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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번역괴담][2ch괴담][653rd]사유리짱

괴담 번역 2015. 12. 3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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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살 무렵, 집 바로 근처에서 모르는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사유리짱! 많이 컸구나.]


내 이름은 사유리가 아니다.




나는 [아니에요.] 라고 대답하고 할머니에게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잊을만하면 모르는 할머니가 내게 [사유리짱.] 이라고 말을 걸어오곤 했다.


사회인이 되어, 나는 도쿄에 상경했다.




도쿄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아파트 근처에서 모르는 할머니가 덥썩 내 손을 잡았다.


[사유리짱! 많이 컸구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 나는 소름이 끼쳤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보신 거 같은데요.]


그렇게 대답했지만, 할머니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유리짱이잖아. 그치만 당신, 사유리짱이지?]




[착각입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상냥한 듯한 할머니였기에,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유리짱"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그로부터 2년 후, 나는 도쿄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살며, 일을 마치고 돌아와 쉬고 있을 무렵이었다.




휴대폰에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시외전화 국번이었다.


잘못 걸린 전화일 거라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사유리짱, 할머니야! 이번에 꼭 놀러오렴. 사유리짱, 그 때 엄마한테...]


나는 소름이 끼쳐 [전화 잘못 거셨어요!] 라고 소리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로 최근 몇년간 누가 나를 "사유리짱"이라고 부른 적은 없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겐 "사유리짱"이겠지.


말을 걸었던 건 매번 다른 할머니들이었다.


내겐 희미하면서도 너무나 무서워, 지금도 종종 소름이 끼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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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52nd]A가 본 것

괴담 번역 2015. 12. 3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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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무렵, 야바위 심령사진으로 용돈벌이 하던 놈이 있었다.


뭐, 나도 숟가락 얹었었지만.


야바위라고는 해도, 합성을 하거나 트릭 같은 걸 쓰는 건 아니었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주모자인 A가 [여기야!] 라고 지정한 곳을 카메라로 찍으면, 반드시 뭔가 찍혀서 나오는 것이었다.


손님이 가져온 카메라로, 손님이 직접 찍게하는 게 포인트다.




당시 중학생 용돈을 기준으로 보면, 꽤 괜찮은 돈벌이였다.


그 녀석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지만, 그리 친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적 그 녀석의 인상이라곤 고가 아래나 뒷골목 같은 컴컴한데 앉아 멍하니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 뿐이었으니.




아마 그 때부터 이미 "보고" 있던 거겠지.


성적도 엄청 안 좋았다.


중학교 올라올 때까지 곱셈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으니.




A의 말에 따르면, 사진에 찍히는 건 대개 귀신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뭔데?]


하지만 내가 물어도 A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그건 생각 외로 A가 자유로이 부릴 수 있다는 듯 했다.


귀신은 그게 안된다고 했고.


손님과 같이 사진을 찍으러 나왔는데 마땅한 포인트가 안 보일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런 때 하는 게 바로 야바위였다.


A가 그걸 어디선가 불러오는 것이다.


그걸 한 번 하면 A가 몹시 지치는 데다, "그리 좋은 일이 아니" 라고 A는 말했지만, 일단 돈을 받았는데 어쩌겠어.




손님도 엄청 많았기에, 우리 스스로 일에 대한 프라이드도 좀 있었고.


그리고 중학교 3학년 올라가던 해 골든위크, 어느 저녁.


우리 둘은 손님과 평소처럼 심령사진 촬영에 나선 터였다.




장소는 폐공장.


바람몰이 담당인 나는 [죽은 공장 직원 영혼이...] 라며 적당히 둘러대고 있었다.


그런데 A가 야바위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A는 모르는 사람과 있으면 집중을 못할 뿐더러, 집중하고 있는 꼴이 뭐라 말하기 힘든 모습이라 혼자 하는게 원칙이었다.


나는 신호를 받고, 손님의 시선을 끌며 다른 장소로 잠시 데려가기로 했다.


작업장부터 폐공장 입구, 대기실까지 돌아다니며 5분 정도 지났을까...




안에서 절규가 들려왔다.


A의 목소리였다.


손님에겐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넘어져 소리지르고 있는 A 눈앞에, 뭔지모를 거대하고 시커먼 버섯구름 같은게 자욱하게 솟아 있었다.


그게 넓은 공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광경에 압도당해, 나는 잠시 멍청히 서 있었다.




하지만 문득 불이 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나는 A와 손님을 데리고 도망쳤다.


도망치는 도중, 손님은 나를 뿌리치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그건 신경 쓸게 아니었지만, A마저 갑자기 나를 뿌리치려 했다.


나는 팔을 잡아 A를 멈추게 했다.


하지만 A는 그래도 어딘가로 달려가려 했다.




나 역시 흥분하고 있었기에, 소리치며 물었다.


[저게 뭐야! 넌 왜 그러는데!]


A는 울며 대답했다.




[아버지가 죽었어...]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날 저녁, 촬영하기 직전 정말 A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교통사고였다.




휴대폰이 있었더라면 바로 연락이 왔었겠지.


A는 일주일 가량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에 돌아온 날, A가 학교에 오자마자 나를 찾아와 말했다.




[이제 그런 짓은 그만둘래. 저딴 걸 보는 것도 그만할거야. 현실을 볼거야.]


원래 그리 사이가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A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 A는 나같은 바보와 바보 같은 용돈벌이에나 열을 올리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죄악감은 지울 수 없었으리라.


나 역시 죄악감과 거부감 때문에 A와 점점 소원해져갔다.


기묘하게도, 현실을 보겠다고 말한 A는 갑자기 성적이 올라 1년만에 현내 최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 전까지는 곱셈도 제대로 못했던 녀석이...


그때까지는 현실을 보지 않았기에 우둔했다는 것일까.


그때 A가 계속 보고 있던 영혼이 아닌 무언가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 버섯구름도.


지금도 종종 꿈에 나온다.


무언지 잘 모를 이야기지만, 내게는 막연한 후회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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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51st]이별택시

괴담 번역 2015. 12. 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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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생각하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어느 밤, 함께 번화가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잠시 산책을 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택시 승강장에 데려다줬다.




[다음엔 언제 데이트 할까?]


들떠서 묻는 나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음... 더는 못 만날지도 모르겠네... 오늘로 이별이려나.]




갑작스러운 이별통보에 망연자실해, 나는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택시는 무정하게도 문을 닫고 출발한다.


그리고 눈 앞의 교차로에서 사고가 났다.




미친 듯 달려온 차가 택시 옆을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었다.


나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 귀를 찢을 듯한 충돌음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당황해 급히 택시로 달려갔지만, 뒷좌석은 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끔찍하게 구겨져 있었다.




새빨갛게 물든 차체를 보고,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로 이별이려나."


순간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혹시 그녀는 이 일을 예견하고 있던걸까.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부자연스러운 그녀의 말을 떠올리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 이후 택시를 타려 할 때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다음번엔 혹시 내가 그렇게 말하게 되는 건 아닐까 무서워, 나는 지금도 택시를 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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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50th]마주치다

괴담 번역 2015. 12. 2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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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경험담입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에는 아동관은 있어도 도서관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는 아동관 자체도 작아서, 고작해야 탁구대 하나 있는 정도였죠.




그래서 나는 옆동네, 아동관도 같이 있는 도서관으로 향할 때가 많았습니다.


거기 아동관에는 당연히 다른 학교 아이들 뿐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나한테 장난 칠 사람도 없겠다, 놀이기구도 많아 나는 조금 먼 거리를 감수하고 자주 그 아동관에 다니곤 했습니다.




거기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놀이방 한가운데 있는 직경 3m 정도 크기의 원형 기구였습니다.


튼튼한 골판지로 만든 표면에는 둥근 구멍이 여럿 있어, 거기를 통해 안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미로 같이 꾸며진 안을 지나면, 가운데 큰 공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구체 내부 통로 폭은 초등학교 아이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과 마주쳐도 같이 지나갈 수가 없었죠.


그러니 안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면, 대개 기싸움에서 눌린 쪽이 뒤로 기어나와야만 했습니다.




초등학생이라고는 해도 살집이 좀 있는 편이면 안에서 끼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살이 좀 찐 편이었던 나는, 안에서 혹시 끼면 어쩌나 하고 혼자 망상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어른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 구멍에 팔만 넣어 다리를 잡아 당긴다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골판지를 잘라야 겨우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


살집이 있다보니, 나는 안에서 누군가와 마주쳐도 뒤로 돌아 나오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사람이 적을 때를 노려, 그 놀이도구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이니, 사람이 없을 때가 거의 없었습니다.


대개 친해보이는 아이들 몇 명이서 점거하고서는, 서너명 밖에 못 들어가는 가운데 공간에서 끝도 없이 수다를 떨고 있곤 했죠.


그렇게 인기있는 놀이기구를, 나 혼자 독점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폐관 방송이 나오고, 아동관 선생님이 아이들을 방에서 내보낸 직후입니다.


그 때 그 놀이도구 안에 꾸물꾸물 기어들어가면, 적어도 몇 분은 혼자 놀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눈치를 채고 있는지, 아이들을 방에서 내보내면 꼭 [안에 있는 거 알아. 어서 나와서 돌아가렴.] 이라고 말을 걸러 와주셨기에, 그 말을 들으면 바로 나왔죠.




애시당초 무시하고 계속 놀려고 해도 기어다니는 소리가 나니 금새 들키지만요.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 밖에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죄다 아동관에 몰려온 터였습니다.


당연히 놀이도구마다 사람이 가득 달라붙어있었죠.




어쩔 수 없이 나는 도서관 쪽으로 향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5시 가까이 될 무렵, 아동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왔을 때보다는 사람이 줄어들어, 구체 놀이기구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안에서 누군가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에, 한동안 눈치를 보기로 했습니다.


곧 평소처럼 [이제 곧 문 닫을 시간이야. 정리하고 돌아가자.] 라고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구체 놀이기구에서도 2명이 나와 갔습니다.




그걸 보고, 나는 둥근 구멍을 통해 안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구체 안에는 당연히 불이 들어오질 않습니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에는 구멍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형광등 불빛만 의지해 어슴푸레한 통로 안을 기어가야만 하죠.




하지만 가운데로 향하는 길은 거의 기억하고 있으니 문제는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나를 찾으러 오기 전에 가운데까지 가고 싶어, 나는 필사적으로 전진했습니다.


위화감을 느끼면서요.




어딘지 모르게 평소와는 느낌이 달랐거든요.


비 때문인지 골판지가 전체적으로 눅눅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웠습니다.


통로 안도 평소보다 더 어두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내가 나는 부스럭 소리 말고 다른 소리가 반 박자 늦게 들려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나말고 누가 또 있었나 싶어 실망하면서도, 나는 마주치면 귀찮을 거 같아 천천히 후퇴해 돌아나오기로 했습니다.


아까 말했듯, 나는 살이 쪘기에 돌아나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골판지가 눅눅해 평소보다 더 기어나오는 게 쉽지가 않았죠.


필사적으로 기어나오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뒤로 기어나올 때는 대개 발끝으로 구멍 위치를 찾아내, 거기로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발을 뻗어도 구멍이 닿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안쪽까지 들어온건가 싶었지만, 일단 후퇴는 계속했습니다.


앞에서 들려오는 부스럭 소리는 계속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더더욱 초조해졌습니다.


그 소리는 확실히 정면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요.


이대로 갔다간 출구를 찾기도 전에 마주칠 형편이었습니다.




마주쳤다간 귀찮아질거라는 생각에, 나는 빨리 탈출하기 위해 후퇴를 계속했습니다.


꾸물대며 뒤로 나오는 내게, 그 소리는 스스슥 확실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구체 안 통로 커비 부분까지 와 있는 듯 했습니다.




그제야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당연히 나와야 할 폐관 안내 방송이 들리지 않았거든요.


후퇴를 멈춘 내 콧김과, 앞에서 스스슥하는 소리만 들려옵니다.




소리만.


골판지로 만들어진 이 놀이기구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면 당연히 진동이 전해져야 할텐데.


하지만 소리는 확실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흔히들 말하는게, "안 했어야 했는데..." 하는 거죠.


정말 맞는 말입니다.


기어서 후퇴하고 있던 나는, 그 때까지 목이 편하게 바닥을 보고 기어나오고 있었습니다.




후퇴를 시작할 때부터 계속 바닥만 보고 앞쪽은 올려다보질 않았었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때 나는 고개를 들어 앞을 봤습니다.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요.




스스슥, 스스슥하는 소리가 멎은 한순간.


무의식 중에 고개를 든 내 눈에 들어온 건, 30cm 정도 앞에 떠 있는 잔뜩 화가 난 듯한 아저씨 얼굴이었습니다.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른 순간, 다리가 쭉 끌려갔습니다.




나는 너무 무서워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잡아당긴 건 아동관 선생님이었습니다.


[이제 집에 가렴.]




나는 온힘을 다해 달려 아동관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후 다시는 거길 찾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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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무렵 친구 A에게 들은 이야기다.


A는 운동부에 소속되어 있던터라, 후쿠시마현 어느 자연학교에서 합숙을 했었다고 한다.


밤에 친구들과 시설 안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닐 때였다고 한다.




자판기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친구 중 한 놈이 입을 열었다.


[저거 누구냐?]


창밖을 내다보니, 시설 건물 반대편 창가에 사람이 있었다.




다른 부원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쪽 건물은 사용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당연히 다른 학교 학생들이 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그리로 시선을 돌리자, 저쪽 창가에 있던 그 사람이 손을 흔들었다.




A와 친구들은 왠지 신이 나 같이 손을 흔들어줬다고 한다.


그 사람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자살하려 마음 먹었던 사람인 듯 했다.


A는 지금도 그 사건을 꺼림칙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연이라지만, 누군가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나눈게 나였잖아...]




지금도 자살하기 전, 그가 지었던 웃음을 잊지 못하겠다고 A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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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48th]역의 흡연구역

괴담 번역 2015. 12. 2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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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구내 흡연구역에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흡연구역이라고는 해도, 시골 역이라 홈 가장자리에 덩그러니 재떨이 하나 놓여있는 간이식입니다.

곧 깔끔한 노신사 한 명이 뒤에서 다가왔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자, 그는 품에서 담배갑을 꺼내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러다 손에서 미끄러져 담배갑이 떨어졌습니다.

마침 내 발밑에 뚜껑이 열린채 떨어졌기에, 나는 그걸 주워 뚜껑을 닫고 돌려주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기묘한 걸 알아차렸습니다.

확실히 남자는 그 상자에서 담배를 꺼냈었습니다.

하지만 20개비가 들어있는 그 담배갑에는 담배가 가득 차 있어, 하나 빠진 흔적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남자에게 상자를 돌려주려고 얼굴을 바라봤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나는 [혹시 어디서 뵌 적이 있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남자는 상냥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도 나이가 나이다보니, 요새 들어서는 사람 얼굴 기억하기가 힘드네요. 하지만 이 좁은 시골동네 어디선가 한 번쯤 마주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묘하게 이야기하기 편한 그 분위기에, 나는 잡담삼아 평소라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들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도 내가 이렇게 수다쟁이였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요.



그는 그런 내 이야기를 싫은 얼굴 한 번 하지않고 싱글싱글 웃어가며, 종종 맞장구도 치면서 들어줬습니다.

먼저 담배를 다 피워버린 나는, 그에게 [다음에 또 어디서 만나뵈면 좋겠네요.] 라고 흔해빠진 말을 건네고 등을 돌려 개찰구로 향했습니다.

묘하게 그리운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두세걸음 걸었을 때, 문득 나는 떠올렸습니다.



어릴 적 자주 담배를 피우며 나랑 같이 놀아주셨던 삼촌의 얼굴을요.

삼촌은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세상을 떠나셨던 터였습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습니다.



삼촌은 마치 내가 돌아볼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시선이 서로 마주쳤습니다.

머리에 쓴 중산모를 살짝 들어올리고, [건강하길.] 이라며 상냥하게 웃어보입니다.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대로 홈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개찰구를 나와 흡연구역 쪽을 바라보자, 그는 사라진 후였습니다.

시골 역 홈이라 개찰구도, 출입구도 하나 뿐이고, 그 사이 전철이 지나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당분간 출구에서 그가 나오길 기다려봤지만, 역시 나오지 않았습니다.



역시 삼촌이셨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역을 뒤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삼촌 무덤에 성묘를 갔습니다.



그렇게나 좋아하시던 담배에 불을 붙여 올리고, 예의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나 역시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어릴 적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쩐지 무언가 가득 채워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담배연기가, 그리운 삼촌의 냄새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날 이후, 나는 매일 같이 그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다시 삼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리운 옛 추억을 곱씹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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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47th]장례식장

괴담 번역 2015. 12. 2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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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지닌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다.


원래 옛적부터 종종 귀신을 보곤 했다는 그녀지만, 자주 보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고 한다.


이전에 장례식장에서 일했을 때부터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 시절 그녀가 겪은 일 중 하나라고 한다.


그날 장례식은, 밤에 자다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난 남자의 장례식이었다.


당연히 부인의 황망함과 슬픔은 엄청난 것이었다.




장례식에 달려온 사람들도 다들 갑작스런 비보에 충격을 받아 분위기는 무거웠다.


너무 어려 아직 무슨 상황인지조차 모르는 듯 한 딸은, 쓰러져 우는 어머니 옆에서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런저런 준비 때문에 식장 안에서 일하고 있던 그녀에게도, 그 분위기는 참기 힘들 정도로 무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동료가 가장 참기 힘들었던 건...


죽은 당사자가 자기 장례식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동료의 말에 따르면, 그런 일 자체는 드문 것은 아니라 한다.




그녀의 경험에 따르면 죽은 사람 넷 중 하나는 자기 장례식에 나타난다던가.


죽은 남자는 멍하니 서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얼굴을 한채.




제단 위에 놓인 자신의 영정.


쓰러져 우는 아내.


회장에 몰려온 친척과 친구들의 침통한 얼굴.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 남자는 서서히 자신이 죽었다는 걸 이해한 듯, 점차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어갔다고 한다.


동료는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밖으로 나가 그저 명복을 빌었다고.


주변 사람에게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건, 살아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죽은 후에도 평안을 얻지 못하고, 살아있을 때처럼 절망을 맛봐야 한다는 건...


죽고 나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믿고 싶은 내게는, 그게 너무나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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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46th]손을 잡아당기다

괴담 번역 2015. 12. 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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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대학원에 다닐 때 이야기다.


석사학위 논문도 냈겠다, 한참 한가할 무렵이었다.


마침 그 무렵 괴담에 꽂혀, 오컬트판을 전전하며 온갖 이야기를 읽어대곤 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귀신은 실재하는걸까 고민하면서.


그 무렵 나는 완전히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새벽 2시에 잠이 깨, 컵라면이나 먹으려고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서는 현관문이 보인다.


그런데 그 문 아래쪽, 신문을 넣으라고 만들어 놓은 구멍에서 희고 작은 손이 나와 있는 게 아닌가.


구멍의 폭은 5cm가 될까말까 해서, 보통 사람 손은 넣을 수도 없는 크기였다.




그 손은 아래에서 위로 휘저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했다.


오컬트판에서 봤던 손만 나오는 귀신 이야기가 떠올라, 나는 반쯤 패닉상태였다.


하지만 두려워하면 두려워 할수록 귀신이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도 있었기에, 나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겁을 주기로 했다.




현관 옆에 놓여져 있던 목장갑을 꼈다.


목장갑을 낀 채라면 귀신을 만져도 괜찮다고, 의미도 없는 자기최면을 걸어가면서, 나는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그 손을 잡아당겼다.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당황한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우체통에 손이 끼인채 울부짖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복도를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대학 무렵부터 복싱을 했었기에 완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 탓에 아이의 팔은 구멍에 꽉 끼어 뺄래야 뺄 수가 없는 상태였다.




나는 뭐가 뭔지도 모를 지경이었지만, 119에 전화를 했다.


[아이 팔이 껴서 빠지지가 않아요.] 라고 말을 하자, 곧바로 구급차를 보내줬다.


하지만 구급대원이 와서 팔을 잡아당겨도 빠지질 않아, 어쩔 수 없이 크로우바 같은 걸로 구멍을 뜯어 넓혀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아이는 쇄골과 손가락 뼈가 부러지고, 손목, 팔꿈치, 어깨뼈가 빠진데다 인대까지 찢어진 상태였다.


나는 경찰서에서 사정청취를 받았다.


경찰관은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냐며 노성벽력을 질렀다.




[큰일났다... 미안해서 어쩌지... 나 감옥 가는걸까...] 하면서 벌벌 떨며, 이틀을 구치소에서 보냈다.


그 후 경찰에게 사건의 진상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아이가 구멍으로 손을 넣어 문을 열면, 부모가 빈집털이를 하는 상습 절도범이었습니다.]




그 때 내가 들었던, 복도를 달리던 발소리는 아이의 부모가 냈던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다.


그 아이 부모와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생활비도 없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 차에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했다.




아이 식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던가.


정작 빈집털이를 해도 돈은 천엔 남짓 있을 때가 대부분이라 곤궁하기는 여전했다고 한다.


그 후 그 가족이 어찌되었는지는 모른다.




아이가 아파 울부짖는데, 그걸 버리고 도망치는 부모가 내게는 너무나도 두렵게 느껴졌다.


그 아이의 행복을 간절히 바란다.



 


 

Illust by 느림보(http://blog.naver.com/loss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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