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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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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정도 전 이야기다.

 

당시 내게는 귀여운 여자친구가 있었다.

 

대학교 2학년이었지만, 주변에는 아직 모태솔로가 꽤 많았기에 나는 나름대로 우월감도 느낄 정도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봐도 여자친구에게는 내 나름대로 무척 소중히 대해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려 통학을 하고 있었지만, 귀찮은 나머지 주변에서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서 잘 때가 많았다.

 

여자친구도 집에서 통학을 하고 있던터라 여자친구네 집에서 묵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10월 무렵, 처음으로 그녀의 집에 찾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그 날은 어머니가 출장을 가서 자고 가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직접 만들어 준 저녁도 꽤 맛있었고, 집도 여자만 둘이 살아서 그런지 무척 깔끔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날 밤은 여자친구 방에서 잤다.

 

다음날 일어났는데 여자친구가 없었다.

 

여자친구 방에 있는 침대는 여자용 싱글베드였다.

 

 

 

나는 남자치곤 체구가 작은 편이지만, 역시 너무 좁아서 다른 곳에 나가서 잔 걸까?

 

나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여자친구를 찾아 방에서 나왔다.

 

하지만 어디에도 여자친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집이라고는 해도 아파트고, 거실에 부엌, 방이 3개인 평범한 집이었다.

 

혹시나 싶어 슬쩍 여자친구네 어머니 방까지 들여다 봤지만 어디에도 여자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초조한 와중에도 혹시 편의점에 먹을 거라도 사러갔나 싶어 기다려봤지만, 12시가 되도록 여자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휴대폰도, 어제 입었던 파자마도 그대로 남겨둔 채였다.

 

나는 더 기다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우선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돌아오면 할 말이 없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종종 묵곤 했던 친구네 자취방에 찾아갔다.

 

 

 

그 녀석, Y는 나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여자친구는 없었지만.

 

그 녀석과는 언제나 같이 술을 마시며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었다.

 

 

 

내심 짜증났을지도 모르지만, Y는 그런 이야기조차 귀기울여 들어주는 좋은 놈이었다.

 

나는 넉넉히 술을 사들고 평소처럼 어제 벌어진 일을 말했다.

 

여자친구에게 화가 났다는 듯, 조금 가벼운 뉘앙스로.

 

 

 

하지만 Y는 내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굉장한 기세로 내게 소리쳤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Y의 얼굴을 보고 나는 겁에 질렸다.

 

 

 

어째서인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지?

 

왜 이 자식 이렇게까지 당황스러워하는거지?

 

 

 

나는 일단 어떻게든 Y를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능한 차분하게 물었다.

 

[뭐, 일단 진정 좀 해 봐. 왜 그렇게 겁에 질리고 그러냐?]

 

 

 

하지만 Y는 나를 방에서 내쫓으려 들었다.

 

[미안, 미안. 진짜, 진짜로 미안하다. 너랑은 친구지만 무리, 무리, 무리, 무리야. 이건 도저히 무리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제발 돌아가줘. 미안.]

 

나는 당황해서 [뭐? 무슨 소리야, 장난 치지마!] 라고 화를 냈지만, Y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이며 내가 하는 말은 듣는 척도 안 했다.

 

 

 

결국 나는 문 밖으로 밀려났고, 곧이어 안에서는 철컥철컥하고 문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은 체인까지 걸어버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문만 잠그고 마는 녀석인데.

 

 

 

억지로 쫓겨났으니, 신발도 대충 구겨신은 상태인데다 밖은 더럽게 추웠다.

 

그제야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지만, Y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이고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나중에 가자 Y는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

 

더욱 화가 나서, 나는 Y네 집 문을 온 힘을 다해 걷어찬 후,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그 날 이후, 여자친구에게 문자도 하고 몇번이고 전화도 걸었다.

 

 

 

여자친구와 친하던 친구들한테도 물어봤지만, 여자친구는 완전히 종적을 감춰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

 

아무래도 내가 여자친구네 집에서 묵었던 날 사라진 것 같지만, 무서워서 차마 경찰에 신고도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냈기에, 남자친구인 나도 사정청취에 끌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친구는 나말고도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던지, 딱히 내게 의심이 오는 일은 없었다.

 

내게는 여자친구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것도 충격이었지만, 그보다는 Y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겁에 질렸던 것인지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 이후 Y네 집에는 가지 않았다고 할까...

 

 

 

Y가 나를 거부했다.

 

학교에서 만나도 무시를 하니 점차 교류는 끊어져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Y도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무도 행방은 모르지만, 컴퓨터에 '나를 찾지 마.' 라는 글을 띄워놓은 채였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내 주변에서 벌어진 것일까.

 

이전에도 친한 사람들이 행방불명이 된 일이 몇 번 있었기에 더욱 무섭다.

 

다음에는 내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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