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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

[번역괴담][2ch괴담][817th]무녀의 말

괴담 번역 2017. 1. 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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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조금 지역색이 강한 이야기를.


여러분들이 무녀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오소레산을 떠올릴 겁니다.




그리고 TV 방송에 나오거나 하는 걸 봐도 다 짜고치는 거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무녀는 오소레산[각주:1]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사기꾼인 것도 아닙니다.


츠가루 지방[각주:2]에도 무녀는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눈이 안 보이는 여자가 무녀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츠가루샤미센[각주:3]을 연주하며 곳곳을 순회했습니다.


이들은 "보사마(ボサマ)" 라고 불리는 일종의 예인이었는데, 이 중 감각이 날카로운 이들은 무녀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대에는 거의 없지만요.


실은 친구네 할머니가 몇 안남은 츠가루 무녀라서,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츠가루 무녀는 오소레산 무녀와는 달리 명확한 조직이 없어, 그리 유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잘 알려져 있기에, 이런저런 부탁을 받곤 한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신내림 같은 건 아니고, 평소에는 그냥 점쟁이 같은 모습이랍니다.


물론 오소레산 무녀처럼 신내림도 할 수 있고요.




친구도 어릴 적부터 사라진 물건을 찾는다던가, 본인밖에 모를 일을 맞춘다던가 하는 할머니의 신기한 힘을 보아왔기에, 깊게 믿고 있었다고 합니다.


몇년 전, 츠가루 지방 어느 시에서 시의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뉴스에서는 범인의 단서도 없다는 보도가 나오던 터였습니다.




친구는 할머니에게 무심코 물었답니다.


[할머니는 이런 때 죽은 사람 영혼을 불러서 범인을 알아내거나 할 수는 없어?]


그러자 할머니는 [언제나 몸에 지니던 물건 같은게 있지 않으면 사람의 영혼을 부르는 건 꽤 어렵단다.] 라고 대답했답니다.




[역시 그렇구나...]


친구도 별 생각 없이 물어봤던 것이기에, 그 정도로 이야기가 끝날 터였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신묘한 목소리로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허나 만약 인연이 있는 물건을 가져오더라도 저 사람의 영혼은 부를 수 없을게다.]


친구는 깜짝 놀라 [왜?] 라고 물었습니다.


[이 사람은 수많은 이들에게 원망 받아 죽었단다. 그래서 그 영혼이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어. 이런 사람의 영혼은 불러낼 수 없단다.]




할머니는 무척 엄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셨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살해당한 시의원은 부업으로 사채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 탓에 수많은 이들에게 미움을 샀고요.




[죽인 범인은 한명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몇십명도 넘는 사람의 원한이 소용돌이치고 있단다. 그러니 만약 범인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해도 증언도 나오지 않고, 증거도 없을게야. 몇십명이 함께 죽인거나 다름 없으니. 그러니 이 사건은 절대 해결되지 않을게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 친구는 진심으로 겁에 질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채 남아있다고 합니다.



  1. 恐山. 시모키타 반도 중앙에 위치한 영산. 무녀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문으로]
  2. 津軽地方. 현재의 아오모리현 서부 지역. 과거 츠가루 집안이 다스렸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본문으로]
  3. 津軽三味線. 츠가루 지방 특유의 샤미센 음악을 총칭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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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자리에서 후배한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동차 이야기를 하던 도중,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겪었다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밤.




다른 차는 하나도 없는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쿵하고 충격이 오더란다.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인데, 누가 들이받은 것인가 싶어, 후배는 화를 내며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분명히 충격이 느껴졌음에도 다른 차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도로 위에는 자신 뿐이었다.


하지만 치인 것은 확실했다.


차 뒷부분이 찌그러져 있었으니까.




후배는 겁에 질려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이틀 뒤, 역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밤.


같은 도로를 달리다, 똑같은 신호등 가까이 다가갔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다른 차는 주위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무서워져,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신호는 빨간불.


후배는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줄였다.




그 순간, 앞에서 쾅하고 충격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틀림없었다.


앞에는 아무 것도 없다.




후배는 그대로 빨간불을 무시하고, 미친 듯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앞범퍼에도 무언가 부딪힌 흔적이 분명히 남아있었다.


두번 모두 전조등이나 후미등 불빛은 전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차는 지금 정비소에 맡겼다고 한다.


정비소 사장님은 [앞도 뒤도 똑같은 차가 박은 거 같은데요? 무슨 일이 있던건가요?] 라며 의아해하더란다.


후배는 수리가 끝나더라도 그 차를 다시 탈지는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렌터카를 타고 있지만, 꽤 돌아가더라도 그 신호등 부근으로는 안 가려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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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15th]갯벌 근처

괴담 번역 2017. 1. 2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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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년 전 이야기다.


당시 나는 케이세이연선 근처, 야쓰갯벌 주변에서 살고 있었다.


그 무렵 체험한 기분 나쁜 이야기다.




그날은 직장 회식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게 늦어진 터였다.


막차를 타고 귀갓길에 올랐다.


역에서 집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간다.




평소 다니는 출퇴근길은 갯벌 옆 산책길이다.


당연히 그날도 평소처럼 그 길을 따라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산책길 도중, 딱 초등학교 맞은편 위치에 벤치가 하나 있다.




마침 기분이 꽤 좋았기에, 나는 취기도 오르겠다 거기서 담배 한대 피기로 하고 벤치에 걸터앉았다.


늦여름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낮에는 한여름과 다를바 없이 덥고, 밤에도 그 불쾌한 더위의 여운이 넘치도록 남아있었다.




여전히 푹푹 찌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갯벌 쪽을 보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문득,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봤지만 초등학교가 있을 뿐이다.




시간도 시간이니만큼 아무도 없었고.


술기운 때문이리라 생각하면서도, 왠지 신경쓰여 초등학교를 바라봤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기분 탓이구나 싶어 다시 앞을 바라보는데, 오른쪽 조금 멀리 정체 모를 검은 그림자 같은 게 있었다.




그 그림자는 사람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윤곽이 희미해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이 바로 왔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엄청난 냄새가 감돌기 시작했다.


뭐라고 할까, 썩은 물에서 나는 것 같은 구역질나는 냄새가.




게다가 그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온다.


나는 공포와 혼란 때문에 굳어 있었지만, 손에 들고 있던 담뱃재가 허벅지 위에 떨어져 제정신을 차렸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녀석은 위험하다.




그 생각에, 자전거도 내팽겨치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불빛을 찾아 달리다, 근처 편의점에 뛰어들어 한숨 돌렸다.


어떻게 잘 도망친 것인지, 그날은 그 후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다음날.


사실은 가기 싫었지만, 늦잠을 잔 탓에 어젯밤 그 산책길을 지나 역으로 향했다.


어젯밤은 취해서 이상한 꿈을 꾼거라 스스로를 달래면서.




그리고 그 벤치 앞에 다다랐다.


거기에는 내 자전거... 아니, 그것 같아 보이는 무언가가 널부러져 있었다.


메이커 마크나 스티커는 분명히 본 기억이 있지만, 진흙인지 썩은 흙인지 모를 것으로 잔뜩 뒤덮여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썩어내린 것처럼 군데군데 녹슬고, 구멍이 뻥뻥 뚫려있었다.


애차의 흉측한 모습과, 이른 아침부터 맡은 고약한 냄새에 영 기분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일터로 향했다.


그날 퇴근길.




아침, 내 자전거가 있던 곳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근처 노숙자가 타고 가버렸다는 것 같다.


어차피 버릴 생각이었기에 그건 상관없었지만, 며칠 뒤 그 노숙자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조금 떨어진 공원에서 죽어있었지만, 그 모습이 괴이했다고 한다.


진흙인지 썩은 흙인지 모를 것이 범벅되어, 끔찍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단다.


사인은 익사였다.




그 공원에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할만한 시설은 전혀 없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끼쳤다.


그 자리에서는 어떻게 도망쳤지만, 남겨져 있던 내 자전거...




그 자전거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노숙자는 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죽은 걸까?


애시당초에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모든게 의문일 뿐이지만, 만약 그것들이 전부 연결되어 있는 거라고 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 이후 나는 통근할 때 기차를 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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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그냥 조금 살집 있는 아줌마지만, 1년에 한번,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되는 날이 있다.

오빠와 나는 그날마다 어머니를 울트라 어머니라고 부르곤 한다.

그날이 오면, 어머니는 분 단위로 세세한 날씨를 예지하거나, 모든 거짓말을 다 간파할 수 있게 된다.



나나 오빠가 어디서 누구와 있는지, 혹시 다쳤는지, 모든 행동이 읽히는 것이다.

집에 모기나 거미 한마리가 들어와도 눈치채고, 차를 운전하면 계속 파란불만 나오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대답이 날아온다.

마치 에드거 케이시 같은 예언자를 보는 느낌이다.



초등학생 때는 어디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머니가 쏜살같이 날아왔기에 믿음직했지만, 고등학생쯤 되면 몰래 데이트를 해도 다 들켜버려 곤란했다.

오빠도 나쁜 짓을 할라치면 어머니한테 전화가 와서, 우울한 얼굴을 하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결국 우리 남매는 울트라 어머니의 날이 평일이면 얌전히 학교 갔다 돌아오고, 휴일이면 그냥 집에 틀어박혀 있기로 결정했을 정도였다.



가장 대단했던 건 아버지가 옆집 부부싸움을 말리러 갔을 때였다.

옆집 아저씨가 이성을 잃고 부엌칼을 휘두르려는 찰나.

어머니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 근소한 차이로 부엌칼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대로 손바닥을 내밀어 아저씨 턱을 올려쳐서 KO.

마치 움직임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라, 울트라 어머니는 한마 유지로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진심으로 느꼈다.

지금도 매년 한번씩 울트라 어머니의 날이 찾아오기에, 그 무렵이 되면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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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비밀로 가르쳐 준 이야기다.


10여년 전 어느 밤, 문득 눈을 떴는데 가위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질 않더란다.


그리고 그 위에서 누군가가 짓누르고 있는 느낌이었다나.




손에 무언가가 닿는데, 차갑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필사적으로 눈을 뜨자, 대학교 때 사귀던 여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 여자는 아버지와 헤어진 후, 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터였다.




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는건가, 라고 아버지가 생각한 순간.


그 여자가 배에 손을 푹 집어넣고 마구 헤집었다.


아버지는 엄청난 고통에 깨어났다.




여자는 사라지고 격통만이 남았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도 아픔은 사라지질 않았다고 한다.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는 없었고.




게다가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여자는 나타나 뱃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버지는 아픔과 수면부족으로 일도 제대로 못하고 실수연발이었다고 한다.


결국 상사가 잔뜩 화가 나서 [당장 병원 갔다와!] 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마지못해 병원으로 향했다나.




아버지는 이전부터 허리 쪽이 안 좋았던터라, 일을 열심히 해 요통이 심해진거라 여겼다.


정형외과를 찾아가자, 의사 역시 요통일 거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마침 의사가 수다쟁이 할아버지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다, 무심코 [꿈일지도 모르지만...] 이라며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여자 귀신이 나와서 배를 마구 헤집어 놓은 뒤부터 통증이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그런 건 무슨 예고일 수도 있어요. 혹시 모르니까 배 쪽도 진단을 받아보세요.]




의사의 말에 따르면, 귀신 그 자체는 환각일 거라고 했다.


다만 그 환각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니, 자신의 배에 대한 아픔이나 불안이 무의식적인 형태로 나타났을 거라는 말이었다.


아버지는 그 이야기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해,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내과를 찾아갔다고 한다.




거기 의사는 꽤 젊은 의사였다.


이번에도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의사는 [귀신이요?] 라고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그럼 안심할 수 있도록 MRI를 찍어보시죠.] 라고 권해왔다.




MRI 촬영 결과, 췌장에 확실치 않은 그림자가 보인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는 곧바로 전문 의료인원이 있는 병원을 소개해줬고, 거기서 검사를 받은 결과...


아버지는 췌장암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흥분해서 [췌장암을 초기에 수술할 수 있다니,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 라고 말했단다.


실제로 췌장암은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꽤 악화되고 나서야 발견된다고 한다.


이 정도 초기 단계에서는 통증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정형외과 의사의 판단이 훌륭했다는 게 큰 병원 의사의 말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전이도 없고, 후유증도 없이 깨끗하게 암세포를 들어냈다.


인슐린 주사는 매일 같이 맞아야 하지만, 그걸 빼면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그때 그 전 여자친구 귀신이 과연 아버지의 환각이었는지, 병을 가져온 것인지 병이 있다고 알려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일단 이 이야기는 어머니한테 평생 비밀로 해두라고, 아버지는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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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12nd]토끼씨

괴담 번역 2017. 1. 2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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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줬더니, 잠깐 굳었다가 엄청 비웃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내 입장에서는 꽤 기분 나쁜 이야기다.


올해 6월에 3살이 된 딸 이야기다.




아이들한테는 자주 있는 일이겠지?


딸에게는 상상 속의 친구가 있다.


자주 말하는 건 "팬더씨", "너구리씨", "토끼씨" 셋이다.




[팬더씨는 아직 아기야.] 라고 말하기도 하고, [장난감 어지럽힌 건 내가 아니라 너구리씨야!] 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런데 어째서인지 토끼씨만은 뭔가 좀 이상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토끼씨에 관해서는 다른 둘과 달리 꽤 구체적인 표현을 하기 때문이었다.




[토끼씨는 언니니까 젓가락질을 잘해!]


[토끼씨는 지금 베란다에서 꽃을 보고 있어.]


어느날, 딸이 혼자 피아노를 장난감 삼아 놀고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이라 신경 쓰지 않았지만, 문득 들어보니 더듬거리지만 제대로 된 멜로디를 치고 있었다.


도... 레... 미, 도, 레... 미.


튤립[각주:1]이었다.




피아노를 가르쳐 준 적은 없었다.


나도, 아내도.


이상하다 싶어 물어보자, [토끼씨가 알려줬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쩐지 기분이 나빠져, 나는 딸에게 물어봤다.


[토끼씨는 어떤 아이야?]


[음, 그러니까, 귀가 길어!]




[그럼 이런 아이야?]


나는 동화책에 그려진 토끼 캐릭터를 보여줬다.


[아니야.]




[그럼... 이거?]


이번에는 진짜 토끼 사진을 보여줬다.


[아니야.]




그 후에도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아직 딸이 알고 있는 단어도 많지 않아 더 이상의 대답은 들을 수가 없었다.


딸 스스로도 생각하는게 잘 전해지지 않아 답답해하는 모습이었기에, 그날은 그만두기로 했다.


딱 하나 알 수 있었던 건, 흰색이 아니라 검은색 토끼라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딸이 흥분해서 내게 달려왔다.


[이거! 이거!]


한권의 잡지를 손에 든채 외치고 있었다.




[왜 그러니?]


딸은 잡지의 사진을 가리켰다.


[이게 토끼씨야!]




[어...? 이게 토끼씨야?]


[응!]


딸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며 끄덕였다.




그 사진은 방긋 미소짓고 있는 바니걸 사진이었다.



  1. チューリップ. 1968년 결성 이래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의 밴드. 대표곡으로는 心の旅, 마음의 여행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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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때문에 입원한 할머니를 친척끼리 모여 병문안 갔을 때 이야기다.


할머니의 용태는 좋지 않았고, 친척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할머니 자신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을지...




그 와중, 갑자기 사촌동생이 할머니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이가 목놓어 우는 것처럼 펑펑.


다들 초조해했다.




마치 할머니가 당장이라도 죽을 듯 소란을 피우고 있었으니.


어떻게든 안정시키려 하자, 사촌동생은 울면서 [나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실거야!]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무슨 소린가 싶어 사정을 들어보니, 꿈 이야기라고 했다.




평범한 꿈을 꾸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 질문을 하더라는 것이다.


길이라도 묻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에, 사촌동생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대답을 해버렸다고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죽을 거라고 짐작하는 게 있나?]




[할머니말이야?]


눈을 뜨고나서 아차 싶었다고 한다.


날마다 상태가 안 좋아하지는 할머니를 보니, 그 남자는 저승사자가 아니었나 싶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곤란해하는 친척들은 내버려두고, 할머니는 사촌동생 등을 계속 쓰다듬으며 [괜찮단다, 괜찮아.] 라고 말하셨다.


[그 남자 꿈이라면 할머니도 본 적이 있거든.]


할머니는 사촌동생에게 말해줬다.




[할머니는 말이지, 그 질문에 언제나 이렇게 대답했었단다. 집 처마 밑 화분이 시들고 있다고, 나도 돌보지 못하고 있으니 필시 오래 가지는 못할거라고 말이야. 할머니도 그 화분들한테 못된 짓을 한게지. 이제 그렇게 둘러대는 것도 한계란다. 그러니 괜찮아. 이제 괜찮단다.]


그리고 며칠 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나를 포함해 친척 전원은 할머니가 하신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사촌동생을 안심시키려 할머니가 순간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을 오래 하기도 힘들 정도로 몸상태가 안 좋던 할머니가, 잠깐 사이에 그런 이야기를 지어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할머니가 걱정했던 처마 밑 화분은, 아직 살아있던 몇개를 골라 내가 키우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내 꿈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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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념 인간들의 가치관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종종 한여름 파칭코 가게 주차장에서 아이가 차에 갇혀있다 질식사했다는 기사가 나오곤 하지?

그건 파칭코하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징크스 때문이다.



"아이를 아슬아슬할 때까지 더운 곳에 방치하면, 크게 딴다." 라는 거지.

거기에 "잘 참아낸 아이는 참을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나중에 대성해서 부모를 잘 모신다." 는 헛소리까지 더해서 말이야.

말이 좋아서 징크스지, 잘 생각해보면 아이를 산 제물로 바쳐 파칭코에서 돈을 따려는 수작인 셈이다.



파칭코 중독자들 사이에서는 아이가 아슬아슬하게 살아남도록 하는 노하우 같은 것도 나돌고 있다.

몇월에는 몇시간까지 버틸 수 있다느니 하면서.

물론 그딴 노하우가 맞을리가 없으니 아직도 아이들이 차 안에서 질식당하고 있는거지.



하지만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과연 다행일까?

몇번이고 찜통처럼 숨막히는 차 안에서, 부모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천천히 죽어가는 꼴을 당해야만 할텐데.

아직도 여름철 파칭코 가게 주차장에 가면, 차 안에 갇혀있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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