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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4

[번역괴담][2ch괴담][617th]홈비디오

괴담 번역 2015. 11. 1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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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미오오시마(奄美大島) 어느 해안가에서 비디오 촬영을 했던 적이 있다.


가족여행을 떠난 김에 추억으로 삼으려고, 비디오 카메라를 삼각대로 고정해 놓은 채 계속 찍었던 영상이었다.


그렇게 카메라를 세워놓고, 신나게 바다에서 놀았다.




아마미에 사는 삼촌과 사촌동생들도 함께였다.


열심히 놀고 잔뜩 지쳐, 우리는 삼촌네 집에 가 비디오를 틀어보았다.


처음부터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영상이 찍혀있었다.




영상 한가운데 정도였던가.


벌거벗은 여자가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얼굴은 분명히 표정까지 보일 정도였다.




희미한데 표정은 확실히 보인다니 뭔가 이상하지만, 진짜로 그랬다.


심령영상 같은 데 종종 나오는, 뭔가 째려보거나 억울해하는 표정도 아니고 웃고 있었다.


그것도 즐거운 듯.




뭐가 즐거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다들 뭔가에 씌인 것처럼 TV를 바라보았다.


5분 정도 지났을까.




그 여자가 서서히 카메라에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다들 얼굴이 새파래졌다.


하지만 순간, 나는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그 여자 앞을 사촌동생이 지나쳤다.


그런데도 여자는 비디오에 찍힌 영상에서 달라진 게 없었다.


보통 누군가가 앞을 지나가면 잠시라도 가려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순간 한 번 없이, 여자는 계속 영상에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적어도 나와 삼촌은 깨닫고 말았다.


저 여자는, 비디오에 찍힌 게 아니라 화면에 비치고 있는 것이라는 걸.




즉, 저 여자는 지금 우리 등 뒤에...


삼촌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고 말았던 것 같다.


삼촌이 비명을 지르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TV 옆에 거실로 이어진 문이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됐으니까.


밖은 이미 어두워진 후였지만, 다들 황급히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다들 얼굴이 새파랬지만, 그 중 삼촌의 안색이 제일 나빴다.


아버지는 삼촌한테 [무슨 일이었던거야?] 라고 물었지만, 삼촌은 그저 덜덜 떨며 입을 열려하지 않았다.


결국 삼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제 와서는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 후 다시 그 비디오를 틀어봤지만, 여자의 모습은 없었다.


역시 우리 뒤에 있었던걸까.




삼촌의 그 두려워하는 모습은, 여자를 봤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삼촌은 원래 영감이 있어서, 심령체험은 몇번이고 했던 담력있는 분이었다.


그런 삼촌이 그렇게까지 두려워했던 이유도 이제는 알 수 없다.




삼촌은 그 일이 있고 나흘 뒤, 목욕탕에 빠져 죽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의문은 어떻게 여자가 TV 화면에 비쳤는지이다.


우리는 모두 TV 앞에 앉아있었다.




즉, 여자의 모습은 우리한테 막혀 TV 화면에 비칠 수 없었을 거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4년전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실화다.


나는 아직도 그 여자의 즐거운 듯 웃는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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