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2015/10/04

[번역괴담][2ch괴담][582nd]물풍선

괴담 번역 2015. 10. 4. 23:01
320x100




반년 전 이사해 더 이상 그 곳에 살지는 않지만...


지난 여름, 동네 여름 축제 때 딸에게 물풍선을 사 줬었다.


꼭지 부분을 고무밴드로 묶은 색색깔의 화려한 것이었다.




그 축제는 도로를 통제, 개방해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도록 한 상태였다.


물풍선은 노점에서 산 것이었는데, 가게를 보는 건 학교에서 막 돌아온 듯한 여자아이로, 교복을 입은 채였다.


물풍선을 사주려는데 전화가 와서, 나는 딸에게 원하는 걸 고르라고 말하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하면서 딸과 여자아이가 사이 좋게 말하는 걸 보고 있는데, 딸이 물이 다 빠져 쭈글쭈글해진 작은 물풍선을 골랐다.


그거는 안 되지, 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전화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여자아이가 [아버님, 따님이 고른 물풍선이 물이 다 빠져서 위험하니까, 다시 채워드릴게요.] 라고 말했다.




위험하다니, 뭐가?


나는 [괜찮아요. 다른 거로 고를게요.]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따님한테는 이 풍선이 아니면 안 되요. 그러니 다시 채워드리고 싶어요.]


나는 의아한 얼굴로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두면 따님이 정말 위험해요. 부탁 드립니다.]




나는 위험하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이 아이 조금 이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일단 딸이 고른 풍선인데다, 물풍선에 물을 다시 채우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싶어 그냥 그러라고 대답했다.


곧 여자아이는 물풍선에 물을 채워, 다른 풍선들만한 사이즈로 만들어 주었다.




나와 딸은 잠시 축제를 돌아보다, 슬슬 돌아갈 요량이었다.


국도변의 밤길을 딸과 손잡고 걷다 편의점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편의점 옆 주차장 앞을 걸어 지나가는데, 편의점에 들어가는 차가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깨닫기도 전에, 그 차는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아닌 딸을 향해.


순간적으로 눈 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어, 딸을 끌어 안으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서 있는 딸 앞에, 다가오는 자동차 라이트가 빛났다.


내 시야도 새하얗게 되고,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차는 평범히 나와 딸 곁을 지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분명 우리 눈 앞으로 다가왔었는데...


나는 망연자실해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갑자기 딸이 울기 시작했다.


[왜 그러니?] 하고 묻자, [풍선이 터져버렸어.] 라고 말했다.


풍선?




들고 있던 게 아닌가 싶어 딸의 손을 보자, 정말 없었다.


어디 있나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 그 차 타이어 밑에 떨어져 터져 있었다.


그 후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도 그 물풍선이 딸 대신, 부적처럼 딸을 지켜준 것이라 생각한다.


물풍선이 물로 차서 다시 부풀었다는 건 생명을 지키는 힘이 늘어난 거겠지.


아마 딸과 사이가 좋아졌던 그 가게 여자아이가, 딸의 생명을 지켜준 거라고 생각한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