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320x100
300x250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이다.


우리반은 그날 마지막 교시, 영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초여름이라 에어콘도 없는 교실은 그야말로 찜통처럼 더웠다.




게다가 그날은 비가 와서 밖이 어둑침침했다.


언제 번개가 내리쳐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음침한 분위기였다.


그 때문이었을까, 반 전체가 무언가 위축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영어 수업은 자신에 관한 스피치를 발표하는 것이었다.


단상에는 친구 K가 올라와 있었다.


우리가 야유를 보내는 사이, 그 녀석은 변변치 않은 영어로 스피치를 시작했다.




스피치 중반, 갑자기 K가 말을 멈췄다.


반 아이들 모두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해하고 있는데, 멍하니 있던 K가 작게 중얼거렸다.


[목이 떠 있어.]




다들 K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뒤를 올려다봤다.


몇명인가 비명을 질렀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정확히 교실 한가운데 공중에, 머리카락 덩어리가 떠 있었다.


결코 있을 수 없는 물체인데다 너무나 기분이 나빴다.


교실은 그게 보이는 녀석과 안 보이는 녀석이 섞여, 혼돈의 도가니였다.




게다가 그것은 좀처럼 자취를 감추지 않아, 선생님들이 몰려오기 직전까지 계속 공중에 떠 있었다.


결국 그날은 그대로 집단 하교를 하게 되었다.


그게 보이지 않았던 영어선생님은 집단 히스테리 현상이라고 정리해버렸고, 그걸로 끝이었다.




다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공중에 떠 있던 머리카락 덩어리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게 나타난 한순간, 광기에 사로잡혔던 교실 분위기도.



  1. 오늘의 괴담은 중학교 영어시간 도중, 허공에 난데없이 나타난 머리카락에 대한 이야기.
    어쩐지 이 이야기는 진짜 집단 히스테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K에게는 목으로 보였지만, 화자에게는 머리카락으로 보였다는 것도 그렇고.
    오묘한 이야기입니다.
  2. 머리가 뒤집혀서 떠 있었나 보네요
    그래서 각도상 앉아 있던 애들한테는 정수리만 보인거고...
    단상에 있던 애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머리라고 한 걸 보니 아마 그 얼굴을 고스란히 본 게 아닐까요
  3. 예루살렘에서 한 십자군이 예수를 보았다고 하니 집단으로 그걸 봤다는 사건이랑 비슷한 것 같네요.
  4. 으아아 2017.02.04 15:01
    오늘 날 흐린데 이거 보니 ㅎㄷㄷ 하네요
  5. 꿀고환 2017.02.04 22:42
    번역자님 사랑합니다 글을 읽다보니 3시간이 지나있네요 타임머신 같아요 넘넘 재미씀 진짜 알라뷰
  6. 도미너스 2017.02.05 12:43
    우리나라에서는 얄짤없이 그냥 수업을 진행했겠죠.
    공부하기 싫어 땡떙이 치려 한다고 매까지 때리면서 말이지요...
    오늘도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