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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

[번역괴담][2ch괴담][573rd]꿈속의 상자

괴담 번역 2015. 7. 3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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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무섭다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반드시 부모님에게 당부받던 게 있다.


[꿈 속에 상자가 나와도 절대로 열면 안 된단다. 그 상자를 열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거야.]




대학생 무렵, 마침 지역에 내려오는 이야기를 조사할 기회가 생겨 나는 그 "상자"에 관해 조사해보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구전해 내려온 이야기인지, 시립 도서관에도 마땅한 자료는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문헌으로 남아 있는 걸 하나 찾아냈다.




지역 민담을 모아 수록한 책으로, 그 중 하나가 꿈 속에 나오는 상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상자 꿈을 처음 꾼 것은 에도시대 중기, 어느 여관집 아들이었다고 한다.


그는 꿈을 꿀 때마다 매번 이상한 상자 2개를 보곤 했다고 한다.




부모에게 물어봐도 모를 뿐더러, 그 상자 안을 들여다보려 해도 꿈속에서는 어쩐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는 꿈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흔히들 말하는 자각몽이라는 것이다.




남자는 서둘러 두 상자 중 더 큰 상자를 열고, 안에 뭐가 있는지 보려했다.


하지만 상자 안에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상자를 연 순간, 귓가에 울려퍼진 큰 고함소리에 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고함을 친 것은 옆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이미 숨이 끊어진 후였다.


딱히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척 건강했던 아버지였다.




그런데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남자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꿈속의 상자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나머지 상자를 열면,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것도.




남자는 절대 다른 상자를 열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그리하여 세월은 흐르고, 남자도 결혼해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가 죽은 후 어머니와 둘이서 힘들게 경영해온 여관도 겨우 제 궤도에 오른 터였다.




몇년 후,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


당시 의술로는 고칠 수도 없는 병인데다, 약값도 만만치 않았다.


겨우 여관 하나로 벌어먹고 살던 남자의 가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몇번이고 아들과 며느리에게 미안해하며, 종종 죽고 싶다며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그런 나날이 이어지다, 남자는 마침내 결심했다.


상자를 열어야겠다고.




그리고 어느날, 자각몽을 꾸게 된 남자는 나머지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볼 수 있었다.


상자 안에는 어머니의 이름이 적힌 종이와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다.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 역시 어머니는 죽은 후였다.


남자는 부모님을 자기 손으로 죽였다는 죄악감을 느끼면서도, 그 상자에서 해방된 것에 약간의 안도감도 느끼고 있었다.


[저기, 아빠. 맨날 꿈을 꿀 때마다 꿈에 상자가 나오는데 그게 뭔지 알아?]




딸이 그렇게 물어볼 때까지는.


이 이야기를 올해 처음 모인 중학교 동창회에서 문득 생각이 나 꺼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의외로 나말고도 이 이야기를 조사했던 녀석들이 몇 있었다.




대부분은 내가 찾아낸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딱 한 명, A만은 나보다 더 깊게 조사했던 것 같았다.


A는 그 상자의 저주가 태어난 이유까지 알아낸 듯 했다.


나는 무척 신경 쓰여 물어봤지만, A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절대 그 이상 조사하지 말라며 못을 박을 뿐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너무도 진지한 A의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나는 A의 말대로 그 상자에 관해 잊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다른 친구 녀석에게 이런 문자가 왔다.


[A가 말한대로 절대 그 상자의 유래를 조사하면 안 돼.]


도대체 그 상자에는 어떤 유래가 얽혀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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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72nd]도롱이스님

괴담 번역 2015. 7. 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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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소나기가 내리면 떠오르는 이야기다.


아버지의 고향은 산 속에 있는 시골 중의 시골이라, 초등학교 때는 매년 여름방학마다 가족이 다같이 놀러가곤 했었다.


그 후에는 잘 가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수험을 앞둔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 나는 혼자 시골을 찾게 되었다.




온갖 유혹을 피해 아무 것도 없는 한산한 시골에서 마음잡고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뜻이었다.


할머니가 텃밭에서 기른 수박이랑 참외를 잔뜩 먹어가며, 넓고 시원한 시골집에서 수험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평소 같이 산책을 나섰을 때였다.




경운기 한 대가 겨우 지나갈 폭의 논두렁이 계속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로 집들이 흩어져 있다.


야트막한 산도 있고 시냇물도 흘러, 그 주변을 산책하노라면 기분전환하기 딱 좋았다.


그 날은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더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였다.


번개가 떨어지고 천둥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부디 쏟아지지만 말라고 빌면서 서둘러 돌아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저 멀리 아득히 먼 논두렁에서 두 사람이 앞뒤로 늘어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순간 대단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 두 사람은 도롱이 같은 걸 걸친 채, 머리에는 삼각형 모자를 쓰고 있었다.




삿갓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손에는 사람 키만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아무리 시골이라고는 해도, 요즘 시대에는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자세히 그 사람들을 바라보려 했지만, 거리도 꽤 있었던데다 희뿌연 물안개가 일어날 정도로 빗줄기가 거세져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보이지 않았다.


웬지 무서워진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밥을 먹으며,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걸친 사람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두 분은 어쩐지 순간적으로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마주본 뒤, 내가 물으셨다.


[도롱이스님을 본게냐?]


[어디서 본거니?]




[이리로 오던?]


나는 쏟아지는 질문에 당황해 황급히 대답했다.


[도롱이스님이 뭔데요? 하지만 그런 차림을 한 사람이었어요.]




[몇명이더냐?]


[두 명이요.]


[두 명인가...]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 후 평소처럼 밭은 어떠냐는 둥, 밥이 맛있다는 둥 평범한 이야기만 이어졌다.


도롱이스님인지 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대로 끝이었다.




나도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옆집 아저씨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같은 마을 A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조금 놀란 듯 했다.


하지만 곧 초상 치를 준비를 도와야겠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할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좀 바빠질 거 같구나. 너도 이쯤하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나는 당황해서 대답했다.


[네? 아직 온지 1주일 밖에 안 됐는데... 저는 그냥 혼자 있어도 괜찮은데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더욱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지만 시골 장례식은 정말 힘든 거라 말이다, 진짜 아무 신경도 못 써줄거라고.]


할머니는 곁에서 곤란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실랑이를 늘어놓고 있는 사이, 또 옆집 아저씨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B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연한 얼굴로 할머니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할머니까지 당황해서는 소리쳤다.


[빨리 돌아가렴! 할아버지가 역까지 데려다주실테니까!]


그리고는 나를 재촉해 짐을 챙기도록 하셨다.




나는 내쫓기듯 시골에서 돌아왔다.


아침만 먹고 돌아와 배가 무척 고팠던 기억이 나지만, 다른 건 영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사건 이후 할아버지댁을 찾은 건 내가 대학생이 되고 난 후였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그 때는 정말 미안했구나.] 라며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할아버지댁이 있는 시골에는 도롱이스님(蓑坊主)이라는 게 옛날부터 나타났다고 한다.


빗속에서 도롱이를 입고 삿갓을 쓴 채, 기다란 지팡이를 손에 들고 마을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롱이스님이 나타나면 그 수에 맞춰 마을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도롱이스님은 자신 때문에 죽은 사람의 장례식에도 나타난다고 한다.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 중 도롱이스님을 목격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까지 나중에 데려간다는 것이다.




[벌써 몇십년도 더 된 이야기라, 처음 네가 도롱이스님을 봤다고 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너는 도롱이스님 따위 알 리가 없으니 이건 진짜가 틀림없다고 생각했지.]


할아버지는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듯 말을 이었다.


[만약 그 때 네가 계속 있다가 혹시라도 도롱이스님한테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니까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억지로 돌려보냈던게야.]




아버지는 곁에서 묘하게 감개무량한 얼굴로 말했다.


[어릴 적에 무서운 이야기로나 들었던 건데... 실제로 봤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지. 설마 그걸 네가 볼 줄이야...]


중학교 3학년 때 실제로 봤을 때는 뭔지 모를 위화감과 공포가 느껴졌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니 순간적으로 더욱 공포가 밀려와 풀썩 주저앉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종종 소나기가 내릴 때면 생각나곤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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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71st]비와 노부부

괴담 번역 2015. 7. 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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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여름,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났을 때 일이다.


기후에 있는 어느 산길을 넘어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맑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다행히 휴게소인지 주차장인지 비스무리한 곳이 눈에 들어와, 잠시 비도 피할겸 들어섰다.


거기에는 주차장, 화장실과 더불어 휴게실 같이 생긴 오두막이 있어, 안에는 테이블과 벤치가 있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사이 빗줄기는 잔뜩 거세지고 번개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언제 비가 그칠지도 모르겠기에, 나는 우비를 꺼내쓰고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


우비를 꺼내려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리고, 뒤적거리며 우비를 꺼냈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벤치에 노부부가 앉아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언제 온거지?


조금 당황했지만, 내게는 그보다 폭풍우가 언제 그칠지가 더 큰 문제였다.


우비를 꺼내입고 5분 정도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동안 노부부는 쭉 말이 없었다.


같은 공간에서 아무 말 없이 있기도 불편해, 나는 인사를 겸해 [갑자기 비가 내리네요.] 라고 말을 걸었다.


노부부는 내 말을 듣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계속 오고 있는데.]


방금 전부터 갑자기 내린 비인데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나는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거라 빨리 비가 그쳐야 집에 돌아갈텐데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2초 정도 있다 이렇게 말했다.


[그러네. 불쌍하게도 돌아가지 못하겠네.]


나는 당황해 노부부가 앉아 있던 벤치를 보았다.




아무도 없다.


근처를 둘러봐도 노부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뭔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거기를 떠나려던 순간, 먼 곳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자 30대쯤 되어 보이는 형님이 내 어깨를 흔들며 [괜찮으쇼? 괜찮은거야?] 라고 묻고 있었다.


그 형님 말로는 화장실을 갔다 나왔더니 내가 휴게소 울타리를 넘어 벼랑으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당황해서 달려가 겨우 뜯어 말렸다는 것이다.


시계를 보니 정신을 잃었던 건 고작 2분 정도였다.


그토록 쏟아지던 비도 말끔히 그친 후였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그 형님 말로는 애시당초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우비를 입고 있었다.


도로에는 비가 내린 흔적이 전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우비만은 흠뻑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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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70th]참새

괴담 번역 2015. 7. 2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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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한테 먹이를 주면 안 돼요.]


그 말을 연하의 선배에게 들은 건, 직장에서 일하고 두 달 가량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요양원에 취직한지 얼마 안 됐던 내게, 선배로서 도와주고 있던 치카짱이었습니다.




치카짱은 나이 많은 후배를 대하기 어려울텐데도, 내게 친절히 일을 알려주던 상냥한 아이였습니다.


마침 그녀와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금새 사이가 좋아졌고,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관계가 구축되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제나 생글생글 웃던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저런 말을 꺼냈던 것입니다.




이 무렵이 되면 참새는 막 날갯짓을 시작한 새끼를 데리고 먹이를 찾아 분주히 날아다닙니다.


내가 일하는 곳은 논 한가운데 있는 시골동네라, 참새 가족을 자주 보곤 했습니다.


바쁜 일상 가운데도, 귀여운 참새들을 보며 잠깐씩 마음의 안식을 얻곤 했죠.




치카짱도 마찬가지인지, 종종 [귀엽네요.] 라며 같이 웃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먹이는 주면 안 되요?]


언제나 웃기만 하던 것과는 달리,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치카짱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금새 아, 새똥 때문에 더러워지니까 그런건가, 하고 납득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치카짱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잡혀버리니까요.]




[응...? 잡혀버린다니 무슨 소리야? 혹시 누가 잡아서 닭꼬치라도 만든다던가?]


[아뇨, 그런게 아니라요.]


모이를 줘서 참새들이 모이면, 누가 와서 잡아갈까 걱정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치카짱은 웃으면서도 사뭇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같이 일하던 치카짱의 선배가 계기였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나나 치카짱처럼 상당히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 선배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바람에 싸 온 도시락에서 밥을 조금씩 남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버리는 것도 아까우니, 그걸 물에 풀어 참새들에게 모이로 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경계해 잘 다가오지 않던 참새들도, 서서히 먹이가 놓여져 있는 것에 익숙해져 날이 갈수록 다가오는 참새도 늘었다고 합니다.




요양원 사람들도 참새의 귀여운 모습에 다가와 바라보곤 했다고 합니다.


책임자 분들도 개나 고양이처럼 털이 날리는 것도 아니고 딱히 손이 가는 것도 아니라 묵인해줬다고 하구요.


하지만 먹이를 주기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날 무렵, 선배는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모처럼 외부행사가 있어 요양원 사람들과 직원들이 모두 요양원을 비웠을 때였습니다.


남은 직원들끼리 평상시 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청소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선배는 시설 뒤편의 자갈 깔린 직원용 주차장을 청소하게 되었습니다.




자갈 사이로 무성한 잡초를 뽑고, 여기저기 버려진 담배꽁초를 찾아 투덜대며 줍고 있던 터에, 그걸 발견했다고 합니다.


마치 마른 풀처럼 보이던 그걸 손에 들어보니, 말라붙은 새의 시체였습니다.


다 큰 새였는지, 아직 새끼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마 참새의 시체일 것이라 생각한 선배는, 주차장 옆 화단에 고이 묻어주었다고 합니다.


선배는 참새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모이를 먹으러 참새가 잔뜩 모이다보니 들고양이가 잡아죽인 것이리라 생각하고 넘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다른 직원이 청소하다 또 참새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똑같이 말라붙은 상태로, 이번에는 두마리를.


선배가 처음 참새 시체를 발견한 후, 고작해서 사나흘 지난 후였습니다.


아무리 고양이가 참새를 죽였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라붙기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장마철이라 습한 날씨였기에, 그렇게 쉽게 시체가 마를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들고양이가 습격한 것말고 다른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기에, 일단 참새에게 모이를 주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모이를 주는 바람에 참새가 죽었다는 생각에, 선배는 무척 낙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새에게 모이 주기를 멈추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부터, 선배에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던 도중, 문득 시야 한구석에 무언가 검은게 비치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지나간 건가 싶어 그 그림자를 쫓아봐도,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 무렵 함께 일하던 치카짱도 업무 중 갑자기 주변을 돌아보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선배의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말고는 딱히 아무 일도 없고, 다른 직원이나 요양원 사람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선배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고, 그러는 사이 그것도 익숙해져 왔다고 합니다.




일을 마치고, 셔터를 닫고 있을 때였습니다.


유리창에는 모두 셔터가 달려있어, 여러 사람이서 퇴근 전에 그걸 닫고 갑니다.


그리고 선배가 셔터를 내린 순간...




쾅쾅쾅쾅!


쾅쾅쾅쾅!


확실히 누군가가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시설 안에 울려퍼졌습니다.




가까이 있던 남자 직원이 곧바로 다가와, 못된 장난이라 생각했는지 옆에 있는 창을 열고 셔터 너머를 보았습니다.


그 순간 소리는 멎고, 창 밖으로 몸을 내밀었던 직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들어왔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바로 금방 전까지만 해도 누가 두들기고 있던 셔터였습니다.


누가 장난치고 도망가는 거라면, 적어도 뒷모습은 볼 수 있었을 터입니다.


다들 그 사실에 소름이 끼쳤지만, 차마 누구도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순간 시설은 적막해지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만이 감돌았다고 합니다.


우리 요양원은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거라, 위치도 병원 근처입니다.


그렇기에 요양원에 계시다가 임종은 병원에서 맞는 분도 많아, 다들 조금씩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사무실에 있는 신상이 넘어지거나,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등 이상한 체험이 연이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일을 겪은 것은 역시 그 선배였습니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두 달이 채 안되어, 여름 더위가 한창일 무렵이었습니다.




직원들은 일을 마치고 요양원 내부 청소와 다음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은 끝났지만 여름이라 워낙에 더워 다들 집에 갈 때까지는 에어콘을 틀어둡니다.


그래서 창문은 죄다 닫혀있고 실내는 꽤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배는 어째서인지 습기찬 공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왜 그런거지?


어디 창문이라도 열린건가 싶은 생각에, 청소를 대충 마치고 주변을 쓱 돌아봤습니다.




또 검은 그림자가 시야를 지나갑니다.


놀라 그 쪽으로 눈을 돌리자, 창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그림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 쪽 창문, 그 너머에 참새를 찾아낸 직원용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검은 그림자는 창문 아래로 살짝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걸 응시하며 서서히 다가선 선배는 그게 무엇인지 눈치챘습니다.




그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 얼굴이었습니다.


코를 창틀에 꽉 눌러붙인 듯 안을 바라보고 있는 그 얼굴은, 눈부터 위쪽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비도 안 내린 한여름인데, 긴 머리카락은 젖은 것처럼 얼굴에 찰싹 붙어있었습니다.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은 이상하게 무서워, 선배는 온몸에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확신했다고 합니다.


그 참새들의 시체는 분명히 이 녀석이 잡아먹었던 거라고.


어째서인지 그 순간, 선배는 그렇게 느꼈다고 합니다.




분명 이 녀석이, 이 녀석이 참새를 먹고 있는거라고.


그 얼굴은 미끈미끈한 피부에 군데군데 초록색이 낀 황토색이었다고 합니다.


공포에 질려 큰 소리로 선배가 울기 시작하자 곧 다른 직원들이 놀라 뛰쳐왔습니다.




선배의 말을 듣고 다른 직원들도 모두 겁에 질려, 그 날은 정리도 하는 둥 마는 둥 다들 도망치듯 퇴근했다고 합니다.


치카짱도 그 자리에 있었다지만, 그 얼굴은 전혀 보질 못했다고 합니다.


선배는 그 후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책임자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책임자는 곧 뭔가 짐작이 가는 게 있는 듯,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동안 몇몇 사람이 불려와 방에서 온갖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지만,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고 합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밝혀진 건, 지금 시설이 세워진 곳은 원래 민가였던 곳을 허물고 지은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우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는 모르던 사실이지만, 우물을 메울 때는 제사를 지내거나 정화 의식을 꼭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설을 지을 때는 그런 의식 없이 그냥 우물을 메워버렸던 것 같습니다.




실은 시설 완성 직후에도 이상한 일이 여럿 있었었기에, 책임자도 선배의 말을 듣고 저으기 당황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역 신사의 신주를 불러 도움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그 분이 응급처치 비슷한 걸 해줘서, 일단 지금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것 같습니다.




그 신주분의 말로는, 아무래도 그 이상한 얼굴은 모여든 참새를 공양물로 착각했던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공양물이 끊기자 선배에게 항의하러 찾아온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게다가 선배가 봤던 그 얼굴의 모습으로 미루어보아, 더는 수신이나 용신이 아닌 마귀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억제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말도 함께요.


어떻게든 공존해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년 정도 그 시설에서 일하고 퇴사했지만, 내가 머물던 2년 동안은 딱히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별 일 없이 운영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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