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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98th]새까만 괴물

괴담 번역 2016. 12. 2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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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년 전쯤 이야기다.


그 무렵,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구직 활동과 논문 작성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 여름방학이겠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 생각에 토호쿠 각지를 여행해 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혼자 마음 편히 떠나는 여행이었다.


기분 내키는대로 훌쩍 적당한 데 들르기도 하고, 운전하다 지치면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낮잠도 잤다.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돌아다니는 여행이었던 셈이다.




첫날은 그저 토호쿠를 북상해, 아오모리 국도변에 있는 편의점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 다음날은 시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네부타 축제도 보고, 상가에서 쇼핑도 하고 실컷 놀았다.




이틀째 밤.


아키타현 어느 도로에 접어들었는데, 근처는 이미 어둑어둑했다.


차 안 디지털 시계는 밤 10시가 지났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에 잡음이 끼어, 지직거리는 소리가 기분 나빴다.


나는 라디오를 끄고 내비게이션에 눈을 돌렸다.


당연히 주변은 전혀 모르는 지명투성이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냐 싶었지만, 길가에 서 있는 표지판과 내비게이션을 의지해 계속 국도를 타고 남하했다.


한동안 나아가니, 왼편에 몹시 좁은 산길이 산 안쪽으로 이어져 가는 게 보였다.


이 앞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해져, 나는 조금 무서웠지만 그대로 좌회전에 그 길로 접어들었다.




길은 얼마 안 가 비포장으로 바뀌어,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빛이라곤 전조등 뿐인 길을 나아갔다.


타이어가 찢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 나는 적당히 돌아갈 생각에 유턴할만한 장소를 찾았다.


그런데 앞에 낡아빠진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집이라고 하기보다는 여러해 넘게 방치되어 있던 헛간 같은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나무로 된 벽이 썩어 떨어져있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양새다.


밖에서 보기로는 고작해야 다다미 6, 7장 정도 크기 정도였다.




아무튼 왠지 기분이 나빴다.


다행히 유턴할 정도의 공간이 옆에 있었기에, 나는 신중히 후진해서 방향전환에 나섰다.


그 순간, 갑작스레 오두막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쾅, 타닥, 쾅.]


목재 여러개가 서로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였다.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기대어 세워둔 목재가 우연히 넘어지는 소리 같기도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다.


무언가가 오두막 안에서 움직이며 집안 물건과 부딪혀 나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주변이 어두캄캄한데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기에 더욱 무서웠다.




나는 서둘러 돌아나서려고 핸들을 돌리다, 무심코 오두막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무언가 새까만 녀석이 오두막 안에서 나오려던 찰나였다.


그 녀석의 몸은 털이 가득했다.




새까맣고 긴 털이 온몸에 빽빽하게 나 있어서, 마치 어릴 적 그림책에서 본 설인을 연상케 했다.


초등학생 정도 키인데다 얼굴까지 털이 가득해, 이목구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했다가는 큰일 날 거라는 위험한 분위기가 풍겼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벌벌 떨리고, 눈물이 폭포처럼 흘렀다.


그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뭐라고 할까, 악의 같은 가벼운 게 아니라, 재난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도망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순간이라도 빨리 거기서 도망치려 했기에,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자 근처 현 셀프 주유소에 있었으니까.


나는 그대로 샛길에 눈도 주지 않고, 국도를 타고 내려와 바로 집에 돌아왔다.




집 주차장에서 트렁크를 열자, 작은 날벌레 시체가 엄청나게 들어있었다.


세차용 물통에는 갈색의 더러운 물이 한껏 고여있어, 거기에도 날벌레가 몇마리 모여있었다.


물이 있는 장소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고, 애시당초 여행을 시작한 이래 트렁크를 연 적도 없었다.




그로부터 한동안은 비참한 나날이 이어졌다.


대학교 구내식당에 가면 국이 물통에 고여있던 갈색 물로 보여 마실 수 없다거나, 강의 때 옆에 앉은 사람에게 작은 날벌레가 빽빽하게 붙어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졸업 논문을 잠시 중단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오두막에 있던 새까만 녀석의 악몽은 잊을 수가 없다.


그 녀석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관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홀로 여행을 떠나기 한달여 전, 토호쿠 지방에서 꽤 위험하다고 악명 높은 심령 스폿에 갔었다.




거기서는 별 일 없었는데...


이제 다시는 길 가다 샛길로 들어서지 않으리라 나는 맹세했다.


여러분도 담력시험하러 갈 때는 부디 조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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