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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때의 나는 원생들 중에서도 가장 심하다고 손에 꼽혔을 정도의 문제아였다고 한다.

매일 같이 선생님을 난처하게 해서, 몇번씩이나 유치원에 불려가야 했다고 부모님이 말씀해 주셨다.

확실히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은 기억은 있지만, 옛날 일이다 보니 단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다만 유치원 가까이에 있던 기분 나쁜 [장소]에 관해서는 어째서인지 머리 한 구석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곳은 그저 잡초가 무성한 곳일 뿐이었지만, 과거에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은 곳이라고 초등학교 때 배운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났다.

연휴를 맞아 어린 시절 살던 곳에 돌아온 나는, 우연히 유치원 앞을 자전거로 지나가게 되었다.

유치원은 옛날 모습 그대로였지만 잡초가 무성하던 그 [장소]는 변해 있었다.

새로 지은 집들이 줄지어 서 있고, 완전히 풍경이 뒤바뀌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멈춰 서서 바라보고 있는데, 유치원 버스가 들어왔다.



버스에는 잊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선생님이 타고 계셨다.

직접 키워낸 원아들을 모두 기억하고 계신걸까.

선생님도 나를 기억하고 계셔서 18년만의 재회를 함께 기뻐했다.

선생님은 내가 유치원을 떠난 뒤에도 나를 걱정하고 계셔서 종종 초등학교에 들러서 내 소식을 알아보곤 하셨던 것 같다.

직원실에 들어가서 잠시 동안 들떠서 옛날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그러던 도중 유치원 시절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의 이야기에 화제가 닿았다.

그렇지만 워낙 짓궂었던 나에게는 친구가 드물었고, 나는 유일하게 사이가 좋았던 B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B군 말이구나... 13년 전에 세상을 떠났단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네?!]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어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에 옛날의 기억...

떠올려서는 안 되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아이, OOO(당시의 그 [장소])에 있던 지장보살을 가지고 놀고 있었지. 어쩌면...]



확실히 당시에는 그 장소 부근에 큰 비석이 서 있고, 작은 불탑들도 여러개 놓여 있었다.

나는 B가 그것 중 하나를 휘둘러서 부러트려 버린 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지장보살에게 돌을 던지면서 놀고 있었다.

나는 그 [장소]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어찌된 일인지 비석은 옮겨졌고, 충분한 공양을 거친 후 땅을 매립해서 집을 세운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나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몇 번 정도 소유주가 바뀐 후에 최근 몇년 간은 아무도 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만약 B에게 해코지가 갔다면 다음 차례는 나일지도 모른다...

나는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유치원을 떠났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나는 그 곳에 세워진 새 집을 올려다 보았다.

3층 건물의 좋은 집이다.

그 때, 갑자기 3층의 창문이 열렸다.

지금은 빈 집이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바로 얼마 전에 새로 입주한 것일까?

창문에서는 여자아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15살 정도일까?

이쪽을 가만히 보고 있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여자 아이는 확실하게 말했다.

[다음은 너야.]

정신을 차렸을 무렵 나는 필사적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달리고 있었다.



얼마 뒤 나는 가까운 절에 찾아가 주지 스님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주지 스님은 돌려보내는 의식을 하고 이렇게 말해 주셨다.

[자네에게는 대단히 크고 무서운 위험이 다가오고 있네. 그 곳에는 두 번 다시 가까이 가면 안되네.]



한 번 더 그 여자 아이를 보게 된다면 그 때가 나의 최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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