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2017/03

[번역괴담][2ch괴담][841st]키마모리

괴담 번역 2017. 3. 19. 23:51
320x100



여러분은 키마모리(木守り)라는 풍습을 알고 계십니까?


나무에 달린 열매를 다 따는게 아니라, 몇개 남겨두는 풍습은 예로부터 내려오고 있지요.


그렇게 따지 않고 남겨둔 열매를, 나무를 지키는 존재라 해서 키마모리라고 부릅니다.




근원에 대해 이런저런 설이 있지만, 대개 내년에도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소원을 담은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 할아버지의 누나였던 고모할머니가 어릴 적에 겪은 키마모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네 댁 뒷산에는 지금도 큰 감나무가 있습니다.




그 감은 떫은 감이라 매년 곶감으로 만들곤 했답니다.


할아버지 댁에서는 한 줄에 10개씩 감을 뀁니다.


그게 쫙 처마 밑에 걸려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죠.




적당히 말려져 갈 무렵에는, 원숭이가 몰래 곶감을 훔쳐가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학교 끝나고 돌아온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곶감을 만들곤 했다고 합니다.


그해 가을도 뒷산 감나무는 감을 주렁주렁 열었습니다.




증조할머니는 감기에 걸려 드러누워 계셨기에, 할아버지와 고모할머니가 곶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감은 증조할아버지가 따다 주셔서, 껍질을 벗기고 줄에 꿰는 것만 하면 됩니다.


할아버지와 고모할머니는 며칠 걸려 그 작업을 마쳤다고 합니다.




겨우 다 끝나갈 무렵, 고모할머니는 마지막 줄에 꿸 감이 모자란 것을 눈치챘습니다.


남은 감은 7개.


꼼꼼했던 고모할머니는, 문득 감나무에 감이 몇개 남아있던 것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감나무로 향해보니, 딱 3개가 남아있었습니다.


고모할머니는 조금 고민했지만, 마침 딱 아구가 맞기도 해서 따오기로 했답니다.


집에 돌아와 대나무 막대기를 꺼내, 움푹하게 들어간 막대기 끝으로 가지를 흔들자 금세 감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개째 감을 떨어트린 순간, [갸악!] 하고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고모할머니는 놀라 무서웠지만, 분명 새 울음소리일 거라 생각하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증조할아버지는 감을 남겨놓지 않고 다 딴 것에 대해 고모할머니를 호되게 혼냈다고 합니다.




가을도 지나, 산의 나뭇잎도 다 지고 이제 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뒷산 밭에 무를 캐러 간 고모할머니는, 문득 감나무를 보고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감이 하나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분명히 다 땄을텐데, 이상하다 싶어진 고모할머니는, 나무 근처로 확인하러 갔다고 합니다.


가만히 감을 올려다보는데, 갑자기 감이 가면같이 새하얀 여자 얼굴로 바뀌더랍니다.


[너의 오른쪽 다리가 먹고싶구나.]




그러더니 뚝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와서는, 새빨간 입을 벌려 고모할머니의 오른쪽 정강이를 깨물었습니다.


고모할머니는 아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죽어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집에 돌아와 다리를 봤지만, 아무 것도 없고 잇자국 하나 없었습니다.




증조할머니에게 이야기했지만 기분 탓일거라 웃어 넘기셨다고 합니다.


다음날, 고모할머니는 친구 여럿과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이었습니다.


통학로 가운데 있는 벚꽃나무 아래에 도착했는데, 위에서 [갸악!]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문득 올려다 본 순간, 몸이 굳어 움직이질 않았답니다.


가지에는 감이 두개 매달려 있었습니다.


감을 올려다보며 움직이질 못하고 있는데, 어제처럼 감 하나가 새하얀 여자 얼굴로 바뀌었습니다.




[네 오른쪽 다리는 맛있었어.]


그러더니 다른 감 하나가 백발의 노파로 변했습니다.


[나는 왼쪽 다리가 먹고 싶구나.] 




그러더니 두 얼굴이 모두 뚝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와서는, 새하얀 여자는 오른쪽 정강이를, 백발 노파는 왼쪽 정강이를 깨물었습니다.


아프다고 느낀 바로 그 순간, 몸이 움직였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친구들은 멍하니 고모할머니를 보고 있었습니다.




고모할머니는 혹시 목소리를 듣지 못했냐고 친구들에게 물었지만, 아무 것도 못 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감 역시 보지 못했답니다.


무서워진 고모할머니는 서둘러 집에 돌아가, 증조할머니에게 울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를 털어놓은 후에도 무서워서 견딜 수 없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울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고 느낀 증조할머니는, 절의 주지스님에게 상담을 하러 갔습니다.


하지만 주지스님도 뭐가 뭔지 알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딱히 어디 의지할데도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른 증조할머니는, 그날 밤새도록 불단 앞에서 조상님들에게 [부디 우리 딸을 도와주세요.] 라고 빌었다고 합니다.


증조할머니가 치성을 드리던 밤, 고모할머니는 꿈을 꿨다고 합니다.


어두운 가운데, 새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 고모할머니 앞에 정좌하고 조용히 인사를 하더니,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힘이 모자라 정말로 미안하구나. 전부 용서해주질 않았어.]


그리고는 다시 조용히 인사한 뒤, 천천히 일어나 어두운 저편으로 사라져갔다고 합니다.


다음날, 눈을 뜬 고모할머니는 증조할머니에게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증조할머니는 고모할머니를 꼭 껴안고,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 라며 둘이 같이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한동안 증조할머니는 모든 일에 있어 고모할머니 곁에 꼭 붙어다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그 후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도 아무 일 없으니, 점차 증조할머니도 마음을 놓고 이전처럼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있고 3년째 되던 해 여름, 증조할머니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 감 열매가 익어갈 무렵, 고모할머니는 뒷산 밭에서 일을 하다 오른쪽 발로 못을 밟고 말았습니다.




끝내 그 상처가 화농이 져 버려서,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는 잘라내야만 했습니다.


다만 그 이후에는 다른 탈 없이, 평화롭게 사셨습니다.


고모할머니는 2007년 8월, 83세의 나이로 편안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자택에서 주무시다 조용히 숨을 거두셨으니, 천수를 누리셨다고 생각합니다.


고모할머니와 증조할머니 기일이 하루 차이인 건 단순한 우연이겠지요.


고모할머니는 생전에 입버릇처럼 말씀하곤 하셨습니다.




[나는 욕심을 너무 부린 탓에 오른쪽 다리를 잃었단다. 조상님과 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야. 너희들도 만족이라는 것을 알고 신중히 살도록 하거라.]


우리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친척들이라면 누구나 여러번 들은 말입니다.


나도 그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소중히 지켜가려 합니다.



320x100

[실화괴담][88th]가위 눌린 날

실화 괴담 2017. 3. 16. 23:24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thek666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당시 저희 집은 작은 목욕탕을 하고 있었죠.


저는 곧잘 카운터에 딸린 작은 방에서, 가게를 보고 있는 아버지 곁에서 낮잠을 자거나, 안에 설치되어 있던 작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거나 했습니다.




어느날 아버지 곁에서 낮잠을 자다 깬 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일으켜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몸도 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가위에 눌린 것이었죠.




기껏 해봐야 손가락 조금, 발가락 조금, 그리고 바람 새는 소리처럼 약한 목소리로 [아빠, 아빠...] 하고 말하는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때는 가위에 눌린다는게 무엇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처음 겪는 당황스럽고도 무서운 일에 혹시 이대로 죽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카운터 문을 열고 형이 들어왔습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지, 형은 아버지께 배가 고프다며 음식을 시켜 먹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동생은 자고있지? 깨워서 같이 밥 먹자고 해라.]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자, 저는 속으로 살았다 싶었죠.




가위에 눌려 실눈을 뜬 채로 움찔거리고 있는 저에게, 형은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저는 형을 보며 [형! 형! 살려줘! 형!] 하고 가능한 한 크게 외쳤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이유이자, 종종 형한테 따지기도 하는, 당시로는 너무 서럽고 무서워서 울어버리기까지 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형은 얼굴을 제 얼굴 가까이에 대고, 제가 처절하게 외치는 소리를 듣고도 저를 보고 웃어버렸죠.


그리고는 뒤돌아서 아버지를 보고 말했습니다.




[아빠, 얘 지금 푹 자는것 같은데 그냥 우리끼리 먹자!] 하고 말입니다.


그때 보인 형의 웃음은, 지금도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840th]할머니의 입원

괴담 번역 2017. 3. 15. 23:32
320x100



지금으로부터 5년 전 11월, 내가 대학교 4학년일 때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가 병으로 입원해, 더는 힘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무렵이었습니다.


졸업을 위해 학점도 다 따고 취업처도 결정된 상황이었기에, 나는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할머니 곁에 머물며 이런저런 심부름도 하고, 찾아오는 친척 분들을 맞이하곤 했죠.


내가 간병을 시작하고 3주 가량 지나서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1주일 정도 전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가 쉰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밤에 자면 꿈에 죽은 아야가 나와서, 어서 이리로 오라고 오라고 하면서 쫓아오는구나...]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아야라고 부르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이 너무 무서워서 잡히고 싶지 않아 필사적으로 도망치게 된단다. 왜 그런 형상을 하고 있을꼬. 아야는 지옥으로 떨어진걸까? 나도 지옥에 가게 되는걸까.]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입원하기 반년 전에 숨을 거두셨습니다.


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약해진 탓에 그런 꿈을 꾸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동네에서 소문난 원앙부부였습니다.


싸움 한번 한적도 없고, 어디 나갈 때도 반드시 함께 다니셨죠.


할아버지가 사업을 실패해 생활이 어려울 때도, 둘이서 열심히 헤쳐나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하필 할아버지가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리다니.


나는 조금 슬픈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할머니가 이야기를 꺼내고 이틀 뒤.




[깨어있을 때도 아야가 보이게 되었구나. 간호사가 문을 열고 방에 들어오는데, 복도 저 멀리에 서 있는게 보여.]


누군가를 잘못 봤다 하더라도, 약해진 할머니의 시력으로 복도 끝이 보일리가 없었습니다.


거기까지 상상해버릴만큼 할머니의 정신이 약해졌던 걸까요.




나는 혹시나 싶어, 그날 가족들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다들 모여 병문안에 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확실히 돌아가시기 사흘 전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형과 형수, 여동생이 할머니 병문안을 하러 다같이 왔습니다.




형과는 오랜만에 만나는 터라, 할머니는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한마디에, 병실 분위기는 확 바뀌고 말았습니다.


[아야가 이 병실에 와 있구나. 방 모퉁이에 서서 나를 보고 있어...]




할머니는 얼굴을 감싸고 오열하셨습니다.


[계속 사이 좋게 지내왔을텐데... 왜 이런 흉내를 내는게야...]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저 훌쩍훌쩍 우는 할머니가 가여울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320x100

[실화괴담][87th]다른 차원의 사물함

실화 괴담 2017. 3. 14. 23:26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메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때는 고등학교 시절, 그날은 7교시 수업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5교시가 끝나고 두시간 수업이 더 남아있었던 저는, 수업이 끝난 교과서를 정리하기 위해 사물함으로 다가갔습니다.


조금만 더 견디면 친구들과 놀 수 있었으니 잔뜩 신이 나 있었습니다.




오래 전 기억인지라 애매하지만, 당시 제 자리는 뒤에서 두세번째 줄 정도였기에 교실 맨 뒤에 있는 사물함과 가까운 자리였어요.


출석번호가 일의 자리였던지라, 가장 우측에 있는 1번 사물함부터 10번 사물함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당시 저희 학교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사물함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교 사물함에 비해, 사물함이 매우 길고 높았습니다. 




세로로 두줄씩, 긴 사물함들이 쭉 늘어서있었죠.


별 생각 없이 제 사물함에 다가갔는데, 제 사물함을 기준으로 우측 아랫쪽사물함이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미친듯이요.




마치 누군가가 그 안에 있어서 안간힘을 쓰며 나오려고 하는 듯한 기세였어요.


자세히보니 사물함의 열쇠가 꽂혀 반쯤 돌아가 잠겨있었습니다.


완전히 잠긴것이 아니라 꽂힌 상태로 3/4 정도 돌아가 있었죠.




그것을 보고 저는 별 생각없이 누가 장난으로 친구를 가둬놨구나 싶어서, 그 사물함 열쇠를 열기위해 다가갔습니다.


사물함 열쇠에 손이 다가가는 순간까지, 사물함은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쇠에 손을 대기 바로 직전, "이 안에 사람이 들어가는 게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큰 사물함이라지만 체구 작은 여자애가 들어가더라도 힘들 것 같은 사이즈였고, 애당초 들어갈 수 있는 여자애였다면 낼 수 없는 힘으로...


여전히 사물함은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었거든요. 


쿵쾅거리는 소리는 덤이었구요.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영화나 기묘한이야기에서 봤던, 산채로 관에 들어갔을 때 사람이 발광하는 기세라고 해야할까요.


다른 사물함들은 그대로인데, 그 사물함만 쿵쾅거리는 그 기묘한 모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그 앞에서 망설이는걸 알고있듯이, 그리고 망설이지 말고 얼른 문을 열라는 듯이, 사물함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교실이 매우 시끄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대체 이 안에 누가 들어가있는거고, 열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며 한참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느낀 감정은 두려움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 사람은 많았지만 부를 생각조차 나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도중 갑자기 누군가가 제 어깨를 붙잡았습니다.


[사물함 앞에서 뭐해?]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였지만, 제가 사물함 앞에 멍하니 서있는 걸 보고 말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의 한마디에 갑자기 주변 소리가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엄청나게 시끄러운 교실소리가 귀로 들어왔고,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말이 뜻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제 얼빠진 얼굴에 친구들이 하나 둘 다가왔고, 상황을 설명하자 친구들은 사물함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다시 보니 사물함에서 나던 쾅쾅소리와 흔들리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결국 함께 겁먹은 친구들과 함께 사물함을 열기로 했습니다.


전 도무지 용기가 나지않아서 뒤에 멀찍이 서있었구요. 


친구들이 사물함 문을 연 순간,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쥐라도 들어온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안에는 쥐가 들어올 만한 구멍조차 없었습니다.


당연히 나갈 구멍도 없었구요. 


애당초 쥐가 낼 만한 힘으로 흔들린 것도 아니었어요. 




맹세하건대 사람이 정말 미친듯이 문을 열려고 하는 기세로 흔들렸는걸요.


그리고 그런 물리적인 힘이 가해졌다면 붙어있는 위쪽사물함도 함께 흔들리는 게 맞겠지만, 그 당시엔 그 사물함만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무서운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며 장난으로 치부했고, 친한 친구들 몇 명만이 제가 울먹이며 이야기하자 겨우 믿어주었습니다.




그 사물함은 잠시나마 어딘가와 연결이 되어있었던 걸까요.


만약 그 사물함을 제가 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어디와 연결되어 있었던 거고, 누가 그렇게 안간힘을 써가며 문을 열려고 했던 걸까요.




그 후 이런 경험을 한 적은 없지만, 다른 차원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문득문득 이 일이 생각납니다.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839th]말하는 분재

괴담 번역 2017. 3. 13. 23:15
320x100



어머니가 직장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랍니다.


동료 A씨는 할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분재가 취미인데, 꽤 실력이 좋으셔서 전람회 등지에서 상도 몇번 받으셨다고 합니다.




어느날, 평소처럼 할아버지가 분재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A씨가 지나가다 보니, 할아버지가 심하게 떨고 있더랍니다.


당황한 A씨는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말했어...] 라고 대답하더랍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A씨는 다시 [누가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새된 목소리로 [분재가! 말했어!] 라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A씨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조금 어이가 없어 웃었답니다.


[뭐라고 말했는데요?]




[언제나 고맙다고...]


그거 다행이라고 A씨가 웃으며 말했지만, 할아버지는 조용히 계실 뿐이었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할아버지의 분재 사랑이 전해진 것일테니, A씨는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네요.




하지만 이대로 이야기가 끝나면 좋았을텐데...


할아버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하는 분재가 너무 무서우셨던가 봅니다.


곧바로 수중에 있던 모든 분재를 팔고, 도구도 처분했다네요.




그리고 그 이후로는 분재 관련해서는 일절 손을 대고 있지 않답니다.


상을 받을 정도로 재주가 있던 분이셨는데, 아까운 일이죠.


설마 감사 인사를 했다가 팔려나갈 줄이야...




분재도 이렇게 될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 같네요.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838th]카페트 아래

괴담 번역 2017. 3. 12. 23:19
320x100



딱 1년 정도 전, 4월에 입사하기로 예정된 신입 대졸사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


수습기간이라 치고 두어달 일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 한 여성이, 인사를 하고나서 화장실에 가더니 좀체 돌아오질 않았다.




30분이 지나도 오질 않기에 걱정이 되서, 다른 여자 사원에게 한번 확인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개인실이 하나만 잠겨있더란다.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더라고요. 어떻게 하죠?]




어쩔 수 없이 그 여자 사원과 나, 그리고 다른 남자 사원 한명이 같이 가보기로 했다.


여자 화장실은 처음 들어가는 것이라 긴장됐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개인실 앞에서 말을 걸어봤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몇번이고 [들어갈게요.] 라고 말하고 문을 밀어봤지만, 잠겨있을 뿐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옆에 있던 양동이를 가져와 그 위에 올라서서 안쪽을 들여다봤다.


그 아르바이트생은 구석에 붙어 웅크려있었다.




무언가를 꽉 쥐고 떨고있는 듯 했다.


말을 걸어봤지만, 나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억지로 허리를 굽혀 손을 뻗어, 화장실 문을 열었다.




여자 사원이 나 대신 들어가자, 아르바이트생은 입을 열었다.


[저 더는 무리일 거 같아요. 가방 좀 가져다주세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는 돌아갔다.




다음날, 그 아르바이트생은 전화로 우리 회사에 안 다니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나는 서류 문제 때문에라도 회사에 한번 더 와달라고 말했지만, 회사는 못 가겠고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나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다음날,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이전과는 달리 침착한 얼굴의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류를 대충 정리해주고, 마지막으로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말하기 힘든 듯,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날, 처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단다.




인사를 하고 자리로 갔는데, 그 자리가 바로 기분 나쁜 느낌의 근원이었다.


책상 아래에서 뭔가 기척이 느껴져 아래를 봤더니, 왠 여자가 무릎을 껴안고 앉아서는 자기를 노려보며 양 다리를 꽉 잡고 있었단다.


주변을 돌아보니, 남자 사원 전원의 책상 아래에서 똑같은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여자 사원들의 책상 아래에서는, 대량의 머리카락이 움직이고 있었다.


기절초풍한 아르바이트생은 그대로 도망쳐 화장실에서 부적을 꽉 쥐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보여준 부적에는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원래 그런게 잘 보이나보지?] 라고 묻자, [뭐,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강렬한 건 처음이에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자리에 전에 앉았던 사람이 누군가요? 꽤 원한이 깊어보이는 얼굴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 자리에 전에 앉았던 건 A라는 여자 사원이었다.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 딱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명예퇴직자를 모집할 때 자원해서 그만뒀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면 사무실 바닥을 조사해보세요. 그리고 소금이랑 이 부적도 가져가시고요.]




일단 회사로 돌아오긴 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상사에게는 사정이 좀 있다고 얼버무리고, 동료 남성 직원 몇명에게 좀 남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우선 그 아르바이트생이 앉았던 자리 아래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뭐야..."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들 책상 아래도 다 확인했다.


아무 것도 없다.


동료들은 [뭘 그렇게 바라보는거야?] 라면서 웃었다.




개중 한명이, 별 생각 없이 그 아르바이트생이 앉았던 자리 아래 카페트를 들췄다.


[뭐가 있는데?] 라고 그 친구가 말하자마자, 향 냄새가 풍겼다.


사무실은 요즘 다 그렇듯 OA 플로어로 되어있고, 그 위에 카페트가 깔려있다.




그 OA 플로어 아래에 사원여행을 갔을 때 찍은 단체 사진이 있고, 그 위에서 향이 타고 있었다.


다들 당황해서 자기 자리 카페트를 들춰봤다.


이번에는 여성 사원들의 단체사진이 있었고, A를 제외한 모든 여성 사원 얼굴에 짧은 향이 꽂혀 있었다.




여성 사원들 자리 아래에서는 머리카락이 감긴 향과, 붉고 작게 "원한" 이라는 글자가 잔뜩 적힌 종이가 나왔다.


부장 자리 아래에서는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라고 난잡하게 적힌 종이가 나왔다.


곤란할 뿐 아니라, 손을 대는 것도 무서웠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결국 그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게 잔뜩 나왔다고 이야기하자, [직접 손대면 안됩니다. 치우려면 긴 젓가락에 소금을 뿌린 다음, 살그머니 봉투에 넣으세요. 봉투에도 소금을 넣고, 단단히 묶어서 곧바로 절에 맡기던가 버리던가 하세요.]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따르고, 동료들에게는 입막음을 단단히 했다.



320x100
320x100



10살 정도 무렵, 나는 몸이 이상하리만치 약했다.


일주일 정도 감기로 드러눕고는, 또 일주일은 무척 건강하다.


그러다가 또 일주일간 드러눕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번 40도가 넘는 고열이 나서, 의사가 장기입원을 권유할 정도였다.


그런 탓에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는 일이 잦았다.


그날 역시 집에서 자고 있었다.




평소에는 어머니만 계시지만, 이날은 우연히 아버지도 계셔서 옆에서 간병을 해주고 계셨다.


내가 자던 방은 가족 침실 역할을 하던 일본식 방으로, 북쪽에는 벽장이, 남쪽에는 베란다가, 서쪽에는 거실로 가는 문이 있었다.


그리고 동쪽에는 아파트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큰, 천장까지 닿는 장롱이 벽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나는 그 장롱 쪽으로 발을 뻗고, 문으로 머리를 향한 채 누워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다리가 장롱 쪽으로 쭉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짓궂은 장난을 치곤 하셨기에, 나는 또 아버지가 장난을 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실 쪽을 바라보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또 장난치니까 멈춰주세요.]


그랬더니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거실에서 나를 바라보시는 게 아닌가.




그걸 알아차리자마자, 다리가 또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처럼 슬슬 잡아당기는게 아니라, 엄청난 기세로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거기 잡아끌려 머리가 이불 속으로 파묻힐 무렵, 부모님이 내 이름을 외치며 달려오셨다.




어머니는 내 양손을 잡고 위로 잡아 끌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뭐야? 뭐에요? 왜 그래?] 라고 외치다가, 다리 쪽을 봤다.


어머니는 [보면 안돼!] 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내 눈에는 그게 들어온 뒤였다.




장롱 아래쪽 서랍에서 손 2개가 튀어나와 내 발목을 꽉 잡고 있었다.


그 손은 요괴인간 벰[각주:1]처럼 손가락이 3개였다.


손은 마치 대리석처럼, 검은 바탕에 붉은 반점이 여기저기 있어서 마치 무당벌레랑 반대인 느낌이었다.




장롱 안은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는 물 같은 것과 나뭇잎을 가져오셨다.




그리고는 그 손과 내 다리에 물 같은 걸 뿌리고, 나뭇잎으로 손을 마구 내리쳤다.


하지만 손은 전혀 놓을 것 같지가 않아, 나는 계속 무서워 울었다.


내 울음소리를 듣자 아버지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는지, 다리를 잡은 손을 직접 두드려패기 시작했다.




몇십번이고 온힘을 다해 때렸을 것이다.


갑작스레 손이 스르륵 내 발을 놓더니, 장롱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내가 손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 울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손을 꼭 잡아줄테니까 걱정말고 한숨 자렴.] 이라고 말하셨다.




나는 어떻게든 잠을 청했다.


그 이후 그 손은 다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 벽장이나 장롱 쪽으로는 결코 발을 뻗고 자지 않는다.




그 손이 나타나고 3개월 뒤, 우리 집은 이사를 했다.


그리고 이사한 후, 지금까지 그렇게 심하던 감기몸살이 싹 사라졌다.


이윽고 반년에 한번 감기가 걸릴까말까 하는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물론이고 부모님까지도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믿게 되었다.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어린 시절의 공포 체험이었다.



  1. 妖怪人間ベム. 1968년부터 1969년에 거쳐 방영된 일본의 애니메이션. 인간이 되고 싶어 여행을 떠나는 요괴인간 벰, 베라, 베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본문으로]
320x100

[실화괴담][86th]천장의 뒷모습

실화 괴담 2017. 3. 9. 23:18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무령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25살의 평범한 사회인입니다.


2년 전 겪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그해 여름, 여느때처럼 씻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는데, 천장에서 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얼룩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습니다.


80년대에 유행했던 여학생들의 땋은 양갈래 머리였습니다.




그게 뒷모습만 천장에 보이는 겁니다.


저는 제가 뭘 잘못봤나 싶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여전히 보였습니다.


그런 기묘한 상태가 며칠이고 이어졌습니다.




불을 켜거나 낮에는 보이질 않는데, 불이 꺼지고 어두워지면 어김없이 보이더군요.


그렇게 며칠쯤 지났을까요.


어느날, 평소처럼 천장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그 뒷모습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고개를 돌리려는 것처럼요.


저 또한 그 모습의 정체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기에, 계속 천장을 노려봤죠.


그러다 어느 순간 얼굴이 보였는데...




저는 그대로 기절할 뻔 했습니다.


눈은 퉁퉁 부어있고, 입에는 피칠갑을 한 여자가, 저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나 다시 천장을 봤지만, 아무 것도 없더군요.




그 이후로는 천장에 아무 것도 나타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 그 얼굴만 떠올리면 온몸에 소름이 끼치네요.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