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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

[번역괴담][2ch괴담][738th]신의 손

괴담 번역 2016. 7. 3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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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등산가 이야기다.


그는 정말 산에 미친 사람이라, 허구한날 틈만 나면 산에 오르곤 한단다.


어느날, 이 남자가 어느 산에 올랐다.




하지만 엄청난 눈보라에 휩쓸리고 말았다.


체력은 떨어질대로 떨어져, 눈속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비박을 하기로 했단다.


이틀 후에야 겨우 살아서 내려올 수 있었지만 대가는 컸다.




왼손 검지, 중지, 약지를 동상 때문에 모두 절단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부상 가지고는 그의 등산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왼손 손가락을 거의 다 잃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산에 오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산에 대한 투쟁심이 더욱 강해졌다나.


그는 잃은 손가락을 커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재활했고, 이윽고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사건 이후 첫 등산이었다.




그는 어느 준엄한 바위 능선을 오르고 있었다.


손가락을 잃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쾌한 등반이었다.


스스로도 꽤 마음이 놓여, 능선 위에서 몸을 일으키고 잠시 한숨 돌릴 때였다.




갑자기 강렬한 돌풍이 불어와, 휘청하고 말았다.


큰일났다 싶었을 때는 이미 밸런스를 잃고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몸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 떨어지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자연스레 몸이 움직였다.


잠시 뒤,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바위 경사면에 뻗은 덕에 추락을 면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왼손에 남아 있는 엄지와 새끼 손가락은 바위 표면을 잡고 있질 않았다.


그는 완전히 공중에 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느꼈단다.


잘려나간 손가락 3개가, 분명히 그 바위를 잡고 있던 감촉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손가락들이 그의 생명을 구해낸 것이다.




극한의 긴장과 공포 속에서, 그는 몇번이고 눈을 깜빡였다고 한다.


이윽고 그는 안 보이는 손가락 3개에 체중을 맡긴 채, 필사적으로 멀쩡한 오른팔로 바위를 잡고 몸을 끌어올렸다.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고 능선 위로 올라온 후, 그는 왼손을 보았다.




하지만 당연히 잘려나간 손가락이 붙어있을리 없지.


그러나 그의 손에는 바위를 꽉 붙잡느라 얼얼해진 세 손가락의 감촉이 분명히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 순간, 나는 마침내 신의 손을 얻었던 거겠지.]




그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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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2nd]병원 화장실

실화 괴담 2016. 7. 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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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고장해남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00년 12월 31일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날이었고, 다음날이면 14살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평소 발육이 남달랐기 때문일까요.




저는 사춘기가 일찍 와서 그 무렵 하루가 멀다하고 어머니와 다투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날도 뭐가 문제였는지 어머니와 싸우게 되었죠.


어머니도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셨는지 [그럴거면 당장 집에서 나가!] 라고 소리를 빽 지르셨습니다.




평소였다면 저도 그쯤 해서 잘못했다고 빌고, 몇대 맞고 끝났을 텐데...


그날따라 저도 미쳤는지, 돈 한푼 없이 얇은 옷만 걸치고 집에서 뛰쳐나와버렸죠.


막상 가출은 했는데 갈 곳이 없었습니다.




돈도 한푼 없고, 그렇다고 친구네 집에서 얻어잘 수도 없고...


더군다나 어릴적부터 몽유병 증세가 있었기에, 저는 잠자리에 무척 민감하던 터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닿았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시는데, 어릴 때부터 심심하면 아버지 따라다니면서 일도 도와드리고 그랬거든요.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자주 가서 일하시던 병원 화장실이 딱이겠더라고요.


시골이라 병원 화장실은 꽤 작았습니다.




변기가 있는 칸도 4개뿐이고, 그 옆에는 상자만 쌓여있는 공간이 있었죠.


외진 곳에 있는 병원이라 사람도 거의 안 다니고, 상자 쌓여 있는 곳에서 시간 좀 때워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서 무릎 꿇고 빌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요.




밤 10시까지는 터미널에서 TV를 보다가, 터미널이 문을 닫자 10시 반쯤 병원 화장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시골이라 밤에는 환자도 없어서 병원도 거의 불을 끄고 대기실에는 간호사만 있더라고요.


그 무렵 이미 키가 178cm 이나 된 덕에, 초등학생이라고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혹시 자다가 누가 노크하면 어쩌나 싶어 다른 변기 칸들은 살짝 문을 열어두고 돌아왔죠.


잠을 자려는데 새삼 그러고 있는게 처량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서러워서 엉엉 울다 콧물 닦고 자고, 추워서 다시 깨고...


하도 추워서 잠이 왔다가도 추워서 깨는 게 몇번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새벽 서너시쯤 됐을까요.




잠을 자다 추워서 깼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조용한 새벽에, 복도에서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괜스레 소름이 돋더랍니다.


추워서 그런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이 시간이 되도록 화장실에 왔던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옆 변기칸들은 모두 비어 있고, 가장 안쪽 상자가 쌓인 칸에 제가 숨어 있던거죠.




슬쩍 상자위로 올라가 다른 칸들을 보니 아까 들어오면서 제가 살짝 열어둔 대로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곧이어 발소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똑똑똑...]




첫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어? 뭐지? 왜 문이 열려있는데 노크를 하는거지?"


[똑똑똑...]




두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똑똑똑...]


세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갑자기 털이 쭈뼛 서는 느낌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옆칸 앞에서 [터벅... 터벅...]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좌변기 밑 틈으로 발이 보일거라는 생각에 침 한번 삼키고 시선을 돌려봤는데...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사람이면 당연히 발이 보여야 하는데, 소리는 들리는데 발이 안 보였던 겁니다.


[똑똑똑...]




네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저는 무서워서 추운 줄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상자 위에 올라갔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사람 머리가 보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요.


하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병원을 뛰쳐나와 집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집에 와서 울고불고 빌어야했지만, 도저히 거기는 못 있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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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37th]못의 주인

괴담 번역 2016. 7. 2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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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다.


여름, 먼 친척네 시골에 갔었다.


기후현이었지만, 다른 현과 붙어있는 산간 마을이었다.




그 마을 안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상류에서는 계류낚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강이다.


도중에는 양쪽에 큰 돌이 있고, 그 아래는 수심 2미터 정도의 못이 생겨 있었다.




주변 아이들은 거기서 곧잘 놀곤 했다.


그날은 아침부터 그 못에서 놀다가, 낮에 또 물놀이를 하러갔다.


다들 바위 위에서 못을 향해 힘껏 뛰어들며 놀았다.




동생은 아침에 한번 거기 뛰어내렸었지만, 생각보다 깊어 발이 닿지를 않자 무서웠던지 낮에는 가까이 가려 하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튜브를 낀 동생과 얕은 여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내릴 때마다 들려오는 화려한 물소리와 환호성이 부러워, 문득 눈을 돌린 순간이었다.




물속에 낯선 아이가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게서 조금 떨어진채, 머리만 내밀고 있었다.


아무리 도시에서 왔다지만, 매일 같이 노는데 일주일이면 얼굴 정도는 기억하기 마련이다.




이소노 와카메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그 아이는 전혀 본 기억이 없었다.


그 아이가 갑자기 우리 쪽을 향해 헤엄쳐오기 시작했다.


헤엄친다기보다는 비치볼이 물에 떠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의, 어쩐지 기묘한 헤엄이었다.




내 시선을 좇은 동생도 그 아이를 깨달았는지, 겁에 질려 내 손을 꽉 잡았다.


나는 동생 손을 잡고 뭍으로 올라왔다.


낯가림이 심한 동생은 내 뒤로 몸을 숨겼다.




그 아이는 물에서 얼굴만 내민 개구리 같은 괴상한 꼴로, 방금 전까지 우리가 있던 여울에 엎드려 있었다.


수영복은 입지 않았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이 녀석, 혹시 '못의 주인' 일까?


캇파와는 다르게 못의 주인은 머리를 수면에 빼꼼 내밀고 사냥감을 찾는다고, 언젠가 할아버지에게 들었었다.


둥근 생선눈알을 떠올리게 하는, 깜빡이지 않는 눈을 한 채 그 녀석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놀자.]


[이제 돌아갈거야.]


나는 단호히 그렇게 말하고, 저기서 놀고 있던 친구들한테도 큰소리로 돌아가겠다고 외쳤다.




동생 손을 잡고, 튜브를 한팔에 낀채 집까지 돌아오자니 밭일을 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무슨 일 있었니?] 라고 물었다.


처음 보는 아이가 있어 동생이 낯을 가리는 거라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우리는 가재를 잡으러 갔다.




큰놈을 잡은 동생이 의기양양해진 후 집에 돌아오니 저녁이었다.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옆집 요시오네 아저씨가 찾아왔다.


[요시오가 아직 집에 안 와서요.]




오늘은 하루종일 다같이 물놀이를 했으니, 혹시 누가 알지 않을까 싶어 가까운 우리집에 찾아온 모양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세시쯤에 한번 돌아왔다가 둘이서만 가재 잡으러 나갔었어요.]


[그런가요...]




어깨를 축 늘어트리는 요시오네 아저씨에게, 우리집 어른들은 [다같이 찾아보는게 좋겠네.] 라고 말했다.


곧바로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고 옆집에 알리러 가는 사람도 있어 집안은 금새 분주해졌다.


그 와중에 동생이 한마디 툭 던졌다.




[캇파가 있었어.]


그 말에 다들 행동을 멈췄다.


[그러고보니 돌아왔을 때 모르는 아이가 있었다고 했었지, 너희...?]




어른들은 진지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캇파라니?]


동생이 가장 좋아하던 삼촌이 진지한 얼굴로 동생에게 물었다.




내가 대신 설명했다.


[이상하게 헤엄치는 아이가 있었어요. 단발머리에 눈알이 둥근...]


벌집을 들쑤신 것 같이 소동이 일어났다.




'못의 주인' 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 지방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물요괴 전설이 있던 모양이다.


동네 아이들은 다 신사에 모여 불제를 받고, 주위에 금줄을 친 신락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만 했다.


소방단과 청년단, 경찰까지 와서 밤늦도록 요시오를 찾았지만 전혀 실마리가 보이질 않았고, 결국 수색은 중지되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수색이 재개되었다.


오전 10시경, 하류에서 아이 시체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요시오의 시체는 아니었다.




10년 전 행방불명 되었던 하루코라는 여자아이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시체는 시랍화되어 마치 미라 같았다고 한다.


'못의 주인' 은 종종 나타나 마음에 드는 아이를 잡아간다.




그리고 새로 마음에 드는 아이가 나타나면 전에 잡아갔던 것을 돌려주는 것이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요시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요시오 다음으로 잡혀간 시게루라는 아이는 지금도 행방불명이다.




언제 발견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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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36th]긴급 구조요청

괴담 번역 2016. 7. 2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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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등정은 보기 드물게 사람이 많았다.


사전 회의 끝에 조를 2개로 나눠 행동하게 되었다.


소형 무전기를 나눠가지고, 1시간마다 정시에 서로 연락을 하는 통신 훈련도 겸해서.




첫날은 기가 막힐 정도로 날이 맑아, 눈밭에 반사된 빛 때문에 눈과 코가 바싹 마를 정도였다.


이쯤 되면 정시연락도 훈련이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까워진다.


그 분위기가 확 바뀐 건 몇번째인가 정시연락을 주고받으려 무전기 전원을 켠 직후였다.




[이 채널에 누구 안 계십니까? 아사히다케 등산 중입니다.]


침착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쪽에서도 답을 보낸다.




[네, 여기 있습니다. 호출하신 분 들리십니까? 감도 양호합니까?]


잠시 텀을 두고, 대답이 돌아온다.


[긴급사태 때문에 구조를 요청합니다.]




난데없이 들려온 구조요청에 다들 얼음물이라도 얻어맞은 듯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다들 무전기에 귀를 기울이며 숨을 죽인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아사히다케 서쪽 능선, 산 정상 기준으로 좌측 경사면입니다.]


우리가 내일 오를 산이었다.


알고 있기로는 등산로가 있는 곳은 아니다.




다른 조에서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바로 그 순간 정시연락이 들어왔다.


조난당해 긴급구조를 요청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와 혼선된다.


장난일리 없다.




저쪽 조에는 조난당한 사람들 목소리는 안 들리는 듯 했다.


긴급구조 요청을 받았다고 알리고 정시연락을 종료한다.


능선 좌측이라고는 들었지만, 정확한 위치 파악은 안된 터였다.




[구체적으로는 어느 부근입니까?]


[어... 산 정상으로 향하는 최종 봉우리 바로 아래입니다.]


여기서 몇km 정도만 가면 된다.




가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갈 수 있겠지.


[어떤 상황입니까? 인원수도 알려주세요.]


[남자 다섯 명이고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실족으로 인한 부상인가요?]


[아뇨, 어젯밤은 야영했고, 멤버 중 한명이 피로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상했다.




이렇게 맑은 날씨인데, 멤버 중 한두명이 하산해 구조 요청을 하면 하루 안에는 구조될 터였다.


왜 움직이질 않는거지?


[어젯밤부터 폭설이 내려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아직 눈이 계속 내리고 있어서 저희 쪽에서는 아무 것도 못하겠어요.]




우리는 다들 놀라 소리를 쳤다.


폭설이라고?


너무 맑아 반사광 때문에 설맹이 될 지경인 이 날씨에?




다섯명.


무전기.


폭설.


아사히다케.




그제야 나는 떠올렸다.


그들이 누구였는지를.


분명 조난사고였다.




악천후를 무시하고 무모하게 산행에 나선 끝에 조난당했던터라, 산악잡지에서도 비판적인 칼럼이 여럿 기고되었으니까.


나는 조원들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무전기 안에는 그때 눈 속에서 구조를 원하던 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려온다.




잠시 무전기를 응시하고, 나는 말했다.


[전원 끄자.]


내 말에 다들 아무 말 없이 동의하고, 곧 우리 무전기는 조용해졌다.




그들이 보내오는 구조요청에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날, 그들이 말했던 정상 오르기 전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했다.


담배를 경사면에 던지고, 위스키를 한컵 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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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35th]탄광 작업반

괴담 번역 2016. 7. 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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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고 중, 가장 무서운 것은 화재다.


연료가 무진장 있으니, 내버려두면 끝간데 없이 타오르는 것이다.


불을 진압하려면 탄광을 수몰시키던가, 갱도를 막아 산소 공급을 끊어야만 한다.




무엇을 택하던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허나 화재가 더 이상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갱도를 봉쇄해야만 한다.


때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이리로 도망치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그 앞에 벽을 쌓아 올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불타죽도록 내버려둬야 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탄광에서의 작업은 반장을 중심으로 적게는 서너명에서 많게는 수십명까지 그룹을 짜, 공동으로 하게 된다.


이 그룹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동료이니만큼 서로 믿고 의지하게 된다.


훌륭한 반장이 이끄는 그룹이라면 다들 가족보다 더한 정으로 끈끈하게 뭉치게 되는 것이다.




쇼와 초기.


홋카이도의 어느 탄광에서 반장을 맡고 있던 A는 인망이 두터운 남자였다.


그가 이끄는 그룹은 새로운 갱도 굴착을 맡고 있었다.




어느날, 굴착 도중 뻥 뚫린 공간에 도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곳이 무얼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공간에 들어서자 거기에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감정들이 가득 차 있더란다.




단념, 무념무상, 슬픔, 아쉬움, 후회, 괴로움, 긍지, 절망, 위로, 신뢰...


부정적인 감정이 강했지만, 그것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기분을 엄숙하게 만드는 절박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공간 안을 걸으며, A는 그곳이 오래전 버려진 폐쇄 갱도라는 걸 알아차렸다.


동료들과 함께 안으로 나아갈 수록, 느껴지는 감정도 더욱 강해졌다.


이윽고 마침내 도착한 좁은 공터에 그게 있었다.




가운데에는 한 사람이 앉아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듯 둥글게 둘러 앉은 사람이 10여명.


다들 바르게 앉고 가운데를 응시하며, 몸을 낮춰 열기를 피하고 있었다.




결코 흐트러짐 없이, 냉정하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가운데 앉은 이는 A와 동료들이 온 방향.


즉, 갱도의 입구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이 세상을 떠나고서 몇십년은 더 지났을 터였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들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뼈만 남아서도 A가 올 때까지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온갖 소문이 나돌았단다.




실은 그 산에서 과거부터 귀신이 나왔다던가, 금광의 위치를 아는 사람들을 처리해버린 거라던가.


A와 동행했던 이들의 선조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뭐, 진짜로 내 부하 중 한놈이 거기 계시던 분 아들인가 손자인가 그랬지만 말이야.]




A가 그 갱도 안에서 엄숙한 마음으로 있을 때, 그 사람만은 슬픔은 커녕 몹시 그리워 울먹거리며 마음이 아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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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34th]떨어지다

괴담 번역 2016. 7. 2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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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무렵 내가 겪은 일이다.


당시 친구 A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는 흔해빠진 괴담이 돌고 있었다.


5년여 전, 그 아파트 2층에 살던 사람이 자살했다.




그 사람은 자살 당일 밤 11시 즈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까지 올라가 난간을 넘고 뛰어내렸다고 한다.


마침 집으로 돌아오던 샐러리맨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모든 걸 목격했다는 듯 했다.


그날부터 매일 저녁 11시 반이 되면 엘리베이터가 2층에서 8층까지 저절로 올라가고, 곧이어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다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며 웃어 넘겼지만, A는 끈질기게 정말 일어난다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나와 B, 그리고 C가 직접 확인하러 가보기로 했다.


A네 아파트에 도착해, 우선 정말 엘리베이터에 아무도 안 타는 것인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나와 B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A와 C는 8층으로 올라갔다.


딱히 음산한 분위기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밤이었기에, 우리는 별로 무섭지도 않고 지루하게 시간만 때우고 있었다.


그리고 11시 반이 되었다.




2층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열린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어느새 행선지 버튼이 눌려져 있는 것 같았다.




나와 B는 무심코 얼굴을 마주봤지만, 당연히 올라타지는 않았다.


문이 천천히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올라가 8층에 멈췄다.


나와 B는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땅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잠시 뒤, A와 C가 계단으로 내려왔다.


C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걸 극구 거부했던 모양이다.


안에 누가 있었냐고 물었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던 모양이다.




[우와, 진짜였네!] 라고 다들 떠들어댔지만, 귀신을 직접 본 건 아니라 나도 B도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일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직접 확인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C는 무서우니까 그만 두겠다고 말했기에, 다음날은 나와 A, B만 오기로 헀다.




다음날 다시 모인 우리는 그 낙하 현장에 섰다.


별다른 얼룩 하나 없는 아스팔트 바닥이라, A가 [여기 떨어져 죽었대.] 라고 말해줘도 별 감흥은 없었다.


11시 반이 되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두근대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앞을 지나친 것 같이 강한 풍압이 느껴졌다.


콰직하고 무거운 덩어리가 떨어져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미지근한 무언가가 흩날리고, 얼굴과 옷, 팔에 철썩 들러붙는 감촉이 느껴진다.


당황해 손바닥으로 얼굴을 만져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팔에도, 옷에도 아무 흔적이 없다.




하지만 그 직후 엄청난 두통이 덮쳐와, 나는 마구 토하고 말았다.


몇번씩이나 토하고 나서 겨우 정신을 차릴 무렵, 곁을 보니 A와 B도 나처럼 토하다 지쳐 쓰러져 있었다.


결국 그날은 A네 집에서 하룻밤 실례하고, 다음날에야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 셋 모두 심각한 몸살 때문에 사흘 내리 학교를 쉬어야만 했다.


그 후 A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그날 이후 이상한 현상은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나는 다시 확인하러 갈 용기도 없고, 그저 전해들었을 뿐이지만.




나와 A, B는 아직도 건강하다.


당시에는 저주를 받는 건 아닌지 정말 겁에 질렸었지만,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멀쩡하니 아마 괜찮은 게 아닐까.


다만 C는 우리가 건강을 되찾은 후에도 겁에 질린 듯한 얼굴로 우리를 피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겁쟁이였던 C가 우리 이야기를 전해듣고 무서워서 그랬던 것이라고 믿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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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라고 하면 역시 야마나시지.] 라는 생각에, 혼자 야마나시현 여행을 갔었다.


산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등산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차를 타고 아슬아슬한 산길을 쭉 달려나가는 것이다.




현 경계를 넘어 막 야마나시현에 들어갔을 무렵, 갑자기 비가 거세게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와이퍼를 가장 빨리 움직이게 했지만 앞이 전혀 안 보일 정도였다.


나는 가능한 한 속도를 늦추고, 상향등을 켠채 천천히 나아갔다.




비는 갑작스레 그쳤다.


잠시 쉴까 싶어, 나는 도로변에 보이는 큰 라면집 앞에 멈춰섰다.


점원에게 [방금 전에는 비가 엄청 내리더라구요.] 하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비요? 비는 전혀 오질 않았는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산에서는 날씨가 쉽게 바뀐다고 하지만, 아까 그 비는 국지성 호우였던걸까?


가게를 나온 뒤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잠시 달렸을 뿐인데 이내 길을 잃고 말았다.


마침 주유소가 보이길래 기름도 넣을 겸 거기 들렀다.


[라면집에서 나와서 왔거든요.] 라고 말을 꺼내며 길을 물었다.




[이 근처에 그런 라면집 없는데요.]


당황스러웠다.


[오늘은 방금 전까지 비가 엄청 와서, 요 앞 산길은 통행금지에요.]




어쩔 수 없이 나는 주유소를 빠져나와 또 달려갔다.


여관이 보이기에,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체크인하기로 했다.


여관 여주인 같은 사람이 나를 맞아주었다.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저녁 나올 때까지 요 앞 파노라마 라인을 드라이브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주변에 주유소가 없어서 기름을 먼저 채워둬야하겠지만요.]


분명히 비도 내렸었고, 라면을 먹어서 배는 빵빵한데다 차에 기름도 가득인데...


다음날 찾아간 여관에서 [그런 여관은 없을텐데요.] 라는 대답을 듣고, 나는 숙박을 취소한 후 도쿄로 돌아왔다.




도대체 나는 어디로 여행을 갔었던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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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였던 할아버지가 어느 산속 무의촌에 부임하게 됐다.


당시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던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같이 그 마을에 요양을 떠나게 되었다.


내가 6살이던 때였다.




첫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대환영하며 맞아주었다.


지역을 지켜주는 뱀신 사당 앞에서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마을 사람들은 신의 가호가 있을 거라며 현관과 뒷문에 큰 방울이 붙은 고헤이(御幣)를 세워주었다.




진료소와 관사를 겸하는 건물은 완전 새것이었다.


일부러 새로 터를 닦은 곳에 새로 지은 집이라고 했다.


시골 공기 덕인지, 내 천식 발작은 금새 안정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뱀신님 덕분이구나.] 라고 내게 줄지어 말했다.


친절한 마을 아이들과 노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곧 이상한 소문이 귀에 들어왔다.




[너는 좋겠다야. 뱀신님이 맞이하러 오신다고 어무이가 그르드라.]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궁금해져,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어두운 얼굴로 [너는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할 뿐이셨다.




그러고 보니 매일밤, 해가 지면 집 전체를 무언가가 조이듯 끼기기긱 하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새로 지은 나무집은 원래 그렇단다.] 하고 말하셨지만, 한번 신경을 쓰기 시작하니 점점 무서워졌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뱀신님이 맞이하러 온다" 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태풍이 다가오던 어느 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아버지와 형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아버지는 당황해하는 할아버지를 후려갈기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도망쳐야 해!]


우리는 끌려가듯 차에 올라탔다.


다음날, 상륙한 태풍에 의해 산사태가 일어났다.




마을은 그대로 토사 속에 파묻혔다.


다만 단 한채, 우리가 머물던 진료소만은 멀쩡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실로 괴상했다.




모든 창문과 문이 안에서 나올 수 없도록, 밖에서 빗장과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었으니.


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이쯤 듣고 알아챘겠지.


우리는 뱀신님한테 산 제물로 바쳐졌던 것이다.




방울과 고헤이는 전부 제물의 표식이었다.


하지만 공물이 도망치고 말았으니, 뱀신님은 화가 났었겠지.


마을이 토사에 묻힌 건 그 때문이었으리라.




우리를 제물로 바친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마을 사람들은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대피소로 가지도 않고, 전부 자기 집에서 흙더미에 깔려 죽었다.


산요우(山陽) 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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