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2016/02

320x100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연휴 때는 무조건 산에 오를 정도니까.


그 중 특히 좋아하는 산이 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길이 워낙에 험난해 매년 조난자가 나오곤 하는 곳이다.


길이 잘 닦이지가 않아, 등산에 익숙한 사람도 까딱하다는 길을 헤매기 십상인 산이다.


하지만 그 탓에 그 산을 찾는 사람은 적다.




나는 마치 나만의 것처럼 느껴져, 그 산이 퍽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어느 휴일, 나는 또 그 산에 올랐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어우러져 시원하다.




한동안 걷고 있자니 구름다리가 보인다.


정상에 가려면 꼭 지나가야만 하는 다리다.


구름다리에 다다르니, 한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남자는 난간 밖에 서서, 아래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불쑥 말했다.



 


[위험합니다!]


남자는 나를 바라봤다.


나는 깨달았다.




남자는 투신자살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급히 말을 이었다.


[당신이 죽으면 남겨질 부인과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자살 같은 건 하지 마세요.]




대충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 남자의 가족이 어떤지는 전혀 몰랐다.


그저 어디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대사를 읊었을 뿐이었다.




그 말을 듣자, 남자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용기가 났습니다.]


나는 남자가 자살을 그만 두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행이라고 말이지.


하지만 곧바로 남자는 난간 밖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경악하면서도 119에 전화를 했지만, 산속인데다 수십미터 아래 골짜기로 뛰어내린 남자가 살아있을 리 없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이야기지만, 남자는 보험을 잔뜩 들어놓고 사고를 가장해 자살한 것이었다.


나는 구급대원에게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당연히 보험금은 안 나왔겠지.




뒷맛이 씁쓸했다.


나는 그 이후로, 조난자를 봐도 모른 척하고 지나가고 있다.




 

 

Illust by 느림보(http://blog.naver.com/loss1102)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670th]어두운 논

괴담 번역 2016. 2. 18. 22:54
320x100




친척들 중, 모두 싫어해 고독하게 지내던 A씨라는 분이 계셨다.


나는 중학생 시절, 그 A씨가 좋아 자주 그 댁에 놀러갔었다.


그 A씨가 어느날 들려준 어린 시절 이야기다.




시골 학교는 교재비나 설비비 때문에 메뚜기를 잡아 조려 팔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메뚜기는 학생들한테 잡아오게 시켰고.


A씨는 꽤 둔한 편이라, 기한이 다 되도록 할당량을 채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그 정도면 됐다고 허락해줬다.


하지만 A씨의 아버지는 그럼에도 [학교에 들 낯이 없잖아! 당장 나가서 더 잡아와!] 라고 A씨를 집에서 끌어냈다고 한다.


불쌍하게도 A씨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어두운 논에서 메뚜기를 잡게 되었다.




그러고 있는데, 저 멀리 빛이 뿌옇게 비치더란다.


하지만 불빛이 보이는 곳은 논투성이인데다, 그 뒤는 숲이라 인적이 없는 곳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그쪽을 바라보니, 무언가가 불타고 있는 듯 했다.




상당히 큰 불이라, 처음에는 누군가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불꽃 색깔이 조금 이상했다.


빨갛다고 초록색으로 변하고, 그게 다시 빨갛게 돌아간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아름답다는 생각에, 계속 바라봤다고 한다.


계속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불빛이 느껴졌다.




A씨의 어머니가 A씨를 찾아온 것이었다.


A씨 어머니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언제까지 메뚜기나 잡고 있는거야!] 라고 A씨에게 소리쳤다.


[그게...] 하고 A씨는 불빛을 가리켰다.




하지만 A씨 어머니는 [그냥 모닥불이잖아.] 라고 말할 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밤 9시가 지난 터였다.


집에서 쫓겨낸 게 저녁 7시였고, 불을 발견한 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던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불빛이 올라왔던 곳에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경찰도 있었고.




뭐, 이쯤 되면 뭐가 불타고 있었는지는 다들 알겠지.


거기 있던 건 새까맣게 타버린 사람 시체였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기분 나쁘네.] 라고 말했다.




A씨는 [그래도 아름다웠어.] 라고 대답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320x100




7년 전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의 오빠에 관한 이야기다.


여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할 때는 몰랐던 일이지만, 그녀의 오빠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K시에서 엄청 유명한 폭주족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여름, 갑자기 폭주족을 때려치고 모범생이 됐더라는 것이다.




[무슨 일 있었길래?]


나는 여자친구에 물었지만, 히죽히죽 웃으며 [오빠한테 직접 물어봐.] 라고 말할 뿐 가르쳐 주질 않았다.


어느날 여자친구네 집에 놀러갔더니, 형님이 계셔서 큰맘 먹고 과감히 물어봤다.




[왜 폭주족을 때려쳤냐고? 뭐... 너한테는 말해도 될라나.]


형님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나서는 매일 같이 밤마다 달려댔다고. 진심으로 야쿠자가 될 생각이었거든. 학교는 나가지도 않고, 감옥 한 번 갔다오는게 훈장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야.]




형님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여름방학 때, 새벽 3시 넘어서 집에 들어왔더니 거실에 누가 있더라고. 어머니인가 하고 슬쩍 봤는데... 죽은 아버지더라 이거야.]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그녀가 초등학생일 무렵 세상을 떠났던 터였다...




[그 때 마침 폭주족들 입는 특공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버지?" 하고 말 한마디 꺼내자마자 온몸이 굳어 버렸어. 소리를 낼래도 말 한마디 못하겠고, 몸도 꼼짝않고 말야. 아버지는 거실 식탁에 앉아, 아무 말 않고 담배를 피우시더라고. 그리고 천천히 돌아보면서, 딱 한마디 하시더라. "적당히 해라." ...그 말만. 그것만 말하고 아버지는 담배연기랑 같이 사라져버렸어. 나는 굳은 게 풀려서 그대로 엉덩방아 찧고 아침까지 거기 멍하니 주저 않아 있었고.]


그리고 아침에 어머니가 [너 여기서 뭐하니?] 라고 묻자, [지금까지 걱정 끼쳐서 미안해. 이제 폭주족 그만둘게.] 라고 그 자리에서 선언했다나.


[다음날 같이 놀던 놈들한테 "아버지 영혼이 나와서 설교를 들었어. 나 이제 그만둘래." 라고 말하니까 엄청 비웃더라고. 하지만 난 진짜 무서웠어.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 이야기를 반신반의하며 듣고, 여자친구 방에 들어가자 여자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오빠가 아빠 영혼이랑 만나기 전에, 난 맨날 불단에서 기도했었어. 오빠가 폭주족 그만 두게 해달라고. 그 무렵에 오빠가 폭주족이라고 따돌림 당하고 있었거든. K시 사람이면 다 알 정도로 유명했으니까, 우리 오빠. 난 너무 슬퍼서 이것도 다 오빠를 키운 아빠 탓이라고 원망했었어. 그래서 오빠가 저 이야기 하는 걸 들으니까 나도 등골이 오싹하더라니까.]


그로부터 2년 후, 나는 그녀와 헤어졌고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헤어지고 얼마간은 그녀의 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을까, 새벽만 되면 잠이 안 오더라.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668th]무덤을 옮기다

괴담 번역 2016. 2. 3. 22:57
320x100




그리 두렵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옛날부터 내려오던 집안 무덤에 할아버지를 묻어드리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외할머니가 강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큰 무덤을 새로 세워, 거기 할아버지를 모시게 됐다고 한다.


무덤을 새로 세우니, 거기 옛 선조분들 납골단지도 옮겨야 한다.


결국 일정을 제대로 잡고, 스님까지 불러 무덤을 아예 옮기게 되었다.




그날은 우리 부모님, 외할머니, 스님까지 넷이서 무덤을 열고 납골단지를 옮겼다고 한다.


오래된 무덤이니 화장한 게 아니라 매장해 묻은 뼈도 나왔다.


조금 무서웠지만, 다들 아무 말 않고 유골을 수습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딱 하나, 아무리 힘을 써도 움직이질 않는 두개골이 있었단다.


나름대로 힘이 장사인 우리 아버지가 달라 붙어도 안 되고, 어머니까지 힘을 보탰지만 끄떡도 않았다.


부모님은 점점 무서워져, 외할머니한테 그냥 무덤을 옮기지 말자고 매달릴 정도였다나.




그 때, 스님이 나섰다.


그리고 그 두개골에 술을 따르며 말을 걸었다.


[괜찮습니다. 이 사람들은 새 집에 모시려는 것 뿐이에요. 걱정 마시고 편히 따라오십시오.]




그런 말을 한참이고 두개골에 건넸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아무리 힘을 써도 움직이질 않던 두개골이, 데굴 굴러나왔다고 한다.


당황한 부모님은 바로 두개골을 납골단지에 넣었다.




그 후 무덤을 옮길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고 한다.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해주는 부모님의 표정이 너무나 생생해, 내게는 너무나도 무서웠던 이야기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320x100




전에 슈퍼에서 일할 때 이야기다.


그날은 태풍이 몰려오고 있던터라, 오전 내내 태풍이 오기 전에 쇼핑을 해두려는 손님으로 평소보다 붐볐다.


저녁이 지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자, 손님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도 태풍을 뚫고 오는 손님이 있었다.


입구에서 장바구니를 정리하고 있는데, 아이를 데리고 한 손님이 들어왔다.


30대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와, 대여섯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나는 인사를 하고, 계속 바구니를 정리했다.


가게 안으로 돌아가자, 그 손님들이 야채 코너 부근에서 걷고 있는게 보였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상품을 바라보려 아래쪽을 보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부모자식이 계속 아래만 바라보며 앞을 향해 걷고만 있었다.


뭐 찾고 있는 것도 아닌지, 바구니도 손에 들지 않았다.


혹시 도둑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 두 사람은 생선 코너와 정육 코너를 지나, 종업원용 뒷공간에 쓱 들어가버렸다.


나는 당황해 들어가 두 사람을 부르려 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쪽을 바라봐도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확실히 들어갔었는데...


나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다, 문득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해봤다.




[지쳐서 잘못봤겠지.] 라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도 본 적 있어... 이유는 모르지만 태풍이 불 때,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여자가 저쪽 뒷공간으로 들어가는 걸 본 직원들이 많더라고. 그것도 꽤 큰 태풍이 올 때만. 주의를 주려고 가보면 없어지고 말야. 나도 전에 아르바이트 하던 아줌마한테 들어서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15년 전에 근처 도로에서 어머니랑 딸이 차에 치여 죽었다더라고. 그날도 오늘처럼 태풍이 불었고. 마침 이 슈퍼로 오던 도중이었대. 요앞 사거리에서 사고가 났었더랬나...]




혹시 내가 본 것도 사고당한 모녀의 귀신이었을까.


이미 그 슈퍼는 헐리고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어, 지금도 거기 그 모녀가 나타나는지는 알 길이 없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