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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

[번역괴담][2ch괴담][675th]케사랑 파사랑

괴담 번역 2016. 3. 2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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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는 사람들이 결코 발도 들이려 하지 않는 동굴이 있었다.


중학생 때, 나는 친구와 함께 거길 탐험하러 갔었다.


그 동굴은 산속에 있는데다 입구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어,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든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철조망에 난 구멍을 찾아, 거길 통해 동굴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동굴 안은 상당히 넓었지만, 안쪽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회중전등을 켜서 안을 살펴보는데, 바닥에 있는 무언가가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다가가 잘 살펴보니, 손바닥에 올라탈 정도 크기의 털뭉치였다.


나는 당시 학교에서 유행하듯 돌던 이야기에 나오는 케사랑파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우와, 케사랑파사랑이다.]




[진짜야?]


나랑 친구는 잔뜩 들떠 떠들었다.


손에 올려보니 단순한 털뭉치치고는 좀 무거웠다.




이상하다 싶어, 나는 털을 헤쳐보았다.


안에서는 사람 눈알이 튀어나왔다.


[으아아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걸 동굴 벽에 내던졌다.


그러자 동굴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수많은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게다가 웃음소리는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무서워진 우리는 서둘러 동굴을 빠져나와 철조망 구멍으로 나왔다.


도망치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수많은 아이들이 철조망에 달라붙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철조망 구멍으로 나와서 쫓아오지 않는건가 싶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웠다.


벌써 수십년전 일이지만, 나도 친구도 아직 이 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 그 동굴은 절에서 입구를 둘러싸듯 나무로 당을 세우고, 관음보살을 모셔 '암혈 관음당'으로 만들어놨다.




종종 타지에서 젊은이들이 참배하러도 오는 것 같고.


하지만 나와 친구는 여지껏 한번도 참배하러 간 적이 없고, 앞으로도 안 갈 생각이다.



 

 

 

Illust by 느림보(http://blog.naver.com/loss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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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74th]팔이 없는 시체

괴담 번역 2016. 3. 1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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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끝무렵 어느날, 홋카이도 어촌에 수많은 일본군 병사 익사체가 떠내려왔다.


500구는 훌쩍 넘는 수였다.


아무래도 병사를 실은 수송선이 미국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난바다에서 침몰한 듯 했다.




시체 중 장교는 없었다.


장교들은 구명정으로 탈출한 것 같았다.


시체를 수습하던 어부들은 문득 기묘한 것을 알아차렸다.




팔이 없는 시체가 꽤 많았다.


손목이 잘린 것도 있고, 아예 어깨부터 팔 전체가 잘려나간 시체도 있다.


바닷물에 씻겨나가 피는 나오지 않았지만, 예리한 것에 베이기라도 한 듯 팔이 잘려나간 단면은 평탄했다.




개중에는 팔이 잘려나갔을 뿐 아니라, 얼굴에 크게 베인 상처가 난 시체도 있었다.


바다에 뛰어들다 생긴 상처인가 싶기도 했지만, 시체의 반이 넘게 팔이 잘려나간 건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당시 구명정을 타고 살아 남은 장교는 그 사건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뱃전에 손들이 마구 달라붙었다.


강한 파도가 치는데 여기저기서 손들이 달라붙으니, 작은 배는 견디지 못하고 크게 요동쳤다.


그들이 배에 타려다 배가 전복되는 것보다, 뱃전을 감싼 그 손들 자체가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다.


수면은 병사들로 가득차 있는데, 그 가운데 작은 구명정 세 척이 떠있을 뿐이었다.


옆에 있는 구명정에서는 장교들이 일제히 군도를 빼들었다.


곧 우리 배에 탄 사람들도 군도를 손에 들었다.


손에 대한 공포심이, 군도를 뽑게 한 것이다.


잘라도 잘라도, 또 새로운 손이 뱃전에 올라온다.

 

팔을 잘린 병사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기도 했지만, 그대로 헤엄치는 이도 있었다.


 

 


 


그 장교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천황 폐하 만세.]


그러나 그 진위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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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뭐가 있었던 건 아니라 어디다 털어놓기도 그래서 여기 올려본다.


자전거를 타다가 겪은 일이다.


앞에서 자전거 한 대가 달려오더라.




자전거를 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앞에서 누가 오면 서로 길 옆으로 붙어서 먼저 가라고 양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앞에서 오는 자전거를 보자마자 길 옆에 딱 달라 붙어 지나가곤 했다.


그 날 역시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상대방을 발견하고, 길 구석에 붙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심보인지, 맞은편 자전거도 나랑 똑같은 쪽 구석에 붙어서 달려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다 싶어 내가 반대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곧 그 자전거도 마찬가지로 반대편으로 달라붙었다.


나는 조금 초조해졌다.




멍하니 달리고 있었기에, 정신을 바짝 잡고 상대방을 보고 제대로 피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이상한 걸 눈치챘다.


상대방과의 거리가 전혀 좁혀지질 않고 있었다.




어라? 하고 당황해서 자세히 보니, 앞에 있는 자전거는 나와 똑같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거기서 그냥 마음을 놓고 다시 멍하니 페달을 밟았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또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겁에 질려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앞에 달려가고 있는 자전거에 탄 사람은, 내게 얼굴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새까만 원피스를 입은채, 분명히 내게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저녁 무렵이라 빛이 얼마 없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얼굴이었다.


모자도, 가면도 아니었다.


그렇게 나를 바라보며, 그 녀석은 앞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자세히 바라봤지만 자전거가 앞을 향하고 있다는 것만 보였고, 몸이 어느 쪽으로 돌아서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검은 원피스 옷자락이 다리까지 내려왔거든.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옆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빙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 없이 집에 돌아왔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도 무서운 일이다.


그 녀석은 내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똑같이 옆으로 따라붙었었다.




계속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내 앞에서 달리고 있었던 걸까?


그 날 이후 그 녀석을 만난 적은 없지만, 아직도 앞에 자전거가 보이면 순간 소름이 끼치곤 한다.




도대체 정체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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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72nd]마네킹 대가리

괴담 번역 2016. 3. 1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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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무렵 이야기입니다.


야구부 부실에 놀러갔더니, 뭔지 모를 마네킹 대가리 하나가 덜렁 있었습니다.


[왜 야구부에 이런게 있는거야?]




야구부원인 친구 녀석한테 묻자, 태연하게 [얘가 돌아온다니까.] 라고 대답합니다.


어디 내다버려도 다음날 아침이면 야구부 부실에 돌아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이 녀석 말도 한다?] 라고 이상한 소리를 늘어놨습니다.




나는 뭔 헛소리를 하나 싶어 어이가 없었습니다.


야구부 부원들은 몰려들어 마네킹의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인사해!] 라며 마네킹에게 말을 겁니다.


처음에는 나한테 다들 장난을 치는건가 싶었지만, 친구는 진지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마네킹이 말을 하는 것 아니었지만요.


야구부원 중 한놈이 [부끄러워 하기는.] 하면서 마네킹을 바닥에 내던졌습니다.


하도 야구부놈들이 진지하기에, 나는 [평소에는 말을 하냐?] 라고 물었습니다.




[어. 좀 서투르긴 해도 말을 한다고.] 하고 좀 짜증난 말투로 대답이 돌아옵니다.


마네킹이 말을 안해서 화가 난 듯 했습니다.


[진짜라니까.] 




친구가 하도 진짜라고 말을 해대서 나는 아니라고 말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뭐, 야구부원이 아닌 내가 있어서 그런가 보지.] 하고 적당히 맞장구 쳐줬습니다.


[근데 이 마네킹 왜 이렇게 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냐? 기왕 야구부에 둘 거면 너네들처럼 빡빡 밀어버리지.]




그러자 부원 중 한놈이 태연하게 마네킹을 걷어차며 대답했습니다.


[그 자식, 바리깡으로 머리 싹 밀어줬었어. 지금 머리 듬성듬성한 건 다시 자라가지고 그래.]


야구부에 놀러간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영구결번을 받았다는 마네킹한테 묻고 싶습니다.


너는 왜 야구부로 돌아가는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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