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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치원에 다닐 적 이야기다.


우리 사촌형은 그 당시 워낙에 똑똑해서 도쿄대에 입학했던 터였다.



무척 상냥해서, 뭐든지 물어보면 다 가르쳐주는 정말 좋은 형이었다.




당시 코마바에는 돔 형태의 커다란 학생식당이 있어, 견학을 갔던 친척들과 다같이 카레를 먹게 되었다.


그런데 식사 도중, 갑자기 형은 배를 움켜쥐더니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바로 병원에 실려갔지.




나중에 들은 바에 따르면, 이미 몇달 전부터 위장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던 모양이다.


검사와 진단이 끝나, 형이 위암에 걸렸다는 통보가 내려졌다.


아직 어렸던 나와 형에게만은 비밀로 했지만.




그랬기에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전부 형이 죽고 몇년이 지난 후에야 형의 친구에게 전해들은 것이다.


병원 침상에서 형은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단다.


당시 시대를 감안하면, 8비트 PC였겠지.




인텔 8080에 CP/M을 돌려가며, 파스칼이나 어셈블리어로 프로그래밍을 했을 것이다.


형은 스스로 암에 걸렸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래서 그 컴퓨터로 매일 하는 식사 메뉴, 처방 받는 약, 정맥 주사로 맞는 항암제 등을 죄다 수치화해서 입력하고 있었다고 한다.




형은 숙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도서관에서 조사한 변수를 이용해서, 제 나름대로 함수를 집어넣었어요.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을 때는 "alive", 죽을 때가 가까우면 "dead"라고 뜨는거죠.]


자랑스럽게 그렇게 말했단다.




가족들이 병문안을 올때면, 형은 언제나 그 프로그램을 켰다고 한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매번 "alive" 라고 검은 바탕에 흰 글자가 떴다.


그걸 보며 형도, 가족들도 희망을 가지고 밝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입원하고 두달 가량 됐을까.


형은 갑자기 괴로워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심장이 멈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장례식이 끝난 후, 대학 동기가 당시에는 고가였던 PC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형의 친구는 프로그램을 켜서 명령어를 입력했다.


"dead", "dead", "dead", "dead", "dead", "dead", "dead", "dead", "dead"...


프로그램 제작 완료 후, 매일 결과는 "dead" 로 출력되고 있던 것이다.




가족들 앞에서 "alive" 가 떴던 것이 무슨 이상한 이유가 있어서였는지, 아니면 형이 가족들을 안심시키려 했던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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