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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



어제 겪은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집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옆집에 사는 A씨가 말을 걸어왔다.


[K씨, 부탁할 일이 좀 있는데... 우리 미사키 좀 봐주지 않을래?]




미사키는 A씨의 딸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별로 상관 없습니다만... 무슨 일 있으세요?]


[어머니가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가셨대... 별 일 아니라는 거 같지만 미사키가 알면 큰일날테니까...]




[아... 미사키는 할머니를 정말 좋아하니까요.]


그 정도 대화를 나눈 뒤, A씨는 병원으로 향했다.


4시쯤 돌아온다고 했으니, 그동안 A씨네 집으로 가서 미사키랑 놀아주기로 했다.




미사키는 책을 한손에 들고, 기쁜 듯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있잖아, 이게 미사키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무서운 책이야!]


아이가 볼만한 책은 아니었기에, 내심 A씨한테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미사키와 어울려줬다.




점심을 먹고, 미사키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어느덧 3시.


[아, 3시네... 슬슬 엄마 올 시간이 되어가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미사키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돌아오지 않을텐데?]


[...그게 무슨 소리니?]


[그치만 엄마, 할머니한테 간 거잖아?]




어째서 아는 것인지, 순간 당황했지만, 아침에 집밖에서 나눈 대화를 주워들은 것이라 여겼다.


[뭐야, 알고 있었니? 그래도 괜찮아. 4시쯤에는 돌아올거라고 엄마가 그랬으니까.]


[그치만 할머니 죽어버렸는걸. 돌아오지 않을거야? 언니도 엄마가 올 때까지는 못 돌아가.]




그렇게 말하고, 미사키는 즐거운 듯 웃었다.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나는 큰맘먹고 물어봤다.




[어째서 할머니가 죽었다는 걸 안거야?]


미사키는 내 뒤를 들여다보듯 고개를 움직이더니, 내게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할머니, 낮부터 계속 창문 밖에 있었으니까. 나, TV에 봤어.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 창문에서 들여다보면, 그 사람은 벌써 죽은거래.]




나는 차마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등뒤의 창문에서 느껴지는 바깥 추위는, 이상하게 강한 것 같았다.


결국 A씨가 돌아온 건 7시가 다 되어서였다.




A씨의 어머니... 미사키의 할머니는 병원에서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점심 무렵 급사하셨다고 한다.


A씨의 감사인사를 뒤로 하고, 문을 열어 집을 나오는데, 미사키가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언니 따라가지마. 미사키랑 놀자!]




미사키의 시선은 내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미사키는 곧바로 무언가를 뒤쫓듯, 시선을 옮기며 부엌으로 웃으며 달려갔다.



  1. 오늘의 괴담은 우연히 아이돌보기를 하다 마주친 소름끼치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
    아이들은 순진하기에, 죽은 자도 살아있는 자처럼 대할 때가 있죠.
    입에서 피를 흘리며 창문 너머 바라보는 할머니라니...
    마지막에 할머니가 따라왔더라면...?
    소름끼치네요.
  2. 아니 근데 2017.02.28 23:34 신고
    왜 당신 딸은 내비두고 생판 남을 따라가신데요 어르신
  3. 글쓴이는 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주는 한기에도 힘들어했지만, 정작 할머니를 본 아이는 그 모습마져 웃으면서 대할수 있었다는 것이 묘하네요. 역시.. 어려움, 힘듦같은 것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 어우.....무섭네요...소름이 쫙ㅠㅠ
  5. 이런게 더 소름이 쫘악하네요
  6. 미사키가 아니였다면 할머니는 그대로 따라왔겠네요...
    오늘도 오싹하게 잘 보고 갑니다.
  7. 기껏 놀아줬더니 할머니가 못됬군요!! 잘 읽고갑니다
  8. 하이고 할매 인성 참..
  9. 미사키의 하드캐리... ! 다행입니다!

[번역괴담][2ch괴담][829th]스구루!

괴담 번역 2017.02.23 23:49



프리터로 생활하던 무렵 이야기다.


당시 살던 싸구려 고물 아파트 옆집에, 20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와 3살짜리 남자아이가 이사를 왔다.


이사를 왔다고 따로 인사하러 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마침 외출하는 타이밍이 겹칠 때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걸었다.




[옆집에 이사온 A라고 합니다. 이 아이는 스구루고요. 조금 소란스럽거나 폐를 끼칠지도 모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조금 오동통하고 대단히 짧은 미니스커트에 힐.


딱 봐도 접객업에 종사한다는 느낌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성실한 사람인 거 같아 안심했다.




나도 [아뇨, 괜찮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스구루군, 잘 부탁해.] 라고 대답했다.


스구루군은 무척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였다.


내가 밖에 나오면 다리에 매달려 꼭 끌어안고 달라붙기도 하고, 우리 집에 놀러오는 친구나 여자친구에게도 곧잘 애교를 부렸다.




스구루군의 어머니가 말하기로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나갈 때면 집앞에서 [형 언제 올까?] 라면서 안절부절 못한다고 했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고민이 하나 있었다.


스구루군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몇번씩 일하러 나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스구루군의 할머니인 듯한 사람이 집으로 찾아왔다.


몇번인가 만난 적 있지만, 딱 봐도 역시 접객업에 종사하는 듯한 기 센 50대 아줌마였다.


이 아줌마는 스구루군을 엄청 호되게 혼냈다.




그게 매번 너무 신경쓰였다.


마치 고함이라도 지르듯, 히스테릭한 느낌으로 화를 낸다.


게다가 아줌마 목소리가 째지는 듯한 금속음이었기에, 더 시끄럽고 초조했다.




벽이 얇아 바로 들리는 것이다.


[스구루! 뭐하는거야!] 하는 소리가.


그렇게 혼이 나면 스구루군도 엉엉 울어대니, 영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이따금씩 쾅쾅 소리도 나서, 나도 모르게 움찔할 때도 있었다.


그게 하도 잦았던 탓인지, 그 당시 기르던 앵무새가 [스구루!] 라고 외쳐댈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르바이트를 하던 서점에 스구루군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저기, 혹시 댁에 앵무새가 있지 않나요?]


[아, 네. 키우고 있는데요.]


[전에 스구루가 새 소리가 들린다고 말해서요.]




[아, 혹시 폐가 됐나요?]


[아뇨, 새가 스구루라고 말했다길래 신경 쓰여서...]


[아...]




[소리, 그렇게 잘 들리나보네요.]


[네?]


[분명히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스구루! 어쩌고저쩌고! 라고 말한다면서 아이가 꽤 신경쓰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아, 죄송합니다! 벽 옆에 새장이 놓여있어서 그만 새가 멋대로 기억해버렸나 봐요.]


[그런가요...]


그리고 며칠 후.




낮에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렸다.


나가보니 스구루군 모자였다.


[실은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스구루가 마지막으로 형을 만나고 싶다고 하길래... 그간 여러모로 신세 많이 졌습니다.]




[어, 갑작스럽게 이사라니... 아쉽네요.]


[실은... 스구루를 봐주던 어머니가 현금이랑 통장을 훔치고 스구루한테도... 그래서 말인데, 혹시 어머니가 찾아오더라도 모른 척 해주지 않으실래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인가 지난 어느 저녁.


집에서 친구랑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쾅쾅쾅쾅쾅쾅!] 하고 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누구 없어! 나와봐!]




아무래도 스구루군의 할머니가 옆집 문을 두드리며 고함치는 듯 했다.


나는 친구와 [목소리 엄청 무섭다...] 라며 벌벌 떨고 있었다.


한동안 소란이 이어지다,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계단을 내려 돌아갔다.




친구랑 [경찰 부를걸 그랬나?] 라던가, [아니, 이제 더는 안 오겠지.] 라며 이야기하던 도중.


갑자기 앵무새가 입을 열었다.


[스구루! 죽일거야! 스구루! 죽일거야! 스구루! 죽일거야!]




여태껏 들어본 적 없던 그 말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내가 없는 사이, 그 여자는 스구루군한테 매일 같이 저런 말을 퍼부어대고 있었던 것인가.


벌써 몇년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나는 뉴스에서 아이가 살해당했다는 기사를 보면 이 일이 떠오른다.



  1. 오늘의 괴담은 옆집에 사는 스구루, 그리고 끔찍한 아동학대에 관한 이야기.
    사람이 없을 때를 골라,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할머니라니.
    혈육에 대한 애정 따위 없는 사람 밑에서 스구루는 얼마나 공포에 질렸을까요.
    부디 건강히 살아있기를 기원합니다.
  2. 며칠 전부터 괴담 잘 읽고 있습니다.
    항상 재밌는 글 포스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 현실적이라 더 무섭네요..
    마지막부분 죽일거야! 보고 순간 소름 돋았습니다ㅜㅜ
    재미있는 글 번역감사해요~
  4. 일하다가 점심먹고.. 잠시 짬날때 들어오는데, 그때마다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진심 감사해요. 앞으로도 좋은 번역부탁드립니다.
  5.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정말 오싹합니다.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6. 철저한 약자인 어린애를 골라 학대하는 건 정말 짐승만도 못한 것들인 것 같아요.. 그래도 엄마가 지켜줘서 스구루는 다행이네요 ㅜㅜ
  7. 스구루군이 무사해서 다행이네요ㅠㅠ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던
  8. 특별히 기괴한게아니라 현실에 있을법해서 찝찝하고 무섭네요
  9. 지나가는 바람 2017.02.26 00:31 신고
    아이에게 하는 행동이라니..그저 한숨만..!
  10. ..할머니라는 존재가 유령이 아닌가, 하고 고함 소리만 들린 부분에서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말이 떠오르는 괴담이네요.
  11. ㄷㄷ 소름돋네요..
  12. 이건 아동학대에요 언어폭력ㄷㄷ격리조치해야되는데
  13. 그나저나 돈들고 튀었다는데 아마 친족상도례때문에 어떻게 하지도 못하겠네요. 몇년을 같이 살아놓고 본성도 파악 못하고 어린애를 맡겨놓은 젊은엄마 잘못이 크다고 봄



생각보다 조금 늦어, 주변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뭐, 일이 늦어지면 초과 수당이 나오니 상관은 없지만, 그렇다해도 어두워지기 전에 일을 마치고 싶었다.


그 기분 나쁜 집에 가야하니까.




그 집은 문 옆에 작은 창이 붙어있어, 거기로 우편물을 넣는다.


큰 우편물은 들어가지 않는데다, 집에서 개를 키우는지 우편물을 넣으려하면 개가 다가온다.


작은 창은 아랫쪽이 불투명한 유리라, 개가 문을 향해 열심히 달려오는게 보인다.




뒤편으로 돌아가면 부엌문이 판자로 봉해져 있고, 모든 창에는 덧문이 쳐져있다.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빠, 언제나 우편물을 반 정도만 찔러넣고 서둘러 돌아오곤 했다.


날씨도 이상하기에, 조금 코스를 바꿔 그 집에 먼저 찾아가기로 했다.




평소처럼 우편물을 창에 찔러넣으려는데, [쾅!] 하고 문에 커다란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개가 뛰어와 부딪혔다고 생각하기에는 소리가 너무 컸다.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고...




뭐지?


불투명한 유리를 보았다.


검은 실루엣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개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쾅!]




불투명한 유리에 달라붙은 검은 것은...


사람이었다.


머리카락이 긴 여자 얼굴.




불투명한 유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도망쳤다.


동요하면서도 배달을 전부 끝내고 우체국으로 돌아오는 사이,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 모습은 여자가 문에 달라붙은 게 아니라, 누군가가 여자를 문에 집어던지고 있었다는 것을.


범죄가 아닐까 싶어, 나는 우체국으로 돌아와 상사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상사의 대답은 내 예상 밖의 것이었다.




[그 집, 반년 전에 이사했잖아. 몰랐었나?]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배정 받고 배달한 3주치 우편물을 모두 잘못 배달한 셈이 된다.


대개 이사 신고가 접수되면 배달 구획에 카드로 표기가 되지만, 그 집만 빠져있던 것이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징계처분을 받을테니, 잘못 배달된 우편물을 가지러 가야만 했다.


그 집에 다시 갔지만, 문을 두드려도 아무 대답이 없다.


문을 연다.




틈새로 들여보며 말을 걸었지만, 사람은 커녕 개도 대답이 없다.


문 안쪽을 보니, 우편물이 잔뜩 떨어져있다.


그냥 가져가면 혹시 경을 칠까 싶어, 상사에게 전화해봤다.




[구청에 전화해볼테니까 기다려.]


기다리는 사이, 문 틈새로 안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현관에는 어렴풋이 먼지가 쌓여있고, 사람이 들어간 흔적은 없다.




그제야 등골이 오싹해졌다.


먼지 위에 발자국도, 사람이 끌려간 자취도, 개의 발자국조차 없다.


우편물 위에도.




내 망상이었나 싶어 불투명한 유리로 눈을 돌리자, 거무칙칙한 손자국이 찍혀있었다.


그 손자국에서, 피가 뚝뚝 아래로 흘러내린다.


나는 그대로 우편물을 긁어모아 죽어라 도망쳤다.



  1. 오늘의 괴담은 우편물을 배달하던 우체부가 마주친 기묘한 집에 관한 이야기.
    어둑어둑한 해질녘, 아무도 없을터인 집에서 저런 경험을 한다면 누구라도 기절초풍하겠죠.
    어떤 사연이 있는 집일지 궁금해집니다.
    피에 젖은 손자국, 문에 내동댕이쳐진 여인...
  2. 이번 괴담은 제목에서부터 불길한 느낌이 물씬.. ㄷㄷ 제가 저 우체부라면 그냥 징계먹고 말 것 같아요 ㅜㅜ 저런 무서운 집에 어떻게 다시 가 ㅜㅜ
  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언제나 지켜보고 있어요!
  4. 으오아으..... 우중충한 날씨에 이입돼서 더더욱 무서운 ㅠㅠ
  5. 우체부 불쌍하네요 예전에 올라온 괴담에서도 우체부가 험한 일 당하는 얘기가 몇 개 있었던 것 같은데 극한직업인듯
  6. 불투명 유리가 은근히 공포를 자아내죠...
    보이긴 보이는데 잘 안보이고 어렴풋하게 보이니 말입니다.
  7. 2년째 들르는데 이 분 진짜 대단하시네요 옮길때 해석보다 어떤 한국말을 선택할까가 더 힘든법인데 ㄷㄷ
  8. 매번 짓고, 달려오던 개가.. 실제로는 없었다는 것도 충격이네요. 대체 뭐였을까...

    이번 괴담은 우편배달부 말고는, 이무도 그 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것과 그 집 주인도 온통 집을 꽁꽁 싸매고 외부에 관심이 없었다는... 이웃에 무관심한 요즘 세대를 잘 드러내는것 같습니다.
  9. 손자국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니 그럼 피가 묻은지 얼마 안됐다는 소리군요.어서 나와 다행이었네요
  10. 지나가는 바람 2017.02.26 00:27 신고
    어머나, 뒤늦은 밤 12시 26분 퇴근길에 이걸 내가 왜 봤을까ㅠㅠ 고양이보고 따땃했다가 가심이 내려앉으며 돌아가여...(주루룩)
  11. 그 와중에도 우편물은 긁어모아서..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 어쩌겠냐만 ㅠㅠ



생애 딱 한번 겪은 심령 관련 사건이다.


내가 사는 곳은 엄청 시골이다.


몇년 전에 편의점은 생겼지만,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인데다 여름에는 머위 따고 가을에는 감을 말리는 그런 옛 동네다.




자동차 한대 지나갈 너비의 길 옆에는 죄다 논이다.


그렇게 논과 밭 한가운데, 우리 집이 있다.


상당히 뜰이 넓어서 툇마루에는 햇빛이 기분 좋게 내려온다.




초봄에는 정말 따뜻하고 기분 좋지.


날이 따뜻해지면 할머니와 거기 앉아 같이 다과를 즐기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뜰에 자주 고양이가 찾아오게 되었다.




한마리가 아니라 여러 종류가.


점박이도 있었고, 세 색깔 털이 섞인 고양이도 있었다.


할머니는 볕을 쬘 때면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던져주곤 하셨다.




그런 풍경을,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가족들도 고양이를 쫓아내거나, 목걸이를 채워 집고양이로 삼으려 들지 않았다.


그저 "호랭이" 라던가, "점박이" 라던가 이름을 붙여, 바라볼 뿐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머리가 좋지 않았던 나는 그대로 지역 식품회사에 취직했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인데다, 직장환경도 좋았다.


우리 회사에서는 가다랑어포 가루가 매일 같이 잔뜩 나온다.




어느날 내가 그 가루를 가지고 돌아오니, 할머니는 무척 기뻐하셨다.


[고양이는 가다랑어포를 정말 좋아하니, 분명 기뻐할게다.]


다음날부터 작은 도자기 그릇에 할머니가 가루를 올려두면 고양이들이 핥아먹게 되었다.




어느덧 할머니는 여든을 넘으셨다.


옛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쇼핑도 가시고, 노인정에서 회의가 열리면 꼭 나가셨는데, 어느새인가 집에만 머무르게 되셨다.


매일 얼굴을 마주보기에 무심코 넘어갔지만, 자세히 보면 뺨은 홀쭉하고 손에는 혈관이 선명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매일같이 고양이 먹이 주는 것만은 잊지 않으셨다.


할머니가 지쳐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하시는 날에는, 나나 어머니가 먹이를 주었다.


재작년 여름, 내가 직장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왔을 때였다.




할머니가 줄곧 "쿠로" 라 부르던 고양이가 쓰레기 버리는 곳에 있었다.


땅에서 뒹굴거리는 걸 정말 좋아하고, 자주 먹이를 먹으러 오는 칠칠치 못한 인상의 고양이었다.


언제나 귀찮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아, 쓰레기 냄새를 맡고 왔구나." 싶어 조금 웃었다.


언제나 집에서 만나던 쿠로를 직장에서 만나니, 왠지 신선하고 조금 기뻤다.


쿠로는 나를 바라보더니 아장아장 다가왔다.




그리고는 쓰레기 봉투를 손에 든 내 앞에서, 등을 쫙 펴고 앉았다.


평소라면 발밑에 바짝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조르던 쿠로가, 마치 경례라도 하는 듯 앞발과 귀를 세우고 나를 바라본다.


그런 쿠로의 모습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었다.




울지도 않고, 침도 흘리지 않고, 그저 내 눈을 바라보았다.


쿠로가 전하려던 건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찾아오고야 마는 것.




나는 어른이 되고 처음으로 울었다.


고무장갑을 벗고 눈시울을 눌러도, 눈물은 자꾸 흘러나왔다.


오열 같은 소리와 딸꾹질이 멈추질 않았다.




흐릿한 시야에 쿠로가 번져서 보였다.


아직도 내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알았어, 알았으니까.]




나는 울먹이며 쿠로에게 말했다.


가슴이 무언가로 꽉 조여진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장식물 같이 움직이지 않는 쿠로의 얼굴은 눈물로 번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왜일까, 몹시 무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것이 견딜 수 없이 슬펐다.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울고 있는 나를 상사가 찾아냈다.




그런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나는 그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상사를 따라 돌아가는 사이, 뒤를 돌아보니 쿠로는 이미 거기 없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라는 전화가 온 것은, 사무실에 들어온 직후였다.




지금도 우리 집에는 따뜻한 날이면 고양이들이 찾아온다.


햇빛도 쬐고, 먹이를 달라고 어머니를 보채고.


나는 아직 본 적이 없지만, 종종 쿠로가 등을 쫙 펴고 툇마루를 바라본다고 한다.




그런 때면 어머니는 방석과 차, 과자를 툇마루에 올려두신다고 한다.



  1. 오늘의 괴담은 할머니의 죽음을 알려준, 쿠로라는 이름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
    말 못 하는 동물이라도,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아는 거겠죠.
    슬프고 애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햇빛 드는 툇마루엔 아직도 할머니가 함께 계실까요.
  2. 오늘은 무섭다기보단 참 따뜻한 얘기네요~ 항상 번역 감사해요 잘읽고갑니다! ㅎㅎ
  3. 알티도야지 2017.02.20 10:25 신고
    괴담이라고 하기엔 마음따듯해지는 이야기였네요
  4. 우리 할머니 생각도 나고, 아직 옆에 계셔서 감사한 엄마 생각도 나고 그러네요.
    슬프면서도 따뜻하고 고맙기도 하고 감사한 이야기예요.
    나중에 제게도 꼭 저런 인연이 찾아와주었으면 좋겠네요.
  5. 눙물이 질질 나네요 ㅠ ㅠ

    누가 고양이를 요사스럽다 했는가.

  6. 아들이 동물을 예뻐해서 보이면 우유주고 생선도 주고 즐거워 했죠. 희안하게 아들이 멀리 간뒤엔 우리집 근처엔 그많던 애들이 안보여요. 그게 슬픕니다. 너무 그리워서...
  7. 고양이들이 수상하네요... 먼가 흑막같은느낌
  8. 괴담의 주인공이 머리는 나쁘다고 자평하지만, 촉은 참 좋네요. 고양이의 앉은 모습을 보고, 할머니의 죽음을 예견하다니...
  9. ㅠㅠ 제가 주인공이었다면 고양이가 부러웠을거 같네요...ㅠㅠ 고인과 다시 만날 수 있어서...ㅠㅠ 이런 가슴이 따뜻해지는 괴담 너무 좋습니다...
  10. 고양이도 영물이라고 하던데 진짜 그렇기는 한가봅니다.
    오늘도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11. 지나가는 바람 2017.02.26 00:23 신고
    이..이건 괴담이 아니라 신비의 미다아, (쿨척)암 이야ㅠㅠ
  12. 감사합니다 2017.02.27 02:21 신고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13. 동물과 마음이통했군요 오래보던사이도아닌데..주인공이 감수성좋은 착한사람인가봄
  14. 이 글은 왠지 그냥 몇번 첫문단만 슥 훑기만하고 지나치게 됐는데 왜 그랬는지 읽고나서야 알것같아요. 따뜻하면서도 슬픈 이야기라 일부러 피했었던 거네요...ㅠㅠㅠ아 할머니...

[번역괴담][2ch괴담][826th]3층의 토시코

괴담 번역 2017.02.18 23:47



봄.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으로 가득 찬, 새 생명의 숨결을 느끼는 계절이리라.


하지만 나 정도 나이가 되면, 무언가 번거롭고 초조한, 그래서 묘하게 조용한 잠을 원하게 되는 계절이다.




한밤 중, 고양이가 우는 것을 들으며 천장을 올려다 보는 때.


혹은 이렇게 툇마루에 앉아 벚꽃이 지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쓸데없이 옛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편의 공기에 맞춰 숨을 쉬고 있다.


위험하다고 느껴 정신을 차리면, 몹시 지쳐있음을 느끼곤 한다.


분명 이름은 토시코였을 것이다.




우리 외갓집은 도쿄 변두리에서 생선가게를 했었다.


타이쇼[각주:1] 무렵에는 황궁에도 생선을 팔았었다니, 그 규모가 보통이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가게 구조는 그리 크지 않았다.




1층에는 가게가 있고, 2층에는 가족들이 사는 집이고, 그 위에 3층이 있었다.


3층이라고는 해도 이불을 넣는 창고와 다다미 4장 반 정도 크기의 작은 방이 하나 있을 뿐이다.


토시코는 전쟁 전부터 그 방에서 먹고자며, 더부살이로 일하던 가정부였다.




외갓집에는 가족도 많아 딱히 일손이 모자랄 일은 없었지만, 지인이 아무쪼록 부탁한다며 말해와 토시코를 떠맡았다고 한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을까.


다들 토시코 내지는 토시짱이라고 낮춰부르곤 했지만, 나이는 이미 그 무렵에 마흔을 넘었던 것 같다.




장애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조금 머리가 안 좋고 말도 부자연스러웠다.


매년 정월, 친척이 모이면 토시코는 뭐가 그리 기쁜지, 언제나 싱글벙글 웃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요리와 술병을 나르며 바삐 일했다.


다만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어른들에 싫증난 우리 아이들과 놀았던 기억은 없다.




내가 여덟살인가 아홉살이던 때, 그 토시코가 죽었다.


사흘인가 앓아눕더니, 반시간 동안 끙끙대며 괴로워한 끝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장례식에는 어머니만 갔다.




유골은 고향에 가지러 갔는지, 아니면 고향에서 누가 가지러 왔는지.


어찌되었든 외갓집 무덤에는 이름이 없다.


그리고 일년 정도 지났을 무렵, 아마 봄 춘분과 추분 사이가 아니었나 싶다.




어머니에게 이끌려 외갓집에 갔으니,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어머니 곁에 앉아, 숙모들에게 떠받들어지며 초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오줌이 마려워져,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은 복도 끝을 오른쪽으로 돌면 있었다.


메이지[각주:2] 초기에 지어진 꽤 낡은 집이었기에 복도는 가늘고 어두웠다.


마루는 황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볼일을 마치고 또 복도 끄트머리까지 오니, 정면에 좁고 어두운 계단이 있었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계단이 갑작스레 튀어나왔을 뿐더러, 전등도 있는지 없는지, 올려다 본 위쪽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 계단 중간보다 조금 위에, 토시코가 서 있었다.


사람들이 몰렸을 때 보여주던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제껏 3층에 발을 디딘 적이 한번도 없었다.


무언가 올라가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예전부터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동했기에, 나는 계단에 한쪽 발을 먼저 올렸다.




[아니된다! 가면 안돼!]


그때, 등뒤에서 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거기에는 증조외할머니가 서 계셨다.




무척 장수하신 분이라, 99살 되시던 해까지 사셨다.


그때는 아마 80살 정도 되셨을 것이다.


남편을 일찍 잃고도 여자 혼자 가게를 크게 키운, 다부지면서도 대하기 어려운 분이셨다.




그 증조모가 나를 향해 [어서 이리로 오련.] 하면서 손짓하고 계셨다.


다시 계단을 올려보자, 과연 증조외할머니는 무서웠는지, 토시코는 등을 돌리고 천천히 계단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윽고 그 모습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증조외할머니는 내 옆, 계단 아래까지 오시더니, 잔뜩 찌푸린 얼굴로 위를 바라보셨다.


[그렇게 잘해줬건만... 못된 장난 따위는 하지 말아라.]


나중에 숙모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외갓집에서 살던 이종사촌 셋도 다 같은 체험을 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토시코는 어른이 있으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 3층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직도 나는 모른다.


집은 어느새인가 재건축되어, 콘크리트로 된 2세대 주택으로 다시 세워졌다.




지금은 증조외할머니도, 숙모들도 다 저세상으로 건너가셨고.


봄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조금 애매해지곤 한다.


그런 일을 생각하다보면, 또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게되는 요즘 세상이다.



  1. 大正. 타이쇼 덴노가 즉위했던 시기를 일컫는 연호. 1912년부터 1926년 사이를 뜻한다. [본문으로]
  2. 明治. 메이지 덴노가 즉위했던 시기를 일컫는 연호. 1868년부터 1912년 사이를 뜻한다. [본문으로]
  1. 어두움과 같은 외로움이었으리라...
  2. 오늘의 괴담은 어린시절, 외갓집에서 만난 어슴푸레한 유령에 관한 이야기.
    어쩌면 토시코는 그제야 놀고 싶어졌던게 아닐까요.
    사람들과 지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혼자 웃기만 하던 더부살이 신세.
    서정적인, 봄을 맞이하는 괴담입니다.

  3. 토시코의 모습을 흉내낸 무언가가 아닐지
  4. 화자의 어투 때문인지.. 어딘지모를 풍취가 느껴지는 괴담이네요 ㅎㅎㅎ
  5. 호오..지금까지의 괴담은 20~30대 초반정도의 젊은 사람들이 쓴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 괴담은 마치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쓴 듯한 느낌이네요.
    매우 담담하게,흡사 수필을 쓴 듯한 느낌입니다.
  6. 하긴 귀신은 계절을 안따지고 나오니, 나른하고 따스한 봄에도 스윽 나타나겠네요.
    이번 이야기도 잘 보고 갑니다.
  7. 처음으로 알게 된 누군가의 죽음. 가족은 아니었으나 가족같이 더부살이하며 지내던 가정부의 죽음은 어릴 적 화자에게 꽤나 인상적인 충격을 주었을 것이고, 그와 함께 단 한 번도 올라가 본 적 없던 3층에 대한 궁금증이 겹쳐, 환상을 본 건 아니었으려나?
  8. 과연 토시코였을지....
  9. 감사합니다 2017.02.27 02:24 신고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10.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원글쓴이도 그렇고, 번역을 잘하셔서 그런지 이번 이야기는 글넘김이 참 좋네요 서정적인 표현들이 마음에 듭니다

[번역괴담][2ch괴담][825th]남편 같은 것

괴담 번역 2017.02.14 23:46



가끔 집에 남편 같은 게 돌아온다.


출장 중이나 시골에 내려가 있어서 돌아올리가 없는데도.


언젠가는 캐나다에서 국제전화로 통화하고 5분 지나서 [다녀왔습니다.] 라며 돌아왔었다.




시간적으로 부자연스럽지 않았다면 의심조차 안했을 정도로 남편 그 자체였다.


이상한 점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 남편 같은 건 어느새인가 사라져버린다.




식사를 준비하고 있거나, 여하튼 시선을 돌리고 있으면 그 사이 사라지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동거했지만, 당시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 어쩌면 지금 사는 집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나도 익숙해진 것인지, 진짜 남편이 돌아와도 의심하게 될 정도다.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무섭다.


남편에게도 직접 말해봤지만 믿어주질 않는다.


지난번 친구가 묵으러 왔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남편의 생령이라면, 그래도 남편 본인이니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혹시 남편으로 가장한 다른 무언가라면...


오늘은 남편이 계속 집에 있으니 안심하고 있지만, 언젠가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무서워진다.




친구는 비디오나 녹음기로 남편 같은 게 왔을 때 기록을 남기라고 조언했지만, 왠지 모르게 꺼려진다.


단 한번, 남편 같은 게 광고지에 낙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정작 남편에게 보여주니 그냥 내가 장난치는 것이라 여겼는지 웃어넘겼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1. 오늘의 괴담은 남편이 없을 때 찾아오는, 남편과 똑 닮은 알 수 없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
    도플갱어인지 생령인지, 아니면 아내의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익숙한 존재가 믿음을 배신할 때, 공포만이 남는다는 건 확실합니다.
  2. 맞네요. 주인장 말씀처럼 열린해석이 가능하군요. 오늘 주인장의 댓글 유난히 좋습니다.
  3. 제가 괴담을 자꾸 보게되는 점 중 하나가 해석의 다양성이죠. 재밌게 보고 갑니당.
  4. 하하하하하 2017.02.15 08:56 신고
    오늘 해석 곱씹어보게되네요. 익숙한 것들의 배신이 주는 공포가 그 어느 공포보다 무섭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5. 그리스로마신화 2017.02.15 16:41 신고
    제우스인듯
  6. 제가보기엔 조현병같아요
  7. 전혀 별 게 아닌 게 아닌데..! 주변사람들 너무 태평한 거 아닌가 싶네요;;
  8. 실화가 맞다면 전형적인 조현병이네요. 녹음이나 녹화가 그냥 꺼려진다는 이유로 안 하는것 부터.
    • 저도 '왠지 꺼려진다'는 말이 신경쓰이네요. 기록을 남기지 말아야 할 이유가 딱히 없을 것 같은데... 남편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남편은 아닌 무언가가 집안에 드나든다면 경찰에 신고 먼저 할 것 같은데 그런 얘기도 없고... 화자가 오히려 기묘해보이네요
    • 기록을 남겼다가 남편 같은 것이 결국 기이한 존재로 밝혀질까봐 무서운 게 아닐까요? 분명 비디오를 촬영했는데 형체가 없다거나 검다거나 하는 그런 식으로요
  9. 정주행 완료 했습니다:)
    언제나 흥미로운 괴담 감사합니다!
    이번 괴담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더 무섭네요..
  10. 다른분들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저는 저 아내 심정이 살짝 이해가 되네요.
    녹취나 몰카로 기록을 남낀 끝에 아내가 느낀게 진짜라고 객관적으로 판명되면
    후에 그녀를 덮칠 공포를 제대로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익숙한 존재가 배신할 때, 공포가 남는 다는 말이 무척 와닿네요.

  11. 제우스ㅋㅋㅋㅋㅋㅋ
  12. 잦아드는 여울 2017.02.21 02:18 신고
    그건 도플갱어?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친척이 세상을 떠나 장례식에 갔는데, 아직 젊은 나이였던 고인의 부모가 해준 이야기란다.


죽은 친척은 한밤 중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 사고를 냈다.




콘크리트 벽에 정면 충돌한 사고였다.


차 안에는 친구 둘이 함께 타고 있었다.


친구 두명은 사고 현장에서 즉사했지만, 친척은 의식불명 상태로나마 목숨을 건졌다.




입원한 병원은 개인실로, 가족들은 돌아가며 밤새도록 곁을 지켰다.


그런데 날이 지날수록,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고 한다.


새벽 2시쯤이 되면, 병실 문이 자동으로 열리더라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다들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지만, 모두가 같은 경험을 했다는 걸 알고 깨달았단다.


[죽은 친구들이 부르러 왔구나!]


그날부터 문이 열리면 가족들은 필사적으로 달라붙어 가지 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결국 친척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고가 났을 때, 운전을 하고 있던 건 친척이었다고 한다.


아마 친구들은 자신들을 죽음으로 이끌어 놓고, 혼자 숨이 붙어 있다는 걸 용납할 수 없었던 거겠지.



  1. 오늘의 괴담은 새벽마다 저절로 열리는 병원 개인실 문에 얽힌 사연.
    죽은 게 억울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살아남은 친구를 끝끝내 데려가겠다고 매일 같이 찾아오다니.
    이래서는 서로 원한이 사무쳐서, 죽은 뒤에도 결코 평안하지 못할 것 같네요.
  2. 죽고나면 친구건 뭐건 없는걸려나요..
  3. 친구의 원혼보다는 죄책감이 목을 조여왔겠죠.
  4. 실제로 저렇게 해서 친척을 데려갔다면 사후세계에선 대판 싸우고 있지 않을까요?
    어찌 생각해보면 쓴 웃음이 나는 군요.
    • 메리마리아 2017.02.12 17:52 신고
      저도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귀신이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면 그 사람도 귀신이 될텐데 두 귀신이 마주치면 어색하지 않을까
  5. 저러고 살아났다면 '죽어서도 순찰을 도는 야간당직 간호사의 유령' 같은 얘기가 됐겠죠?
  6. 원한으로 데리러 왔다기 보단 죄책감에 미안함에 서둘러 같이 가려고 문을 열었다가
    자꾸 병실의 가족들이 눈에 밟혀 머뭇거린건 아니었을까요...
  7. 영혼도 문으로 드나들긴 하나보군요...
    가끔씩 덜 닫힌 문이 스윽 열리면 느낌이 이상하던데 말이죠.
    설마 그것도... 오늘도 재미나게 일고 갑니다.
  8. 가족들은 너무 슬펐겠어요 ㅠㅠ 죽음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애원하는 것뿐이었으니..
  9. 글래스빡쓰 2017.04.27 21:20 신고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번역괴담][2ch괴담][823rd]쏟아지는 비

괴담 번역 2017.02.10 23:39



오늘 8시 지날 무렵, 자전거를 타고 아르바이트에 나섰습니다.


집을 나올 때는 맑았는데, 나오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아르바이트 장소까지는 자전거로 10분 거리.




다시 돌아가 우산을 가져오기도 귀찮아, 나는 그대로 빗속을 가로질러 갔습니다.


그런데 비 내리는 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한두방울 뚝뚝 떨어지나 싶었는데, 곧바로 쏴하고 쏟아져내리는 큰 비가 되어버렸습니다.




하도 비가 많이 내려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손은 핸들을 잡고 있어, 얼굴도 훔치지 못했고요.


결국 그대로 반쯤 눈이 감긴 채로 죽어라 달려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갔습니다.




도착할 무렵에는 코트까지 흠뻑 젖어있었죠.


뒷문 근처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게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뒷문 바로 옆에는 스탭 룸이 있고, 탈의실도 그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스탭 룸으로 들어갔죠.


안에는 부점장과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여자아이 둘이 있었습니다.


스탭 룸에 들어서자마자 [왜 그래, 그거!] 라는 질문이 날아들었습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갑자기 비가 막 쏟아져서...] 라고 대답하고, 옷을 갈아입으려 탈의실로 향하려던 터였습니다.


춥고 젖어 있었으니 기분도 나빴거든요.


하지만 부점장은 내 팔을 잡았습니다.




[정말로 왜 그런거야, 그거. 무슨 일 있었어?]


진지한 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내렸다니까요...] 라고 말했지만, 손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도대체 왜 그러는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함께 방에 있던 여자아이가 말했습니다.




[그치만 비는 전혀 오질 않았는걸?]


그리고는 뒷문을 열었습니다.


밖에 비는 한방울도 안 내립니다.




나는 뭐가 뭔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당장 나는 흠뻑 젖어서 가게에 들어섰는데.


비가 내리지 않았다니, 그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땅도 바싹 말라있고, 오직 내 발자국만 남아 있습니다.


가게 사람들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비를 맞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오는 내내.


결국 가게 사람들한테는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게 사람들도 모두 이상하다고 말하며 오싹해 했습니다.




집에 돌아올 때는 아무 일 없었습니다.


이것도 심령현상 같은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전혀 납득도 안 가고,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1. 오늘의 괴담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도중 마주친 폭우에 관한 이야기.
    온몸이 흠뻑 다 젖었는데, 정작 비는 한방울도 안 내렸다니...
    그 짧은 시간 동안, 혼자 다른 세계에 빨려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걸까요?
    축축한데 기분도 꿀꿀해졌을 거 같네요.
  2. 그러고보니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비에는 뭔가 신기한 거라도 있는지;;
  3. 주변 아파트에서 애들이 물장난이라도 친 것은 아닐까요...
    이번 이야기도 잘 보고 갑니다.
  4. 잘 보고 갑니다. 마지막까지 젖은 게 사실 피로 흠뻑 젖었다거나 하는 걸 생각했는데... ㅎㅎ
  5. 쓸쓸하고 찬란하신 2017.02.15 09:48 신고
    도깨비가 갑자기 슬펐나봅니다.
  6. 국지성 호우가 아니였을까요 ㅎㅎ
    실제로 다른 데는 비 다내리는 데 마당에만 비가 안내린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