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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

[실화괴담][97th]산속의 할아버지

실화 괴담 2017. 4. 3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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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비냉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희 친가는 종갓집도 아닌데 선산이 있고, 그 근처에 신주 모시는 조그만 사당 같은 것도 있는 특이한 집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3살 터울인 남동생과 함께 그 선산에서 많이 놀곤 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에게 유독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던 소리가 있었습니다.




산에서 누가 이름을 불러도 최소 세 번 이상은 대꾸하지 말 것.


뭐, 애들 둘이 어른도 없이 놀면 걱정되니까 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저는 남동생과 함께 막대기 하나를 들고 선산으로 놀러갔습니다. 




곳곳에 풀들이 상당히 많이 자라있었기 때문에 막대기로 그걸 일일이 헤치면서 가야 했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신나게 놀았습니다. 


머리위로 서서히 해가 져 가는것도 모를 정도로요.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더군요. 


동생도 무서웠는지 얼른 집에 가자고 보챘습니다.


저는 동생을 데리고 막대기로 풀을 헤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내려가도 길이 안 보이는 겁니다.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동생은 옆에서 얼른 집에 가자고 보채지, 날은 점점 어두워지지, 길은 안 나타나지...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뭔가 희끗희끗한 형체가 보였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옷 색깔을 보니 평소에 우릴 예뻐해주셨던 옆집 할아버지인거 같았습니다. 




안심한 저는 그 쪽으로 가려고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A야.]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기분이 스산했거든요. 


사람이 저렇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옆집 할아버지는 절대로 저희 남매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이름을 알려줘도 까먹으시는 데다가 보통 똥강아지라고 하시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누굴 불렀을때 대답이 안 돌아오면 언성이 높아지잖아요? 




근데 그것은 달랐습니다. 


처음과 똑같은, 높낮이없는 목소리로 제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대는겁니다.


[A야, A야...] 하고요.




저는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것을 덜덜 떨며 쳐다보다가, 동생을 끌어안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뒤에서 사박사박거리며 풀을 헤치는 소리가 나자 제 발은 더욱 빨라졌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달리다가 겨우 길을 발견해 집에 돌아왔을 때는 벌써 저녁상이 다 치워진 뒤였고, 저와 동생은 제때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며 할머니께 호되게 혼났습니다.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느라 늦었다고 동생이 울먹이며 변명을 해보았으나, 할머니는 옆집 할아버지께서는 오늘 자식들 보러가느라 윗지방으로 올라가셨다며, 제 동생의 말을 헛소리로 받아들이셨습니다. 


할머니의 잔소리는 금세 잦아들었지만, 그날 있었던 일은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제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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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62nd]음성 키보드

괴담 번역 2017. 4. 2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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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딸과 오랜만에 통화를 하다 문득 떠오른 옛날 이야기.


아직 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아내가 음성 키보드를 사 주었다.


전원을 켜고 끌 때 인사도 건네는 모델이라, 딸은 몹시 기뻐했었다.




일을 마치고 지쳐 돌아온 내 앞에 들고와, 일부러 같이 놀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흥미는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이윽고 몇달이 지나자, 그 키보드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그 키보드는 내가 벽장 안에 넣어놓았는데, 다음날 아내가 이런 말을 꺼냈다.


[저거 망가진 거 같아. 전원도 안 넣었는데 가끔씩 "바이바이.",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니까.]


벽장 안에 넣으면서 고장이 났는지, 전원이 꺼질 때 나오는 바이바이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딸도 엄청 겁에 질려서, 벽장 가까이로 가려하질 않았다.


그리고 어느 휴일, 가족끼리 만찬을 즐기고 있는데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


내 귀에도 확실히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그런지, 딸은 그만 울고 말았다.


아내가 된통 화를 내는 바람에, 나는 공구를 꺼내왔다.


벽장에서 키보드를 꺼내, 스피커 부분을 망치로 때려부숴 기능 자체를 파괴해버렸다.




그 후 타지 않는 쓰레기 봉투에 넣어, 내 방 구석에 놓아뒀다가 며칠 뒤 쓰레기 버리는 날 내다버렸다.


산산조각을 낸 뒤, [이제 안심해도 괜찮아.] 라고 딸을 달래줘서 아버지로의 위엄은 지켰다.


하지만 내가 키보드를 산산조각 낸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처음 드라이버로 배터리 커버를 열고 배터리를 뽑았는데... 


그 직후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환청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딸이 성인이 된 지금도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다.




내가 공포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때려부쉈다는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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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회식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커다랗고 반투명한 토끼가 나를 앞질러 폴짝폴짝 뛰어갔다.


시바견 정도 크기였다.


취했기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다.




[어라? 혹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씨인가? 우후후, 기다려...]


그런 식으로 오히려 두근대면서 바보같이 뒤쫓아갔다.


그랬더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방 문을 뚫고 들어가버렸다.




당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문이 열려 있었다.


어? 분명 문을 잠궜었는데?


우선 안으로 들어갔더니, 토끼가 거실에서 나를 쓱 돌아봤다.




내가 안으로 들어온 걸 확인하고, 이번에는 벽장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벽장을 열자 토끼는 없었다.


그 대신, 낯선 남성이 땀투성이가 되어 기절해 있었다.




기절초풍해서, 나는 옆집 여자에게 도움을 구하고, 요령부득이지만 토끼 이야기까지 더해 어떻게든 설명했다.


옆집 여자는 경찰과 구급차를 불러줬고, 경찰에게 이야기를 할 때 토끼 이야기는 안하는게 좋겠다는 조언도 해줬다.


경찰에게는 집에 돌아와보니 문이 열려 있고, 벽장 안에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는 말만 했다.




나중에 경찰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그 남자는 내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을 이전부터 체크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내가 평소 돌아오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문을 부수고 방에 들어와, 벽장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회식 때문에 돌아오는게 늦어지는 사이, 열사병으로 정신을 잃었던거지.


구급차를 부르는 게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생명이 위급했을지도 몰랐다나.


아무래도 무섭기 때문에, 나는 고향집으로 내려가 살기로 했다.




회사랑 거리는 좀 멀어졌지만.


그날, 내가 돌아오는게 더 일렀으면 남자에게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르고, 더 늦었으면 그 남자가 죽어서 귀찮은 일에 휘말렸을지도 모른다.


큰 토끼는 그걸 알려준 것이었을까?




그 이후 그 토끼를 다시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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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60th]겨울산의 괴물

괴담 번역 2017. 4. 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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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내가 겨울산에서 체험한 공포 이야기입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산악부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사이 좋은 친구도 생기고 충실한 대학생활이었죠.




산악부 중에서도 특히 사이가 좋았던 A와 B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하고는 동아리 활동말고도 평소에도 친하게 지낼 정도로 깊은 사이가 되었죠.


당시 대학교 2학년.




취업 활동이나 졸업 논문까지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기에, 2학기가 끝나면 셋이서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산악부 인연이니만큼 등산을 떠나기로 했죠.


몇번인가 겨울산을 올라본 경험은 있었지만, 아직 우리는 스스로 산을 탈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A네 고향집 근처의 K산을 오르기로 했죠.


3박 4일 예정으로, 첫날은 A네 고향집에서 묵고, 그 후 이틀간 산에서 야영을 하며 지낼 계획이었습니다.


A네 고향에 도착한 저희는, 시내 관광도 할 겸 A의 안내를 받아 신사로 향했습니다.




등산의 안전을 비는 기도를 하기로 했죠.


지역에서 가장 크다는 신사에 참배를 하러 가서 경내로 들어가려는데, B가 갑자기 발을 딱 멈췄습니다.


왜 그러나 의아하게 쳐다보는 우리에게, B는 [기분 나쁜 시선이 느껴져... 좋지 않은데 이건... 좋지않아... 정말.] 하고 말했습니다.




겨울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요.


B는 이른바 "보이는" 사람입니다.


평상시에는 딱히 그런 기색을 드러내지 않지만, 무언가 큰 위험이나 기분 나쁜 것을 느끼면 이런 모습을 보이곤 했죠.




실제로 B가 [내일은 나쁜 일이 있을거야.] 라고 말한 다음날, 학교 천장이 무너져서 사망자가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친한 친구 사이인 우리는 당연히 그걸 알고 있었기에, [그럼 이제 돌아가서 온천이나 들어가자.] 는 A의 제안을 따라 집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A네 집은 온천 여관이었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도 B는 영 어두운 얼굴로 무언가 [으음 오지마라... 음.]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A도 B가 걱정됐는지, [괜찮아. 우리 할아버지한테 나쁜 걸 쫓아내는 방법을 물어볼테니까!] 라고 말하며 B를 북돋아주었습니다.


정작 A가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에게 들은 방법은 큰 소리로 [가아아아아아아알!] 하고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바보 같았기에 오히려 분위기는 누그러졌고, 우리는 온천에 몸을 담궜다가 다음날을 대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날씨는 쾌청해서, 등산하기에는 절호의 조건이었습니다.


우리는 K산을 올려다보며 흥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전날에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던 B도, 그때만큼은 빨리 산에 오르고 싶다는 감정이 얼굴에 드러날 정도였죠.


우리는 아침 8시에 출발해, 순조로이 등산을 개시했습니다.


겨울산은 얼핏 살풍경해보이지만, 시간이나 고도에 따라 공기가 바뀌는데다, 흰 눈 위에 점점이 보이는 생명의 흔적 등, 보통 등산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나는 취미로 사진도 찍고 있었기에, 멋진 풍경이 나올 때마다 사진도 찍어가며 무척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 셋은 오전 동안 각자 자유로이 산을 즐기며 계속 걸어가, 산 중턱에 있는 오두막까지 가기로 하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막 오후가 될 무렵이었습니다.




날씨는 여전히 맑았지만, 공기가 고정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움직임이나 분위기 같은 게 아니라, 아예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달까요.


그때까지는 A가 선두에 서고, B와 나는 꽤 느긋한 페이스로 그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지된 공기를 내가 느끼자마자, B의 페이스가 갑자기 빨라졌습니다.


눈 덮인 산은 그냥 봤을 때는 텅빈 죽음의 세계입니다.


나는 이대로 A, B와 떨어지면 큰일이다 싶어 서둘러 뒤쫓았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흰색 공간에 혼자 남겨져 방황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다행이 금세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B의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A도 걱정이 됐는지, B의 상태를 보러 조금 내려온 터였습니다.




B는 창백한 얼굴로 [안돼, 우리한테 붙어버렸어. 안돼... 좋지 않아... 안돼, 안돼, 안돼...] 라며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제 그것 때문인가 싶어 서로 얼굴을 마주봤습니다.


B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뒤를 보면 안돼! 뒤를 보면 안된다고!] 라고 소리쳤습니다.




[미안해! 어제 그게, 날 쫓아오고 있는 것 같아... 나 무서워. 위험해...]


그리고는 완전 울상이 되었습니다.


나한테는 영감 따위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때는 뒤를 봐도 아무 것도 안 보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B의 충고를 무시하고 뒤를 봐 버렸죠.


그러자 "그게" 있었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사람은 아닌 무언가가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A를 보자, A도 같은 걸 봤는지 얼굴이 굳어있었습니다.


나는 처음 보는 심령현상에 놀라면서도, 그것을 잘 관찰했습니다.


머리는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 전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큰 사람 같지만, 흰 털이 온 몸에 나 있는건지, 아니면 몸이 퇴색된 건지 희미하게 밖에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척이나 존재감이 분명히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변 세계나 분위기에서 완전히 둥 떠 있다고 할까요.




"그것"은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우리를 올려다 볼 뿐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시선에서 초록색을 느꼈습니다.


설명은 어렵지만, 녹색의 시선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B는 [안되겠지? 이제 끝인거겠지?] 라며 반쯤 착란하고 있었고, 거의 울고 있었습니다.


B의 공포가 전염된 것인지, 나도 A도 울어 버렸습니다.


다들 우는 얼굴로 [포기하지마!] 라던가, [도망치자!] 라며 서로를 질타했죠.




다행히 그것과 우리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었기에, 우리는 서둘러 산 중턱의 오두막으로 향했습니다.


오두막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을 뿐 아니라, 하산하려면 "그것" 옆을 지나쳐야 한다는 게 너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3명이서 30여분간 페이스를 끌어올려 산을 올랐지만, "그것" 과의 거리는 전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딱 50m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우리를 뒤쫓듯 천천히 따라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걷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반드시 그것은 양 다리를 세워 똑바로 서 있었거든요.




아마 쫓아온다고 하기보다는, 등 뒤 50m 거리에 계속 "있었다" 고 하는게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점점 정신적으로 쫓기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A는 [이쪽으로 가면 지름길이야!] 라며, 평범한 등산로를 벗어나 조금 가는 옆길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이게 실수였습니다.


가는 길은 여름철에는 관리인이 다니는 길로 이용되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겨울산에서는 눈이 쌓여, 안 그래도 가늘고 좁은 길을 더 지나가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 그토록 맑던 날씨가 2시를 지날 무렵부터 갑작스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끝내 눈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죠.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를 지나, 우리는 약 3시간 가까이 "그것" 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겨울산은 해가 빨리 집니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기분 탓인지 눈은 더욱 격렬하게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미아가 된 우리는 어느새인가 30도를 넘기는 급사면을 옆으로 걷다시피하며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이제 더는 오두막이니 길을 찾을 생각 같은 건 뒤로 하고, 단지 어떻게든 뒤에서 쫓아오는 존재를 피하려는 본능만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행군과 스트레스는 우리를 점차 침식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중간에서 걷던 B가 다리가 꼬여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나도, A도 서둘러 달려갔습니다.




B는 [안돼, 난 이제 안돼. 걸을 수가 없어. 먼저 가. 따라잡히기 전에.] 라고 헛소리를 중얼거렸습니다.


아마 "그것" 의 기척을 B는 전날부터 느껴왔던 거겠죠.


B의 피로는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페이스 배분을 잘못했던 것인지, 탈수증상까지 보이고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B를 더 걷게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나와 A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나는 혹시 이대로 멈춰서 있으면 "그것" 도 계속 50m 뒤에 가만히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희미한 기대를 품었습니다.


나 자신도 슬슬 체력의 한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희미한 기대는 바로 배신당했습니다.




"그것" 이 처음으로 한발 내디딘 것이었습니다.


매우 느린 걸음이었지만, 우리를 절망시키기에는 충분했죠.


가장 체력이 남아있던 A마저, 결국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것" 은 한걸음 한걸음 이쪽으로 걸어옵니다.


이미 거리는 50m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절망에 휩싸여, 이런 곳에서 죽는 걸까, 동사로 취급되는 걸까, 아니면 시체조차 발견되지 못하는 걸까 하고 암울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무언가 중얼중얼거리고 있던 A가 일어섰습니다.


[젠장! 해볼테다! 죽여버리겠어! 누굴 얕보는거야, 괴물 자식이! 젠장!]


이성을 잃었나 싶었던 순간.




[가아아아아아아알!]


A는 할아버지에게 들었던대로 큰 소리로 기합을 날렸습니다.


그 기합에 "그것" 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합이 먹힌 걸까요, 아니면 큰 소리 때문이었을까요.


"그것" 위에 있던 잔설이 눈사태를 일으켰습니다.


그것은 수십톤은 족히 될 눈에 휩쓸려, [우아아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눈사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아래로 흘러가버렸죠.


남겨진 우리는 망연자실해서 뭐라 말도 못했습니다.


그날은 눈으로 이글루를 만들어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하산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도 내게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혹시 "그것" 에 관해 아는 분이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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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식은땀이 나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일 때였습니다.


나는 사립학교에 다녔기에, 전철을 타고 통학하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학생은 전철에서 앉으면 안된다고 말하셨기에, 나는 언제나 문 옆 난간에 기대어 전철을 탔죠.


그 난간 바로 옆자리에 아줌마가 앉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안녕?] 이라던가, [좋은 날씨구나.] 라며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한달 정도 지날 무렵부터, 엿이나 과자 같은 걸 주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나한테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학교에 가지고 가면 선생님한테 뺏기거나 괴롭히는 아이들한테 뺏길게 뻔했으니까요.




집에서 낯선 사람한테 음식을 받으면 안된다고 누누히 들었던 것도 있었고요.


하지만 아줌마는 온화한 얼굴의 사람이었기에, 거절하는 것도 미안했습니다.


결국 나는 과자를 받으면 몰래 학교 쓰레기통에 버리게 되었습니다.




빼앗기는 것도 싫고, 친구가 별로 없었기에 다른 친구에게 줄 수도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집에 가지고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요.




어느날, 아줌마가 크고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평소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내가 타고 나서 그 다음역에서 탔었는데.


나는 별 생각 없이, 평소처럼 멍하니 난간에 기댔습니다.




곧 학교 근처 역에 도착할 무렵, 아줌마는 스멀스멀 봉지 안에 손을 헤집어 넣었습니다.


오늘은 과자를 안 주려나 싶어 그 봉지를 슬쩍 봤습니다.


내가 받았던, 그리고 내가 버렸던 과자가 그 봉지 안에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사고가 멎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줌마는 나를 보며 능글능글 웃고 있었습니다.


그 얼굴을 보자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갈 정도로 엄청난 공포를 느꼈습니다.




아줌마는 딱 한마디, 무표정하게 말했습니다.


[너, 최악이구나. 버렸잖아. 내가 준 과자를. 버렸어.]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나는 도망치듯 전철에서 내렸습니다.


어째서 그 아줌마는 내가 학교 쓰레기통에 버렸던 과자를 가지고 있던 걸까요.


뜯지도 않은 과자가 쓰레기통에 있던 탓에 선생님이 무언가 했던걸까요?




진실은 아직도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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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6th]악의가 담긴 한마디

실화 괴담 2017. 4. 2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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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가끔 아이들은 어른들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괴담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동생을 가리키며 "엄마, 저 악마는 태워 죽여야해." 라고 말했다는 어린 여자아이 이야기 같은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내뱉는 말의 특징은, 그 말이 오직 발화 시점에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인거죠. 


짐작컨대 말하고 있는 아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나중에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 기억조차 못합니다. 


오직 "그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 만이 기억하고, 그 사람만이 영향을 받는 그런 현재성만이 존재하는 이야기. 




그 듣는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떠올려보면 가끔 소름이 끼치곤 합니다. 


오늘은 그와 관련된,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군 제대후 한의대 진학을 위해 7년 동안 수능 시험에 응시했죠.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현실에, 시간이 갈수록 부모님도 지치시고, 저도 스스로 부담스러워 주변 사람들과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집안의 권유로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꿈을 접고 나니, 빛나는 20대를 좁은 재수학원 교실에서 몽땅 보내버린 것과, 그럼에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의 돈만 쓰고 친구도 잃은 비참한 모습에 스스로 무척 힘들어하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떨치려해도, 모의고사 때마다 오르지 않던 성적에 좌절하며 학원 화장실에서 입을 막고 혼자 울던 그 모습들과, 수능을 친 뒤 저녁시간에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굶은채로 이리저리 길거리를 쏘다니던 저의 모습이 스스로를 억눌러 헤어나올 수가 없더군요.


그 자괴감들과 실망감.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절망.


그 당시 제 가방에는 긴 빨랫줄이 하나 있었습니다. 


새벽 2시가 되고, 골목에 인적이 한산해지면 집앞 전봇대에 목을 매려고 마련해둔 것이었습니다. 




한두번 목 매달기 직전까지 갔지만, 죽는게 겁이 나 마지막 순간을 넘지 못했었죠.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누나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저희 집에서 돌봐주던 4살짜리 조카녀석과 단둘이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낙서를 하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낙서를 멈추길래,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들어 쳐다봤죠.




그런데 조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삼촌... 할머니는 삼촌이 필요없대.]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낙서를 하더군요. 




그때의 충격이란. 


새벽마다 빨래줄을 잡고, 나가야되나 말아야되나 망설이던 순간, 저의 발목을 잡던 것 중 하나가 부모님이었는데...


뭐, 지금은 결국 그때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저는 하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악.


오로지 인간에 대한 미움과, 인간을 공격하여 좌절시키는 것으로만 머릿속이 가득한 순수한 악한 존재 말입니다. 




이 악한 존재가 여러 사람의 마음 속을 떠돌아 다니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 순간에 [그만둬, 어서.]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저는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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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나는 부동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 3월, 후쿠시마에 출장을 갔다가 손님을 차로 데려다줬습니다.




도쿄로 돌아오기 전, 한번 대지진이 일어났던 현장을 봐두고 싶어 밤에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초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 둘이 튀어나와 그대로 치고 말았습니다.


부딪히는 순간 죽었겠구나 싶더군요.




쾅하는 충격이 있고, 순간 멍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큰일났다 싶었죠.


솔직히 도망갈까 싶기도 했지만, 그대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차마 생사를 확인하는 건 무서워서 차에서 내리질 못하고, 회사 상사와 경찰에게 연락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해하던 경찰관이, 상황을 설명하는 사이 차분해져갔습니다.


내가 기겁하고 있자, 안정시키려 천천히 말을 해주더군요.




설명이 대충 끝나갈 무렵, 경찰관은 천천히 말했습니다.


[정말로 사람을 친 게 맞습니까?]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었지만, 나는 [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경찰관은 직접 확인해보라고 말해, 나는 조심스레 밖으로 나왔습니다.


차에는 충돌한 흔적도 없고,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두운 도로 위를 핸드폰 플래시로 비추며 10여분 정도 근처를 돌아봤지만, 사고의 흔적은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어안이벙벙해져 [이게 무슨 일인가요?] 라고 경찰관에게 묻자, 지진 재해 이후 자주 있는 사건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많게는 하루 20번 정도까지 같은 신고가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경찰관의 말에 따르면, 요새 해안도로에는 늦은밤 다니는 사람이 절대 없다고 합니다.




일단 면허증 번호는 알려줬지만, 최대한 빨리 돌아가라는 대답만 받고 그대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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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공사 일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작업현장에 도착하자 낡은 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 했다.




곧바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장비 상태가 영 이상하더란다.


수리 업자를 부르는 사이, 작업원 한명이 집 뒤에서 낡은 우물을 발견했다.




엄청 오래된 우물인데도 콘크리트로 지면이 굳혀져 있고, 두꺼운 철 뚜껑이 덮여 있었다.


그 위에는 부적이 잔뜩 붙어있고.


철 뚜껑도 사람 한둘로는 열 수도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다들 우물에 흥미를 가지고 다가섰단다.


그리고 몇몇 사람이 부적을 떼어버렸다.


그날은 장비가 고쳐지질 않아서 일도 못하고 그대로 해산했다.




다음날, 작업 시간이 되었는데도 감독이 오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있는 사람들끼리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 명이 우물 쪽에서 도망쳐오더란다.




새파란 얼굴로 [우물... 우물...] 이라고 말을 더듬고 있었다.


다들 보러가보니 우물의 철 뚜껑이 조금 열려 있었다.


그리고 우물 주변 콘크리트에는 젖은 손자국과 발자국이 있었다.




작은 아이의 것인 듯한 크기였다.


우물 안은 바싹 말라있었다.


다들 위험하다고 생각해 감독에게 연락을 했지만,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게다가 오후에는 작업원 2명이 갑작스러운 고열로 쓰러졌다고 한다.


다음날 신사에서 나와서 불제를 받고서야, 겨우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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