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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60th]주둔지의 밤

괴담 번역 2020. 3. 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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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예비 자위관보였다.

예비 자위관보란, 사회인이나 학생으로 지내면서도 자위대원이 될 수 있는 제도이다.

주둔지에서 지내며 훈련을 받고, 월급도 나오는터라 밀리터리 오타쿠에게는 꿈의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다.



일단 기밀 사항이라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다고는 적을 수 없지만, 아침 6시에 기상 나팔 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면 벌떡 일어나 제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점호를 받는다.

꾸물꾸물대면 엄청 혼난다.

그 후 이불을 개어 잠자리를 정리한다.



이것도 적당히 하면 엄청 혼난다.

그 후에는 자위대 훈련을 받는다.

방은 침대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다.



최대 10명 정도까지 한 방에서 지내며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그날은 5명이 한 방을 쓰고 있었다.

일단 명색은 자위대원이니, 정말 자위대와 같은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다.



평소에는 운동 따위 하지 않는 오타쿠였기에, 체력 단련 같은 훈련을 받으면 녹초가 되서 소등하자마자 곯아떨어진다.

아침, 기상 나팔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 곁에 걸린 제복을 움켜쥐었다.

전술했다시피 아침에는 기상 나팔이 울리자마자 점호를 나가야 하니, 옷을 침대 곁에 걸어뒀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일어나질 않았다.

아니, 애시당초에 기상 나팔도 울리질 않았다.

잠결에 깬 건가 싶어 주변을 보니, 딱 하나, 나처럼 일어난 사람이 보였다.



옆으로 2칸 떨어진 곳에 있는 침대에서, 이미 일어나 이불인지 뭔지를 천천히 개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침대는 아무도 배정되지 않는 곳이었다.

자위관보 대상으로는 가끔 현역 자위관이 리더 역할을 맡아 여러가지 가르쳐 주곤 했기에, 그 사람도 뭔가 작업이라도 하는건가 싶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말을 걸어 봤다.

하지만 그는 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천천히 이불을 갤 뿐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손에 찬 G-SHOCK의 라이트 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새벽 5시였다.

시계를 눈가에 가져다 대고 시간을 확인하고 나니, 그제야 안경을 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안경 도수가 8.0에 달하는 심한 근시다.



어두운 방에서 두 칸이나 떨어진 침대라면, 거기 사람이 있는지조차 보이질 않을 터였다.

어째서 이불을 개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걸까?

아니, 애시당초에 지금 왜 이불을 개고 있지?



다시 한번, 나는 그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옛날 더빙한 비디오처럼, 우글우글 보였지만 어두운 방에서, 담담하게 무언가 손을 움직이는 티셔츠 차림의 사람이 안경 없이도 분명하게 보였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 거기에는 누군지 모를 이가 일어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말을 걸어버렸다.

슬그머니 침대에 다시 들어가, 새삼스레 자는 척을 했다.

제발 이리로 오지 않기만을 빌면서...



아침 6시, 진짜 기상 나팔이 울리기까지, 나는 지옥 같은 한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군화를 닦다가 문득 떠올라 리더 자위관에게 그 이야기를 해봤다.

[아, 역시 나오는구나...]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너네 옆방, 아무도 안 쓰지? 그거 폐쇄된 방이야.]

[저 쪽 보면 3층 창문에만 철창이 붙어있지? 저기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붙였다더라.]

[저기 창고, 목을 매서 자살한 사람 귀신이 나온대.]



마치 덤이라도 되는 양, 리더 자위관은 수도 없이 괴담을 늘어놓았다.

주둔지라는 폐쇄적인 곳에서는 역시 자살하는 사람도 많은 걸까...

그 이후 훈련은 참가할 수 없게 되었지만, 무사히 3년의 임기는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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