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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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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내가, 간호학교를 다닐 무렵 이야기입니다.


전원 기숙사 제도의 학교였기에, 뭐가 어찌되었든 선배 눈에 거슬리면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2학년이 주최하고 1학년이 받게되는 담력시험이 있었습니다.




해부실과 표본실, 영안실을 순서대로 도는거죠.


각 방에는 미리 이름을 적은 종이를 놓아두기에, 그걸 가져와서 마지막 결승점에서 기다리는 선배들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나도 1학년 때는 호되게 당했었죠.




해부실이나 영안실은 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표본실은 진짜로 오싹했거든요.


오래된 병원이었기에 온몸이 통째로 포르말린 속에 담긴 남성과 여성이 한구씩 있었고, 기형아나 반으로 잘린 태아 시체도 있었습니다.


반쯤 울면서 도망쳐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그 담력시험인데...


실은 매년 조금 눈에 띄는 1학년이 있으면, 그 한명만 이름이 적힌 종이를 만들지 않는 나쁜 전통이 있었습니다.


우리 학년에서는 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뻤던 K가 그 대상이 되었죠.




K는 아무것도 모른채 표본실에 들어가 이름이 적힌 종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찾을 수 있을리 없죠.


어쩔 수 없이 영안실에 갔다가, 2장만 들고 결승점으로 갔답니다.




당연히 선배들한테서는 온갖 잔소리가 쏟아졌죠.


끝내 화가 난 K는, 그 자리에서 종이를 북북 찢어버리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이 앞을 막아섰고, 끝내 표본실에 갇혀버렸다고 합니다.




늦은밤 순찰을 돌던 경비 아저씨가 발견해 열어줬지만,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2학년들은 꾸지람을 받았죠.


그리고 2학년들은 그 꾸지람도 K 때문이라며, 오히려 K를 더 괴롭혀댔습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K는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그 후, K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선배 3명이 온몸에 발진이 나고 사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잘난척 하던 선배는 계단에서 떨어져 양 다리가 부러지는 지경에 이르렀고요.


1학년들 사이에서는 모두 K의 생령이 복수하고 있는 거라는 말이 자자하게 나돌았죠.




그런데 그 말이 장난이 아니었던 겁니다.


K와 가장 사이가 좋던 S가, 선배들의 머리카락이나 속옷을 K에게 건네주던 게 발각된거죠.


진짜로 선배들이 사고를 당하는 걸 보자, 무서워진 S가 사감과 상담하다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사감과 세 선배가 K네 집으로 사과를 하러 갔답니다.


하지만 K는 이전과는 달리 끔찍하게 야위어, 눈만 퀭하니 치켜뜨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해부터 담력시험이 엄격하게 금지된 건 말할 것도 없죠.




전부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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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이야기다.


그의 할아버지가 동료와 함께 산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멀리서 [살려줘!] 라는 날카로운 여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해서 대답하려는 할아버지를, 동료는 막아세웠다.


몹시 긴장한 얼굴이었다.


동료는 그대로 할아버지를 데리고 달려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등뒤에서는 계속해서 [살려줘!] 라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도움을 구하는 사람을 버려도 되는 것인지, 할아버지는 한동안 갈등했다.


하지만 산을 내려오는 사이 기묘한 것을 알아차렸다.




도와달라는 절규가 점점 크고 확실하게 들려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이 달리는 것보다도 빠르게, 도와달라는 외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험한 산길을 달려내려갔단다.




갑작스레 탁 트인 장소가 나왔다.


누가 놓아둔 것인지, 거기에는 지장보살이 여러개 놓여있는 작은 사당이 있었다.


아무래도 동료는 처음부터 여기를 목표로 달려왔던 것 같았다.




그들이 발을 멈추고 한숨 돌린 순간, 등뒤의 수풀에서 기묘하게 맥이 풀린 목소리가 들렸다.


[사아아아아아알려어어어어어어줘어어어어어어...]


무심코 총을 꽉 쥔 두 사람의 귓가에, 무언가 멀어져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후, 도와달라는 절규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동료는 툭 입을 열었다.


[저것은 귀신이네. 이 산에는 옛날부터 도와주러 온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이 있다고 하더군. 목소리가 들린 순간 이게 확 뜨거워지길래 위험하구나 싶지 뭔가.]




그렇게 말하고 동료는 희미하게 타들어간 부적을 보여주었다.


할아버지는 무사히 산을 내려갈 수 있도록 그 사당에 빌고 또 빌었다.


그 사당은 산의 귀신을 달래기 위해 지어진 곳이라고 했다.




그 덕분인지, 그대로 이상한 일 없이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한동안은 그 산 근처에 얼씬도 않았다.


할아버지는 아들, 그러니까 지인의 아버지가 사냥꾼이 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아무 말 않았다고 한다.




이 경험이 뇌리가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었단다.


[만약 그런 것과 마주쳤다가는 끔찍한 결과만 남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 할아버지는 담배에 불을 붙이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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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54th]호반의 까마귀

괴담 번역 2017. 4. 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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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초등학생일 무렵 이야기다.


아마 3, 4학년쯤 일일 것이다.


현장학습이었는지, 그날은 버스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에서는 대충 정해진 루트를 돈 뒤, 지정된 시간까지 자유로이 관람하게 되었다.


나는 사이좋은 친구 서너명과 함께 미술관을 돌기로 했다.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솔직히 나는 금세 질려서 [빨리 가자...] 라고 말하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 중 한명, A 녀석은 혼자 진지하게 그림을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건네도 미술관에서 나가려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다같이 A가 가고 싶은 곳을 따라다니게 되었다.




우리가 수다를 떨며 대수롭지 않게 그림을 보는데, 갑자기 A가 멈춰서서 움직이질 않았다.


그제까지는 멈춰서도 곧바로 다시 걷기 시작하고, 다른 그림을 향해 갔었는데.


그 그림 제목은 확실히 무슨 까마귀라는 것이었다.




까마귀라는 부분만 기억하고 있는 건, 당시 내가 烏라는 한자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읽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그리고 그 그림에는 까마귀가 그려져 있지 않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고.




그야 제목과 그림이 다른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그림은 분명하게 이상했다.


풍경화처럼 호수와 그 주변 경치가 그려져있는데, 가장자리에 기묘한 것이 있었다.




나무 한그루에 끈 같은 것으로 매달려있는 검은 물체.


무엇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까마귀는 아니었다.




나는 어쩐지 기분 나쁜 그림이라고만 생각했고, 다른 친구들은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A는 계속 움직이질 않았다.


말을 걸어봐도 대강대강 대답이 돌아올 뿐.




아무리 그림을 감상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냥 같은 자리에만 있는 건 너무 지루했다.


우리는 A에게 말을 해놓고, 다른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한동안 돌아다니다 앉아 쉴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시간을 보냈다.




슬슬 집합시간이 다가오기에, 우리는 집합장소로 향했다.


도중 A의 모습이 보였다.


이럴수가, A는 아직도 그 그림을 보고 있었다.




헤어지고 나서 10분은 족히 넘었을 터였다.


A에게 이제 집합해야 된다고 말하자, 여전히 대강대강 대답할 뿐이었지만 그림 곁에서 떠나 함께 집합장소로 향했다.


그날은 그렇게 끝났다.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A는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나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현장학습이 끝난 다음날.


작문 용지가 나눠지고 어제 현장학습 소감문을 쓰게 되었다.




나는 정말 즐거웠다느니, 대충 적어냈다.


함께 미술관을 다녀온 친구들은 모두 제출했지만, A만은 시간 내에 쓰질 못해 집에서 숙제로 써오게 되었다.


다음날, 전날 소감문을 다 쓰지 못했던 사람들이 숙제를 제출했다.




A는 내지 않았다.


또 다음날, 이날이 마감일이었지만 A와 불성실한 놈들 서넛은 내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나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A는 평상시부터 성실하고 숙제는 밀린 적 한번 없었다.


평소 태도도 이상했다.


어쩐지 멍해서 평소 A 같지가 않았다.




그런 상태가 일주일 정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A가 내게 상담을 해왔다.


그날 본 까마귀 그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런 그림 따위 까맣게 잊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A가 너무나 심각해보였기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했다.


결국 그때 내가 A에게 무슨 말을 해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진부한 말만 늘어놓았겠지.


그리고 또 며칠 지나 갈수록, A는 점점 이상해져갔다.


수업 중에 혼자 중얼중얼거리기도 하고, 양호실을 찾는 일도 잦아졌다.




나도, 친구들도 A와는 별로 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그 일이 일어났다.


수업 도중, A는 갑자기 넘어졌다.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몸을 벌벌 떨었다.


교실이 웅성거리는 중, 나는 A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자 A는 절규했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 후, A는 선생님이 양호실로 옮겼다.


수업은 자습이 되었다.




잠시 뒤 학교에 구급차가 왔다.


창밖으로 보니, A 같은 사람이 들것에 실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A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었지만, 자세한 것은 모른다.


학년이 바뀔 무렵, 선생님은 A의 전학을 알렸다.


그 후 내가 들은 소식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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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53rd]얼굴 인식

괴담 번역 2017. 4. 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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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이야기다.


당시 다니던 고등학교 뒤에는 무덤이 있었다.


거기서 밤 12시, 반 아이들이 전부 모였다.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추억을 만들 겸, 다같이 담력시험을 할 생각이었다.


여름인데도 무척 밤공기가 차가웠다.


마침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기에 전원을 켜봤다.




뭐가 찍힐까 싶은, 가벼운 마음에서였다.


무덤 앞을 비춰봤다.


분명히 이상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얼굴 인식 기능이 하늘 쪽으로 반응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오작동인가 싶었다.


하지만 점점 얼굴을 인식하는 사각형 테두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게다가 수가 늘어날수록, 그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져 갔다.


어쩐지 위험하다는 육감이 들어, 거기서 디지털 카메라를 껐다.




그대로 찍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기분이 나빠서, 그 이후 그 디지털 카메라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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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 친구들과 드라이브를 나섰다.


행선지는 어느 온천마을.


그곳은 한편은 산으로 둘러쳐 있고, 반대편은 벼랑이 되어 아래 강이 흐르고 있다.




벼랑 높이는 30m 정도 될 것이다.


그 벼랑 아래, 강이 흐르는 계곡에 온천 호텔이 줄지어 서있다.


도로와 온천의 거리는 100m 정도.




욕탕은 벼랑의 경관을 올려다보게 지어져있기에, 벼랑 위 도로에서는 아래 온천 모습이 훤히 보인다.


30m 아래에 있는데다 거리도 좀 있으니 확실하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밤이 되면 노천탕 불빛 때문에 얼굴은 못 알아봐도 보기 쉬워진다.


딱히 엿볼 목적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그 근처에 있는 폭포에 담력시험을 하러 갈 셈이었으니.


하지만 뒷좌석에 타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시선은 노천탕 쪽으로 향한다.


자세히 보니 여자가 벼랑 쪽을 향해 목욕탕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몸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다리를 어깨 정도 폭으로 벌리고, 양손은 고간에 대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숨기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벌린 다이 사이로 손을 넣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노출광인 여자가 자위라도 하는건가 싶었다.


그래서 운전하던 친구에게 말을 해 차를 세우고, 몰래 훔쳐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지켜보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성적 매력이 느껴지질 않았다.




오히려 으스스한 느낌이랄까.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몸매를 보아하니 젊은 것 같았다.




거리 때문에 무언가 하고있는 것 같았지만, 무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별로 재미도 없었기에 슬슬 출발하자고 말하려던 찰나.


[야, 저거... 뭐가 나오고 있지 않냐?]




친구의 말에 자세히 보니, 고간에 있던 손이 무언가를 잡아 끌고 있었다.


여자의 몸이 앞으로 구부러진다.


손이 무언가를 잡은채 앞으로 나왔다.




[...아이를 낳고 있는거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출산이라고 인식해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여자의 배는 임신부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출산을 하는데 출혈도 없다고?


아니, 애시당초에 저렇게 낳을 수가 있는건가?


다들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입에 담으면서도, 눈을 떼지는 못했다.




아마 10분 정도 걸렸을까, 여자는 출산을 마쳤다.


하지만 어머니가 아이를 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양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단단히 잡고, 가슴 높이로 들어올렸다.




여자는 한쪽 손으로 공이라도 다루듯 갓난아기의 머리를 잡아올렸다.


그리고 다른 한손을 크게 휘둘러, 그대로 던져버렸다.


아기는 벼랑 아래,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여자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노천탕 안으로 들어가, 그대로 걸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명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자, 운전대를 잡은 친구 녀석이 정신을 차렸다.


그대로 차를 유턴시켜 왔던 길을 죽어라 돌아왔다.




더 이상 담력시험 따위 할 기분이 아니었으니까.


그게 무엇이었는지, 여자가 살아있는 사람인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함께 본 친구들이 있는 덕에, 꿈이나 환각은 아니었다고 확신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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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5th]하얀 구렁이

실화 괴담 2017. 4. 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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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규진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외할아버지도 워낙 오래전에 들으신 이야기인지라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들으셨다고 하네요.




인제에서 속초로 넘어가는 곳에 향로봉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1차선 도로가 있었고요. 


도로가 1차선이다보니, 양 쪽에서 차량이 동시에 오면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죠.




그래서 차량통행을 제한하기 위해 검문소가 있었습니다. 


양 쪽에서 차를 몇 대씩 보내며 차량통행을 제한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런 과정이 번거로워 아예 도로를 2차선으로 넓히려고 공사가 시작됐죠.




하지만 한쪽에는 절벽이 있고, 한쪽은 낭떠러지여서 산을 깎아내는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지형도 험악한데 장비도 열악해서, 정말 만만치가 않은 공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공사 책임자의 꿈에 왠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내일 하루만 공사를 쉬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낱 꿈 때문에 공사를 중단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공사는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사 중 불도저 운전수가 불도저를 밀고 올라가다가 그만 불도저의 시동이 꺼지게 되었습니다. 


시동을 다시 걸어서 가는데, 갑자기 앞에 무언가 걸리는게 있더랍니다.


힘을 주어 불도저로 확 밀었더니 불도저가 전복되었습니다.




운전수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앞을 보니 커다랗고 하얀 구렁이가 허리가 잘려 죽어있었습니다. 


구렁이가 허리가 잘리며 고통스러워 한 나머지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불도저가 전복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공사 책임자는 할아버지가 나온 꿈을 믿고 공사를 중단시켰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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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51st]생령이 된 나

괴담 번역 2017. 4. 1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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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사귀고, 동거까지 했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웠습니다.


그가 다른 여자에게 향해, 집에 돌아오지도 않을 무렵 이야기입니다.


집에 오지도 않았던 게 확실한데도, 그는 [야근 때문에 일하고 있어. 네가 나간 다음에 집에 들어갔다가 네가 돌아오기 전에 다시 나왔다고.] 라며 거짓말을 치곤 했죠.




당시만 해도 집에 오지 않았다는 건 알았지만, 바람을 피우는지 확신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나에게 질려서 헤어지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생긴 것인지 꽤 고민을 했죠.


밤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식욕도 떨어졌습니다.




뭘 할 기력도 없어, 회사에 다니는 것 말고는 그냥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나날을 2달 가량 보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회사에 꼬박꼬박 나간 건, 그 사람의 거짓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정말 그가 말한대로, 내가 없는 사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었던 거죠.




그와 동시에, 싫으면 싫다고,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 생겼다고 말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고요.


기분은 서서히 변해가,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도 즐겁게 살고 있을 그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쌓여갔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상하게 그와 함께 있는 여자의 존재가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얼굴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머리 모양이나 체형, 그리고 그와 둘이서 한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모습까지.


모든게 선명하게 머릿 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되고나서 며칠 지났을까요.




그가 반쯤 울며 전화했습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다른 여자의 집에서 자고 있었다, 집에는 돌아가지 않았었다, 미안하니 부디 용서해달라.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왜 갑자기 사실을 말했는지 나는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거짓말을 쳐서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숨기지 않은 이유를 물어봤죠.


그러자 그는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매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내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시야 한편에 보인답니다.


놀라서 바라보면 어느새 사라져 있고.




잠을 잘 때면 어느새인가 곁에 나타나고 가위에 눌린다고 했습니다.


귓가에서 계속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라고 되뇌인다고 하더군요.


그러는 사이 거짓말이 들켰다는 것과,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새로 생겼지만, 오래 사귄 너와 어떻게 헤어져야 할지 모르겠어서 이별을 말하지 못했던거야. 하지만 더는 네 곁으로 돌아갈 수 없어. 네가 너무 무서워. 모두 내 잘못이지만 무섭다고. 제발 용서해줘...]


그렇게 말하고 그는 울었습니다.


솔직히 그의 죄책감이 내 모습을 보게 한 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나를 생령 취급하며 몰아가는 것 같아 어떻게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수작 같아 화가 났지만, 문득 무언가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내 머릿 속에 떠오르던 여자의 특징을 말해봤습니다.


밝은 갈색 단발머리, 155cm 정도 키에 살짝 통통한 체형.




쇄골 주변에 점이 두개 있고, 왼팔에 화상 흔적이.


그렇게 말하자, 그는 통곡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나는 그날로 이별을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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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4th]음악실 커튼 너머

실화 괴담 2017. 4. 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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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탠코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아직도 못 잊겠어요.


음악실에서 있었던 일이었어요. 




음악실은 반지하층 제일 끝 쪽에 있었습니다.


교실 쪽 창은 운동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반대편 복도 옆으로 난 창 밖으로는 거의 다 시든 나무들과 시멘트 벽이 보였습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은 없었죠. 




그 벽 너머는 바로 골목길이었고요.


교실은 밝은 날에도도 어두워서 꼭 불을 켰어야했고, 운동장 가까운 쪽도 반지하라 기본적으로 어둡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빛이 교실 안까지 오진 않아 대부분 커튼을 닫고 있었거든요. 




그날도 커튼은 닫혀있었습니다. 


다만 운동장 쪽 창문은 열려있었어요. 


복도쪽은 닫혀있었고. 




책상열은 2-3-2 배열이었고, 저는 가운데, 책상 3개가 붙어있는 열에 앉아 있었습니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 앞자리에 앉은 친구와 잡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사이로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람이 휙하고 우리를 넘어가는 바람에 친구와 저는 같이 낙서를 하다가 서로를 마주 보게 됐죠. 


바람이 지나간 건 정말 찰나였는데, 그 사이에 저는 어떤 형상을 보았습니다.


여학생이었습니다.




어둡고 불투명해서 형체 너머로 바로 친구가 보였지만, 형체는 확실했습니다.


우리 학교 교복인 듯한 체크 교복치마를 입고, 반스타킹을 신은 여학생이 우리 사이를 점프해갔습니다.


책상 3개 분단이라 폭이 넓어서인지, 다리를 쫘악 찢으며 뛰어 넘더라고요.




진짜 눈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여학생이 뛴 쪽으로 같이 고개를 돌렸는데, 음악실 커튼 끝자락이 여운을 남기며 팔랑거렸습니다. 


진짜로 바람이 불었던 거죠.




커튼이 두터운 그 반지하에서. 


저는 호들갑을 떨면서 친구한테 말했죠.


[야, 봤어?]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넋잃고 동그랗게 뜬 눈의 친구... 


[어....]




둘이 본 건 똑같았습니다. 


제가 친구에 비해 구체적으로 본 것 같지만, 여자애가 우리 사이를 뛰어넘어간 건 확실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마주보고 잡담하던 우리 둘은 분명 보았습니다.




아직도 증명하듯 하얀 커튼 끝자락이 흔들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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