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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

맨 인 더 다크, 2016

호러 영화 짧평 2017. 5. 3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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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하며 맹인 노인의 집에 침입한 세 강도.

하지만 그 노인은 예삿 노인이 아닌데...

예고편 처음 나왔을 때부터 기대하며 기다렸던 작품인데, 다행히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행되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쪼여주는 좋은 영화입니다.

원래 이런 작품에서는 심리를 최대한 긴장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 중요한 과제를 아주 깔끔하게 잘 수행해 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안할 수가 없네요.


제가 이 호러 영화 짧평을 통해 누누히 말씀드려왔듯, 호러는 비주류 장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예산으로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래 들어 하우스 호러가 득세하고 있는 것도, 집 하나만 무대로 삼으면 되기 때문에 세트 만드는 비용이 조금밖에 안 들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한정적인 공간에서 수십배에서 수백배의 효과를 뽑아내는, 가장 경제적인 장르라는 이야기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맹인 노인의 집 하나에서, 최대한 뽕을 뽑아냈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지상 2층과 지하층까지, 이 작품은 집 한채에서 빼먹을 수 있는 건 죄다 빼먹으면서 적재적소에서 환경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사실 재미있는 것은, 일반적인 구도였다면 이 영화는 그냥 액션 영화였을 거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감정이입의 대상이 어느 쪽으로 갈지 잘 유도했고, 그걸 굳혀주는 장면들을 추가하면서 꽤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줬죠.

그게 바로 액션과 스릴러를 구분짓는 지점이 아닌가 싶어요.

더불어 맹인 노인 역을 맡은 스티븐 랭의 호연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과거 아바타에서 메인 악역으로 등장한 적이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맹인 연기를 멋지게 해내면서 극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줬습니다.

진짜 맹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관객에게 심어주는, 멋진 연기였어요.





사실 이 영화는 예고편만 봐도 대략 어떤 이야기일지 예측이 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너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행된다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잘 만든 영화고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고 평하고 싶네요.

명색이 호러 영화라면, 그래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예측 가능한, 하지만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것을 보여주는 영화.

제 점수는 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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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8th]웅덩이

괴담 번역 2017. 5. 2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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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친구가 중학교 1학년일 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이었다.


공터에 주저 앉아 놀고있는 A군이 보였다.




A군은 옆집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짜리 남자아이로, 친구는 남동생처럼 A군을 귀여워하곤 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A군은 웅덩이를 나무토막으로 찰박찰박 휘젓고 있었다.


[뭐하는거야?] 라고 말을 걸자, [보고 있어봐. 재미있으니까.]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디 보자...] 하고 옆에 쪼그려 앉아, A군은 웅덩이를 휘젓던 손을 멈췄다.


거칠어졌던 수면이 잔잔해짐에 따라, 거기 비치는 경치도 확실해져 온다.


작은 웅덩이니, 비치는 건 두 사람의 얼굴과 구름 정도 뿐이지만.




그러자 A군은 [실패네.] 라며 다시 웅덩이를 휘젓기 시작했다.


무엇이 실패인지, 뭐가 재밌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후로도 2번, 실패가 이어졌다고 한다.




친구는 슬슬 질리기 시작해 시선을 다른 데로 옮겼다고 한다.


그 순간, A군이 [앗.] 하고 입을 열었다.


곧바로 시선을 웅덩이에 되돌리자, 친구와 A 얼굴 사이에 모르는 아줌마의 얼굴이 비쳤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친구는 당황해서 다시 웅덩이를 봤다.


여전히 아줌마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친구는 "무섭다" 는 생각보다, "어떻게?" 라는 의문이 앞섰다고 한다.


자세히 본 얼굴은 무표정했고, 생기가 없었다.


이윽고 그 얼굴은 웅덩이 속으로 가라앉듯 사라져갔다.




A군은 다시 웅덩이를 찰박찰박 휘저으며, [조금 성공이야.] 라고 말했다.


[조금이야?]


[응. 아까 전에는 3개나 나왔는데.]




그제야 친구는 처음으로 무섭다고 느꼈다고 한다.


[돌아가서 같이 간식 먹자.] 라며, A군의 손을 억지로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차마 다른 2개는 무엇이었는지 묻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 아줌마 얼굴은 분명 영정사진이었을 거야.] 라고 친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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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낡고 주인이 없는 집에서 정리를 한 뒤 업자에게 넘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의뢰를 할 때도 있고, 해체업자 쪽에서 연락이 와서 현장에 나설 때도 있죠.


그날은 의뢰를 받아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친척네 집인데, 아무도 살지 않게 되어 수십년간 방치되어 있었다더군요.


폐가를 부수기 전, 빈집에 남은 물건을 정리해달라는 의뢰였습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산속 마을.




사람은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래저래 많이 빠져나갔는지 여기저기 빈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꽤 큰 저택이라고 들었기에, 그날은 친구 아들인 T를 아르바이트생으로 데리고 온 터였습니다.


저택은 집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약간 떨어진 산비탈에 있었습니다.




도착할 무렵이 되자 길이 좁아져서, 비탈을 오르기 전 자갈밭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저택으로 올라갔습니다.


3분 정도 길을 걸어가자 이상하게 세로로 길쭉한 단층집이 나왔습니다.


산속 마을에 왜 이런 형태의 집을 세웠는지 의아했죠.




열쇠로 문을 열고, 우선 먼지와 습기를 제거할 요량으로 집안 창문을 T와 분담해서 열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을 몇개 여는 사이, 몇몇 창문은 그냥 열려있다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뭐, 시골이다보니 별 생각 없이 넘어갔지만요.




가까운 방부터 순서대로 창문을 열며 안쪽 방으로 나아가는데, 안쪽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것 같은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순간 T가 나에게 말을 걸었나 싶어 위치를 확인해봤지만, 완전히 다른 곳에 있더군요.


기분탓인가 싶어 더 안쪽으로 나아가자, 복도바닥이 어느 부분을 경계로 엄청 낡은 것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세로로 긴 집은, 증축을 통해 지어진 것 같았습니다.


가장 안쪽 방에 겨우 도착해 문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강한 힘으로 문을 잡더니, 그대로 쾅 닫았습니다.




빈집이라고 들었기에, 난데없는 사건에 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습니다.


[누가 있습니까?] 라고 어떻게 겨우 물어보자, [××××××××××××!××××××××××××!××××××××××××!]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지껏 들은 적 없는, 마치 신음소리가 같은 소리였습니다.




사람이 냈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짐승 같은 소리.


게다가 안에서 무언가가 미친 듯 날뛰고 있어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서워져서 T를 바라보자, 그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T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자는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황급히 현관을 뛰쳐나와, 문도 안 잠구고 온 길을 달려 내려갔습니다.


뒤에서는 계속 [××××××××××××!××××××××××××!××××××××××××!] 하는 소리와 함께, 발소리까지 들려왔습니다.




우리는 오금이 저리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차에 도착해 거기서 도망쳤습니다.


차로 휴게소까지 간 후, T와 둘이서 아까 도대체 무엇과 마주친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말을 했으니 인간인 것은 틀림없었지만, 말도 통하지 않았을 뿐더러 문을 잡아 당길 때의 힘은 도저히 노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의뢰를 받았으니 일처리는 해야했습니다.


문을 열어두고 온 것도 마음에 걸려, 나는 창문과 문이라도 닫을 생각으로 다시 그 저택에 가기로 했습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 않게 살그머니 창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쪽 방을 한번 더 확인하려 다가갔는데...


아까 전에는 분명 있었던 문이 없었습니다.


복도가 도중에 끊기고, 벽이 되어 있었습니다.




벽 아래 쪽에 눈을 돌리자, 무언가가 벽에서 흘러나온 듯한 자취가 남아있었습니다.


나는 T와 얼굴을 마주본 뒤, 허둥지둥 그 저택에서 나왔습니다.


만약 그 문 너머로 들어갔더라면, 어디로 이어져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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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6th]사냥당하는 6명

괴담 번역 2017. 5. 2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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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점쟁이 겸 점장 대리로 일하고 있던, 15년 전쯤 이야기다.


분명 추석 직전이었던 것 같다.


바의 단골 손님들이 모여 담력시험을 하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장소는 짐승들의 영산이라 불리는 산.


아직 휴대폰이 보급되기 전이었기에, 유사시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휴일날 밤 9시에 출발했다.


앞차에는 A씨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남자 손님 한분, 뒷좌석에 여자 손님 두분이 앉았다.




뒷차에는 바텐더 형이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내가, 뒷좌석에 여자 손님 두분이 앉았다.


늦은 시간이라 산길에는 아무도 없었고, 순조로이 위령비를 향해 나아갔다.


달빛도 밝고, 가는 길에 전망도 잘 보였다.




산 중턱 근처 접어들었을 때, 바텐더 형이 이상하게 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앞차가 너무 빠르지 않냐? 저렇게 가지 않아도 괜찮은데...]


안전운전을 하기로 이야기를 했던데다, 앞차를 운전하는 A씨는 얌전한 성격이라 누굴 태우고 저렇게 운전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앞차는 쏜살같이 달아나 후미등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산길이라 커브 때문에 그랬나 싶었지만, 산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앞차가 시야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산 정상까지는 외길이라 도중에 차를 세울 곳도 없다.




그런데도 뒤에서 따라오던 우리 차가 먼저 도착하고 만 것이다.


다들 당황해하고 있는 사이, 꽤 늦게 앞차가 도착했다.


앞차에 탄 사람들도 당황해하고 있었다.




A씨는 당황해하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뒤에 있었는데 언제 앞지른거야?]


앞차에서는 계속 뒷차가 보였고, 안전운전을 했다는 것이었다.




A씨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인데다, 차 안에 좋아하는 여자도 같이 타고 있었다.


굳이 위험운전을 해놓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나와 바텐더 형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깜짝 놀랐지!], [여우한테 홀린 거 아냐?] 라며 장난스레 얼버무렸다.




그리고 사람들을 목적지인 위령비로 데리고 가서 기념촬영을 했다.


슬슬 돌아가려고 할 무렵, 바텐더 형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돌아갈 때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몰래 A씨에게 다가가 [돌아가는 길에 뭐가 나올지도 몰라요. 동요하지 말고 태연하게 있으세요.] 라고 말했다.


A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좋아하는 분을 안전히 모셔다 드려야죠.] 라고 말하니 묘하게 결의를 굳힌 듯 했다.


돌아가는 길도 A씨가 운전하는 앞차가 먼저 출발했다.




아까 전 산 중턱 근처에 접어들자, 뭐가 나왔다.


형이 백미러와 나를 황급히 번갈아 보기에, 나는 뒷좌석에 있는 두 명에게 말을 건네는 척 뒤를 바라봤다.


우리 차를 따라오듯,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사람이 6명 있었다.




다 일본인인 것 같았지만 연령도 성별도 제각각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최근 것 같았다.


6명은 모두 비통한 얼굴을 하고, 우리 차에 도움을 청하듯 손을 뻗고 있었다.




그 6명 뒤로는 수많은 동물이 엄청난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다.


동물 무리에는 개나 고양이는 물론, 소나 말, 곰까지 있었다.


솔직히 나는 뭐라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뒷좌석의 여자 손님 두명은 아무 것도 모른채,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대충 말을 맞추고 뒤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6명 중 맨 뒤에 있던 사람이 동물들한테 따라잡혔다.


동물들은 멈춰서서 낙오한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해, 점차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아직 우리 차를 따라오고 있던 5명이 분명히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동물들은 다시 나타났다.


그 후 동물들은 한명을 삼키고, 다시 따라오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마지막 한명이 사라지자, 동물들은 우리를 쫓아오지 않았다.


나는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바텐더 형과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합 장소인 편의점에서 앞차와 합류하자, A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아무 것도 안 나오던데? 겁을 주고 그래.] 라고 말했다.




왜 앞차를 우리가 앞질러 갔던 건지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우리 차를 따라오던 6명은 아마 생전에 동물에게 심한 짓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동물의 영산에서 갇힌채, 용서받을 때까지 그 죽음의 레이스를 반복하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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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2014

호러 영화 짧평 2017. 5. 2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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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도시" 에서 펼쳐지는 쓸쓸한 러브 스토리.

사실 정통 호러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작품입니다.

호러라는 장르 자체는 시작부터 B급이었고, 극단적으로 상업적인 장르인데 반해 이 영화는 예술영화 쪽으로 분류하는게 더 옳을 작품이거든요.

어찌되었건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 관람했습니다.


전술했다시피 이 영화는 예술영화입니다.

대놓고 사람을 겁주는 장면은 없다고 해도 될 것이고, 미묘한 감정선이 엉성한 줄거리 위에 펼쳐집니다.

그 위에 펼쳐지는 영상미야말로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자 정체성이겠죠.

사실 이런 예술로서의 영화는 제 전공이 아닙니다만, 흑백 스크린 특유의 아름다움만큼은 충분히 즐겼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고전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고요.





"악의 도시" 라는 실존하지 않는 곳을 무대로 삼고 있지만, 감독과 배우들의 국적으로 미루어보면 이란을 빗대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억압적인 이슬람 문화와 그 체제 아래 여성의 삶, 페미니즘까지 여러가지 스펙트럼에서 해석이 가능한 영화겠죠 아마.

다만 저는 호러 영화를 취미로 보는 사람이니 거기까지 파고들 생각은 딱히 없습니다.


흑백 영화인만큼 사운드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작품인데, 꽤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호러 영화로서의 기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에는 아주 잘 어울렸죠.





이 영화를 호러 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찌됐건 확실한 게 하나 있다면, 차도르를 입고 스케이드보드를 타는 뱀파이어는 이 영화에만 나온다는 거죠.

인간과 뱀파이어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렛 미 인도 함께 감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독특한 영화 수입에 앞장서는 소지섭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 영화 국내 배급은 소지섭씨가 직접 나서서 진행했고, 그 덕에 저도 제값을 내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거든요.


제 점수는 6점입니다.

다만 이 점수는 오롯이 호러 영화로서의 점수입니다.

영화 자체를 놓고 논하자면 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래야 마땅한 작품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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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5th]마츠가야마

괴담 번역 2017. 5. 2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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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삼주기도 지났으니, 아버지와 산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아버지가 정밀 기계 회사를 퇴직하고 2년째 되던 해였다.




퇴직금도 꽤 나왔고, 연금도 들어둔 터였다.


아버지도 이제부터는 인생을 즐기며 여행이라도 다닐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딱 그 무렵, 고등학교 동창에게 투자 사기를 당해 퇴직금의 2/3 가량을 잃고 말았다.




그 친구는 지명수배가 되었지만 그대로 소식이 끊겼고.


원래부터 태국에 살던 사람이라, 경찰도 더 이상 일본에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빚을 진 것도 아니고, 원래 있던 돈을 잃은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죄다 날아간 것도 아니고 남아있는 것도 있으니, 아버지가 마음 편히 먹고 노후를 즐기셨으면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심하게 우울해하셨다.


돈을 잃은 것보다도, 어릴 적부터 친하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었으리라.




그 후로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지, 집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계시는 일이 늘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산에 다녀오마.] 라고 말을 꺼냈다.


왠지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제껏 여행은 종종 다니셨지만 해외 여행을 패키지로 다녀오는 게 대부분이었고, 등산이 취미인 분도 아니었으니까.


나도, 어머니도 혹시 자살을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마침 아버지가 등산을 가겠다는 날은 내 휴일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나도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어쩐지 복잡한 듯한 얼굴이었지만, 한동안 생각하더니 [그러거라.] 라고 대답하셔서, 내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버지가 말한 목적지는 근처 현이라 꽤 시간이 걸리지만, 산에는 오후 4시 넘어서 들어가야 한다기에 점심이 지나서 출발했다.




3시간 정도 지나 그 마을에 도착했다.


굉장한 시골이었다.


마을 변두리까지 와서, 숲 앞 작은 신사 옆 공터에 차를 세웠다.




조금 의외인 것은, 거기 다른 차가 수십여대 세워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고급 외제차도 꽤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숲에 들어가 한동안 걸었다.




걷는 사이에도 아버지는 침묵을 지켜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제까지 산에 가는 목적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나는 적어도 산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마츠가야마.] 라고 툭 대답했다.




한시간 남짓 걷자, 등산로의 입구 같은 좁은 길이 나왔다.


거기에는 금줄 같은게 쳐져 있고, "사유림에 무단 입산 금지." 라는 간판도 세워져 있었다.


간판 위쪽에는 새빨간 글자로 범어 같은 것이 써 있었다.




6월이라 오후 4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밝았다.


산은 숲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리 높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등산로에는 낡은 나무 판이 바닥에 깔려 있는데다 경사도 높지 않아 오르기는 쉬웠다.




예순 넘은 아버지도 그리 숨이 흐트러지지 않았으니까.


10분 정도 오르자 앞에서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아무래도 여자 둘인 것 같았다.




따라잡고 보니,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와 그 어머니인 듯 했다.


어머니 쪽은 상복 같은 양복을 입고, 힐을 신고 있어 오르는데 어려움이 많아보였다.


아버지는 아무 말 않고 그 두 사람을 지나쳐갔다.




나는 슬쩍 몸을 기울여 [먼저 가겠습니다.] 라고 작게 말한 뒤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그 두 사람 역시 침묵을 지킨채 뒤를 따라 올라온다.


20분 정도 더 가자, 덤불을 베어 만든 것 같은 공터가 나왔다.




아직 산 정상은 아니었다.


거기 있는 큰 나무를 지나치자, 동굴 입구가 보였다.


신장대가 붙은 금줄이 위에서부터 쳐져 있었다.




높이 3, 4m 정도 되는 곳에 움푹 패여 있어, 안은 꽤 깊어 보였다.


어슴푸레하게 동굴 안쪽 깊은 곳에 사람 모습이 보였다.


몇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여기서 기다려라.] 라고 말한 뒤, 동굴로 들어갔다.


내가 근처 썩은 나무 밑동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이, 아까 그 모녀가 도착해 동굴로 들어갔다.


40분 정도 기다리는 사이, 8명 가량이 동굴에서 나왔다.




나이대는 다양했고, 여자도 둘 있었다.


어느 사람이던 흰 옷감으로 싼 상자를 소중한 듯 손에 들고 있었다.


곧이어 아버지가 나왔다.




역시 흰 옷감으로 싼 상자 같은 걸 가지고 있었다.


나오자마자 내 얼굴을 보더니, 아버지는 [...겨우 하나 끝났다.] 라고 말했다.


내가 [그 상자는 뭔데요?] 라고 물어도 아버지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어느덧 날은 꽤 저물었기에, 서둘러 산을 내려와 차를 탔다.


아직도 차는 몇대 남아있었다.


아버지는 뒷좌석에 앉아, 소중한 듯 상자를 안고 아무 말 없었다.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는 그대로 2층 다락방에 틀어박혀 식사도 방 안에서 하게 되었다.


그 대신인지, 밤에는 빈번히 밖을 드나들게 되었다.


게다가 방문을 잠그기까지 했다.




밤 9시쯤 집을 나서서, 12시가 넘어 돌아온다.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발과 손은 진흙투성이라 언제나 돌아오면 손을 열심히 씻곤 했다.


어느날, 드물게도 아버지가 문을 열어놓고 나가서 방을 슬쩍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책상 위는 깨끗이 정리되어 있고, 그 위에 불교풍도, 신토풍도 아닌 제단이 세워져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고대풍이라는 느낌으로, 주변에는 흙인형 같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 그 흰 옷감의 상자가 있고, 상자 앞에는 10cm 정도 되는 가는 뼈가 쌓여있었다.




나는 다가가서 상자를 슬쩍 들어올려봤다.


상자는 의외로 무겁고, 어쩐지 미지근했다.


흔들어봤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찰흙 같은 게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귀를 대어보니 희미하게 [두근, 두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아래에서 아버지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기에 나는 황급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날 밤, 나는 담배를 피우러 집밖에 나왔다.


귓가에서 [너, 그 상자에 손댔지?]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겁해서 돌아보니 아버지가 서 있었다.




[괜찮다. 이제 다 끝났으니... 이걸로 전부 끝났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아버지는 아직 60대인데도 비틀비틀 몸조차 못 가누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틀 뒤, 신문에 아버지를 속인 친구가 해외에서 죽었다는 기사가 났다.




자세하게 써 있지는 않았지만, 칼을 맞았다고 했다.


그 후 경찰도 집에 찾아왔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돈도 찾지 못했다.


6년 뒤, 아버지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문득 의식이 돌아온 것처럼 눈을 떴다.


나는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신경 쓰이던 것을 물었다.


[아버지, 그때 그 마츠가야마는 뭐하는 곳이었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코에 산소관을 꽂은 채 조금 웃었다.


[마츠가야마가 아니라, 순서가 다르다... 낡은 유적... 나머지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마.]


떠듬떠듬, 겨우 그렇게만 말하고 아버지는 잠자는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흘 뒤, 아버지는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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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마미, 2014

호러 영화 짧평 2017. 5. 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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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큰 성형수술을 거쳐 돌아온 엄마와, 쌍둥이 아들간의 미묘한 감정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내내 감정이입의 대상을 뒤바꿔 가며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사실 이게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했을텐데, 다 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좀 식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몰려옵니다.

감상하는 내내 관객을 그렇게 편히 내버려두는 작품은 아닌데,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느낀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공포의 주제가 너무 분산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게 익숙함의 배신에서 오는 공포인지, 의심암귀에 대한 이야기인지, 가학적 본능에 대한 공포인지, 아니면 열심히 짜놓은 복선을 봐 달라는건지 스스로도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에요.

어느 장단에 맞춰서 공포를 느껴야 할지, 개인적으로는 좀 혼란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메인 스토리도 그닥 매력적이지 않을 뿐더러, 사실 여기저기 많이 본 이야기의 변주에 불과하다는 감상이 남았습니다.

뭔가 아름답게 꾸며진 것 같기는 한데, 딱히 새롭지는 않은.


더불어 엔딩도 참 마음에 든다고는 말 못할 장면이었습니다.

엔딩까지의 과정도 딱히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니까 이게 각본을 쓰다가 내던졌나 싶기도 하고...

억지로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그런 장면이 마음에 드는 분이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제발 쫌 영화 수입할 때 포스터에 반전 운운하는 멘트는 안 넣었으면 좋겠네요.

포스터를 본 이상 그걸 염두에 두고 볼 수 밖에 없는데 말이죠.

감이 좋은 사람이면 저 문구를 보고 영화 초반에 이미 알아차릴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딱히 충격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화 도중 나오는 일부 장면이 다소 잔인하거나 혐오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하고 감상하시는 게 더 도움될 수도 있겠네요.





영화 내용과 하등의 상관이 없는 트리비아를 읊어볼자면, 영화 내에서 쌍둥이로 나오는 엘리아스와 루카스는 실제 쌍둥이이며, 본명과 배역 이름이 같습니다.

각각 엘리아스 슈바르츠와 루카스 슈바르츠라고 하네요.

이 두 친구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아이가 아이다웠어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은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뭐 심하게 부족한 점이 있는 건 아니고, 딱 평균 정도였다는 느낌이네요.

저는 그거보다 기대가 더 컸기 때문에 실망을 좀 했지만요.

시간이 남으실 때라면 한번쯤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제 점수는 6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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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4th]부어오른 머리

괴담 번역 2017. 5. 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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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계시지만, 할아버지가 뭔가 이상하다.


처음 이상한 점을 느낀 건 10여년 전, 내가 중학생이던 무렵이었다.


어느날 문득 "어쩐지 할아버지 머리가 커진 거 같은데?" 라고 느낀게 시작이었다.




정말 조금 사팔눈이 된 것 같아 보여, 어머니에게 말을 해봤지만 어머니는 전혀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런것도 같았지만, 가끔씩 문득 할아버지를 보면 역시 머리가 커져서 사팔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후로부터, 할아버지는 잠이 오지 않는다며 한밤 중에 계속 집안을 걸어다니게 되었다.




언행이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특히 11시쯤 되는 늦은 밤이면 내 방에 찾아와, 빨리 자라고 화를 내곤 하셨다.


화를 낼 때면 할아버지의 눈이 가운데로 쫙 쏠린다.




눈알 뿐 아니라, 눈 자체도 옛날보다 가운데로 몰려서 굉장히 불안하게 느껴졌다.


몇번이고 다른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봤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들어주질 않았다.


할아버지는 수면제로 잠을 청하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에도 머리는 조금씩 커지고 눈이 점점 이상해진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상경해 집을 나왔다.


그 이후 집에는 거의 들르질 않았다.


솔직히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족들도 전부 무서웠다.




전화는 자주 했었다.


[다들 건강하세요?] 라던가.


일년 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울증을 앓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단다. 아마 약 때문인 것 같아.]


약 때문에 몸 안의 나트륨이 빠져나가, 언행도 이상해지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게 되셨다는 것 같았다.


무서움은 남아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귀여워해주시던 할아버지셨다.




나는 고향에 돌아가 할아버지가 입원해 계신 병원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링겔도 뽑아버리는 탓에 개인실에서 침대에 묶여 있다고 했다.


병실 문을 연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할아버지의 머리는 2배 가까이 부풀어 올라있었다.


이목구비는 전부 중앙에 모여 있는데, 눈은 이제 양 눈이 가운데에서 딱 달라붙어있는 수준이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몰린 눈으로, 나를 쓱 쳐다봤다.




나에게는 할아버지가 사람으로 보이질 않았다.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은 나를 보고 가족들은 놀랐다.


[자고 있는 할아버지가 깰 거 아니냐! 호들갑 떨지 말거라!]




할머니에게 야단을 맞고, 망연자실한 채 할아버지 곁으로 끌려갔다.


할아버지는 자고 있었다.


약의 영향인지 얼굴은 부어 있었지만, 머리가 부어오른 건 아니었다.




내가 이상한 것일까?


아까 그 모습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나는 내 눈에만 보이는 할아버지의 머리와 얼굴의 변화가, 할아버지의 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님과 상담을 했지만, 기분 나쁘다거나 그럴 리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제대로 들어주질 않았다.


나는 포기하고 문병을 끝내자마자 도쿄로 돌아왔다.


하지만 역시 할아버지의 상태가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혹시 가족들은 언제나 같이 있다보니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어, 나는 떨어져 사는 삼촌에게 연락해보기로 했다.


삼촌은 혼자서 멀리 떨어져 살며 고향에는 좀체 내려오지 않는 분이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전공을 공부하며 조교수로 일하는 분이라, 나는 취직이나 진학에 관해 종종 삼촌과 상담하곤 했다.




삼촌에게 내가 봤던 것들을 이야기하니, 삼촌의 분위기가 확실히 이상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바쁠텐데도 굳이 다음날, 심야 신칸센을 타고 우리 집으로 찾아오셨다.


나는 삼촌과 이야기를 나누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삼촌의 할아버지, 즉 우리 증조할아버지도 만년에 똑같이 우울증과 뇌 기능 장애를 앓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삼촌에게는 증조할아버지의 머리가 부어올라,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는 게 보였다고 하고.


증상이 악화됨에 따라 점차 머리가 더 부어오르는 것 또한 나와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조차.


해결법이나 대처법은 삼촌도 모른다고 했다.


삼촌은 울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집으로 절대 돌아가면 안된다. 죽기 직전 모습을 보면 그 집에는 두번 다시 돌아갈 수 없을거야. 나는 장례식에도 못 갈 것 같다. 가고 싶지만, 그런 꼴은 두번 다시 보고 싶지가 않아...]


삼촌이 본 증조할아버지의 모습이 어땠을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앞으로 몇년을 더 버티실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더 이상 할아버지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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