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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장으로 도쿄 무사시노시[각주:1]라는 곳에 갔었다.

하지만 상대 쪽에 트러블이 발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출장을 하루 연기하게 됐다.

그 날은 쉬게 됐으니, 밤에는 상사랑 같이 밥이나 먹기로 하고 그때까지는 관광이나 할겸 슬렁슬렁 돌아다닐 셈이었다.



도쿄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애시당초에 이런 대도시에 올 일 자체가 별로 없으니까 상당히 신선했다.

어떤 곳인지, 재미있는 곳이 있을지 하는 마음으로 적당히 돌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아케이드 상점가에 도착했다.

새해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즈음이었기에, 한해의 개막이라며 상당히 왁자지껄했다.

여기저기 가게가 들어서서, 우리 고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대한 느낌이었다.



보는 것마다 다 신기해서, 두리번대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그런데 딱 혼자, 주변 사람과 비교해서 머리 하나만큼 키가 큰 사람이 비틀대며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 있는데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니, 터무니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거기서 파란 촉수 같은게 돋아 꿈틀대고 있었다.

4개 정도의 촉수가 여기저기 돋아 꿈틀대는데,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징그러웠다.



차마 눈을 떼지 못하고, 나는 남자를 계속 지켜봤다.

점점 남자가 다가오며,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 또한 평범한 인간의 얼굴이 아니었다.



왼쪽 입끝이 잘린 것처럼 피투성이인데다, 목이 꾸깃꾸깃하게 접혀있었다.

남자가 나를 향해 온다고 생각한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마치 가위에라도 눌린 듯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아, 이대로 죽는건가." 싶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묘한 것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나를 전혀 보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 앞을 걸어가는 3인조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남자 몸에서 자라난 촉수가 그 셋 중 한 사람을 마구 휘감았다.

꽃무늬 셔츠를 입은 이를 촉수로 휘감으며, 남자는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뭔가 중얼대는 것처럼 입이 움직이고, 때로는 웃었다.



남자의 상반신은 상처투성이인데다 여기저기 칼로 베인듯 벌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몇걸음만 있으면 나와 그들이 스쳐지나갈만한 거리가 되자, 3인조가 초밥이 어떠느니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게 들려왔다.

그렇게 온몸을 촉수가 휘감고 있는데도, [아하하하!] 하고 웃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남자는 촉수로 감긴 이를 뒤에서 껴안고 있었다.

나는 남자와 눈이 맞았다.

남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집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며, 남자는 그대로 얽힌 채 걸어갔다.

뒤를 다시 돌아볼 용기는 없었다.

나는 지금 본 게 꿈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곧바로 근처 가게에 들어가 술을 주문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금방 본 것을 잊고 싶었다.

술기운 덕분에 담이 커진 덕일까, 나는 그대로 아케이드 상점가를 산책한 뒤, 상사와 합류해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잊는 건, 두려움 때문에라도 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자칭 영감이 있다는 여자 상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잊어버려. 너한테 씌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라며 웃어넘겼다.

아직까지 내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하지만 그 남자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에게 사로잡힌 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1. 武蔵野市, 도쿄도 중심부에 위치한 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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