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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배, A군은 지난해 우리 부서로 배속되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잘생기고 붙임성도 좋은 멋진 청년이었다.




이전까지 있던 부서와는 전문 분야가 다르고 아직 신입이라 이런저런 실수도 있었지만, 노력도 하는데다 한번 가르치면 금세 배워서 사수인 내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를 포함해 우리 부서 대부분은 그를 인정하고 있었고 좋게 평가했다.


대하기 편하지만 예의 바르고, 유머 감각도 있는 A군은 금세 우리 부서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런 A군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B씨라는 사람이었다.


B씨는 30대 중반의 남자로 일은 꽤 잘 하는데,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달까, 다른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자주 내뱉곤 했다.




단점은 당연히 물어뜯고, 장점마저도 이리저리 말을 돌리며 헐뜯어대곤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통렬히 물어뜯거나 사정사정할 때까지 늘어지는 일은 그제껏 없었다.


좀 기분이 나빠지기는 하지만 그것 뿐이니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그저 다들 최대한 B씨랑 얽히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


새로 들어온 A군에게 일을 가르치는 건 내 몫이었고, 내가 의식적으로 피한 것도 있었기에, A군과 B씨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B씨는 그 무렵부터 A군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닐까.




어느날 A군이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 거기 B씨가 다가가 A군이 일하는 걸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비를 걸어댔고.


[그 문장 이상하지 않아? 그걸로 A군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이 형식은 보기 어려운 거 같은데. 프린트해서 나눠볼 사람들을 생각하라고. 어휘도 모자라고.]




마침 화장실에 갔다 돌아오던 내가 그걸 목격했다.


나는 B씨에게 이건 초고인데다 내가 가르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해, 어떻게든 돌려보냈다.


A군을 들들 볶을 생각에 내가 자리를 비우기만 기다렸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분 나빴다.




자존심 높은 B씨는 유능하고 호감을 사는데다 미남인 A군을 질투한 것이다.


원래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일부러 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려던건데.


A군에게 괜찮냐고 묻자, [네, 저는 괜찮습니다.] 라며 곤란한 듯 웃었다.




그로부터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A군은 아무 문제 없이 일을 익혀, 한 사람 몫을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그와는 반대로 B씨의 작업 능률이 점차 떨어져 갔다.




B씨가 작성한 서류는 깔끔하고 보기 쉬운 것으로 호평이 자자했는데, 줄 간격도 이상해지고 존댓말과 반말이 헷갈리는 등 영 읽기 어렵게 변해버린 것이다.


또 굳이 어려운 말을 골라쓰곤 하던 B씨답지 않게,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하는 일도 이어졌다.


그때는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하는 법이라 여기고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B씨의 상태는 전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스트레스 때문인지, B씨의 성격은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A군에게 온갖 싫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함께 일을 하게 되면 A군한테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트집을 잡다가, 끝내는 일과 상관없는 소리까지 늘어놓게 되었다.


여자 사원을 꼬시는게 아니냐느니, 팔방미인인 척 하지만 실은 다들 싫어한다느니.


이쯤 되면 그냥 시비 거는 수준이었다.




주변에서도 다들 신경을 쓰기 시작했지만, B씨의 태도는 악화될 뿐이었다.


A군에 대한 집착은 점점 심혀져갔고.


다들 B씨에 대해 불만이 커져갔지만, 나는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태도와 비례하듯, B씨는 모든 것을 잘 못하게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일은 양도, 질도 심하게 능률이 떨어져 가고, 줄담배를 피우는지 혈색도 나빠지고 살도 붙었다.


지금까지 B씨는 다른 사람들을 깔보긴 해도, 자기 일은 제대로 하는 사람이었던데다 건강도 잘 챙겨왔건만.




그러던 어느날, A군과 술을 한잔 하게됐다.


일 끝나고 한잔 하지 않겠냐고, A군이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A군과 둘이서 술을 마시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영 분위기가 좋아보이지는 않아서 뭔가 상담할 거리가 있겠거니 싶었다.




나는 평소보다 좀 좋은 술집에 데려갔다.


개인실에서 천천히 마시다가, A군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생각한대로 B씨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A군이 말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였다.


[저, 특이 체질이라고 해야하나... 저를 싫어하거나 몽니를 부리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순간 무슨 거짓말을 하려는건가 싶기도 하고, 제정신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A군은 말을 이어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A군을 괴롭히거나 A군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은 모두 불행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A군을 따돌리려던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 따돌려지게 되고,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려던 아이는 다리가 부러졌단다.




그 정도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A군은 말을 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사람이 A군에게 끼치려고 한 위해를, 스스로 그대로 돌려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몇가지 예를 들었는데, 개중 가장 심한 것은 중학교 시절 이야기였다.


중학교 시절, A군에게는 아주 똑똑한 동창생이 있었단다.


하지만 그 아이는 유독 수학에서만은 A군을 이기지 못해서 그게 콤플렉스였다.




그리고 어느날, A군의 수학 노트와 교과서를 훔쳐서 태워버렸단다.


하지만 못내 양심에 걸렸던지, 다음날 A군이 수학 교과서를 찾는 걸 보고 울면서 사과했다는 것이다.


A군은 어차피 새로 살 생각이었기에, 가볍게 용서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 교과서와 노트를 태웠던 아이의 집이 전소했다.


가스불 끄는 걸 깜빡했다던가.


불행 중 다행으로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A군은 그 때부터 자신의 능력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A군의 뜻과는 상관없이 발동하기 때문에, 설령 A군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나 가족이라도,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불제도 자주 받았지만 효과는 없었고, 원인 자체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A군은 열심히 공부하는 한편,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 받지 않도록,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어떻게든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 같이 아무래도 어울리기 힘든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A군은 아직 부모님한테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라며, 내게 처음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사실일까 싶으면서도, 나는 A군에게 B씨 일은 알아서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특수능력이라니, 만화 같아서 멋있잖아!] 라며 울상을 짓고 있는 A군을 억지로 달래, 겨우 웃는 얼굴로 돌려보냈다.


나는 오컬트나 초능력 같은 건 믿지 않는다.


하지만 B씨가 A군을 괴롭히는 건 어떻게 말려야겠다 싶었다.




다음날 출근하고 나서도, B씨는 A군에게 다가왔다.


마치 할 일이라고는 그것 밖에 없는 것처럼, A군의 일거수일투족에 다 반응을 보였다.


나는 전날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평소보다 더 가까이서 두 사람을 지켜봤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다들 A군 편에 서고 B씨를 백안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주변에서 약간 꺼려해도 오히려 비웃던 B씨였지만, 이 지경이 되니 역시 동료들의 눈초리에 기가 죽은 듯 했다.


그리고 그 무렵, 내가 중재하려 끼어든 것이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뭐야, 너희들! 그렇게 그놈 편만 들고! 이 녀석이 오고 나서 뭐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어! 너, 짜증나고 방해돼! 네가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알겠냐, 네가 얼마나 폐를 끼치고 있는지!]


B씨는 얼굴을 붉히며 열변을 토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




A군도 나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말을 마친 B씨는 거친 기세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잠시간의 침묵 후, 누군가 [뭐라는거야, 정말.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네.] 라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B씨에 대한 성토와 A군을 향한 위로가 이어졌다.




A군은 여전히 아연실색한 채였다.


몇분 지나자 소동도 가라앉고, 다들 자기 일로 돌아갔다.


나는 A군 걱정에 B씨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조금 조용해질 무렵에야, 나는 B씨를 찾아나섰다.


아마 화장실이나 흡연구역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기분 나쁜 예감이 나를 덮쳤다.




설마 싶어서, 나는 황급히 방을 뛰쳐나와 B씨를 찾았다.


흡연구역에는 없었기에 화장실로 향했다.


남자 화장실 문을 열려 했지만 문이 움직이질 않았다.




살짝 열린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B씨였다.


그 후로는 정신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난생 처음 제세동기를 썼고, 구급차를 불렀다.


뇌일혈로 화장실에서 쓰러지고 3, 4분 정도 지났다는 것 같았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흡연량과, 갑작스런 감정 변동이 이유로 꼽혔다.




병원에는 상사가 따라가기로 하고, 나는 사무실 사람들, 그리고 A군을 진정시키게 되었다.


구급차가 온 시점에서 사람들은 이미 B씨에게 무슨 일이 났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대충 사정을 설명했다.


문제는 A군이었다.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A군은 충격을 받을 터였다.


내가 발견했을 때, B씨는 이미 호흡이 멎어 있는 상태였다.


A군은 분명 B씨가 "네가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 화가 난다" 고 말했기 때문이라 생각하겠지.




B씨의 건강 상태라면 뇌일혈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과는 상관 없이, A군은 스스로를 자책할 터였다.


내가 고민하고 있자, A군은 그것마저 헤아렸는지 [죄송합니다...] 라고 작게 조아렸다.




A군의 잘못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솔직히 나도 곤혹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B씨는 병원에서 목숨을 건졌다고, 다음날 상사가 귀띔해줬다.




다행이었다.


다만 뇌에 장애가 생기는 바람에, 직장에 복귀는 못하고 그대로 B씨는 퇴사하게 되었다.


다들 안심하거나 씁쓸해 하는 와중, A군은 여전히 죽을 상을 짓고 있었다.




나는 등을 한대 두드려주며, [B씨 살았단다!] 라고 말을 건넸다.


A는 겨우 [네...] 하며 간신히 웃어주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심, B씨가 A군에게 죽으라고 말했으면 어찌되었을까 싶어, 모골이 송연했다.




A군은 열심히 기운을 북돋아 준 보람이 있어, 지금은 멀쩡하게 잘 일하고 있다.


B씨는 부인의 친정으로 따라 내려가, 재활 겸 밭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간단한 근황 보고와 함께, 수확한 농산물을 보내주었다.




회사가 아니라 우리 집으로 보내는 바람에 다시 회사로 들고 가느라 땀 좀 뺐지만.


안에는 회사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와는 별도로, 종이 한 장이 더 들어있었다.


거기에는 내게 고맙다는 인사와 더불어, A군에게 보내는 사과가 한마디 써 있었다.




A군에게 슬쩍 전해주니, 그는 뭐랄까, 말로 전하지 못할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쁜 것 같았다.


B씨가 살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부디 A군이 괴로워 할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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