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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

[번역괴담][2ch괴담][117th]같이 가자

괴담 번역 2010. 12. 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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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를 A라고 해보자.

A를 어떤 녀석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리더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잔잔한 성격에 반해 저절로 주변에 사람이 끌리는 그런 녀석이었다.

그런 A의 오토바이 동료 중에 B라고 하는 남자가 있었다.



B는 뭐랄까, 자기 페이스만을 중시하는 성격이어서, 함께 드라이브 하는 도중에 혼자 마음대로 앞으로 치고 나가고 해서 다른 이들을 난처하게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은 마음이 여린 성격이고 나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친구들도 그럭저럭 이해해주고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반마다 한 명씩 있는 악의는 없지만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폐를 끼치는 사람이야. 4차원이라고 할까... 엄청 친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 친구야.]

A가 내린 B의 평가였다.



어느날, A는 평소처럼 동료들과 한 바퀴 돌고 나서 돌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도중의 갈림길에서 서로 길이 엇갈려 다들 집으로 알아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A는 같은 방향에 사는 B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잠시 후, 앞에서 달리던 B가 갑자기 깜빡이를 켜더니 왼쪽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A는 [저 녀석, 또 저러네...] 라고 생각하며 B를 따라 갔다.



B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미안. 혹시 목 마르냐?] 라고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A는 [너 화장실 갔었냐...] 하고 쓴 웃음을 지으며 점원을 불렀다.

무표정의 점원이 다가와서 [어서오십시오.] 라고 인사하며 테이블 위에 놓인 추천 메뉴가 적힌 팻말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패션 프루트 쥬스가 추천 메뉴로 올라와 있었다.



A는 귀찮기도 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 그럼 이거 한 잔이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B도 [아, 그럼 나도 이거.] 라고 말했다.

[패션 프루트 쥬스 두 잔이요.] 라고 점원은 쌀쌀하게 대답한다.



A는 왠지 모르게 지독하게 졸음이 밀려왔다고 한다.

B는 그런 A는 아랑곳없이 잡다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평소에는 말이 별로 없던 B의 그런 모습이 A에게는 이상했다고 한다.



어느새 A의 눈 앞에는 새빨간 패션 프루트 쥬스가 놓여 있었다.

A는 꾸벅꾸벅 졸면서 B의 이야기에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B가 소리를 쳤다.

[야, A! 내 말 제대로 듣고 있는거야?]

평소와는 다른 B의 날카로운 어조에 A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야, 듣고 있냐고.]

언제나 소심했던 B답지 않은 화난 말투였다.



[A 너는 언제나 그래. 내가 말하는 건 듣지도 않지. 내가 우습게 보이는거지?]

[아, 아냐. 그렇지 않아.]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A는 왠지 모르게 계속 졸음이 밀려왔다고 한다.

[거짓말 하지마! 너는 뒤에서 내 험담을 하고 있잖아!]

B는 쾅하고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 반동 때문에 쥬스가 모두 쏟아져 버렸다.



쥬스가 옷에 묻어서 새빨간 물이 든다.

하지만 차갑지 않다.

오히려 미지근한 정도다.

A는 쥬스를 닦으려고 했지만 너무 졸려서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B의 옷도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A는 필사적으로 졸음에 저항하며 대답한다.



[험담 따위 안 했어! 친구잖아!]

사실 성격상 A는 험담 같은 걸 하는 것은 정말 싫어했다.

[정말로? 친구야?]

[당연하잖아! 오늘도 같이 달렸잖아?]

[그럼 돌아갈 때도 같이 가주는 거지?]



그 때 A는 왠지 모르게 [위험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순간, A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까 헤어진 다른 동료의 전화였다.

졸음 속에서 필사적으로 전화를 받으려 애쓴다.

[...함께 가주는거지...?]

B는 눈을 번쩍 뜨며 섬뜩한 모습으로 A를 바라본다.



[너도 이 녀석(전화를 건 친구)도 동료야!]

A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고생 끝에 휴대폰의 통화 버튼에 손이 닿았다.

휴대폰에서는 왠지 모르게 부모님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A가 눈을 떴을 때는 병실이었다.



돌아가던 도중 A와 B의 오토바이가 부딪혀 넘어졌던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내리막길로 굴러 떨어져 도로보다 훨씬 아래쪽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생사의 경계선에 서 있는 상황이었지만 A만 살아남고 B는 죽고 말았다.



B가 숨을 거둔 시각은 A가 눈을 뜨기 바로 전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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