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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

[번역괴담][2ch괴담][563rd]꿈에서 본 광경

괴담 번역 2015. 5. 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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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어릴 적부터 꿈을 꾸면 보게 되는 광경이 있다.


다리 건너 보이는 오솔길.


그 너머에는 낡은 신사가 있다.




오솔길을 걸으면 발밑의 자갈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나무로 된 신사 앞 기둥문.


인기척 없는 신사에, 자갈 소리와 강물 소리가 들려와 거기에 있으면 어쩐지 무척 행복한 기분이 된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난 후, 나는 스스로를 분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 그런 꿈을 이끌어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집은 내가 아기일 무렵 이혼해, 나는 아버지와 같이 자라났다.




생후 6개월 무렵에 이혼을 해서, 나는 고모 밑에서 1달 차이로 태어난 사촌여동생과 같이 자랐다.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난동을 피우는 사람이었지만, 시골인데다 장남의 권위가 어마어마하던 시절이라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자랐고, 술병으로 얻어맞는 일도 허다했다.




그랬기에 꿈에서 나오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경치는, 누군가의 보호를 원하는 생각에서 나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했다.


신이 머무는 신사를 그리며, 나를 지켜줄 신을 구하면서.


그런데 내가 사회인이 되자마자, 고모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아버지는 내게 알리지 말라고 했던 듯 했지만, 고모가 몰래 알려주신 것이었다.


이미 장례식까지 다 끝난 듯 했지만, 어머니에 대해 마지막으로 알 수 있을 기회라는 생각에, 나는 어머니의 고향인 도호쿠로 향했다.


거기서 처음으로 어머니의 사진을 봤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외할머니와도 처음 만났지만, 그립다는 생각보다는 어쩐지 실망스러웠다.


사진을 처음 보자마자 "아, 어머니구나..." 라고 생각하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날은 어머니의 고향집에서 묵게 되었다.


저녁 무렵, 외할머니가 권해 같이 인근에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본 적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강이 흐르고 그 너머에 한 줄기 뻗어있는 오솔길.


그 곳을 눈으로 더듬어보니, 저 너머에 꿈에서 몇번이고 보아온 신사가 있었다.


놀라 외할머니에게 묻자, 어머니는 첫 출산이기에 고향으로 내려와 나를 낳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일 같이 이 신사 주변에 산책을 왔었다고 했다.


내가 그 마을에 있었던 건 생후 2개월까지일 뿐, 그 후 단 한 번도 찾아온 적은 없었다.


6개월째 될 무렵에 부모가 이혼했고, 아버지는 어머니가 찍힌 사진 한 장 남김없이 내다버렸다.




생후 2개월 된 아기는 대개 시력도 완전치 못할 터이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그 신사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정말로 기이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거기를 걸으면 귀에 익은 자갈소리와,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눈 앞에는 오래된 신사가 우뚝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머니의 사진이나 외할머니 얼굴을 보고서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던 나였지만, 어째서일까, 그 신사를 걸으면서 엉엉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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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62nd]절에 있는 우물

괴담 번역 2015. 5. 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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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좀 악질인 구석이 있어서, 단합이 목적인지 정신수행이 목적인지, 매년 신입사원들을 데리고 등산이나 캠핑을 하곤 한다.


올해는 어느 산 속의 절에서 수행을 하는 쪽으로 계획이 잡혀버렸다.


매년마다 사장과 더불어 기존 사원 중 인솔자가 한 명 같이 가는데, 하필 올해는 사장이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내가 인솔자로 혼자 동행하게 되었다.




A, B, C라는 신입 3명을 데리고 신세를 지게 될 절에 가자, 주지스님과 S 스님, O 스님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주지스님은 항상 미소를 띄고 있어, 무척 상냥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매일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좌선과 독경을 하는 일정으로 사흘간 이 절에 묵게 된다.




첫날 밤, 신입 두 명이 큰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갔더니, 절에 있는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둘이서 우물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옆에서 여자아이가 나타나 우물로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산 중에 있는 절에, 그것도 한밤 중에 웬 여자아이인가 싶었지만, 일단 S 스님에게 달려가 사정을 말했다.


A가 황급히 사정을 설명했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갑자기 여자아이가 뚝 떨어졌어요. 빨리 구하지 않으면 빠져 죽어버릴거에요!]




하지만 S 스님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이 우물 안에 물은 없습니다. 먼 옛날에 이미 수맥이 끊어졌어요. 게다가 우물은 철판으로 닫아뒀을 터인데...]


A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열려 있었습니다. 거기다 '첨벙' 하고 물소리까지 들렸어요. 야, 너도 들었지?]


곁에 있던 B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명 여자아이가 떨어졌습니다. 빨리 끌어올려야해요.]




우선 물이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지만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우물은 확실히 바닥을 들어내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소란스러웠는지 주지스님이 왔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주지스님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이런 늦은 밤에 아이가 혼자 이런 곳까지 올리가 없습니다. 여러분, 본당에 와 주시지요. 독경을 합시다. 우물 뚜껑은 제대로 닫아두세요.]


A, B는 물론이고, 직접 우물 안을 보지 않았던 C 역시 꽤 두려워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장에게 전화를 해 사정을 말하고 일정을 일찍 끝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사장에게 하자니 영 용기가 나질 않았다.


이틀째 밤, 자기 전에 잠깐 짬을 내서 나는 담배를 피러 흡연소로 향했다.


흡연소는 그 우물 바로 옆에 있었다.




문득 우물을 바라보니, 어제 닫아뒀던 철판 뚜껑이 치워져 있었다.


어라, 하고 생각한 나는 우물로 향했다.


그리고 멍하니 우물 안을 들여다보자, 갑자기 옆에서 여자아이가 떨어졌다.




물소리도 분명히 들렸다.


그 때, A 역시 담배를 피러왔는지 내 곁에 다가와 [왜 그러세요?] 라고 물었다.


[야, 나도 봤어... 분명 여자아이가 떨어졌다구. 여기 위험해, 진짜...]




[H씨도 보셨어요? 여기 진짜 위험한 거 같아요. 그냥 빨리 돌아가면 안 될까요?]


[나도 돌아가고는 싶은데... 그래도 이제 하루만 참으면 되니까... 이제 자러 가자.]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데 주지스님이 왔다.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위험하니까 철판을 열면 안 됩니다.]


[저희가 한 게 아닙니다, 주지스님. 그리고 저도 그 여자아이를 보고 말았어요. 옛날에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귀신에게 홀려있는지도 모르겠군요. 본당에서 독경을 합시다. 철판을 닫고 따라오세요.]




이제 하루만 참으면 돌아갈 수 있다.


나는 의식적으로 그 우물을 피해다녔고, 별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자기 전에 한 대 피우고 잘 생각이었지만, 어제 일이 뇌리에 남아 혼자 가기가 좀 두려웠다.




A는 내가 가려고 하기 전에 벌써 혼자 갔다왔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참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한밤 중, 문득 잠에서 깬 나는 아무래도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이걸 어쩌나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 누워 있는 A가 깨어있는 것 같았다.


[야, A야, 안 자냐?]


[네, 아직요. 담배 피우고 싶어서 잠이 안 오네요.]




[너도? 나도 피우고 싶어 죽겠다, 야. 지금 갔다올래?]


[갈까요? 근데 이 시간에 거기 가도 될까요?]


[무서워서? 아니면 혼날까봐?]




[무서워서요. 그래도 둘이 가면 괜찮을 거 같긴 한데...]


[나도 무섭지만... 가자.]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나와 A는 살금살금 흡연소로 향했다.




슬쩍 우물 쪽을 봤지만 철판은 잘 닫혀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점점 가까워 온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발소리의 주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지스님이었다.




큰일났다 싶어, [죄송합니다. 도저히 담배를 못 참겠어서...] 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주지스님은 그걸 무시하고 우물로 향했다.


뭘 하는건가 보고 있자니, 우물의 철판을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돌아갔다.




무슨 일인걸까?


철판을 치우고 있던 건 주지스님이었다.


하지만 지금 주지스님의 행동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나와 A는 우물로 시선을 옮기자, 우물 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여자아이다.


그 뒤에는 스님이 서 있고, 여자아이를 싱글벙글 웃으면서 보고 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스님이 여자아이를 우물 안으로 밀어 떨어트렸다.


우리는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지만, 여자아이는 떨어진 게 아니라 떠밀려 떨어졌던 것이었다.


스님은 여자아이를 밀어 떨어트린 후 기쁜 듯 싱긋 웃었다.




어디선가 본 미소다.


나에게는 그 스님이 주지스님으로 보였다.


주지스님보다는 젊지만, 분명 닮았다.




스님은 웃으며 사라진다.


그러자 또 여자아이와 스님이 나타나고, 방금 전과 같은 일이 반복됐다.


동영상을 되감아 다시 트는 것처럼, 몇번이고 몇번이고 여자아이는 스님에게 등을 떠밀려 떨어지고, 스님은 기쁜 듯 웃는다.




나와 A는 멍하니 그걸 보고 있었다.


가위에 눌린 건 아니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당시 심경을 글로 풀어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다만... 그 광경을 계속 보고 있었다.


몇번이나 반복된 것일까.


어느새인가 여자아이와 스님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나와 A는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 있었지만, 문득 등 뒤에서 들려온 [좋은 아침입니다.] 라는 B와 C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고는, 이미 다 타버린 담배꽁초를 버리고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그저 입 다물고 담배를 태웠다.




그러는 와중 S 스님이 다가왔다.


[이런 곳에서 멍하지 있지말고 청소를 좀 도와주시죠.]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스님, 여기서 혹시 옛날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지 않았습니까? 사실을 안다면 좀 가르쳐주세요.]


[또 뭐라도 보신건가요? 저는 잘... 아직 여기 온지 3년밖에 안 됐거든요. O 스님이라면 혹시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나와 A는 아침식사 후, O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혹시 이 절에서 옛날에 무슨 사건 같은 게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O 스님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물에서 뭔가 보신 모양이군요. 저는 여기 온지 10년이 넘었지만 제가 온 이후에는 별 일이 없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이상한 일은 있었는데... 음... 이걸 말씀드려도 될런지...]




O 스님은 뭔가 고민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뭐, 일단 비밀로 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은 전에도 우물 뚜껑이 열려 있던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연 적은 없는데, 주지스님한테 한껏 혼이 났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닫아놔도 어느샌가 뚜껑이 열려 있는 겁니다. 주지스님에게 들키면 경을 치니 바로바로 닫아 놓지만, 어느날 보고 말았습니다.]


O 스님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지스님이 우물 뚜껑을 열어놓는 걸 말입니다. 제가 스님에게 계속 말을 걸었지만 무시당할 뿐이었습니다. 이상한 분위기였지요. 그리고 한동안은 우물 뚜껑이 열려 있는 적이 없었지만, S 스님이 온 후 또 몇번인가 그런 일이 일어나더군요. 뭐, 열려 있을 때마다 제가 찾아서 닫아놔서 아마 S 스님은 알아차리지도 못했겠습니다만.]


A가 물었다.


[혹시 우물 안에서 뭔가 보신 건 없으신가요?]




[아무것도요. 저는 영감이 없는건지, 지금까지 한 번도 유령 같은 건 본 적이 없습니다.]


[주지스님께는 우물 뚜껑을 연 것에 대해 물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뇨... 그런 적은 없습니다. 주지스님이 왜 그런 일을 하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혹시 의도해서 그런게 아니라, 무언가에 홀려서 그런 건 아닐까요?]


[...아마 주지스님이라면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여러분, 무얼 보셨기에?]




나와 A는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결국 A가 입을 열었다.


[저기... 여자아이가 우물에 떨어지는 걸 봤습니다. 여기 H씨도, 저도, 그리고 B씨도요. 그것 뿐입니다만...]




O씨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런가요... 하지만 지금까지 특별한 일은 없었으니 아마 괜찮을 겁니다. 잊으시지요.]


나 역시 더 이상 파고들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늘은 절에서 떠나는 날이니, 이제 됐겠지.


그날 정오 무렵, 우리는 절을 떠나기로 했다.


주지스님이 문 앞까지 나와 웃는 얼굴로 배웅해준다.




여기 처음 올 때 봤던 미소와 같은 미소일터인데, 도저히 주지스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인사를 건네고, 절문에서 한걸음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주지스님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프후후후... 햐하햐하햐하핫히히히히히히힛.]




그러더니 갑자기 멈추더니, 이번에는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으우우... 으아아아앙, 훌쩍훌쩍....]


제정신이 아닌 듯한 광경에, B와 C는 도망쳤다.




S 스님과 O 스님은 필사적으로 주지스님을 말리고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나는 걱정된 나머지 주지스님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자 주지스님은 기쁜 듯 싱긋 웃었다.




그 얼굴을 보고, 나와 A도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회사로 돌아온 후에도 A는 이상한 사명감을 가지고 그 절에 관해 계속 조사하고 있었다.


거기다 나도 같이 조사를 도와달라고 달라붙어오는 것이었다.




[H씨도 같이 조사해보시죠. 이대로는 그 여자아이가 불쌍하지 않습니까?]


[그건 도대체 뭐였을까, 마지막 그 주지스님 꼴은...]


[그건... 그 여자아이 나름대로 우리한테 뭔가 이야기하려던 건 아닐까요? H씨는 모르셨던 것 같은데, 우물에서 우리가 그 광경을 보고 있을 때, 옆에서 그 여자아이가 계속 H를 보고 있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A의 말대로인지도 모른다.




그 여자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S 스님과 O 스님 대신, 우리에게 도움을 요구했던 것인지도.


뭔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내게는 무리였다.


솔직히 말해 몇번이고 본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나 모습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주지스님의 웃는 얼굴만은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자아이를 밀어 떨어트린 후 지었던 그 만면의 미소를.


지금도 갑자기 떠올라, 혼자 있는 게 참을 수 없이 두려울 정도다.


결국 나는 A에게 미안하다고, 나에게는 도저히 무리라고 말하고 발을 뺐다.




그리고 3달 가량 지난 오늘, A에게 메일이 왔다.


지난주 주지스님과 만나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A는 세 달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그 절을 찾았다고 한다.




매번 S 스님이 맞아줬지만, 일반인은 절의 예불에 참여할 수 없다며 절에 들여보내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난주 일요일도 A는 친구와 함께 절을 찾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세 달 동안 같은 짓을 반복하자 열이 오른 A는 [안 들여보내주면 경찰에다 내가 봤던 걸 다 말할테야! 괜찮은거냐!] 라고 절 앞에서 소리를 쳤단다.




그리고 한동안 있자니, S 스님이 나와서 A 혼자만이라면 들어와도 된다며, 주지스님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친구는 차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A는 주지스님을 만나러 들어갔다.


S 스님도, O 스님도 없이 오직 주지스님과 둘이서 독대하는 것이었다.




A는 들어가자마자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당신이 옛날에 밀어 죽인거죠?]


주지스님은 말이 없었다.




[정직하게 말해주시죠.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찾아오겠습니다.]


주지스님이 입을 열었다.


[...벌써 20년은 더 된 이야기입니다... 내 여동생에게는 딸이 있었어요. 무척 사랑스러운 아이라, 어릴 적 여동생이랑 꼭 닮았죠. 나는 조카가 너무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그래서... 밀어버린 겁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모르시겠나요? 뭐, 모르시겠지요. 조카는 죽었습니다. 사고사로요.]


[사고사라니... 당신이 죽인 거잖습니까!]




[사고사입니다. 그렇게 처리됐으니까.]


A는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고 한다.


[당신, 그 여자아이의 귀신에게 홀려 있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당신 스님이잖아? 그러고도 괜찮은거냐? 회심하라고. 그래야 당신 조카도 성불할 거 아니야!]




기묘하게도 주지스님은 계속 웃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요. 나는 홀려 있습니다. 조카는 나를 원망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대로 영원히 내 곁에 있어주는 겁니다. 성불이라니, 터무니 없는 짓 아닙니까? 계속 나와 함께 있어주는 겁니다. 이 모습 그대로, 언제까지라도...]




그 말에 A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사명감에 차 잊고 있었던 공포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올랐다고 한다.


[이제 진실을 아셨으니 만족하셨나요? 그럼 돌아가주시죠. 두 번 다시 이 곳에 오지 말길 바랍니다. 또 오신다면 그 때는 저도 생각이 있으니...]




A는 그대로 절을 내려와,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나는 [살인을 자백한 셈이니,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고 A에게 물었다.


하지만 A는 잔뜩 겁에 질려, [아뇨... 저한테는 무리입니다. 이제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요.]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물론 나도 이 이상 엮일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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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도췌 알 수가 없는데, 같은 아이디로 개설만 해 놓고 글 하나 쓰지 않은 블로그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면서 이 블로그까지 차단 조치가 내려졌었네요.

 

해당 블로그를 폐쇄하니 이제야 접속이 가능하네요.

 

하루 동안 블로그 접속 못해 불편을 겪으셨던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더불어 이전에 사용하던 스킨이 악성코드가 있다는 답변을 받아, 어쩔 수 없이 티스토리 기본 스킨으로 전환한 점 양해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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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61st]귀신의 정체

괴담 번역 2015. 5. 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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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생일 무렵 이야기다.


내가 다녔던 구마모토 대학 주변에는 탓타산이 있었고, 그 산길에는 묘지가 있었다.


당시 나는 학원제 실행 위원회 소속이었기에, 수업이 끝나면 저녁부터 밤 11시 무렵까지 선배와 함께 대학가 주변 식당을 돌며 협조를 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원제까지 사흘 남은 날 밤이었다.


그 날은 선배와 따로 행동하게 되어, 나는 탓타산 기슭에 있는 R 식당에 협조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묘지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묘지 안 쪽에서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겁쟁이였기에, [저건 잘못 본 걸거야.] 라고 머릿 속으로 되뇌며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다음날,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선배 역시 그 그림자를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게다가 선배는 [그건 노파였어.] 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그런 이야기를 둘이서 늘어놓고 있자, 곧 다른 녀석들도 흥미를 느꼈는지 끼어들기 시작했다.


원래 실행 위원회에 들어올 정도면 다들 소란스러운 장난을 좋아하기 마련이니.


결국 우리는 그날 밤 그 묘지로 향해 담력시험을 하게 되었다.




밤 11시, 우리는 6명이서 그 묘지까지 손전등을 들고 올라갔다.


아니나다를까, 역시 거기에는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그 때까지는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던 다른 녀석들도 그 모습을 보고 말을 잃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확실히 노파였다.


하지만 왜 묘지에 있는거지?


우리는 부자연스럽지 않게, 어디까지나 등산을 하러온 것처럼 묘지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하며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노파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너희들, 나를 보러 왔냐? 귀신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나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저 두려울 뿐이었다.


겨우 같이 온 녀석들 중 한 명이 [죄송합니다!] 라고 새된 목소리로 사과할 뿐이었다.


노파는 한동안 우리에게 설교를 늘어놓았다.




[나는 말이야, 작년에 남편을 잃었어. 너희 같은 대학생들이 학원제랍시고 잔뜩 들떠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서 우리 남편을 치고 도망쳤다고!]


노파는 울먹이는 소리로 우리를 향해 고함쳤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노파는 계속해서 말했다.


[딱 지금 정도 시간이야, 남편이 죽은 건. 그 후로 남편이 매일 꿈에 나와서는 '그 산을 지나가는 놈들은 죄다 저주해 죽여버릴거다' 라고 말하는거야. 나는 남편이 무덤에서 나오지 못하게, 이렇게 학원제 전에 무덤을 지키고 있는거야.]


우리는 무덤에 손을 모아 기도하고, 그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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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시골 정신과 의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약으로는 고칠 수 없는 환자와 대화를 나눠, 증상을 정신적인 측면으로 개선시키는 일'을 했다.


카운셀러라고 표현하는 게 알아듣기 쉬우려나.




아버지와 삼촌은 둘 뿐인 형제여서인지 사이가 좋았다.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와서는, 아직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였던 나와 놀아주는 일도 많았다.


역시 의사다보니 사정도 넉넉하셨던 건지, 용돈도 통 크게 주셔서 나는 삼촌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그 삼촌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겨울방학 때였다.


나는 그 해 4월부터 고향을 떠나 삿포로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방학이 되자 어머니가 [삼촌도 오실 거니까 설날에는 집에 오렴.] 하고 연락을 하셨다.


어차피 대청소 수발이나 시키려는 거겠지 하면서도, 어머니가 만든 밤과자도 먹고, 삼촌한테 세뱃돈도 받을 겸 나는 간만에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자, 여느 명절 때처럼 삼촌이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인사를 하려던 나는 깜짝 놀랐다.


내 기억 속의 삼촌은 말라깽이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것처럼 생긴 아버지와는 달리, 100kg은 족히 될 정도로 키도 덩치도 엄청난 분이었다.


그랬던 삼촌이 아버지 이상으로 비쩍 마른 모습으로 앉아계셨던 것이다.




머리카락도 잔뜩 푸석푸석해져서, 무슨 노숙자 같은 모습이었다.


뭐, 그 때는 [무슨 일이에요, 삼촌. 엄청 멋있어지셨네.] 라고 웃어넘겼지만.


그날 밤, 식사를 마친 후 아버지는 목욕탕에 들어가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뒷정리를 하느라 거실에는 나와 삼촌 둘만이 있었다.




처음에는 옛날 이야기도 하고, [너 삿포로에서는 제대로 지내고 있는거냐?] 하고 물어오시는 등, 평범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삼촌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물었다.


[지금, 아이 목소리 들리지 않았냐?]




삼촌은 애시당초 술 같은 건 마시지도 않는 분일 뿐 아니라, 내게 농을 건네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조금 당황하면서도, 나는 [안 들렸는데요.] 라고 대답했다.


삼촌은 조금 슬픈 것 같은 얼굴로, [그런가... 역시...] 라고 중얼거렸다.




[삼촌 말이다, 요즘 어디에 있던지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저런 걸 나한테 명령을 해대는거야.]


삼촌이 일하는 병원은 평범한 의료시설이 아니라, 이미 중증이라 회복의 가망이 적은 사람들을 격리하는 수용소에 가까운 곳이었다.


산 속에 지어져 있을 뿐더러, 창문에는 전부 쇠창살이 박혀 있는 곳이다.




그 탓일까?


거기서 일하며 환자들과 계속 이야기를 해야하는 카운셀러들도 조금씩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성실하고 올곧은 사람이면, 환자들의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영향을 받아 어느새 비슷한 이상을 보이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삼촌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에도 같은 카운셀러로 일하던 여의사 중 한 명이 [음파가 뇌에 박히는 게 보여요!] 라고 말하더니, 어느날 스스로 목을 매 버렸다고 한다.


[나도 이제 한계가 온 것 같구나.]


삼촌은 억지로 지어낸 게 아니라, 묘하게 즐거운 듯 웃었다.




곧 삼촌은 가만히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귤을 들더니, 내게 내밀었다.


[보이냐?]


[뭐가요?]




[구더기가 잔뜩 들어붙어 있어. 봐라, 또 안에서 갉아먹으면서 껍질을 뚫고 구물구물 나오고 있잖느냐. 흰색의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어... 뭘 먹으려 하던 이런게 눈에 보인단다. 먹으면 내 몸 안에서 파먹고 나올 것만 같아.]


삼촌이 그렇게까지 야윈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제대로 밥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잠자는 것마저 괴롭다고, 삼촌은 말했다.


잠을 청하고 있노라면, 천장에서 누군가가 삼촌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미안하다.] 라고 한 마디 한 후, 삼촌은 거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도, 나는 아직도 삼촌이 그저 장난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해준 것이려니 할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삼촌은 이미 집을 떠난 후였다.


가족 중 누가 일어나기도 전에 돌아가 버린 것이다.




삼촌이 묵었던 방에는 전날 잠자리에 깔아뒀던 이불도 그대로였다.


말 그대로 몸 하나만 달랑,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사라진 것이다.


어머니의 말로는 그 후 삼촌에게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 정도 후, 삼촌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운전 도중 중앙분리대에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고 한다.


장례식 때, 친척 어른 중 한 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삼촌은 자살한 게 아닐까, 라는.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날은 무척 맑아 딱히 도로에 얼어붙은 곳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삼촌의 차도 도로를 따라 곧바로 잘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스로 핸들을 꺾더니 중앙분리대로 차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부분에 관해 통달한 사람이면 자신의 정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스스로가 깨닫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삼촌은 자신이 미쳐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을 만나러 찾아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폐인이 되기 전에 스스로 생명을 끊었던 것일까...




다만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가기에는 좀 께름칙한 뒷이야기가 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고 나기 전날이었는데... 한밤 중에 음성 사서함에 메세지가 있어서 확인해봤더니 형한테 온 거였어. 듣고 나서 기분이 나빠서 지워버렸었는데... 그 병원에는 아이도 있는걸까?]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삼촌의 메세지는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목소리로 딱 한 마디가 녹음되어 있었다고 한다.


[나, 명령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삼촌의 목소리 뒤로, 속삭이듯 아이 같은 목소리가 몇 사람이고 [죽어, 죽어.]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벼운 일도 아니고, 그리 친하던 형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아버지가 장난이나 치실 분은 아니다.


아직 아버지는 건강하시지만 나는 아직도 두렵다.


언젠가 아버지도 그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되시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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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59th]여동생

괴담 번역 2015. 5. 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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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집에는 여동생이 있었다.


여동생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 뭔지 알 수 없는 갓난아기 정도 크기의 테루테루보우즈 같은 것이었다.


아래쪽 치마 부분을 둥글게 묶어서, 알파벳 "i" 모양으로 생긴 것이었다.




그걸 어머니는 "여동생" 이라고 불렀다.


내가 무척 어렸을 적부터 그랬던 탓에, 유치원에 다닐 무렵까지 나는 여동생이란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인 줄 알았다.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이 [나도 여동생 있어.] 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 녀석네 집에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집에 있던 "여동생"은, 식사 시간에는 같이 식탁에도 앉고, TV를 볼 때는 소파에 같이 앉는 등 진짜 가족처럼 대접받았다.


식사를 할 때가 되면 어머니가 그것을 가져와, 의자 위에 올려놨다.


종종 내가 [여동생이 여기 놓여있네.] 라고 말했다가는, 어머니에게 꼭 혼이 났었다.




놓여 있는 게 아니라 앉아 있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어느날, 우연히 나는 유치원에서 "여동생" 이라는 건 보통 인간이라는 걸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거, 진짜 여동생 아니지?]


그랬더니 어머니는 몹시 화를 냈다.


[헛소리 마!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저건 절대로 "우리의 여동생" 이야.] 라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상한 말투다.


"우리의 여동생" 이라...


어머니에게 지독하게 꾸중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질리지도 않고 아버지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평소에는 활달하던 아버지가,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방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나오질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근처 산에 갔다.


전망 좋은 벼랑 같은 곳에서 차가 멈췄다.


언제나 외출할 때면 "여동생"은 집에 있었지만, 이 날은 같이 차를 타고 나왔다.




어머니는 차에서 "여동생"을 내리게 했다.


[너는 여기 있으렴.]


나는 뭘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창문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동생의 목과 몸을 잇는 부분을, 가위로 싹둑 잘라 벼랑 밑으로 내던져버렸다.


어머니는 언제나 "여동생"을 소중하게 취급했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그래도 괜찮은거야?]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었으니, 이제 됐어.] 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 어머니는 한 번도 "여동생"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게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언젠가는 어머니에게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그 어머니는 작년에 세상을 떠나셨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 보면 도대체 뭐가 무서운 것이냐는 반문이 돌아온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진다.


무슨 종교에 관련된 것이었을까?




이제 와서는 알 도리도 없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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