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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

[번역괴담][2ch괴담][666th]차에서 잔 날

괴담 번역 2016. 1. 3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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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안에서 자는 게 취미라, 휴일 전날에는 적당히 차를 끌고 나가 돌아다니다 차안에서 잠을 자곤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이해하기 힘든 괴상한 짓이겠죠.


지나가던 경찰이 말을 걸거나, 폭주족들이 들여다보며 차를 두드릴 때도 있어 장소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 여름, 그날도 나는 어디서 잠을 청할까 고민하며 이리저리 차를 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산속에 폐허가 된 전망대가 있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거기 주차장에서는 트럭 운전하는 형씨들이 한숨 붙이곤 하는 곳이거든요.




나는 거기로 차를 몰았습니다.


주차장에는 역시나 트럭이 2대 서 있었습니다.


가장자리에 서 있는 트럭과 약간 거리를 두고, 주차장 한가운데 가로등 밑에 차를 세웠습니다.




뒷좌석을 눕히고, 그 위에 누워 담요를 덮었습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니 곧 잠이 쏟아졌습니다.


잠시 후, 나는 갑작스레 눈을 떴습니다.




목이 말라 앞자리에 둔 가방에서 음료수를 꺼내려고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뒤에서 탁하고 작은 돌 같은게 날아와 부딪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딱히 아무 것도 없습니다.


벌레라도 부딪혔나 싶어, 나는 그대로 쥬스를 한모금 마시고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4시 반쯤, 나는 오줌이 마려워 차에서 나왔습니다.


낡아빠진 전망대라 밖에 화장실 하나 없어, 나는 어쩔 수 없이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 노상방뇨를 했습니다.


그러고 있자니, 트럭 문이 꽝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침 일도 다 치뤘겠다, 저 양반도 잠이 깼나 싶어 차로 돌아가는데, 트럭에서 나온 동년배로 보이는 안경 쓴 형씨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어제 잠 못 잔거 아니쇼? 무서웠지?]


나는 무슨 소린가 싶어, [응? 뭐가요?] 라고 반문했습니다.




[어라? 못 알아차렸나?]


놀란 기색이었습니다.


그 형씨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트럭에서 DVD를 보고 있는데, 내가 차를 몰고 와 주차장 한가운데 멈추더라는 것입니다.


트럭말고 그냥 승용차가 오는 경우는 드물어, 별일이다 싶으면서도 계속 DVD를 봤더랍니다.


그리고 DVD를 다 보고, 잠이나 자려 뒷좌석으로 가려다 문득 내 차를 봤다고 합니다.




차 본네트 앞에 왠 여자가 서 있었다고 합니다.


"여자친구인가? 뭐하는거지?" 하고 생각하며 자세히 보니, 본네트에 양손을 대고 마치 차를 막아서는 것 같은 모습으로 서있더랍니다.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형씨는 이상한 걸 봤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뒷좌석으로 들어가 자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묘하게 신경 쓰여서 다시 내 차를 봤더니, 이번에는 운전석 창문 옆으로 여자가 옮겨가 있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막아서듯 창문에 양손을 딱 붙인채.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며 잠깐 눈을 돌렸다 다시 보니, 이번에는 여자가 조수석 쪽에 있더랍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형씨는 소름이 끼쳐 눈만 빼꼼 내밀고 살폈다고 합니다.


그러자 여자가 갑자기 형씨 쪽으로 시선을 돌려, 몸을 굽혀 숨었다고 합니다.




한동안 숨어 있다가, 이제 괜찮을까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여자는 사라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허둥지둥 뒷좌석에 올라타 잠을 청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못봤어요? 진짜 장난 아니던데.]




[그러고 보면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긴 한데...]


[그치? 차 한번 살펴보는 게 좋을거 같은데. 어디 손자국 남아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나는 형씨랑 같이 차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손자국은 전혀 없었지만, 본네트 앞쪽이 살짝 패여있었습니다.


이게 뭔가 하고 멍하니 보고 있는데, 차 뒤쪽을 살피던 형씨가 [뒤쪽에도 기스 났는데!] 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뒤로 가보니, 브랜드 엠블럼 위에 작은 돌이 부딪힌 것처럼 흠집이 좍좍 나 있었습니다.




둘이서 [이게 뭐람... 무섭네, 무서워.]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또 다른 트럭에서 아저씨가 내리더니 우리들한테 다가와 한마디 했습니다.


[여자 이야기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아저씨도 내 차를 보고 일반 승용차라 특이하다고 생각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졸다 잠깐 잠이 깨서 내 차를 봤더니, 여자가 창문 옆에 서서 차안을 들여다보고 있더라는 겁니다.


어디서 온건가 싶어 주차장으로 돌아봤지만, 딱히 다른 차도 없었기에 내 차를 타고 온 여자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딱히 기분 나쁘다는 생각 없이,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자가 고개를 확 돌리더니, 저벅저벅 가장자리 쪽 트럭으로 걸어가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트럭 앞에 서서, 계속 앞유리를 올려다보더라는 겁니다...


[아니아니아니아니...]


그 이야기를 듣자 이번에는 안경 쓴 형씨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나는 [어, 그럼 그 사람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던가요?] 하고 물었지만, [기분 나빠서 그냥 잤어.] 라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그 둘은 이 주차장에서 눈을 붙일 때가 잦지만 처음 봤다고 하고, 나도 토박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던 터였습니다.


어떤 사람이었냐고 물어보니, 두 사람 모두 "머리카락이 길고 비쩍 마른 치마 입은 여자" 라고 대답했습니다.




두 트럭 운전수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나는 전혀 짚히는 바가 없습니다.


무슨 일이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사건 이후 나는 차에서 자는 취미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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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65th]수집가 동료

괴담 번역 2016. 1. 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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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물건을 수집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취미를 지닌 수집가 친구 A가 갑작스레 중병에 걸렸다.


여생이 얼마 남았느니 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어쩔 도리가 없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까지 쓰러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고 의사가 말할 정도였으니.


A는 바삐 움직였다.


방에 보관하던 대량의 컬렉션을 묵묵히 꺼내, 한동안 바라보고 만져보았다.




그리고 정중하게 그것들을 넣고, 봉투에 넣어 쓰레기 처리장에 가져가 버렸다.


나를 포함해, 가장 친하던 수집가 동료 다섯은 그걸 조용히 도왔다.


버리는 것이라고 마구 봉투에 집어넣는 게 아니라, 깨끗하고 차분하게 정리해 넣었다.




분리수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일이 없게, 재질도 다 따로 나눠 처분했다.


친구가 컬렉션을 하며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는지, 내게는 전해져왔다.


꽤 가치가 나가는 것들도 있었지만 팔거나 업자에게 넘기지도 않고, 모두 스스로 버렸다.




A가 컬렉션에 가지고 있던 집착은 그 정도였다.


작업을 도와준 수집가 동료들에게 [유품 삼아 하나씩 가져가. 다만 처분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버려줬으면 좋겠어.] 라며 넘겨준 걸 빼면, A의 컬렉션은 모두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A가 가지고 있던 것 중에는 정말 드문 것도 몇 있었기에, 어쩌면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하나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A는 그 후, 한달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직 20대였기에 병의 진행도 그만큼 빨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곧바로 수집가 동료 B가 큰 부상을 당했다.




뭐, 운이 나빴겠지하고 다들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지만.


얼마 후, 수집가 동료 C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수집은 이제 그만두겠다며, 컬렉션을 옥션에 올렸다.




A한테 받은 것까지 합쳐서.


그 컬렉션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C는 그걸 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부상을 당했다.




동료들끼리 그 이야기를 하다, 나는 문득 [A가 화내고 있는거 아냐?] 라고 말했다.


한동안 큰 부상을 당했었던 B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분명 그런걸거야.]




B는 다치기 전, A한테 받았던 물건을 어느 가게에 팔았었다는 것이었다.


마침 그 물건이 더 희귀해져 엄청난 가격을 불렀기 때문이라나.


그 이야기를 듣자 다들 [그러네... 분명 A가 화가 난 걸거야...]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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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64th]예지몽

괴담 번역 2016. 1. 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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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기보다는 이상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너무나도 무서웠던 일이다.


어릴 무렵, 우리 옆집에는 A라는 녀석이 살았다.


나와는 그야말로 불알친구라, 매일 같이 학교에 가곤 했다.




A는 어째서인지 미래 일어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무렵 한참 빠져있던 만화라던가 애니메이션이, 다음주 어떻게 진행될지를 미리 알려주곤 했다.


어떻게 아는 것인지 신경쓰여 물어보면, A는 [꿈에서 봤어.] 라고 말하곤 했다.




아마 예지몽 같은 것이었겠지만, 그 무렵 나는 어수룩했기에 [좋겠다~ 나도 꿈에서 보고 싶어.] 라고 생각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5학년이 된 해, A는 죽었다.


트럭 뺑소니 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들었다.




A의 장례식은 친척만 모인채 치뤄졌기에, 나는 A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


한동안은 A가 죽었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지만, A의 여동생이 외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조금씩 A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얼마 전 이야기다.




지난 황금연휴 때, 간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A네 집 앞을 걷고 있는데, A네 아줌마를 만났다.


[오랜만에 뵙네요.]




[어머, B군 완전 어른이네, 이제.]


가볍게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A한테 향이라도 올릴 생각으로 A네 집에 들르게 되었다.


A에게 향을 올리고, 또 아줌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문득, 터벅터벅 걷는 소리가 들려온다.


[B 오빠!]


A의 여동생이었다.




A가 죽고 난 후, 나는 A의 여동생이 혼자 외로워하는 걸 두고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A의 여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같이 학교에 가곤 했다.


그 사이, A의 여동생은 자연스레 나를 오빠라고 부르게 됐고.




그대로 A의 여동생과 나는 둘이서 잡담을 나눴다.


[남자친구는 생겼어? 대학은 어떻게 잘 준비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 A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무심코 물었다.


[A 뺑소니범은 잡혔어?]


[아, 응, 괜찮아...]




뭔가 물어보면 안되는 걸 물어본 것 같은 반응이었다.


나는 더 깊게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다,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A 말야, 트럭 뺑소니로 죽었었지?]


[아, A군? 그렇게 말했었구나...]


[그렇게 말했다니, 무슨 뜻이야?]




[엄마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변사였던가 그랬다더라고, 사실은.]


[변사? 뇌졸중 같은 거라도 터진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아이들한테 쇼크를 주면 안된다던가 하는 이유로 트럭에 치였다고 말했던 거 같아.]




[그럼 뺑소니가 아닌거네?]


[응. 그렇지만 자세히는 엄마도 잘 몰라.]


수수께끼는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그날 밤, A 일이 신경쓰여 나는 졸업앨범과 문집 같은 걸 잔뜩 꺼내 닥치는대로 읽어봤다.


A가 쓴 글은 지극히 평범했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를 설명해보자!" 라는 질문 중, A에 관해 이렇게 써 있는 게 있었다.




[A군은 미래를 알고있어서 대단해. 불나는 것도 알고 있어서 대단해.]


조잡한 문장이었지만, 그 덕에 떠올랐다.


나는 A와 통학하며, 매일 아침 미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고작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이야기나 듣고 싶어할 뿐이었지만, 종종 A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곤 헀다.


어느날 아침, A가 집에서 나왔는데 팔에 붕대를 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걸었다.




[왜 그래, 그거?]


[어제 밤 불이 나서 화상을 입었어.]


[엥? 불? 어디에? 안 아파?]




[학교 가는 길 도중에, 갈색 개 있는 집 있잖아. 거기야, 거기.]


[진짜? 보러가자!]


[그래!]




그래서 둘이 함께 부리나케 그 집까지 뛰어갔지만, 집은 멀쩡하게 거기 서 있었다.


[뭐야, 거짓말 치지마!]


[아냐, 거짓말 아니야. 진짜로 봤다니까.]




그리고 며칠 뒤, 그 집은 전소했다.


덧붙여, 그 불로 사람은 죽지 않았던 것 같다.


다친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니.




나중에 새로운 집이 세워지고, 그 개도 돌아왔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와 A는 "A가 꿈을 통해 미래를 보고 있다." 는 결론을 내렸다.


그 무렵엔 [1999년 7월에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대!] 라던가 하는 종말론적 이야기가 유행하고 있었다.




나는 A에게 [1997년 7월에 지구는 어떻게 되는건지 보고 와.] 라고 했다.


며칠 뒤, A는 내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




[뭐야, 시시하네.]


[그치만 엄청 멋진 게임기 봤다고.]


[어, 진짜? 알려줘!]




결국 우리는 미래를 알아봐야 흥밋거리로만 써버렸으니.


A는 그 후에도 계속 미래 일들을 이야기했달까, 향후 나올 게임기들에 관해 이야기 해줬다.


요새 나온 Wii라던가 닌텐도 DS 같은 이야기도 들었고.




마지막에는 [엄청 큰 TV에서 공룡이랑 비행기가 뛰쳐나왔어.] 라는 소리를 했었다.


언젠가 나올 3D 게임 같은 거겠지.


지금보다 더 미래를 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죽었다.


문집을 손에 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A의 사인이 몹시 궁금해졌다.


나는 A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시간 있어?]


[낮에는 괜찮아.]


[그럼 오빠가 밥 한번 살게.]




나는 반억지로 A의 여동생과 약속을 잡았다.


다음날, A의 여동생과 교외 아울렛에 가 밥을 먹고, 오후 3시쯤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나는 A의 여동생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고민했지만, A의 여동생이 A가 꾸던 예지몽 이야기를 꺼내, 마침 잘됐다 싶어 이렇게 말해봤다.


[예지몽을 꿀 수 있으면 트럭 사고도 좀 알아차리지, 그 녀석도 참...]


[음... 저기.]




[응?]


[이거, 사실 말하면 안 된다고 해야하나...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긴 한데.]


[응.]




[오빠... 사실 트럭에 치여 죽은 게 아니야.]


[...무슨 소리야?]


잠시 텀을 뒀다, A의 여동생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날... 나는 오빠랑 같이 방에서 자고 있었어. 아침에 내가 일어났을 때만 해도 오빠는 아직 자고 있어서, 나는 혼자 거실로 갔어. 조금 있다, 갑자기 방에서 오빠가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어. "끄아아악!" 하고. 엄마가 당황해서 방으로 뛰어갔는데, 엄마도 비명을 지르더라고. 놀라서 나도 따라갔더니... 그랬더니 오빠가...]


나는 입을 다물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타죽어있었어...]




[타죽었다고?]


[새까맣다고 해야하나...]


A의 여동생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나도 손이 떨려옴을 느꼈다.


[내가 방에서 나오고, 그 잠깐 사이에 그렇게 된거야...]


나는 아무 말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 이상한 이야기를 해버려서...]


[아냐, 고마워. 나도 A가 어떻게 떠난 건지 알고 싶었으니까.]


나는 그 때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혹시 인체 발화 현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나는 하나 더 물었다.


[미안. 하나만 물어볼게. 인체 발화 현상이라는 거 알고 있어?]


[응. 전에 찾아봤었는데, 그건 아닌거 같아. 마치 숯처럼 변해버렸었다고 나중에 들었거든.]




그렇게 잠깐 사이 숯처럼?


그런게 가능한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나와 A의 여동생은, 그대로 말 한마디 없이 집까지 돌아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혹시 A는 예지몽 때문에 그렇게 죽은 게 아닐까.


과거, A는 예지몽을 꾸다 본 화재 때문에 화상을 입었었다.




그렇다면 그날 A는, 꿈을 꾸다 엄청난 화재 사건이 일어나는 예지몽을 꾼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사람이 단숨에 숯이 될 정도라니...


도대체 A는 마지막에 무얼 보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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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63rd]삼촌댁

괴담 번역 2016. 1. 2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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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지금은 돌아가신 삼촌과 숙모는 나를 무척 귀여워 해주셨다.


외가 장남이었던 삼촌은, 할아버지에게 토지와 산림 대부분을 물려 받으셨었다.


그렇기에 굳이 직업을 가지지도 않고, 세상 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토지 임대료만 받아 유유자적 사시는 분이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오래된 단층집에 눌러앉아, 아이도 없이 두분 내외만 넓은 집에서 적적하게 사셨다.


맞벌이 때문에 바빴던 우리 부모님 대신, 우리 누나랑 동생까지 자주 집에 데려와 맛있는 음식도 내주시고, 용돈도 주곤 하셨다.


그렇게라도 부모가 된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삼촌과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사이도 소원했던 어머니는 말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동아리 때문에 바빠질 무렵까지, 나는 토요일 낮이면 삼촌댁에 놀러가 과자도 얻어먹고, 용돈도 타내곤 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동아리도 있겠다, 보충학습 때문에 바빠서 삼촌댁에 갈 일도 적어졌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봄, 숙모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뇌일혈이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숨을 거뒀다고 어머니에게 전해들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온 후 삼촌댁에 찾아가는 건 설날과 추석 때 정도 뿐이었던 터였다.




숙모 장례식 때문에 간만에 찾은 삼촌네 댁은 완전히 황폐해져 있었다.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미닫이문은 너덜너덜하고, 집안 전체가 퇴색된 느낌이었다.




빨랫감은 한데 쌓여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집안일을 돕던 가정부가 있었을 터인데, 모습도 안 보인다.


물어보니 숙모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나이가 많아 일을 그만 뒀다 한다.




[삼촌, 괜찮으십니까?]


숙모가 돌아가신 일도 있고, 생활 전반이 괜찮은지 여쭤보고 싶었다.


하지만 삼촌은 별 생각도 않는 듯, 공허한 표정으로 [아아...] 하고 대답하실 뿐이었다.




단 한사람 있던 가족을 잃은 삼촌의 낙담한 모습은, 보는 이마저 애가 끊어질 정도였다.


아버지는 가정부를 백방으로 구했지만, 모두 오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떠나갔다.


최근에야 그 이유를 들었다.




[죽림 안에 있는 낡은 단칸집에, 아무래도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가정부가 그렇게 말했다던가.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나는 도쿄에 있는 미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고향을 떠나기 전 삼촌에게 인사를 하고 오라는 부모님의 말에, 나는 고향을 떠나기 며칠 전 삼촌댁으로 향했다.


간만에 찾은 삼촌댁은 숙모가 돌아갔을 무렵,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졌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깔끔해져 있었다.


나는 새 가정부가 일을 잘하나 보다 싶어, 삼촌에게 물었다.




[건강해보이시네요. 새로 오신 가정부는 좋은 분인가봐요?]


삼촌은 읽던 책에서 눈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아, 미타씨는 무척 좋은 사람이었지만 가을 되기 전에 그만뒀다.]




집안은 먼지 한톨 없이 깨끗했다.


빨랫감도 없다.


삼촌이 스스로 하신건가?




그렇다면 식사는 어떻게 하고 계신거지?


설마 이 나이에 배달음식만 시켜먹고 계시기라도 할리가.


내가 "그럼 누가 이렇게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은 건가요" 라는 질문을, 어떻게 삼촌한테 거슬리지 않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고보니 너, 숙모가 만든 튀김 좋아했었지? 냉장고에 남아있으니 먹고 가거라.]


내 의문에 답하듯, 삼촌은 말했다.


삼촌은 코타츠에 들어가 책에 눈을 돌린채, 고개도 들지 않는다.




표정으로 진의를 살필 수조차 없었다.


[숙모가 만든 튀김이요? 그게 있어요?]


나는 닫혀진 불단으로 눈을 돌리며 물었다.




[아, 어젯밤에도 왔었거든. 만들고 남겨놓은 다음 갔을게다. 냉장고 한 번 보거라.]


삼촌은 손가락만 부엌 쪽을 가리켜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삼촌의 옆얼굴을 바라보지만, 삼촌의 눈은 책 속에 머물 뿐이다.


[불 켤까요?]


어슴푸레해진 이 집에 죽었을 숙모가 있다는 정체모를 상황에 압도당해, 나는 일어섰다.




하지만 형광등 끈이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자세히 보니 다 잘려나간 것이었다.


[아, 전기는 그 사람이 싫어하니까 됐어.]




나는 큰맘 먹고 다시 앉아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 숙모가 있어요? 숙모가 어젯밤에 와서 튀김을 만들었어요?]


만약 삼촌이 치매라면, 부모님한테 연락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해야 할 터다.




만약 삼촌이 제정신이라면...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은 틀림 없었다.


삼촌은 내 기대를 지우듯 강한 목소리로 [아아.] 하고 대답하고 처음으로 나를 보았다.




[하지만 숙모는...]


돌아가셨잖아요, 하는 의문을 내뱉으려다, 나는 삼촌의 얼굴을 보고 말을 삼켰다.


돋보기 안쪽, 삼촌의 공허한 눈동자...




검은자위는 쪼그라들어 있고, 흰자는 노랗게 탁해져 초점이 어디인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삼촌이 노망든 게 거의 확실하다 여긴 나는, [저 내일 일찍 나가봐야 해서 오늘은 이만...] 하고 일어서려 했다.


[돌아가는게냐. 돌아가기 전에, 저기 있는 밭일용 사다리를 좀 가져다 주겠니?]




[접사다리요? 여기에다가요?]


[아아. 매일 저녁 숙모가 저기서 내려오는 게 힘들어 보여서 말이다.]


삼촌은 불단 위, 작은 벽장을 가리켰다.




[네?]


죽은 숙모가 불단 위 작은 벽장에서 내려온다고?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자니, 삼촌은 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숙모는 말이다, 밤이 되면 저 벽장에서 쓱 나와서, 그 옆에 있는 삼나무 기둥을 타고 내려온단다.]


삼촌은 벽장 옆 삼나무 기둥을 손가락으로 덧쓰듯 가리켰다.


[삼촌, 숙모는...]




1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자, 삼촌은 다 알겠다는 듯 말했다.


[나도 태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있었어. 숨어있었어. 저기에.]


삼촌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불단 위 벽장을 가리켰다.




나는 벽장을 올려다봤다.


낡아빠진 벽장 문은 닫힌 채다.


저 안에 숙모가 있다고...?




[매일 저녁 돌아오는데, 그 삼나무 기둥이 번들번들하잖냐. 미끄러질 거 같아 큰일이야. 그래서 저기 사다리를 기대 세워놓아 주려는게다.]


삼촌은 내가 입을 열지 못하게 하려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일단 여기서는 삼촌이 아무 말이나 하게 두고,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부모님한테 이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나는 낡아빠진 접사다리를 들고와 삼나무 기둥 옆에 세우고, 도망치듯 삼촌댁에서 빠져나왔다.


시간은 이미 5시를 지나 어슴푸레했지만, 삼촌은 거실에서 불도 켜지 않은채 의자에 앉아 낡은 책을 넘기고 계셨다.


집에 돌아온 후, 나는 부모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삼촌을 요양시설에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아버지도 곤란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벌써 여러번 가정부를 들이자고도 말했고, 요양원에 가는 건 어떠냐고도 말했는데 전혀 말을 듣질 않으시더라.]


가정부 부르는 돈도 다 우리 집에서 내서, 그 돈도 만만치 않다는 푸념도 뒤따랐다.




숙모가 돌아왔다고 하는 망상은 어머니도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결국 어머니가 종종 찾아가 상태를 보고 오겠다는 정도로, 그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그리고 또 몇년이 흘러, 어느 봄 삼촌이 돌아가셨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숨을 거두신 걸, 우체부가 발견했다고 한다.


그날 연락을 받고 오후에 삼촌댁에 달려가니, 이미 삼촌은 편한 얼굴로 관에 들어가 불단 옆에 뉘어계셨다.


불단 옆 삼나무 기둥에는, 몇년 전 내가 세워뒀던 접사다리가 그대로 서 있었다.




지금이라면 불단 위 벽장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겠구나.


문득 호기심이 들끓어, 나는 접사다리에 다가갔다.


먼지가 가득 쌓인 접사다리에는, 확실히 누군가 내려온 발모양이 수도 없이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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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62nd]킨킨상

괴담 번역 2016. 1. 2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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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때 이야기입니다.


우리 유치원에는 "킨킨상" 이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누구한테나 보이는 게 아니라, 우리 반에서 절반 정도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킨킨상이 보이지 않았기에, 그 이야기가 화제에 오를 때마다 어떤 사람인지 아이들에게 묻곤 했습니다.


하지만 보인다는 친구들도 다들 잘 모르겠다는 대답 뿐, 자세한 설명을 들은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나한테 가르쳐 주기 싫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정말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확실히 보이기는 하는데 그걸 말로 설명하려면 어려워.


보이는 친구들이 내게 해준 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선생님에게 킨킨상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화제였으니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죠.


하지만 선생님은 [뭐니, 그 이야기는? 선생님 처음 들었어.] 라고 반문했습니다.


나도 킨킨상을 본 적이 없으니 대답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설령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제대로 설명은 못했겠죠.


그래서 나도 잘은 모르지만 이런 사람이 있다더라고만 말했습니다.


그리고 꽤 시일이 지난 후였습니다.




저녁, 친구 몇명과 남아 숨바꼭질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유치원 뒤에는 큰 돌계단과 나무가 있어 아주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하지만 옛날 사고가 있었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은 거기서 놀질 못하게 했었죠.




그럼에도 우리는 술래잡기 하기 딱 좋은 장소라는 이유에서, 몰래 유치원 뒤로 갔습니다.


처음에는 술래잡기를 했지만, 그 와중에 한 아이가 [킨킨상! 킨킨상!]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죄다 [정말이야! 킨킨상!] 하고 동조했습니다.




아무래도 나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 눈에는 모두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킨킨상을 못 본다고 바보 취급할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혼자 안 보이니 왠지 모르게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안 보여?]




누군가가 질문하자, 나는 평소처럼 [응... 아직...] 이라고 애매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전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돌아봤습니다.


다들 같은 표정이라,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무서워져, 그만 [역시, 보여?] 라고 물음표를 붙여 말해버렸습니다.


[그렇지?] 


아이들은 싱긋 웃고, 곧바로 평소처럼 다시 놀았습니다.




한동안 아이들은 킨킨상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 선생님이 우리들을 찾아 유치원 뒤로 왔습니다.


꾸중을 듣고 조금 시무룩해져 있던 찰나, [뭐하고 있었니?] 라는 질문을 듣고 나는 대답했습니다.




[술래잡기 하고 있는데 킨킨상이 왔어요.]


선생님은 흥미로운 듯 [그게 뭐야?] 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평소라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해주던 아이들이, 어째서인지 두 눈을 양손으로 가리고 [안 보여요. 몰라요.] 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처음 보는 광경에 멍하니 서 있었는데, 옆에 있던 아이가 손가락을 살짝 벌려 나를 진지한 시선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습니다.


한 사람도 아니고 죄다 그러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초조해져 따라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더욱 신경이 쓰인 듯, [가르쳐 줘.] 라면서 자세히 캐물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여자아이 한명이, 선생님 눈을 엄지로 찌르려 했습니다.


선생님은 놀라 엉덩방아 찧으며 피했지만, 이번에는 그 여자아이가 스스로 엄지 손가락을 눈에 꽂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도 나도 놀라 [그만해! 그만해!] 하고 소리쳤지만 멈추질 않았습니다.




주위 아이들은 하늘을 보며 [안 보여요. 몰라요.] 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몇분이 지나자, 여자아이는 정신을 차렸는지 [아파, 아파.] 하면서 울어댔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주위 아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멍하니 있을 뿐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여자아이를 서둘러 양호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나도 따라가려는데, 등뒤에서 아이들이 다같이 [웅...] 하고 휴대폰 진동 울리듯 소리를 냈습니다.


그 후 소동이 일어 부모님들까지 불려왔지만, 결국 원인은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 그 여자아이는 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갑자기 선생님이 그 사실을 알리고, 인사만 하고 떠나갔죠.


그녀는 두 눈을 붕대로 가리고 있었고, 그 아이 어머니도 함께였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고마웠어. 다른 곳에서도 힘내.]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킨킨상한테 거짓말하면 안돼.] 라고 말해, 나는 움찔했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도 몇번 본 적이 있었지만, 왠지 딴 사람 같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에 손을 흔들자, 작은 목소리로 [죽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말해 나는 기분이 확 나빠졌습니다.


그 후 딱히 후일담은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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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61st]유체이탈

괴담 번역 2016. 1. 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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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체이탈 글이 꽤 인기 있는 것 같아 흝어보는 사이, 꽤 많은 사람들이 의사적 유체이탈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판단하는 의사적 유체이탈과 진짜 유체이탈의 차이는, 유체이탈시 보이는 풍경과 실제 풍경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도 몇년 전, 처음으로 유체이탈을 경험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방의 풍경이 현실과는 꽤 달랐습니다.


꽃병에 꽂아둔 적도 없는 꽃이 꽂혀 있다던가.


이건 꿈이라고 생각해, 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 내려봤습니다.




이전부터 저는 수면 마비에 관해 지식이 좀 있었고, 유체이탈의 대부분이 수면 마비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대개 그 때 보이는 광경은 기억을 기반으로, 뇌가 만들어낸 환상 같은 것입니다.


하늘을 날거나 우주에게 지구를 내려다 보는 등, TV에서 보는 영상 같은 걸 끌어온거죠.




그렇기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경험이 없는 내가 그걸 시도하면 어떻게 될지 시험해 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낙하 도중 보이는 광경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경험이 없으니 뇌에는 그런 광경이 저장되어 있지 않고, 그걸 무리하게 만들어내려고 해봐야 정보가 부족하니 아무 것도 비치지 않는게 당연하죠.




그래서 나는 이것 또한 생리현상의 일종이자 뇌의 오류라고 판단했습니다.


신비체험 같은 게 아니라요.


그 이후로도 한달에 한번 정도, 자연스레 유체이탈을 경험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리얼한 꿈 정도로 치부했죠.


의식이 완전히 유지될 뿐 아니라, 벽을 지나 다니거나 순간이동이 가능한 건 다른 사람들과 매한가지라, 그리 드문 경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유체이탈하는 패턴은 이랬습니다.




1. 위를 향한채 잠든다.


2. 온몸에 힘이 빠지고, 갑자기 몸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3. 온몸 안쪽에서 강렬한 노란 빛이 가득차, 그 빛이 내 본체라는 감각이 든다.


4. 육체적인 만능감이 느껴진다.


5. 상반신에서 고속으로 영혼이 빠져나온다.




이런게 고작 1, 2초 사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런 체험을 몇번 반복하자, 뇌 속에서 구성된 광경도 점차 현실에 가까워져, 종국에는 현실과 똑같은 모습을 비추게 되었습니다.


그렇게까지 되고 나니, 뇌가 거듭된 이탈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진짜 유체이탈을 겪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몇주가 지나자, 나는 어느정도 의식적으로 이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이전에 여행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 전체를 날아다니게 되었죠.


물론 현실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걸 인식한 상태에서요.




사람은 기억 속의 아름다운 광경을 다시 불러내는 것만으로 즐거워지는 법이더군요.


그러는 사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실험 삼아 교토에 사는 대학시절 친구를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네 아파트 주소는 알고 있었지만, 도쿄에 사는 내가 교토까지 간 적이 없으니 거기는 완전히 모르는 공간입니다.


그 무렵 나 스스로도 유체이탈이 꽤 현실적이라 느끼고 있었기에, 혹시 이탈이 진짜는 아닐까 싶었거든요.


나는 구글 맵에서 그의 집을 확인하고, 실험에 나섰습니다.




결과적으로 한참을 헤맨 끝에 그 녀석 아파트 방까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밤 중이라 친구는 이미 자고 있었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는 무리였죠.


일단 코를 잡거나 말을 걸기도 했지만, 전혀 느끼질 못하는 듯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친구 방 배치와 가구 위치, 벽에 붙은 포스터 같은 걸 기억에 담고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단도직입적으로 방의 배치와 가구 위치, 벽에 어떤 포스터를 붙였는지 물어봤습니다.


물론 나는 그의 방에 직접 찾아간 적은 없던 터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어제 본 걸 말하는 사이 점점 친구는 말수가 없어져 갔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는 말했습니다.


[너, 누구 고용해서 내 방 훔쳐보기라도 했냐?]




그 순간, 나는 내가 겪은 유체이탈이 진짜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친구와의 우정도 끝나버렸지만요.


[이제 연락하지 마라.]




그 녀석은 그 말만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친구 한명을 잃었지만, 그때 내겐 그 정도는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온세상 어디라도 드나들 수 있는 힘을 얻었어! 앞으로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다!]




그렇게 생각하며 잔뜩 들떠있었죠.


하지만 그 이후 내가 생각해낸 건 비열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습니다.


실제 세계를 자유로이 들여다볼 수 있다면, 자고 있는 여자의 방에도 맘대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거죠.




게다가 영혼 상태라면, 그 여자에게 빙의해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품은채였습니다.


그날 밤부터, 나는 내 취향의 여자를 찾아 심야 도쿄의 하늘을 배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170cm 정도 키에, 쭉 뻗은 팔다리에, 가슴도 적당히 컸습니다.


눈매는 고양이 같고, 코도 오똑 솟아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여자였죠.


[이 여자야말로 내가 찾던 여자야. 이 여자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




나는 경험은 없었지만, 그녀에게 빙의할 작정으로 그녀 등뒤로 다가가 몸을 겹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강한 힘에 의해 튕겨나 나가떨어졌습니다.


영혼 상태이니 어디 부딪힐 것도 없고, 벽을 뚫고 옆방까지 날아갔습니다.




나는 망연자실했습니다.


그러자, 눈앞에 언뜻 봐도 악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남자는 내 영혼을 압도적인 힘으로 찌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여자는 내거야. 방해하면 없앨테다. 우리는 산 사람 몸은 못 건들지만, 영혼끼리라면 힘 약한 놈은 마음대로 해버릴 수 있어.]


모골이 송연했습니다.


그때까지 나말고 이 세상에 자유로이 영혼 상태로 돌아다닐 수 있는 존재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으니까요.




강렬한 공포를 느껴, 나는 순간이동해 방으로 돌아온 후 몸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불을 둘러쓰고 아침까지 벌벌 떨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유체이탈을 하고 종종 주위를 둘러보면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모를 존재가 주변에 우글우글 들끓는게 보입니다.




그후로 나는 이탈을 그만뒀습니다.


다시 그 온갖 영혼이 우글대는 곳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모두 내 망상이나 꿈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친구의 방안 풍경을 맞췄던 일 때문에, 나는 아직도 내가 진짜 유체이탈을 경험했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무적의 존재가 되어 자유를 누리는 게 아닙니다.


동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괴물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겁니다.




여러분도 만약 나중에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걸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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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도 여느때처럼 일을 마치고 저녁 무렵 집에 돌아왔다.


거실에 들어서자, 거기 어머니가 불도 안 켜고 귀를 막은채 어두운 방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어머니가 이러고 있는 건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초조해져, 나는 어머니에게 달려가 말을 걸었다.




[엄마! 무슨 일 있어? 왜 방에 불도 안 켜고 이러고 있어?]


어머니는 갑작스레 내가 말을 걸어 놀란 듯 했지만, 곧 내 얼굴을 보고 안심한 것 같았다.


[뭐야, 너구나... 사람 좀 놀래키지 마렴.]




아니, 놀란 건 난데.


어두운 방에서 불도 안 켜고 귀 막고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할 소리인가, 그게.


기막혀 하고 있자니, 어머니가 이상한 걸 물어봤다.




[그건 그렇고 너, 어디로 집에 들어왔니?]


어디로?


이상한 질문에 기가 막히면서도 대답한다.




[저기, 엄마. 어디로 집에 들어왔다니, 당연히 현관이지. 아니면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을거라 생각하는...]


말을 마치기도 전, 바로 그 현관에서 똑똑하고 유리를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누가 왔나?]




나는 누가 왔는지 확인하려 현관을 들여보려 했지만, 어머니는 초조한 듯한 모습으로 나를 말렸다.


[또 온거야... 아까 그놈이야, 분명...]


아까 그놈?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돌아왔을 때 이상했던 어머니 모습과 "아까 그놈"이라는 게 뭔가 연관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기, 아까 내가 왔을 때 이상한 꼴하고 있던 게 그 "아까 그놈" 때문에 그런거야?]


내 질문에 어머니는 입을 다문채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말야, 계속 현관에서 노크를 하는거야. 네가 오기 조금 전부터. 엄마는 그게 무서워서 어쩔 도리가 없더라고. 그래서 계속 귀를 막고 그게 없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 사이 네가 돌아왔지 뭐니, 그것도 현관으로.]


어머니의 얼굴은 새파랬다.


나는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거 뭔데? 봤을 거 아냐.]


어머니는 고개를 아래로 푹 떨구고 있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 사이에도 현관에서는 계속 똑똑하고 노크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잠깐 보고 올게. 아까랑은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혹시 택배라도 왔으면 빨리 확인해야 하고.]




하지만 어머니는 잡은 팔을 놓지 않았다.


[안된다니까! 안 가는 게 좋아. 분명 후회하게 될거야.]


[괜찮다니까. 위험한 놈이면 현관문 안 열고 슬쩍 보고만 올게.]




어머니의 팔을 억지로 뿌리치고, 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우리집 현관은 흐린 유리가 끼워져 있는 미닫이 문이다.


현관을 열지 않아도, 밖에 어떤 놈이 있는지는 대충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나는 현관까지 가, 그 노크하는 놈이 어떤지 살폈다.


아마 어머니도 손님이 왔나 싶어 현관까지 왔다 이걸 봤었겠지.


현관에 서 있는 빨간 사람 그림자를.




처음 봤을 때는 그렇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단순한 사람 그림자였으니까.


키는 아마 초등학생 정도였던 것 같다.




빨갛다는 걸 빼면 말이지.


그래서 나는 단순히 손님인가 싶어, 현관을 열려 유리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그 순간, 노크하는 손이 유리 너머로 똑똑히 보였다.




새빨간 사람 손이.


정말로 새빨갰다.


빨간 장갑 같은 게 아니라, 새빨간 맨손이었다.




그 순간 "아, 이건 인간이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


하지만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터였다.


왜냐하면 현관을 열려고 가까워진 사이, 그 녀석도 내 존재를 알아차렸으니.




가까워진 내 존재를 알아챈 그놈은, 이후 엄청난 기세로 현관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


철컹철컹철컹철컹철컹철컹철컹철컹




정말 엄청난 기세였다.


현관 유리가 깨지지 않을까 싶은 기세로 계속 두드려댔다.


바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새빨간 사람 그림자가 엄청난 기세로 현관을 두드려대는 것이다.


문에서 철컹대는 소리가 날 정도로.




나이 먹을대로 먹은 어른인데도, 그 광경을 보니 오금이 저려 발도 못 뗄 지경이었다.


하지만 계속 거기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너무 무서웠으니까.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거기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묘하게 달려 도망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상대가 모르게 서서히 도망치겠다는 생각이었을까.




나는 천천히 뒤로 몸을 뺐다.


그러자 사람 그림자도 약간 변화를 보였다.


처음 봤을 때보다 어쩐지 키가 커진 것 같았다.




하지만 노크하는 팔의 위치는 아까와 다름없다.


키가 커지고 있는게 아니라, 자라나고 있는 것이었다.


머리가.




목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정말 머리만 위로 쭉쭉 자라나고 있었다.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자라난 머리는, 서서히 현관 위에 있는 작은 창에 다가서고 있었다.




하필 그 작은 창은 채광용이라 흐린 유리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 작은 창으로 머리가 다가서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시점에, 나는 눈을 피했어야 했다.


하지만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너무 무서워 오히려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봐버렸다.


새빨간 사람 그림자의 얼굴을.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된 아이라고 생각한다.


새빨간 얼굴에, 머리카락과 눈썹이 없었다.


인상적이었던 떡하니 열린 새까만 입과 부릅 뜬 눈.




그 눈으로 흘깃흘깃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나니 완전히 한계였다.


나는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악!] 하고 소리지르며 도망쳤다.




그리고 거실로 가, 어머니와 함께 귀를 막고 덜덜 떨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귀를 막고 있었기에 감각이 없었지만, 갑자기 [야, 왜 그래!] 하고 누군가 어깨를 잡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였다.


[아버지잖아! 놀라게 하지 마세요!]


[뭘 놀라게 해! 놀란 건 나야. 어떻게 둘이 불도 안 켜고 시커먼 방 안에 웅크려있어!]




갑작스레 날아온 목소리에 놀라기는 했지만, 아버지 얼굴을 보니 좀 안심이 됐다.


그리고 무심코 물었다.


[아버지, 도대체 어디로 집에 들어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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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59th]거미님

괴담 번역 2016. 1. 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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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도호쿠 시골에 있는 낡은 단칸집이다.


우리 집안은 옛날부터 거미를 소중히 여기는 관습이 있어, 우리 집에는 거미들이 잔뜩 정착해 여기저기 거미줄 투성이다다.


죽이는 건 당연히 안되고, 집안 대청소를 할 때도 거미집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청소를 하곤 했다.




나나 형도 학교에서 청소하다 거미가 나오면 다른 아이들이 죽이려는 걸 말리고, 벌레상자에 넣어 데리고 올 정도로 소중히 대했다.


덕분에 주변에서는 우리 집을 "거미저택"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여름철에 파리가 끓지도 않고, 바퀴벌레도 나오질 않는 등 나름대로 유익한 면도 있어서, 우리는 거미를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고 살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 반에는 허구한 날 수업시간에 조는 놈이 있었다.


왜 그런지 사정을 들어보니, 매일 밤 잠만 자면 악몽을 꾼다는 것이었다.


꿈의 내용은 기억을 못하지만, 매일 똑같은 내용인데다 엄청 무섭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악몽을 꾸고 싶지 않아 맨날 밤을 새고, 정작 수업시간에는 졸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3이 그래서야 쓰겠냐고, 가족들이랑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는지 의논을 하게 됐다.


그랬더니 우리 형이 유학 갔다 사온 선물을 가져와 [이거 주면 되겠다.] 고 말을 꺼냈다.




그 선물이란 건 드림캐쳐라는 것이었다.


악몽을 꾸지 않게 해주는, 부적 비슷한 미국 원주민들의 전통 장식품이다.


[이 거미집 같은 그물코가 악몽을 잡아내 준다고 하더라고.]




[거미집에 악몽이 잡히면 아예 진짜 거미를 선물해주는 건 어때?]


마침 우리 집은 거미저택 아닌가.


그래서 나는 다음날 그 녀석 집에 찾아가 벌레상자에 넣은 우리집 거미님 한분과 드림캐쳐를 전해줬다.




거미님을 전해준 다음날, 그 녀석은 어째서인지 학교를 쉬었다.


[호... 혹시 거미님 때문에 무슨 나쁜 일이라도 일어난걸까...]


나는 불안해서, 형이랑 같이 학교 끝나고 그 녀석네 집에 찾아갔다.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어쩌나 싶어 불안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그냥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있을 뿐이었다.


학교도 자느라 안 나온 거였고.




걔네 부모님도 평소 불면증에 시달리던 걸 알았기에, 불쌍해서 깨우지 않았던 듯 했다.


[와,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악몽을 안 꿨어! 거미님 쩐다!]


그 녀석은 흥분해서 떠들어댔다.




[거봐, 자식아! 거미저택이라고 허구한날 놀려대더니. 거미님 진짜 엄청 대단하시다고! 이제 알겠지!]


나랑 형은 한술 더 떴다.


그럼 거미님의 존안을 뵙자고 벌레상자를 열던 도중, 그 녀석의 손이 멈췄다.




[어라... 너한테 받았을 때도 이렇게 컸었나, 이 거미...?]


우리가 전해준 거미는 손톱만한 쬐그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벌레상자에 들어있는 거미는 그보다 훨씬 커져있었다.




최소한 우리가 가져왔을 때보다 2배는 커진 느낌이었다.


[혹시 악몽을 먹어치워준 걸까?]


그 후 그 녀석은 거미님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척 소중하게 길렀다.




나중에는 벌레상자가 아니라 열대어용 큰 수조까지 사서 집을 만들어줬었으니.


쾌적한 환경에서 먹이도 충분히 얻어먹었으니, 거미님도 분명 행복했었겠지.


그 거미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그 녀석한테는 [거미 좀 보내줄래?] 하고 정기적으로 전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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