바로 쵸씨였던 것이다.




쵸씨는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아저씨였다.


다만 영어에는 별로 자신이 없는지, 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열심히 영어로 대화하려 노력하고 있으면 옆에서 그저 웃으며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에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 뿐 아니라 차가 없어서 언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내게, [저녁이 되면 위험해.] 라며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 자기 차로 나를 데려다 주곤 했다.


점심을 같이 먹을 때면 밥값도 거의 쵸씨가 냈었다.


LA에서 머문 2달 동안, 쵸씨는 내게 정말 잘해주었다.




저녁에 수업이 끝나면 데려다 주고, 점심은 매번 쵸씨가 사줬다.


그리고 휴일이 되면 종종 같이 아울렛에 가서는, 구두 같은 걸 사주곤 했다.


당황해서 괜찮다고 몇 번이고 말렸지만, 쵸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너 학생, 나 사장. 나 돈 많으니까 괜찮다.] 라고 서툰 영어로 말하며 억지로 내게 선물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2달이 지나 나는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쵸씨는 영어를 배우는 한편 중국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국에 오면 꼭 연락해.] 라며 내게 메일 주소와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중국 회사 명함을 건네주었다.


나 역시 [일본에 오면 꼭 연락 주세요.] 라고 말하고, 내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알려줬다.




그리고 1년 반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중국으로 돌아왔어.] 라고, 쵸씨에게 메일이 왔다.


나는 [그럼 놀러 갈게요.] 라고 답장을 한 후, 여름방학 때 중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후, 나는 곧바로 쵸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무척 영어가 능숙해진 쵸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쵸씨, 영어 엄청 늘었네요!]




그러자 이번에는 일본어로 대답했다.


[그렇지도 않아. 영어보다는 차라리 일본어가 편하다니까.]


[일본어 할 줄 알았어요?] 하고 나는 놀라 물었다.




아무래도 원래 일본어는 잘했는데, 내가 열심히 영어로 말을 걸어오니 쵸씨도 영어로 받아주려 애썼던 것 같았다.


곧 쵸씨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서, 나는 쵸씨가 운영하고 있다는 호텔로 갔다.


솔직히 쵸씨가 운영하고 있다기에 작은 유스호스텔 정도 되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꽤 큰 호텔이라 깜짝 놀랐다.




그리고 중국에서 머문 1주일 동안, 쵸씨는 내게 정말 잘해줬다.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에도 데려다 주고, 호텔에는 무료로 묵게 해줬다.


낮에는 나 혼자 관광을 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쵸씨가 일이 끝나면 같이 저녁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다만 체류 나흘째에, 반일 감정이 있는 듯한 청년 3명에게 봉변을 당했다.


낮에 별 생각 없이 산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월병을 강매하려는 것이었다.


무시하려하자 어깨를 잡아채더니, 중국어로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알아들을 도리가 없다.


당황해 멍하니 있자, 그들은 나를 잡더니 지갑을 꺼내 돈을 들고 도망쳤다.


어째서인지 영어로 [JAP!] 이라고 외친 후.




그 날 저녁, 내게 사정을 들은 쵸씨는 화를 내고는 이리저리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경찰에 갈까 생각만 하고, 무서워서 뭘 어쩌지도 못한 채 호텔로 돌아온 터였다.


쵸씨는 [괜찮아. 금방 돈은 찾을 수 있어. 그때까지 이걸 써.] 라며 내게 돈을 건넸다.




내가 거절하자, [이건 용돈이야.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쵸씨가 말했다.


나는 감사히 받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낮에는 쵸씨가 아는 여성분과 함께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귀국하는 날 오후, 소름 끼치는 일이 일어났다.




범인 중 한 명인 것 같은, 얼굴이 완전히 뭉개진 남자가 울면서 돈을 갚으러 온 것이었다.


쵸씨의 친구라는 사람이 데려와 강제로 사과를 시켰다.


나는 뭐가 뭔지 당황스러워 그저 [괜찮아요. 괜찮아.]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쵸씨는 잔뜩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 청년은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는 억지로 질질 끌려나갔다.




등 뒤로 모이는 그의 왼쪽 손목은 깨끗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쵸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옛날 그 서투른 영어로 내게 말했다.


[다른 두 사람 이제 없어. 그 사람들 죄인, 나쁜 짓 했어. 경찰한테 가는 것보다 이게 훨씬 빨라.]




처음으로 쵸씨가 그런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다리가 덜덜 떨려 어쩔 줄을 몰랐다.


지금도 쵸씨와 연락은 하고 있고, 그가 좋은 사람인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종종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 두렵다.


중국인이 자기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적에게는 그 무엇보다 혹독하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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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23rd]아파트 자취방

괴담 번역 2014. 12. 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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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A와 B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A는 대학에 간 후, 아파트를 빌려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정도가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슬슬 눈이 올 즈음의 초겨울 깊은 밤.


A는 방에 불을 켜 놓고 잠깐 편의점에 갔습니다.


새로 나온 잡지를 서서 슬쩍 넘겨본 후, 음료수를 사서 집에 들어온 때였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시간은 새벽 2시 반.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하나 싶어 화면을 보니, 친구인 B였습니다.




A와 B는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라, 종종 서로 책을 빌려주는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집 근처 대학에 진학한 A와는 달리, B는 다른 도시의 전문학교로 가서 그 후로는 관계가 소원해져 있던 터였습니다.


그랬기에 왜 하필 이런 시간에 전화를 한 건가 싶어 A는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간만에 친구가 전화를 했으니, A는 전화를 받기로 했습니다.


[여보세요? B냐?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야?]


[A지? 너 지금 어디야! 아직 편의점이야?]




갑자기 절박한 목소리로 B가 물어왔습니다.


[어, 갑자기 왜 그래... 편의점이라고? 혹시 너 이 주변에 있냐?]


[아직 밖이지? 방에 안 들어갔지? 그럼 절대 들어가면 안 돼!]




A는 난데없는 B의 말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벌써 집에 들어왔기에 뭐 어쩔 도리도 없었습니다.


[어, 나 벌써 집에 들어왔는데... 왜 그러는거야, 근데?]




[벌써 들어간거냐... 부탁이야. 내 말 믿고 빨리 거기서 도망쳐!]


A가 당황해하고 있자, B는 더욱 기묘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네 방 안에 책장이 있지? 거기 뭐 달라진 거 없냐? 책이 2권 떨어져 있지 않아?]




B의 말에 책장 쪽으로 눈을 돌리니, 확실히 2권의 책이 책장 근처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A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대학에 오고 2년 넘게 얼굴도 못 본 B가, 어떻게 내 방 모습을 알고 있는거지?




[혹시 거기 떨어져 있는 거, K 잡지 11월호랑 회색 양장본 책이야?]


B의 말대로였습니다.


책장 근처까지 가지 않아도 바로 보였으니까요.




[역시 그런가... 어쨌든 빨리 거기서 나와야 해!]


기분이 나빠진 A는, 처음 편의점에 갔을 때처럼 그대로 방에 불을 켜 놓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주변에는 편의점말고 문을 연 가게도 없었기에 A는 한동안 걸으면서 B와 통화를 계속했습니다.




[야, B. 너 내 방에 온 적 있어?]


[네가 어디 사는지도 몰라. 하지만 네 방에 들어갔었어. 무슨 소린지 이해가 하나도 안 되긴 할텐데...]


그리고 B는 금방 전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B는 평소처럼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가 심야의 주택가에 서 있었다고 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리에, B는 놀라면서도 이게 꿈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 앞 건물에서 A가 나왔습니다.




B는 오랜만에 A를 본 게 반가워 말을 걸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대로 편의점에 들어가는 A를 보며, B는 다시금 꿈이라는 걸 납득했다고 합니다.


A가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B는 갑자기 A의 방이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금방 나온 아파트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도 온 적 없는 곳인데, 어째서인지 B는 A의 방이 어딘지 바로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3층, 복도 안 쪽에서 3번째 방.




B는 응당 잠겨 있어야 할 문을, 가볍게 열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현관에 들어서자 오른쪽에 세탁기가 보이고, 그 앞에는 왼쪽에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안 쪽에 있는 방에는 불이 켜진 채입니다.




방 가운데에는 코타츠가 있고, 왼쪽 벽에 침대가, 오른쪽 벽에는 책장이 보였습니다.


A다운 방이구나 싶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A는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습니다.




방의 위치나 집안 가구의 배열까지 정확했던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B는 책장을 둘러보다, 고등학교 시절 서로 책을 빌려주던 추억이 떠올라 책에 손을 가져갔습니다.


아, 이 잡지 11월호 벌써 나왔구나.




이 회색 책은 소설인가?


아무 생각 없이 두권의 책을 손에 든 순간, B는 등 뒤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놀라서 책을 떨어트렸다고 합니다.




책장 옆 흰 벽에서, 여자의 얼굴이 솟아나 B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긴 머리카락을 반으로 갈라 이마를 훤히 드러낸 얼굴이었습니다.


표정 하나 없이 벽 색깔과 똑같이 하얀 피부를 가진 채로요.




B는 순간 가면인가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그 여자는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B는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질문을 받은 순간 이것은 꿈이 아니라는 걸 느끼는 동시에, 자신이 여기 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여자의 말투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것이었지만, B는 그걸 그저 들었을 뿐임에도 죽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합니다.




[당신이 여기에 있으면 나는 당신의...]


그 여자가 무엇인가 말하려는 순간, B는 자신도 모르게 여자의 입을 양 손으로 막았습니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괴상한 감정이었지만, 더 이상 이 여자가 말을 하게 두면 안된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합니다.




기묘하게도 온 힘을 다해 세게 누르고 있는데도, 양 손에 전해지는 감촉은 그것이 사람의 피부인지, 벽인지 전혀 분간이 되질 않았다고 합니다.


여자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저 B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B는 필사적으로 여자의 입을 누르며, 뭐가 어떻게 된건지를 생각했습니다.




이 녀석의 입에서 손을 떼면 나는 꿈에서 깨는걸까.


아니, 애시당초 지금 이건 꿈 속이 맞긴 한건가.


그리고 만약 이 녀석이 하는 말을 듣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자신은 죽을지도 모른다고, B는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여자는 금방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자신의 뭘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이대로 여기서 나가지 못한다면 자신은 이불 위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건 아닌지, 온갖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혹시 A 역시 이 녀석한테 벌써 살해당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입을 막고 있던 여자의 표정이 갑자기 변했습니다.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려, B를 가볍게 째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왜 표정이 바뀐 것인지 B는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얼굴에서는 공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외라는 표정이랄까, 조금 곤란해 하는 듯한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뭔가 싶어 B가 당황해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목덜미를 잡아끈 것처럼 뒤로 몸이 넘어가더랍니다.




그리고 입을 막고 있던 두 손이 풀려납니다.


여자의 입이 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B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바닥에 뒷통수를 부딪힌다고 생각한 순간, 정신을 차린 B는 자기 방 이불 위에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한동안 자기가 뭘 겪은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B였지만, 혹시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A가 걱정되어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장 앞에 자신이 떨어트렸던 책이 있다는 걸 A에게 듣고, 꿈이 아니라는 걸 확신해 방에서 도망치라고 소리쳤다는 것이었습니다.


B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A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왔을 때 B가 곁에있었다고?


그리고 내 방에서 이상한 체험을 한 뒤 돌아갔다는건가?


2년 넘게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온 방에 정말 이상한 게 있는걸까?




A는 일단 B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아침까지는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몇시간 뒤 날이 밝고 길거리에 차와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할 무렵, A는 마음을 굳게 먹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안은 커텐이 쳐져 깜깜했습니다.




현관에 불을 켜고, 책장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스레 방의 불을 켠 다음, A는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아까 방을 나올 때, B의 급박한 목소리에 놀라 방에 불을 켜 놓고 나갔을텐데...


결국 2달 뒤, A는 그 아파트에서 이사했다고 합니다.




이사하기까지 2달 동안 A는 책장 위에 늘 소금을 올려뒀었고, 그 사이 이상한 일은 딱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B에게는 잘 지내고 있다고 몇 번 연락하려 했지만, B 쪽에서도 이상한 일을 겪은 탓에 연락을 피해서 결국 이전처럼 다시 소원한 사이로 돌아갔습니다.


이사를 한 후에는 B에게서 연락이 온 적도 없고, A 역시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이 내가 A와 B에게 들은 기묘한 사건의 전말입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A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고, 그 후 B에게 전화로 확인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엮어 정리한 것입니다.


둘 모두 현재는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다만 B는 당시에 워낙 충격이 커서 A의 연락을 모두 무시했었던 것이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는 뒷말을 남겼습니다.


과연 A의 방에 정말로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요.


B는 정말 꿈 속에서 A의 방으로 찾아갔던 걸까요.




뭔가가 있었다면 어째서 B는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걸까요.


애시당초 A와 별 연락도 없이 지내던 B가 왜 끌려들었던 걸까요.


이제 와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아파트는 학생들에게 워낙 인기가 좋은 곳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분명 아무 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 방에서 살고 있을 거라고, A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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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4살 된 남자입니다.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처음 호스트바에서 일하게 된 건 19살 무렵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나와 1년제 전문학교를 졸업한 직후였습니다.


일단 사회에 나오기는 했지만 고작 전문학교 1년 다닌 것 가지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찾아낸 일이 가부키쵸의 호스트바였습니다.




호스트라고 하면, 듣기에는 웬지 엄청 잘생긴 사람이나 할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직접 뛰어들자 그것도 또 달라서, 후카와 료를 닮은 나 같은 사람도 어떻게 그럭저럭 해 나갈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여자를 털어먹을 궁리를 매일 해 가며, 역 앞을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호객 행위를 해 가게 안으로 데려 들어왔습니다.




아마 그런 식으로 하루에 10팀 이상은 받았을 겁니다.


업계에서는 소위 '캐치' 라고 부르는 작업으로, 대개 신참들이 손님을 잡아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호스트는 굳이 캐치하러 나가지도 않아요.




신참이 몰아온 손님을 자기가 끌어가면 되니, 가게 안에만 붙어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 건 일을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나도 어느 정도 호스트로서 자리를 잡아, 가게 매출 상위권에도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지명 손님이 없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만, 어느날 우연히 손님이 한 명도 안 잡힌 날이 있었습니다.


그간 잡아뒀던 고정 물주들도 연락이 안 닿는데다, 그날 따라 가게에 손님도 없어 멍하니 앉아있자니 사장 눈치가 보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후배 한 놈과 같이 간만에 캐치를 하기 위해 가게 밖으로 나섰습니다.




신주쿠역 동쪽에서 지나가는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같이 술 한 잔 하지 않을래?]


[좋아. 어디 가게야? 당신 꽤 재미있어 보이니까 지명해 줄게.]




첫번째로 말을 건 여자가 바로 낚였기에 나는 잔뜩 신이 나서 가게로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후배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을 걸었습니다.


[야, 먼저 간다.]




[와, 벌써요?]


[그래, 그래.]


[너무 빠르시네...]




가게로 향하는 사이, 여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품에는 커다란 가방을 껴안은 채입니다.


'아, 얘는 호스트바는 자주 안 다니나 보다, 좋은 애를 잡았네.' 라고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말을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우뚝 멈춰서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자를 속여서 가지고 놀 때는 어떤 기분이야?]


갑자기 이게 무슨 돌직구람...




하지만 이제 와서 가게에 데리고 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속인다거나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봤는걸. 갑자기 왜 그래?]


그리고 그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습니다.




아니, 그 때서야 비로소 그 여자를 처음 제대로 바라봤던 건지도 모릅니다.


아까 전까지 가방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품에 안고 있던 것은 둥글게 만 모포였던 것입니다.


뭔가 싶었습니다.




[이 사람도 나를 속일 생각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이 사람...?


모포...?




우리 둘 말고, 주변에 '이 사람'이라고 불릴만한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여자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어서, 입가에서 뚝뚝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가게 바로 앞까지 와 있었지만, 이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가게에서 전화가 온 척하고, [지금 가게가 꽉 차서 자리가 없다네... 다음번에 다시 와줘야 할 거 같아.] 라고 그녀를 돌려보냈습니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역 쪽으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내심 마음이 놓이면서,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가게에 들어서자 전화가 왔습니다.


아까 같이 나갔던 후배였습니다.


[아, A형, 벌써 가게 들어왔어요?]




[어. 아까 그 여자 완전 이상한 사람이라 그냥 보내고 혼자 왔어.]


[진짜요? 저 지금 막 손님 찾았어요. 바로 갈게요.]


[그래, 그래.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가게에서 사장과 잡담을 하고 있노라니, 곧 후배 녀석이 돌아왔습니다.


[손님 오셨습니다!]


[어서오세요!]




큰 목소리와 함께, 후배가 여자를 데리고 들어옵니다.


어...?


후배가 데려온 여자는 아까 나와 같이 있었던, 모포를 품에 안은 여자였습니다.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내 옆에 있던 사장이 갑자기 부엌으로 달려가더니, 굵은 소금을 들고 나와 여자에게 마구 뿌려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후배와 나는 도대체 뭐가뭔지 영문을 몰라 옆에서 그저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여자는 괴성을 지르며 가게 안을 뛰어다니다, 눈깜짝할 사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나와 후배는 경악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곁에서는 눈이 시뻘개진 사장이 숨을 씩씩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또 왔구만... 야, 저 녀석은 위험한 놈이니까 앞으로는 조심해라.]


[사장님! 그 여자 어디로 간 거요?!]


[네? 설마 귀신인가요?]




몹시 흥분한 상태였기에, 그 이후의 대화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다만 사장의 말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모포를 가진 여자가 몇 번이고 가게를 찾아왔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오는 날이면 매상이 급격하게 치솟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묘하게도 그 말대로, 방금 전까지 텅 비어 있던 가게는 곧 손님들이 들이닥쳐 그 날은 엄청나게 바빴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날 영업을 마친 뒤, 사장에게 뒷이야기를 전해들었던 것입니다.




그 여자를 손님으로 맞아 상담을 해주거나 영업을 하면, 그 호스트는 반드시 자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호스트를 시작하기 전에도 몇 명이 자살을 했었다고 합니다.


귀신을 처음으로 봤기에 나와 후배는 잔뜩 겁에 질림과 동시에, 저주라도 받은 게 아닌가 싶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장과 함께 셋이서 불제를 받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사장은 신사 밖에서 머무르며 우리를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귀신이든 뭐든 여자는 잘 써먹기만 하면 돈이 되는거야. 불제는 받아서 뭐하냐. 다른 애들한테 이상한 소문 퍼트리지 마라.]




새삼 이 사람은 이 바닥에서 뼈가 굵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나와 후배는 호스트를 그만 뒀습니다.


지금 우리 둘 다 신상에 큰 문제는 없지만...




후배는 오른손 새끼 손가락을, 나는 왼발 새끼 발가락을 각기 다른 사고로 인해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후배는 호스트를 그만 두고 공사장에서 노가다를 뛰다 철근에 손이 끼여서 그런 것이고, 나는 오토바이를 타다 굴러서 도랑에 발이 끼여 생긴 사고였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와서 생각해보니 뭔가 섬뜩한 겁니다.




하필이면 왜...


우연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포 안에는 수많은 호스트들의 새끼 손가락, 새끼 발가락이 들어 있던 건 아니었을까요.




옛날 화류계에서는 자기 새끼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잘라 상대에게 주는 걸 사랑의 증표로 삼았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는 자신을 속이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자신에게 맹세할 남자를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지금 가부키쵸에서 호스트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하얀 원피스를 입고 모포를 들고 있는 여자에게는 말을 걸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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