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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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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정도 전 이야기다.

 

당시 내게는 귀여운 여자친구가 있었다.

 

대학교 2학년이었지만, 주변에는 아직 모태솔로가 꽤 많았기에 나는 나름대로 우월감도 느낄 정도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봐도 여자친구에게는 내 나름대로 무척 소중히 대해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려 통학을 하고 있었지만, 귀찮은 나머지 주변에서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서 잘 때가 많았다.

 

여자친구도 집에서 통학을 하고 있던터라 여자친구네 집에서 묵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10월 무렵, 처음으로 그녀의 집에 찾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그 날은 어머니가 출장을 가서 자고 가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직접 만들어 준 저녁도 꽤 맛있었고, 집도 여자만 둘이 살아서 그런지 무척 깔끔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날 밤은 여자친구 방에서 잤다.

 

다음날 일어났는데 여자친구가 없었다.

 

여자친구 방에 있는 침대는 여자용 싱글베드였다.

 

 

 

나는 남자치곤 체구가 작은 편이지만, 역시 너무 좁아서 다른 곳에 나가서 잔 걸까?

 

나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여자친구를 찾아 방에서 나왔다.

 

하지만 어디에도 여자친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집이라고는 해도 아파트고, 거실에 부엌, 방이 3개인 평범한 집이었다.

 

혹시나 싶어 슬쩍 여자친구네 어머니 방까지 들여다 봤지만 어디에도 여자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초조한 와중에도 혹시 편의점에 먹을 거라도 사러갔나 싶어 기다려봤지만, 12시가 되도록 여자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휴대폰도, 어제 입었던 파자마도 그대로 남겨둔 채였다.

 

나는 더 기다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우선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돌아오면 할 말이 없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종종 묵곤 했던 친구네 자취방에 찾아갔다.

 

 

 

그 녀석, Y는 나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여자친구는 없었지만.

 

그 녀석과는 언제나 같이 술을 마시며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었다.

 

 

 

내심 짜증났을지도 모르지만, Y는 그런 이야기조차 귀기울여 들어주는 좋은 놈이었다.

 

나는 넉넉히 술을 사들고 평소처럼 어제 벌어진 일을 말했다.

 

여자친구에게 화가 났다는 듯, 조금 가벼운 뉘앙스로.

 

 

 

하지만 Y는 내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굉장한 기세로 내게 소리쳤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Y의 얼굴을 보고 나는 겁에 질렸다.

 

 

 

어째서인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지?

 

왜 이 자식 이렇게까지 당황스러워하는거지?

 

 

 

나는 일단 어떻게든 Y를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능한 차분하게 물었다.

 

[뭐, 일단 진정 좀 해 봐. 왜 그렇게 겁에 질리고 그러냐?]

 

 

 

하지만 Y는 나를 방에서 내쫓으려 들었다.

 

[미안, 미안. 진짜, 진짜로 미안하다. 너랑은 친구지만 무리, 무리, 무리, 무리야. 이건 도저히 무리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제발 돌아가줘. 미안.]

 

나는 당황해서 [뭐? 무슨 소리야, 장난 치지마!] 라고 화를 냈지만, Y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이며 내가 하는 말은 듣는 척도 안 했다.

 

 

 

결국 나는 문 밖으로 밀려났고, 곧이어 안에서는 철컥철컥하고 문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은 체인까지 걸어버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문만 잠그고 마는 녀석인데.

 

 

 

억지로 쫓겨났으니, 신발도 대충 구겨신은 상태인데다 밖은 더럽게 추웠다.

 

그제야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지만, Y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이고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나중에 가자 Y는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

 

더욱 화가 나서, 나는 Y네 집 문을 온 힘을 다해 걷어찬 후,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그 날 이후, 여자친구에게 문자도 하고 몇번이고 전화도 걸었다.

 

 

 

여자친구와 친하던 친구들한테도 물어봤지만, 여자친구는 완전히 종적을 감춰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

 

아무래도 내가 여자친구네 집에서 묵었던 날 사라진 것 같지만, 무서워서 차마 경찰에 신고도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냈기에, 남자친구인 나도 사정청취에 끌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친구는 나말고도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던지, 딱히 내게 의심이 오는 일은 없었다.

 

내게는 여자친구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것도 충격이었지만, 그보다는 Y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겁에 질렸던 것인지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 이후 Y네 집에는 가지 않았다고 할까...

 

 

 

Y가 나를 거부했다.

 

학교에서 만나도 무시를 하니 점차 교류는 끊어져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Y도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무도 행방은 모르지만, 컴퓨터에 '나를 찾지 마.' 라는 글을 띄워놓은 채였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내 주변에서 벌어진 것일까.

 

이전에도 친한 사람들이 행방불명이 된 일이 몇 번 있었기에 더욱 무섭다.

 

다음에는 내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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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51st]데리고 간다

괴담 번역 2015. 3. 1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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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가 대형 쇼핑몰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할 무렵의 이야기다.

 

그 쇼핑몰은 당시 오픈하고 1년 가량 지난 곳이라, 건물도 시설도 거의 새것이었고,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꽤 번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던 도중 종업원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2층 화장실에서 여자 유령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흔한 이야기기는 하지만, 이 건물은 딱히 오래된 것도 아니고 뭔가 사정이 있던 곳에 지어진 것도 아니다.

 

그랬기에 할머니도 처음 그 소문을 듣고는, 학교 괴담이나 도시전설 비슷한 느낌으로 웃어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소문이 점점 퍼져나감과 동시에, 종업원들 사이에서 부상을 당하는 사람이나 병에 걸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갔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형 쇼핑몰이다 보니 몇백명은 족히 되는 사람들 사이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있으려니 하고 애써 무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부상을 당하거나 병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2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쇼핑몰은 방범 취지도 겸해, 손님과 종업원이 같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구조였다.

 

즉, 귀신이 나온다는 그 화장실을 자주 쓰는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그건 청소부 쪽도 마찬가지라, 2층 화장실 담당이 된 사람들이 계속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청소부들도 그 곳에서 일하기 싫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어쩔 수 없이 본사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2층 화장실 청소를 맡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A라는 중년 여자가 새로 청소부로 일하게 되었다.

 

일도 차차 손에 익고, 다른 사람들과도 허물 없이 지내기 시작할 무렵, 그 화장실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다들 [거기 진짜 기분 나쁘다니까.] 라던가, [본사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죽어도 거기는 못 들어가겠어.] 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을 무렵이었다.

 

돌연 A씨가 [그럼 내가 오늘 귀신을 데리고 돌아갈게요.] 라는 말을 꺼냈다.

 

순간 다들 조용해졌지만, 곧이어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청소부 중 한 명이 [무슨 소리야, 정말. 어떻게 귀신을 데리고 간다는건데?] 라고 묻자, A씨는 자전가 짐받이에 얹어서 간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 후 다들 A씨가 웃긴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며, 휴식이 끝나 자기 파트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날 일이 끝난 후, 할머니는 우연히 자전거 보관소에서 집에 돌아가려는 A씨와 마주쳤다.

 

 

 

[그 귀신 데리고 돌아간다면서요?] 라고 웃으며 할머니가 말을 건넸다.

 

A씨는 진지한 얼굴로, [네.] 라고 대답하며 자전거 짐받이를 가리켰다.

 

너무 진지한 얼굴에 당황한 할머니는, [그, 그렇군요... 조심하세요.] 라며 쓴웃음을 짓고 손을 흔들어줬다고 한다.

 

 

 

A씨는 웃는 얼굴로, [그럼 내일 봬요.] 라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사라져갔다.

 

다음날 아침, A씨가 전날 귀가 도중 대형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할머니를 포함한 청소부들은 그 날부로 모두 일을 그만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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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후배가 고등학생이던 무렵 실제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후배가 다닌 고등학교는 선원을 양성하는 특수학교라, 실습을 하면 실제 배를 타고 먼 바다까지 나가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일 역시 괌인지 하와이인지, 아무튼 먼 바다까지 실습을 나가게 됐을 때 있었던 일이랍니다.




항해를 떠나고 며칠 가량 지난 어느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갑자기 배가 운행 불가 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선장과 교관을 비롯해, 배에 승선했던 전원이 동원되어 원인을 찾아나선 끝에 원인이 발견되었습니다.




기계 쪽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스크류가 움직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선미 쪽으로 가서 확인을 해보니, 아무래도 스크류에 무언가 얽혀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들 선미에 몰려가 바라보니, 뭔가 커다란 것이 스크류에 감겨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대형 오징어였습니다.


스크류에 감기지 않은 나머지 촉수가 바다에 떠 있는데, 길이가 족히 15m는 되어 보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오징어 본체는 선체 아래까지 들어가 확인해야 할테지만, 아무래도 이미 죽어 있는 듯 했습니다.




스크류를 역회전시켜도 촉수는 떨어지지 않아, 직접 들어가 떼내는 수 밖에 없는 듯 했습니다.


결국 잠수 경력이 있던 선원 두 명이 밧줄을 몸에 묶은 후, 칼과 톱을 들고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2, 3분 후, 한 명이 수면으로 올라와서는 [작업이 꽤 힘들어 보입니다. 1시간은 족히 걸리겠어요. 저거, 난생 처음 볼 정도로 큰 오징어에요.] 라고 말하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두 명의 선원이 작업에 몰두해 올라왔다 내려갔다 한지도 30분 가량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두 명의 선원이 동시에 올라오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끌어올려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너무나도 급박한 그 목소리에,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로프를 끌어올려 두 사람을 건져냈습니다.


그와 동시에, 배에 강한 충격이 오고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배가 흔들렸습니다.


충격은 선원들을 끌어올린 후에도 몇초간 이어지더니, 마지막으로 엄청난 충격과 함께 배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제야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바다를 내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들 할말을 잃었다고 합니다.


수면에는 거대한 오징어의 몸통과, 그걸 입에 물고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수심 3m 정도 깊이에, 눈대중으로 보아도 다다미 6장 길이는 될 것 같은 오징어와, 그보다 훨씬 커서 20m는 되어 보이는 상어.


실루엣만 보일 뿐이지만, 백상아리 같았다고 합니다.


그 그림자가 서서히 해저로 사라질 때까지, 배 위의 사람들은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다시금 스크류를 확인하기 위해 선원들이 투입되었지만, 상어가 스크류에 얽혀있던 오징어를 통째로 뜯어간 탓인지 완전히 망가져 버린 상태였다고 합니다.


결국 구조 신호를 보냈고, 우연히 주변을 지나가던 호주 상선의 도움을 받아 며칠 후에야 겨우 일본에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귀신에 얽힌 이야기는 아니지만, 실제로 존재할지 의심스러울 정도인 미지의 동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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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49th]좋아했던 삼촌

괴담 번역 2015. 3. 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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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일 무렵, 우리 집에는 삼촌이 같이 살고 있었다.


삼촌은 공장에 다니다 해고를 당해, 집세조차 못 내 우리 집에 들러붙은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뭐 하나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매일 나와 같이 집에서 뒹굴대고 있을 뿐이었다.




돈 한푼 없고 매일 술 먹고 잠만 자던 삼촌이었지만, 조카인 나는 무척 귀여워했었다.


가끔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하고, 같이 낚시를 가기도 했다.


나는 그런 삼촌을 꽤 좋아했었다.




삼촌이 집에 들러붙고 반년 가량 지난 어느 늦은 토요일 밤이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아버지와 삼촌이 아래층에서 말다툼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큰 목소리로 언성을 높여 싸우고 있었기에, 나는 듣던 라디오를 끄고 숨을 죽였다.




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삼촌이 계단을 올라왔다.


나는 혹시 내 방으로 오나 싶어 긴장했지만, 옆에 있는 불단 미닫이 문이 슥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그머니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부모님은 가게를 보러 가시고, 집에는 나와 삼촌 둘 뿐이었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은 모르는 척하고, TV를 보며 엄마가 만들어 둔 튀김을 먹고 있었다.




위층에서 불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곧이어 삼촌이 계단을 내려왔다.


나는 조금 긴장한 채 [삼촌, 안녕!] 이라고 말했다.


삼촌도 [오, 뭐야, 그거. 맛있어 보이네.] 라며 말하고는 같이 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야, 츠토무. 이거 다 먹으면 같이 낚시하러갈래?]


삼촌은 내게 물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도 삼촌을 위로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응!] 하고 크게 대답했다.




낚싯대를 2개 들고, 낚싯도구를 챙겨 물통에 넣었다.


그리고 나와 삼촌은 평소 낚시를 하던 근처 폭포 쪽으로 향했다.


폭포는 전날 내린 비로 수위가 높아져, 탁한 황토물이 사납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별로 안 잡힐 거 같은데?] 라고 내가 말하자, 삼촌도 [어떠려나. 일단 좀 해볼까?] 라고 대답했다.


[이런 때 오히려 잘 잡히는 것도 있는거야. 뱀장어라도 한 번 낚아보자.]


그리고 삼촌은 폭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는 굳이 이렇게 안 쪽까지 가야하나 싶으면서도, 삼촌의 뒤를 재빨리 쫓아갔다.


[여기면 되려나.]


삼촌은 폭포 앞, 높은 바위 곁에서 멈췄다.




[츠토무, 여기서 낚시하자. 한 번 올라와봐.]


삼촌은 나를 들어올렸다.


내가 바위 위에 올라서자, 삼촌은 [물 상태가 좀 어때? 잡힐 것 같니?] 라고 물었다.




나는 탁류가 소용돌이치는 수면을 내려다보며 물고기 그림자를 살폈다.


[생선 같은 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잠시 수면을 내려보다가, 나는 문득 삼촌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히 바위 아래에 있던 삼촌은, 내 등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 마치 나를 밀어 떨어트리려던 것처럼, 양손을 가슴부근까지 올린 채였다.


그런 삼촌의 모습을 보고, 나는 돌처럼 굳었다.




삼촌은 무표정하고, 힘이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울려퍼지는 것은 매미 울음 소리 뿐, 시간이 그대로 멈췄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삼촌의 눈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땀이 뺨을 타고 흐르고, 움직이지 못하는 와중에 그저 심장 고동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삼촌도 손을 내리지 못한 채, 그저 무기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얼마나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갑자기 삼촌 뒤쪽 수풀에서 바스락바스락하고 소리가 났다.


나도, 삼촌도 깜짝 놀라 수풀로 눈을 돌렸다.


근처 아저씨 같은 사람이 우리가 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지나쳐 갔다.




나는 삼촌 곁을 지나쳤다.


[오늘은 잡힐 거 같지 않네. 나 먼저 돌아갈게.] 라고 말하고 걸어간다.


폭포에서 조금 멀어진 후, 나는 쏜살같이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




뒤를 보면 그 눈을 한 삼촌이 등뒤에 있을 것만 같아, 나는 앞만 보고 미친 듯 달렸다.


어느 정도 달려왔을 무렵, 나는 내가 엉엉 울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집에 들르지 않고, 곧장 부모님이 있던 가게로 향했다.




당시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나는 거기서 가게가 문을 닫을 때까지 부모님과 같이 있었다.


삼촌은 그 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밤, 아버지가 경찰에게 신고를 했고, 삼촌은 며칠 후 폭포 밑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나는 폭포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삼촌은 혼자 낚시를 하다 실족해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다.


다만, 내가 가지고 돌아왔던 낚시도구상자에는 삼촌이 쓴 메모가 들어 있었다.


거기에는 [츠토무를 데리고 간다.] 라고 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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