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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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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 업체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대개 시체 처리부터 떠올리겠지.


하지만 실제로는 시체가 옮겨진 뒤, 그 뒤처리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내가 일했던 회사에서는 그랬다.




다만 동물의 경우에는 시체가 남아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장기 여행을 떠나며 애완동물을 집에 방치해 둔 사람들이 의뢰를 넣는 것이다.


일이 일이다보니 시체가 있었던 곳에 아직도 시체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던가, 이따금씩 이상한 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익숙해지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일을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애완동물이 죽었으니 처리를 부탁한다는 의뢰가 한 건 들어왔다.


작은 회사기 때문에 접수도 내가 받았다.


품위 있는 목소리에 그야말로 부자라는 느낌이 팍팍 나는 아줌마였다.




어떤 현장이던 일단 먼저 방문해 견적을 내야 한다.


견적금액과 작업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 담당과 함께 둘이서 집을 방문했다.


영업담당은 기본적으로 현장 작업에는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온갖 계약을 다 해봤다보니 촉이 왔던 모양이다.


그날 역시 차안에서 [오늘 손님 좀 이상한 거 같아.] 라고 말했었으니.


사람이 죽은 현장일 경우에는 여러 사정을 확인하고 서류를 작성할 필요가 있지만, 애완동물은 소유물 취급이니 그런 제약이 없다.




그래도 대부분의 손님은 사전에 상황 설명을 해주기 마련인데, 이번 손님은 그런 말이 일절 없었다.


그게 좀 이상하다 생각할 무렵 현장에 도착했다.


나는 두근거리며 초인종을 눌렀다.




서양식 3층집이었다.


현관에 나온 사람은 전화 받았던 이미지 그대로 깔끔한 아줌마였다.


부자 느낌도 났고.




분위기도 좋아 싱글벙글 웃으며 인사했다.


영업담당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대충 견적에 관해 설명한 뒤 집으로 들어섰다.


안은 어찌되었던 깨끗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냄새가 난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것을 감안해도, 다른 시체가 있던 집보다도 훨씬 냄새가 심했다.


우리는 익숙해져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손님이 거기서 멀쩡하게 있는게 묘하게 기분나빴다.




3층이 현장인듯 해, 우리는 손님을 1층에 남겨두고 둘이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한칸한칸 오를 때마다 냄새는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3층에 도착한 나는 말을 잃었다.




바닥 전체에 고양이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무심코 토할 것 같은 것을 겨우 억눌렀다.


영업담당은 아래로 내려가자고 신호를 보내, 그대로 따라내려왔다.




그리고 한시간은 2층에서 멍하니 있었다.


영업담당이 내려와 200마리 있다고 말했다.


아직 초봄이라 부패는 그리 심하지 않아, 구더기는 없다나.




수를 직접 세봤는데 딱 200마리더란다.


왜 집 한채에 고양이 시체가 그만큼 있는지보다는, 딱 200마리라는 숫자가 몹시 두렵게 느껴졌다.


1층으로 내려오니 손님은 아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기분이 나빴지만, 영업담당은 담담하게 견적을 내고 손님도 거기 동의했다.


계약서를 주고 받은 뒤, 사전 답사는 끝이 났다.


돌아오는 도중 차 안에서 영업담당은 물었다.




[할 수 있겠어?]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문득 입사했을 때 들었던, 애완동물은 어디까지나 소유물에 불과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흘 뒤 작업이 시작됐다.


나를 포함해 4명이 작업할 예정이었지만, 영업담당도 같이 와주었다.


아마 내가 견적 내러 왔을 때 충격 받았던걸 알아차렸겠지.




우리 회사는 면접 때 귀신을 본 적 있냐고 묻고,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안 뽑는 암묵의 룰이 있었다.


비과학적일지라도 온갖 일이 일어난 현장에 가는 이상, 서비스업으로도, 작업원 개인정신에도 안 좋을테니까.


이번 작업원들도 오컬트적인 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저 소금 한번 뿌리고 합장한 뒤 작업에 들어갔다.




1층에서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고무장갑과 방호복까지 갖춘 후 5명이서 3층에 올라 작업을 시작했다.


주변 거주자를 배려해, 시체는 봉투에 한번 넣고 박스에 옮겨 트럭에 싣는다.


그후에는 그대로 매립한다.




불법은 아니니까.


담담하게 고양이 시체를 봉투에 4마리 넣고, 박스로 옮긴다.


그걸 몇시간 동안 계속한 끝에, 전부 트럭에 실었다.




다른 작업원들은 트럭을 타고 처리하러 가고, 영업담당과 나는 둘이서 냄새 제거와 방 청소를 했다.


오후부터 작업을 시작했기에, 청소가 끝나고 나니 저녁 6시가 지난 후였다.


청소용품을 가방에 담고, 최종 확인을 위해 손님인 아줌마를 3층으로 불렀다.




아줌마는 변함없이 싱글벙글 웃으며 확인을 끝냈다.


영업담당은 현금을 그 자리에서 받고 영수증을 건넸다.


그 후에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나는 어찌되었든 거기 더 머물고 싶지 않아, 가방을 가지고 계단을 내려왔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영업담당이 돌아왔다.


[인사는 안 해도 되나요?] 하고 물었지만, 영업담당은 그대로 조수석에 올랐다.




그대로 아무 말 없이 차를 달려, 회사 앞 편의점까지 갔다.


커피 마시겠냐는 영업담당의 제의를 거절하자, 영업담당은 말해주었다.


내가 아래로 내려간 후, 아줌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느니, 가족은 아무도 없어 가족 대신 고양이를 기른다느니.


슬슬 이야기를 마치고 가려는데, 아줌마가 말하더란다.


[다음번에도 잘 부탁해요.]




싱글벙글 웃으면서.


담이 큰 영업담당도 소름이 끼쳐, 아무 말 없이 빠져나왔단다.


초봄 밤, 추위 때문인지 영업담당의 손이 조금 떨리는 게 보였다.




그날은 그대로 회사로 돌아온 뒤 퇴근했다.


다음날, 영업담당한테 [요새 귀신 보거나 하지 않아?] 라는 질문을 받았다.


무슨 뜻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담당으로 들어있던 안건이 모두 끝나고 사장이 해고 의사를 전해왔다.




회사 측 사정으로 인한 퇴직이었기에, 퇴직금은 물론이고 적잖은 돈도 추가로 받았다.


그 회사에서는 5년 가량 일했고, 고양이 시체를 볼 무렵에는 정신적으로 한계가 오고 있었다.


일이 좀 줄어들면 자진 퇴사할 생각이었기에, 오히려 내 쪽에서 고마운 일이었다.




이상한 일이 잦은 특수 청소 업무 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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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72nd]허수아비의 신

괴담 번역 2016. 10. 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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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았기에, 학교 다닐 때는 언제나 논두렁으로 다녔다.


그날도 집에 돌아오려 평소처럼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논두렁을 걷고 있었다.


문득 논 안에 핑크색 앞치마 같은 걸 걸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 모내기라도 하고 있나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가려는데, 자세히 보니 뭔가 움직임이 이상했다.


한쪽 발로 서서, 허리를 구불구불 휘젓고 있었다.




흰 비늘끈 같은 걸 들고, 마치 리듬체조라도 하는 양 몸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뭐라고 할까, 마치 훌라후프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왠지 모를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것은 한쪽 발로 콩콩 뛰면서 조금씩 이리로 오고 있었다.


개굴개굴, 개구리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는 저녁놀 논.


나는 어째서인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허리를 구불구불 휘저으며, 껑충껑충 뛰어오는데 얼굴이 없었다.


아니, 안 보였다.


마치 사진을 찍었는데 손이 흔들렸을 때처럼, 격렬하게 얼굴을 움직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몸은 평범하게 보이는데, 얼굴만 희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눈이 이상한가 싶어 몇번이고 눈을 부릅떠 봤지만, 여전했다.


게다가 이제 눈앞까지 와 있었다.




"아, 나는 이제 이대로 끝이구나."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눈물이 펑펑 나오기 시작했다.


눈이 아파서 뜨고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나는 그 아픔과 공포에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우리집 이불 안이었다.


나를 둘러싸듯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근처 절 스님이 계셨다.




염불 같은 걸 다같이 소리내 외고 있었다.


어쩐지 그 상황이 거북해, [쿨럭!] 하고 기침소리를 냈다.


할머니는 내 몸을 꾹 누르며 [가만히 있거라.] 하고 낮은 소리로 말하셨다.




결국 그것은 내가 눈을 뜨고 1시간 가량 이어졌다.


그 후,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만난 그것은 "허수아비의 신"이었다고 한다.


그 허수아비는 외로웠던 것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나를 동료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끌려가면 평생 진흙 속에서 살아야만 한단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셨다.


나는 아직도 논에 허수아비가 혼자 서 있는 걸 보면 겁이 난다.




이후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기절한 나를 찾은 건 이웃집 사람이었단다.


논두렁에 사람이 쓰러져 있길래 설마 싶어 가봤더니 내가 눈물을 흘리며 넘어져 있더란다.




그 앞에는 허수아비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고.


이웃집 사람은 큰일이다 싶어 우리 아버지랑 스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옛날에도 비슷한 사건은 몇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은 멀쩡했지만, 발견될 당시 눈앞의 허수아비를 바라보며 껄껄껄 웃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허수아비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흉년일 때 마을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을 뽑아 식비를 줄이려 죽여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논을 망치는 짐승을 쫓으려 드는 것이다.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 한쪽을 자르고, 흰옷을 입힌 후 나무에 묶어 논 가운데 세워놓는다.


온몸이 묶여 움직일 수도 없으니, 온몸을 구불구불 휘저으며 벗어나려 애쓰겠지.




마을 사람들은 그걸 멀리서 바라보며, [앞으로 2, 3일은 족히 버티겠구만.] 하고 말했다고 한다.


묶인 사람은 대개 굶어죽지만, 개중에는 곰이나 들개한테 산채로 잡아먹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짓을 하다보니 재액이 내려, 마을에 온갖 사건이 일어났고, 그리하여 산채로 허수아비가 된 사람을 신으로 모시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라 어디까지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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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이야기다.


여름방학 때 할만한 짭짤한 아르바이트가 없을지, 친구랑 수소문하고 있었다.


어느 구인지에 "오두막을 하루 관리해 주실 분을 찾습니다." 라는 광고가 실려 있었다.




일당 2만엔.


곧바로 전화하니, [마감되었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쉬웠지만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다음 주 구인지에 또 그 광고가 실려있는 게 아닌가.


재빨리 전화했다.


이번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면접까지 받았다.




아르바이트비는 오두막에서 하루 지낸 뒤, 다음 날 아침 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바로 OK하고, 오두막까지 가는 길 지도를 받아왔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첫날이 밝았다.




뜻밖에 시가지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사유지 산속, 숲 가운데 오두막이 있었다.


"사유지이므로 무단 진입 금지" 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 철조망 앞에, 초로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아르바이트하기로 한 A군과 B군이지? 이야기는 들었네. 이리 들어와.]


그리고는 우리에게 오두막 열쇠를 넘겨줬다.


철조망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니 오두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나무집일 거라 내심 짐작하고 있었지만, 별거 없는 조립식 주택이었다.


욕실이 없고 식료품은 알아서 사와야 하는 게 아쉽기는 해도, 비싼 일당 받을 생각에 우리는 들떠있었다.


할 일은 별거 없었다.




오두막 안 청소,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바깥에 있는 화분에 물 주기.


TV도 없었기에 우리는 가져온 휴대용 게임기로 놀거나, 카드놀이나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에어컨도 없어서 처음에는 엄청 더울 거라 생각했지만, 숲 가운데에 있어서인지 땀만 조금 흘릴 뿐 선선해서 의외로 기분 좋았다.




이윽고 밤이 되어,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김밥과 빵으로 저녁을 때웠다.


우리는 바로 파이프로 만든 간이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날 밤, 기분 나쁜 꿈을 꿨다.




단편적인 기억뿐이지만, 끔찍한 내용이었다.


자고 있는 사이 밑에서 손이 올라와, 몸을 붙잡고 이리저리 잡아당기다 끝내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꿈.


이튿날 아침, 꿀꿀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친구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래? 난 악몽 꿔서 영 기분이 안 좋네.]


[꿈? 나도 꿨어. 어떤 꿈이었냐면...]




[어! 나랑 똑같은 꿈이야!]


기분이 나빠져,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있었다.


이윽고 친구가 불쑥 입을 열었다.




[야, 이 조립식 마루 말인데...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묘하게 흔들리는 거 같지 않냐?]


그러고 보니 눈을 떴을 때, 마치 물침대 위에 있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었다.


꿈의 연장 선상이라고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지만...




[야, 한번 마루 밑을 확인해보자.]


친구가 말했다.


마룻바닥은 지면에서 10cm 정도 떠 있고, 사방을 기둥이 지지하고 있었다.




나도 신경이 쓰였기에, 친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아침이라고는 해도 새벽 5시 무렵이라 주변은 어슴푸레했다.




친구는 들고 온 펜라이트로 마루 아래를 비췄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왜 그래!]




[팔! 파... 팔이!]


[으악!]


마루 밑에는 창백한 잘린 팔이 무수히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팔의 절단면을 본 순간, 마네킹의 팔이라는 건 금세 알 수 있었다.


다만 이상한 것이...


모든 마네킹 팔에, 폴라로이드로 찍은 여자 사진이 붙어 있었다.




매직으로 이름도 쓰여 있었고.


전부 50개 가까이 있던 것 같다.


마네킹인 것은 직접 만져서 확실히 확인했었다.




[뭐야, 이거... 정상은 아닌데... 일 때려칠까?]


[바보야, 일단 돈은 받아야지. 다른 말 하려고 하면 그때 도망치자.]


차마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갈 엄두가 안 나, 우리는 밖에 멍하니 서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7시가 되고, 어제 봤던 초로의 남자가 왔다.


[수고했어요. 일찍 일어났군요. 자, 여기 일당입니다. 그런데... 혹시 사흘 더 아르바이트 해볼 생각은 없습니까? 일당 2만엔, 총 6만엔 줄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우리는 단호하게 말한 뒤, 돈을 들고 재빨리 도망쳤다.


뒤를 돌아보니 남자는 불쾌한 것 같은 얼굴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 이후 구인지에서 그 아르바이트 광고를 본 적은 없다.




아마 그 오두막도 사라졌겠지.


돌아오는 길, 친구가 말했다.


[무슨 실험 같은 거였을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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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70th]사키짱

괴담 번역 2016. 10. 1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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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외가 시골에 갈 때면, 늘 같이 놀던 사키짱이라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외갓집 뒷산에서 놀다가,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장난을 치고 말았습니다.




산속 공터에 버려져 있던 냉장고 안에 사키짱을 가둬버린 겁니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장난을 쳐서 관심을 끌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곧바로 냉장고 문을 열어줄 생각이었고요.




하지만 한번 닫힌 냉장고는 내가 아무리 문을 당겨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큰일 났다 싶었죠.


나는 [열어줘, 열어줘!] 라고 울부짖는 사키짱을 두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집에 가서 어른들을 불러올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집에 가니 입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이걸 말하면 크게 혼나겠거니 싶었으니까요.




결국 나는 좀체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점심을 먹고 그만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점심식사 후, 나는 졸음이 와 그대로 잠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눈을 뜨자, 아버지가 황급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얘, 너 사키짱 어딨는지 모르니?]


그 말을 들은 순간, 온몸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몰라요.] 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어느덧 석양이 지고 있었습니다.


설마, 아직도 그 냉장고 안에...?


그날 밤, 경찰 수색대와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돼서 수색에 나섰고, 산을 샅샅이 뒤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키짱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수색대가 나섰다면 냉장고도 발견됐고, 안도 찾아봤겠죠?


그런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분명 사키짱은 어떻게든 냉장고에서 나왔다는 뜻일 겁니다.




그 후 산에서 헤매다 사라졌거나, 유괴당했거나...


분명 그랬을 거라고 나는 스스로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냉장고나 찬장 문을 여닫을 때면, 사키짱이 외치던 [열어줘, 열어줘!] 하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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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9th]기억해뒀다

괴담 번역 2016. 10. 1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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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선배 I씨에게 들은 이야기다.


선배가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동료 4명이서 담력시험을 하러 갔단다.


시가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폐병원이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시간은 딱 자정 무렵.


차를 병원 앞에 세우고, 각각 회중전등을 손에 든 채 차에서 내렸다.




유리창은 다 깨져있고 벽에는 담쟁이덩굴이 무성했다.


인적이 끊긴지 꽤 오래 됐다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건물 안에도 여기저기 낙서가 되어있고, 쓰레기가 굴러다녔다.




그 와중에도 각 방마다 잡지에 침대, 진료기록 같은 게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꽤 무서웠다고 한다.


다들 떠들어대며 대충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3층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던 K씨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야, 가위바위보 해서 진 놈이 2층 복도 끝까지 혼자 갔다오는 거 어떠냐?]


다들 장난기 가득했던 터라, 동조했다고 한다.


I씨는 꽤 겁에 질려 있었다고 하지만.




가위바위보를 하고나니, 정작 말을 꺼냈던 K씨가 걸리고 말았다.


K씨는 영감도 없고, 귀신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었단다.


입으로는 [진짜 무서워!] 라고 말하면서도, 망설임 없이 복도 끝을 향해 나아가더란다.




그리 넓은 병원이 아니었기에, 성큼성큼 걸어가자 금새 복도 끝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세 사람의 회중전등 불빛이 흔들리는게 보인다.


다시 K씨가 돌아오려 발걸음을 뗀 순간...




끼기긱... 하면서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심장이 덜컹 뛴다.


바람소리일 것이라 스스로 말하며, K씨는 목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내민 것은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경비원 아저씨였다.


[이봐, 이봐, 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냐...]


뭐야, 사람인가...




안심한 다음 순간, K씨는 방에서 나온 그 남자의 몸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남자의 몸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었고, 팔 관절은 완전히 거꾸로 꺾여있었다.


K씨는 괴성을 지르며 동료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K씨를 기다리고 있던 세 사람은, 복도 끝에서 달려오는 K씨를 보며 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K씨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뒤를 돌아보면, 다리를 질질 끌면서 쫓아오는 경비원이 보였다.




지익, 지익, 지익, 지익.


[기다려... 기다려... 으하하하하하하하...]


뒤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발소리와 웃음소리.




네 사람은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 차로 돌아왔다고 한다.


[서둘러! 빨리 출발하자!]


K씨가 떨리는 손으로 키를 꽂고 시동을 건 그 순간.




[기억해뒀다...]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방금 전 그 경비원이 유리창에 얼굴을 찰싹 대고 차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K씨는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고, 차는 급발진했다.


그 후 여차저차해서 결국 무사히 집으로 다들 돌아는 갔단다.


하지만 그 다음날, I씨 방에 그 남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밤, I씨는 2층 침대 위에서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었다.


갑자기 아래 쪽에서 지익... 지익... 하고 무언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험하다...!




I씨는 눈을 꽉 감고 벌벌 떨었다고 한다.


"사라져주세요, 제발..." 하고 마음 속으로 빌면서.


소리는 곧 그쳤지만, 몸은 그대로 굳은 채 몇분이 지났다.




"갔나...?"


겨우 안심하고 눈을 뜨자, 그 경비원이 눈앞에 있었다.


I씨 위에 걸터앉아, 얼굴 양옆에 팔꿈치를 대고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더란다.




경비원은 I씨와 시선이 마주친 후 한마디 중얼거렸다.


[...아니네.]


그리고는 사라지더란다.




I씨는 그대로 기절했다.


다음날, I씨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다.


다른 두 동료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K씨만은 아무 일도 없었다.


[나, 어젯밤에 딱히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런데... 어젯밤부터 굉장히 기분이 나빠.]


분명 그날 K씨의 안색은 나빴다고 한다.




그 후 K씨는 극단적으로 기운이 없어져, I씨나 다른 동료들이 놀자고 권유해도 다 거절하게 됐다.


하지만 딱히 특별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K씨는 그대로 졸업했다.


몇년이 지나, I씨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그날 있었던 일은 점차 잊어가고 있었다.


담력시험 멤버 중 한사람한테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K씨가 상태가 안 좋아져 1년 가량 입원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I씨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병문안을 갔지만, K씨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이야기를 해도 말의 아귀가 맞지를 않았다.


가족들 말에 따르면, 근 몇달 사이 K씨의 정신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I씨가 병문안을 갔을 무렵에는 딱 중학생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항상 누군가의 시선을 느껴.] 라고 말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 담력시험이 I씨의 뇌리를 스쳤다.




몇달 뒤, I씨는 또 K씨 병문안에 나섰다.


그 무렵 K씨의 정신 연령은 너댓살까지 떨어져 있었다.


K씨는 끊임없이 [이상한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보고 있어. 무서워, 무섭다고.] 라며 호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달 지나, K씨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더 이상 말도 않고, 식사도 않아 링겔만 맞다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I씨는 이 이야기를 내게 해준 뒤, 무겁게 말했다.




[K씨는 죽기 직전까지 그 경비원한테 시달린걸까.]


이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는 절대 담력시험 따위는 안하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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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8th]응급환자

괴담 번역 2016. 10. 1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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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임상병리사로 일하던 무렵 이야기다.


당직을 서던 밤, 응급환자가 들어왔다.


당직실에서 쪽잠을 자던 나도 황급히 달려갔지.




응급실에 들어가니, 마침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서 내린 것은, 새까만 시체였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구급대원의 말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라고 했다.


차에 불이 붙었는데, 빠져나오지 못하고 안에 갇혀있다 구조된 환자였다.


50대 남성이었다.




일단 살아는 있었지만,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새까맸다.


살점이 타들어 간 냄새가 자욱할 정도였다.


토할 것만 같았다.




전혀 움직이지도 않는다.


사망이 확정되는 건 시간문제겠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단하네요. 아직 심장은 뛰고 있어요. 뭐... 살아남긴 힘들겠지만요.]


구급대원은 말했다.


의사도 [아... 이건 엄청나구만...] 하고 말할 뿐, 치료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




[너무해...]


간호사도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일단 검사를 할 준비에 들어갔다.




기계가 있는 방에 들어가 준비를 하고 있자, 곧 새까맣게 탄 환자가 옮겨져 왔다.


검사를 하려 주삿바늘을 찌를 생각으로, 환자 팔을 잡고 혈관을 찾았다.


하지만 표면이 숯검정이라 어디 혈관이 있는지 좀체 찾을 수가 없었다.




[아... 이거 너무 심각해서 어딘지 아예 감이 안 오는데.]


그렇게 중얼대고, 그나마 피부가 남아있는 곳을 찾으려 팔을 잡았다.


그 순간, 환자가 말했다.




[...저, 그렇게 심각한가요...]


[아... 아...]


나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계속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말들을 모두 들었겠지.


그 방 안에 있던 의사, 간호사, 나, 구급대원까지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 후 2시간 남짓 지나 환자는 결국 죽었다.


하지만 그사이 몇 번이고 [나는 죽는 건가요?] 라고 물어왔다.


솔직히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본분을 잊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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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7th]병원 화장실

괴담 번역 2016. 10. 1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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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아르바이트 동료가 스키를 타다 뼈가 부러졌다.


사이타마의 모 병원에 입원했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차로 15분 거리라, 사흘에 한 번꼴로 병문안을 갔었다.




나는 영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영혼의 존재를 묘하게 느낄 수 있다.


뼈가 부러진 친구는 정말 영감이 강하고.


아마 3번째로 병문안을 갔던 날이리라.




저녁이었다.


그 병원은 계단 층계참에 재떨이가 있었다.


거기 딸린 의자에 앉아, 둘이서 담배를 피웠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이명이 울렸다.


아래쪽 계단을 내려다봤다.


보이지는 않지만, 거기 무언가가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내가 아래쪽을 지긋이 보고 있자, 친구는 옷자락을 잡아끌며 [보지 마.] 라고 말했다.


[뭐가 있는 거지?]


[좋은 게 아니야. 보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자세한 걸 물으니, 몸은 아이인데 얼굴은 할아버지인 영혼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놈이 우릴 보면서 헤죽헤죽 웃고 있다고.


[우와, 그건 생긴 것부터가 위험한 거 아니냐?]




나는 웃으면서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바보 자식아! 웃으면서 보면 어떻게 해!] 


친구는 진짜로 화를 내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리는 그대로 병실로 돌아왔다.


[왜 그러는데?] 하고 물었다.


[너, 웃으면서 할아버지를 봤잖아. 그랬더니 갑자기 할아버지가 귀신 같은 꼴을 하고는 달려왔단 말이야. 그래서 도망친 거야.]




그렇다면 위험할 거 같아, 그날 이후로는 병문안을 가도 그 계단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친구가 입원한지 2주 정도 됐을 때였나.


그날도 저녁이었다.




겨울이었기에 저녁 6시쯤 되면 이미 밖은 깜깜하다.


그렇기에 대부분 사람은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지만, 나는 워낙 한가하다 보니 면회시간 종료 때까지 친구네 병실에 붙어있었다.


면회시간이 끝나, 나는 작별인사를 건네고 1층으로 내려왔다.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보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가위에 눌렸다.


선 채로, 몸은커녕 얼굴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뒤에서는 엄청난 악의가 느껴졌다.




위험하다 싶어, 마음속에서 구자인법을 하며, 유일하게 외우고 있던 부적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몸은 여전히 움직이질 않았지만, 겨우 얼굴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악의의 정체를 확인하려, 나는 억지로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여자아이였다.


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단발머리였다.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잔뜩 깔깔거리며 들려오는데, 시선은 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어.




그리고 눈이...


새까맸다.


눈동자만 가득한 것처럼.




그 눈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사라져사라져사라져사라져사라져사라져!" 하고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금방 할아버지를 죽이고 왔어.]


기분 나쁜 얼굴로 웃더니, 깡충깡충 뛰었다.


제자리에서 뛰는 높이가 점점 높아지더니, 내 키 정도 높이까지 뛴 순간, 한 번에 나한테 날아왔다.




나는 충격과 공포로 그만 실신해버렸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아마 실제 시간으로는 길어야 1, 2분 남짓이었을 것이다.




나는 화장실에서 멍하니 혼자 서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죽음의 신이었을까?


여태껏 본 적 없던 영혼을, 그렇게 확실하게 보고나니 온몸이 떨렸다.




다음날 낮, 나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친구에게 어젯밤 일을 전했다.


[그거, 1층 카운터 왼쪽에 있는 화장실이냐?]




그 말대로였다.


[거기야, 거기. 위험한 곳이야?]


[미안. 말하는 걸 깜빡했었네. 거기는 쓰지 마. 귀신들이 지나다니는 령도야. 그것도 한가운데.]




화장실을 지나가는 령도는 정말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부정한 장소인데, 거기를 부정한 영혼이 지나가면 그만 동조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령도를 빠져나와, 거기 머물게 된단다.




내가 본 여자아이는 그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전혀 영감이 없는 사람이면 오히려 괜찮을지 모르는데, 나처럼 어중간한 사람이 그런 곳에 가면 더욱 위험하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나는 문득 전날 여자아이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어제 이 병원에서 할아버지 죽은 사람 있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매일 누군가는 죽어. 그런 거 하나하나 신경 쓰지 마라.]


하긴 큰 병원이란 그런 곳이다.




새삼 다시 느꼈다고 할까.


그로부터 1주일 뒤, 친구는 퇴원했다.


그 후 그 병원을 찾은 적은 없지만, 아직도 무서운 체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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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6th]이제 보인다

괴담 번역 2016. 10. 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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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인다, 이제 보여! 종이와 붓을 가지고 오너라!]


우리 할아버지가 임종 직전 남긴 말이다.


아직도 친척들 사이에서는 왜 할아버지가 그런 말은 했는지 갑론을박이다.




나는 그 말을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상상하자니 너무 무섭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나는 유품 정리를 도우러 할머니를 따라갔었다.




오래된 사진이 잔뜩 나왔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기분 나쁜 사진이 나와 점점 무서워졌다.


흑백 기념 사진인데, 30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온천마을을 배경으로 자세를 취한 사진이었다.




그 사진이 여러 장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할아버지가 서 있는 위치가 사진 중심이 아니었다.


슬쩍 보기에는 보통 사진 같지만, 중심에 서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빠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할아버지 곁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고, 거기 기대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귀신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심령사진이 아닌가 싶어 오싹했다.


그 사진을 조심스레 꺼내 들고 할머니에게 여쭤봤지만, 당시 할머니는 묘하게 치매 기운이 오기 시작할 때였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으셨던 기억만 난다.




집에 돌아와, 나는 아버지에게 사진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영감 같은 게 강하셨나요?] 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묘하게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바보냐, 너. 그 사진을 찍은 건 할머니잖아.]


아무래도 귀신이 보이는 건 할머니 쪽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하신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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