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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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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일 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뇌수술 후 신경후유증이 심했던 나머지 돌아가실 때는 대단히 고통스럽게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례식의 밤샘을 하게 되었습니다.

친척들은 1층에서 자고 있었지만 부모님과 나는 2층의 외할아버지가 쓰시던 방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밤 중 삐그덕거리며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눈을 떠 어둠 속을 보고 있자니 문이 슥하고 열리고, 죽은 외할아버지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이부자리 주변을 빙빙 돌아다녔습니다.

마지막에는 어머니 머리맡에서 중얼중얼 무엇인가를 되뇌인 후 또 계단을 삐그덕거리며 내려가는 것입니다.



다음날 부모님이 [어젯밤 아버지가 오셨어요.] 라며 이야기한 것을 듣고 꿈이 아니었던가 싶어서 무서워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어머니가 뇌에 병이 생겨 쓰러지는 바람에 입원했습니다.

수술을 했지만 후유증으로 가벼운 치매가 생겨버린데다 나중에 간경변까지 걸려서 허망하게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실 즈음에는 내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밤샘 날, 우리 집 1층에서는 어른들이 주무시고 2층에서는 아이들끼리 자기로 했습니다.

사촌형제들과는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밤 늦도록 깨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벽 3시쯤 지났을 때 아래 층에서 어른들의 말소리가 떠들석하게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이모(어머니의 동생)가 자던 방에서 어머니의 유령이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이모는 거실 옆에 있는 다다미 4장 반 정도의 어머니가 옷방으로 쓰던 곳에서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터벅터벅하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죽은 어머니가 방 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모는 무서워져서 이불 속에 머리까지 파묻었는데, 어머니의 발소리가 딱 자신의 머리맡에서 멈췄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중얼중얼 되뇌이고 떠나갔다고 합니다.



나는 그것을 듣고 문득 외할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이모에게 [몸에 아픈 곳은 없으세요? 건강진단은 받아보셨어요?] 라고 물어봤지만 이모는 나의 말은 듣지 않고 흥분해서 친척들에게 어머니의 유령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다만 내가 하는 말을 들었던 아버지에게 나중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꾸중을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이모는 돌아가셨습니다.

역시 뇌에 병이 생겼는데, 수술 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퇴원한 뒤 우울증에 걸려 목을 매서 자살하셨습니다.

이모의 밤샘에는 사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고 장례식에만 찾아갔지만, 이모의 유령이 사촌형제의 머리맡에 나타날 것인지 나타나지 않을 것인지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사촌형제들은 무사히 살아있지만, 조카 중 한 명이 소아암으로 4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은 집안 사람이 머리맡에 나타나는 것은 죽음의 징조일까요?

지금도 아버지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어두운 표정을 지으시며 [너는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만 말씀하십니다.

외할아버지가 어머니의 머리맡에서 서서 무엇인가를 중얼대고 있던 그 때,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직도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수수께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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