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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

[리뷰]위자 : 저주의 시작(2016)

호러 영화 짧평 2016. 11. 1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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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과 인시디어스의 성공은 호러 영화 판도에 큰 영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한정된 장소와 저예산으로도 성공적인 호러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성공만 하면 수백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영감을요.

거기 의거하여 숱하게 쏟아져 나온 '컨저링 제작진', '인시디어스 제작진'의 영화 중, 위자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2014년 빛을 본 이 영화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하다못해 깜짝 놀랄만한 일도 그닥 없는 아주 밋밋한 영화였거든요.

호러 영화에게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대치에서 수준 미달인 영화였습니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영화 평가 지표로 꼽히는 로튼 토마토에서 7%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겠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 기적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전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찍으며, 5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세계에서 1억 달러 넘는 수익을 거둔거죠.

이 정도 흥행 대박이 터졌으니, 당연히 후속작을 만들어야겠죠.

하지만 호러 영화로서 수준 미달이었던 첫 작품을 어떤 식으로 살려내야만 할까요?

유니버설의 선택은 감독 교체였습니다.



전작인 위자는 각본가로 활동해 왔던 스타일스 화이트 감독의 입봉작이었습니다.

그간 부기맨, 포제션 등 호러 영화 각본가로 활동해 온 스타일스 화이트 감독이었지만, 정작 감독 데뷔작인 위자는 수준 미달이었죠.

유니버설은 후속작 감독으로 오큘러스를 감독했던 마이클 플래너건를 선택했고, 이 선택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후속작이자 프리퀄인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전작에 비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보였거든요.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이미 언급했듯 프리퀄입니다.

위자에 등장했던 악령의 진정한 정체를 파헤치는 내용이죠.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은 각본 또한 맡아, 전작에서 설명하지 않고 던져놓다시피 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개연성 있게 엮어내는 수완을 보였습니다.

최소한 이 악령들이 어떤 원한 때문에 악령이 되었는지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죠.

악령의 목적과 원인조차 알 수 없었던 전작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스토리 진행은 다소 뻔하게 흘러가지만요.



전작 위자가 그렇게 심각한 혹평에 시달린데는, 호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영화 내내 긴장감 없이 흘러갈 뿐 아니라, 분명히 귀신이 덮쳐오는데도 심드렁하게 바라보게 되는 괴상한 일이 벌어졌죠.

하지만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적어도 관객을 놀래켜 줄 장면을 여럿 준비했다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을만 합니다.

악령 그 자체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막내딸 도리스에게 빙의해 시도때도 없이 흰자를 드러내며 튀어나와 관객들을 놀래켜주죠.

전작이 대놓고 겁주는 영화임에도 그거 하나 제대로 못했던 것에 비하면 충분히 발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컨저링과 인시디어스가 촉발시킨 하우스 호러 조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영화입니다.

악령의 근원은 집에서 기인하고, 집안에서 거의 모든 장면들이 이어지죠.

이미 하나의 장르로 일컫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나온만큼, 집이라는 소재를 다룸에 있어 모자라는 부분은 딱히 없었습니다.

다만 집 자체에 모든 문제의 근원이 있음에도, 정작 집에 관한 서술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예고편에는 나왔는데 정작 본편에서는 잘려나간 지하실 내부 장면들도 그렇고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전작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룩해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그저 평범한 호러 영화에 머물렀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합격점은 넘었지만, 새로운 시도도 없었고 그렇다고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장면들로 도배되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오큘러스 때도 그랬지만,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은 합격점 정도는 확실하게 만들어낼 능력이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는 무언가는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로튼 토마토 82%라는 놀라운 호평은, 아마 전작이 너무 말아먹은 것에 의한 반동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기본 점수는 6점을 주고 싶네요.

만약 위자보드를 직접 해봤고, 괴이한 경험을 직접 해보셨다면 +2점.

정말 하우스 호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1점.

전작 위자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1점을 더해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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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186th]추워

괴담 번역 2011. 5. 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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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일 때, A라고 하는 친구의 집에서 자주 놀곤 했었다.

그 녀석의 집은 변두리의 해안가 벼랑 위에 있었다.

게다가 부모님이 모두 바쁘셔서 집에 늦게 들어오셨기에 친구들이 모여 놀기에는 가장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12월에 수능날 쉬는 것을 기회로 그 집에 모였다.

당시 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던 분신사바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준비했던 방법을 설명하자면, 우선 둥근 나무 테이블에 히라가나 50 글자, 예/아니오, 0에서 9까지의 숫자 카드를 올려둔다.

이 때 히라가나 50 글자의 배치는 [호랑이(とら)] 나 [사슴(しか)] 같이 동물 이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동전이 아니라 무늬가 없는 컵을 사용한다.



참가자 전원이 그 컵에 숨을 불어넣고 중앙에 둔 채, 집게 손가락을 대고 있으면 준비가 끝나는 것이었다.

마스터라고 할까, 모임의 진행자로써 A가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셨으면 "예" 라고 대답해 주세요.] 라는 틀에 박힌 대사를 말했다.

그러자 컵은 [네] 쪽으로 이동했다.



A는 장난스럽게 [OO(내 이름)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는 누구인가요?] 라고 물었다.

[아, 뭐야~ 이상한 거 묻지 마!]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고 중얼댔다.



그렇지만 불려나온 귀신이 가르킨 것은 여자 아이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저 [추], [워] 라는 글자들 사이만을 오갈 뿐이다.

[뭐, 뭐야, 이거!]



[...기분 나빠...]

주변의 분위기가 나빠진다.

서서히 어깨가 쑤시고, 가벼운 두통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그만 하자!] 라고 외쳤다.

다들 수긍한다.

하지만 귀신은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억지로 그만둬 버렸다.

A는 [우리 집에 저주라도 내리면 어쩌지?] 라며 울상을 지었지만 B가 [제대로 컵을 깨트리고 종이를 태우면 괜찮아.] 라고 달랬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3일 후.

A의 집 옆 해안에서 여성의 익사체가 떠올랐다.

겨울의 바다는 추웠을 것이다...



다행히 나를 포함해 거기 있었던 모두에게 이후 안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디 그녀의 명복을 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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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164th]No

괴담 번역 2011. 4. 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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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매우 최근의 일입니다.

나는 친구 F군, R양과 함께 분신사바를 하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학교 앞 주차장이었습니다.



F군은 CD 플레이어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신사바... 분신사바...] 라며 시작하니까 갑자기 CD 플레이어가 고장난 것처럼 작동을 멈췄습니다.

[전부터 좀 상태가 안 좋다 싶더니...] 라고 쓴웃음을 지었지만 문득 내가 입을 열자 분위기는 바뀌었습니다.

[귀신이 나타나면 기계가 고장난다고 한다던데...]



F군은 무서워졌던 것인지 CD 플레이어를 가방에 집어넣었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여러 질문을 한 뒤, 슬슬 끝을 보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돌아가 주십시오.]

No.

[어떻게 하면 돌아가 주실 겁니까?]

너희 반 XX를 죽여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테니까 부디 돌아가 주세요.]

Yes.



너무나도 무서웠던터라 대충 알았다고 이야기 한 것은 마음에 걸렸지만, 우리들은 마음을 놓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집에 돌아간 후 터졌습니다.

나는 분신사바에 썼던 종이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과자를 먹으러 갔습니다.



방에 돌아오니 구겨서 던져 놨던 종이가 펴져 있었습니다.

[뭐지?] 라고 생각하고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가위가 움직이며 종이에 글자를 새기는 것이었습니다.

[구, 해, 줘, 구, 해, 줘.]



잔뜩 겁에 질린 나는 바로 종이를 찢어 버리고 R양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자 R양 역시 비슷한 체험을 했다며 겁에 질린 채 말하는 것입니다.

다음 날 우리 세 명은 바로 신사를 찾아가 축문을 받았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무서웠던 일은 겪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다시는 분신사바 같은 건 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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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163rd]분신사바

괴담 번역 2011. 3. 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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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쉬는 시간.

[분신사바, 분신사바...]

누구랄 것도 없이 교실 한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요즘 유행하는 분신사바 놀이다.

왠지 모르게 분신사바를 하는 곳 주위에 여자 아이들이 둥글게 몰려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나는 이 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방과 후.

쉬는 시간과 마찬가지다.

미리 정한 것도 아닌데 어느샌가 또 분신사바가 시작되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여자 아이들은 몇 명씩 그룹을 지어 모여서 분신사바를 하고 있다.

나는 거기 섞이지 않은 다른 아이들 몇 명과 함께 교정을 나섰다.



저녁.

학원이나 독서실로 모두들 학교에서 떠나간다.

나 역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물건을 놓고 온 것이 생각나 교실로 되돌아 왔다.

거기에는 아직도 몇 개의 그룹이 둥글게 모여 분신사바를 하고 있었다.



내 책상에서도 하고 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노트 좀 가져 가야겠는데. 좀 비켜 줘.]

중간에 끊어진 탓인지 여자 아이들은 죽일 듯 나를 째려본다.

나는 조용히 노트를 챙겨서 그대로 교실을 빠져 나간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기 직전,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귀신님, 저 녀석이 죽는 것은 언제인가요?]

뭣?!

깜짝 놀란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그렇게 중얼거리며 교실 안의 모든 아이들이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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